김지윤 EO · 에디터
크리에이터 아티클
#MVP검증 #고객 확보 #아이템 선정
제품이 너무 잘 팔려서 망할 뻔한 회사의 '성장 비법'

너무 잘 돼서 망할 뻔한 회사가 있습니다. 라포랩스 이야기입니다. 라포랩스는 X세대 여성을 위한 패션 플랫폼 ‘퀸잇’을 운영하고 있는데요. 회사 초기에 주문이 너무 몰리는 바람에 위기를 맞았습니다. PG사* 정산 시점이 오기 전에 당장 현금이 없어서 2주 뒤 파산할 지경에 이르렀던 거죠.

라포랩스 팀은 곧바로 초기 투자사 끌림벤처스로 찾아갔습니다. ‘당장 현금이 필요합니다.’ 끌림벤처스는 30분 만에 추가 투자를 하기로 결정합니다. 이 덕분에 퀸잇은 망하지 않고 성장을 이어갈 수 있었습니다.

‘도대체 얼마나 잘 되면 망할 뻔해? 비결(?)이 뭐지?'

일단 숫자에서 알 수 있어요. 출시 1년 6개월 만에 누적 다운로드 350만 명, 2021년 기준으로 월 거래액 100억 원, 누적 투자 규모는 약 550억 원. 구글플레이가 선정한 ‘2021 올해를 빛낸 일상생활 앱’. 2021년 MAU(월간 활성 유저)가 급증한 한국 쇼핑앱 1위. 근데 이 앱, '퀸잇'의 특이점은 다른 데에 있습니다.

 

“저희 초기 버전에는 결제도 불편하고, 리뷰 기능도 없고 적립금도 없었어요. 반품 교환이 거의 안 됐어요.” (라포랩스 최희민 공동대표)

그럼에도 퀸잇이 고객들의 사랑을 받았다는 건 그만큼 그들의 꽉 막힌 속을 뻥 뚫어줬다는 뜻이겠죠? 비결이 궁금해집니다. 어떻게 이 창업가들은 본인들이 속하지 않은 X세대 고객을 사로잡았을까요? 어떻게 엄청난 성장을 하는 팀이 될 수 있었을까요? 

라포랩스(퀸잇) 창업가 최희민, 홍주영 공동대표를 만나 자세히 물어봤습니다. 공동창업부터 팀빌딩, 최소기능제품(MVP) 만들기, 그로스 전략과 조직문화 이야기까지…! 

 

※ 읽는 이의 이해를 돕기 위해 인터뷰 질문 및 답변을 일부 편집했습니다.

eo와 만난 라포랩스(퀸잇) 최희민, 홍주영 공동대표. (출처 : eo스튜디오)

 

‘X세대가 아닌’ 창업자가 ‘X세대를 위한’ 서비스로 대박낸 방법

 

Q.퀸잇이 X세대에 주목한 이유가 무엇인가요?

최희민 대표(이하 최) : 라포랩스는 처음부터 ‘왜 지금까지 1300만 X세대들을 위한 서비스들이 없지?’라는 호기심에서 출발했어요. 

모바일에서 MZ세대*랑 X세대의 차이가 별로 없다고 봤어요. 근데 이상하게 X세대를 위한 서비스들이 거의 없었어요. MZ세대를 위한 서비스는 오히려 포화 상태인데.

네이버나 에이블리, 지그재그 같은 패션 플랫폼에서 원피스를 검색하면 X세대 취향이라기보다 MZ세대 취향에 더 맞잖아요. 앱을 딱 열었을 때 내가 좋아하는 옷이 보였을 때 그 행복은 어느 세대든, 남자든 여자든 다 똑같은 건데 이쪽은 아무도 신경을 안 쓰고 있었던 거죠. 

그래서 저희가 팀을 꾸리고 맨 처음 한 게 X세대분들을 하루에 5~10명씩 계속 만났어요. 한 2주 동안. 그러면서 저희가 배운 건 딱 하나예요. MZ세대보다 X세대 시장이 더 낫거나 거의 비슷하다! 

X세대가 인구도 많고 경제력도 풍부하고, 모바일도 잘 쓰는데 이들의 취향을 맞추는 서비스가 전무하다는 게 저희가 풀 수 있는 문제라고 봤던 거죠.

 

Q.두 분이 X세대는 아닌데, 처음에 확신을 갖기 생각보다 쉽지 않았을 듯합니다.

홍주영 대표(이하 홍) : 애초에 제품을 만들 때도 저희의 감보다는 유저 인터뷰 같은 걸 훨씬 신뢰하는 편이에요. 4050세대, X세대 고객들 유저 리서치나 서베이를 진짜 많이 했기 때문에 경쟁력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최 : 물론 저희도 처음에는 엄청 두려웠어요. 우리가 그들이 아닌데 그들의 니즈를 파악할 수 있을까? 그들이 원하는 걸 잘 맞출 수 있을까? 

하지만 나의 니즈만 발현해서는 많은 사람들이 쓰는 서비스를 만들 수 없잖아요. 결국 나와 다른 사람의 니즈도 내가 이해하고 그걸 서비스에 담아낼 수 있는 능력이 중요하다고 보고 스터디를 많이 했어요. 어떻게 하면 유저 리서치, 인터뷰를 잘할 수 있을까? 리텐션*을 본다면 데일리로 봐야 될까? 위클리로 봐야 될까? 코호트*를 어떻게 봐야 될까? 

 

 

Q.MVP를 찾은 과정을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해주세요.

홍 : MVP를 찾는 단계에서 고객에게 ‘이런 게 필요하세요?’라고 묻는 건 최악의 질문이에요. 그래서 저희는 몇 가지 가설을 바탕으로 고객이 좋아할 만한 제품을 프로토타이핑 해서 보여드렸어요. 고객의 말보다는 어떻게 행동하는지 살펴보면서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게끔. 

예를 들어서 ‘X세대가 좋아하는 브랜드는 MZ세대와는 다를 거야’라는 가설이 있다면 A 프로토타입에는 MZ세대가 좋아할 만한 브랜드들을 많이 넣어요. B 프로토타입에는 X세대가 좋아할 것 같은 브랜드들을 많이 넣어놓고. 

C 프로토타입에는 이걸 섞어놓고 고객분들한테 테스트를 하는 거죠. 그 분들이 써보시고 나서 “이 3개 서비스 중에 뭐가 제일 좋으셨어요?”라고 여쭤봤어요. 정확히 어디가 어떻게 다른지는 알 수 없으셔도, 거기에서 힌트들이 나와요. 

최 : 제일 주의했던 것은 고객에 대해서 편견을 가지지 않는 것이었어요. 고객의 선호에 대해 함부로 편견을 가지고 의사결정을 하면 좋은 서비스를 만들 수 없어요. 고객에게 선택지를 쫙 뿌리고 고객이 선택한 걸 강화하는 방향으로 가자! 

또 주의했던 게… 10명을 인터뷰하면 그 중에 8명이 좋아하는 서비스는 사실 만들 수 없다! 

X세대 10명을 인터뷰했을 때 그들 중에 딱 한 명이 엄청 좋아하는 프로덕트(제품)을 만들면 된다고 생각했어요. 스타트업 초기에는 리소스가 없으니 처음부터 완벽한 제품을 만들 수 없잖아요. 기능이 딱 하나만 있더라도 10명 중에 ‘이거 너무 좋아요’라고 할 한 명만 찾으면 된다고 봤어요.

 

라포랩스(퀸잇)에서 진행한 유저 인터뷰 현장. (제공 : 라포랩스)

 

실제로 퀸잇 초기 모습을 그냥 디자인만 해서 딱 보여드린 후 ‘그냥 편하게 써보세요’ 한 적이 있었어요. 그 유저분이 3분 정도 쓰다가 딱 이렇게 말씀하시는 거예요.

“이 앱 저한테 너무 위험한데요.”
“여기에 돈을 진짜 많이 쓸 것 같아요.” 

그 분이 나가신 다음에 저랑 주영이가 하이파이브를 딱 했어요. “됐다, 이제 찾았다!” 그 디자인 그대로 개발해서 출시를 했어요. 이게 저희가 MVP를 만들 때 ‘시작해도 되겠다’고 생각했던 순간이었어요.

 

Q.그 이후에는 프로덕트 사이클이 어떻게 돌아갔나요?

홍 : 출시를 굉장히 빠르게 했어요. 테스트했던 프로토타입을 2주 만에 개발해서 2주 만에 스토어에 올렸고, 그 다음부터 지표들을 보기 시작했던 것 같아요. 그래서 대중적으로 퍼포먼스 마케팅도 해보고, 거기서 좋은 숫자들이 나오는지 확인해보니까 통할 것 같은 수치들이 점점 나오면서 투자 유치도 돌기 시작했고요.  

참고로  MVP 만들기 위해 맨 처음 가설 정하고 유저 인터뷰를 3일쯤 계속 했어요. 하루에 수십 명씩 만나면서 MVP를 약간 수정해서 다시 유저 인터뷰, 또 한 3일 진행한 다음에 여기서 얻어낸 걸로 개발해서 스토어에 올렸던 거예요.그 다음에는 한 3~4일 주기로 계속 업데이트를 했던 것 같아요. 그러면서 계속 유저분들도 만나고.

 


 

블리츠스케일링 : 달리는 마차를 비행기로 만들어 날아가려면

 

Q.너무 잘 돼서 아찔했던 순간도 있었다고요.

최 : 초기에 진짜 위험했어요. 옷을 파는 플랫폼인데 반품이 안 됐고, 교환 기능이 없었고, 리뷰 기능이 없었어요. 그러니까 커머스 앱의 필수 기능이 없었고 오직 구매만 됐었거든요. 

예를 들어 무통장 입금이 보통은 주문한 사람의 계좌가 따로 생성이 되고, 거기에 그 사람이 입금하면 자동으로 입금 처리가 되는 거잖아요. 근데 초기에는 무통장 기능이 없지만 (결제에 필요하니까) 무통장 입금이 된다고 해놨어요. 계좌번호는 그냥 회사 공용 계좌로 넣어놓은 거예요.

하루에도 100명 이상이 무통장에 자기 이름으로 돈을 넣는데 자동으로 매치가 안 되니까 계속 찾는 식이었어요. 통장 내역 인쇄하고 주문 내역 인쇄해서 한 명씩 시간대랑 이름 보면서 매치시키고, 매치가 되면 물건 보내드리고. 거의 출시하고 3~4개월 동안 계속 했었어요.

반품 기능이 없는데 반품을 해드려야 하잖아요. 그러면 저희가 그냥 따로 우체국이나 CJ에 전화해서 택배기사님을 보내드려요. 그걸 회사로 받고 다시 물건을 보내드렸어요. 이런 상황은 출시하고 6개월 동안 했던 것 같습니다.

홍 : 정산도 처음에는 시스템이 없으니까 정산 시기만 되면 사람이 데이터베이스(DB)를 통해서 직접 했어요. 시스템이 아니라 사람이 했던 거죠. 

 

혼돈의 카오스…ㅎㅎ (제공 : 라포랩스)

 

Q.좀 더 준비된 후에 시작할 수도 있지 않았을까요?

최 : 블리츠스케일링*이라는 개념을 도입한 거예요. 그야말로 미친듯 성장하는 거죠. 사실 이게 상당히 사람 본능에 반해요. 사람이라면 누구나 다 준비된 다음에 짜잔 하고 싶기 마련인데, 준비가 안 된 상태로 계속 유저에게 (서비스를) 내보내야 하거든요.

그러면 당연히 유저분들이 불평, 불만을 계속 하시게 돼요. ‘반품 어떻게 해요’ ‘교환 왜 안 돼요’ ‘여기 리뷰도 없어요’. 그걸 그냥 견뎌야 해요. 일단 그 기능을 계속 만들어가는 겁니다. ‘Do things that don’t scale’이라는 말도 있잖아요. ‘스케일업이 안 될 것 같은 일을 해내라’는 거죠. 특히 스타트업 초창기에요.

 

Q.서비스를 공개하는 동시에 만드는 거네요. 이후에는 어떻게 됐나요?

홍 : 시리즈A 투자를 유치하고 제일 매달렸던 게 스케일업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었던 것 같아요. 

아까 말씀드렸던 여러 가지 수작업들이 사실 커머스 플랫폼을 운영하려면 다 기술을 개발해야 되는 영역이에요. 그것들 굉장히 단시간에 해내려고, 여러 엔지니어분들이 엄청 열심히 일하면서 그 시기를 열심히 넘겼어요. 그걸 딱 넘고 나서 저희가 브릿지 라운드에서 약 100억원을 유치했고요. 

 

Q.블리츠 스케일링을 할 때 조직원들의 반응은 어땠나요?

최 : 아까 말씀드렸듯이 이 블리치스케일링이 인간의 본능에 반해요. 완벽하지 않은데 고객들한테 계속 보여줘야 된단 말이죠. 그러니까 구성원들도 너무 불안한 거예요. 

“아니… 이거 고객들이 화내면 어떡해?”

심지어 그게 리뷰에 남기 시작해요. ‘여기 이 서비스에서 옷 사지 마세요’ ‘반품하기 진짜 힘들어요’. 그러니까 구성원들이 불안해지기 시작하고 대표들도 자연스럽게 불안해졌어요.

근데 저랑 주영이가 토*나 하이퍼*** 같이 급성장했던 회사에 있어봤잖아요. 그러니까 그걸 아는 거예요. 

‘이렇게 빨리 성장할 때는 원래 다 그래!’

우리만 그러는 게 아니고 원래 엄청나게 빨리 성장하는 스타트업들이 ‘Do things that don’t scale’ 하면 이럴 수밖에 없어요, 우리가 못해서가 아니라 이 과정이 스타트업에서는 자연스러운 과정이에요, 이렇게 안심시켜드릴 수 있었어요. 

우당탕탕 엉망징창으로 앞으로 나아가는 게 어쩌면 스타트업의 본질이라는 걸 저희는 유니콘으로 성장한 스타트업을 다니면서 몸으로 깨달았어요. 이런 생각이 (조직 차원에서도 미친 성장을) 조금 더 스무스하게 넘어갈 수 있었던 이유 같아요.

 

“당신이 성공을 앞두고 있다면 그걸 모를 수 없다. 성장을 감당하느라 죽도록 바쁠 테니까.” 말 그대로 두 창업가는 팀원들과 함께 성장통을 겪었어요. 그 결과 폭풍 성장이 가능했고요. 3번의 창업과 실패, 2번의 입사와 퇴사를 거쳐 지금의 라포랩스가 탄생한 것이죠.

eo와 이야기 나누는 홍주영 대표. (출처 : eo스튜디오)

 

세 번의 창업, 실패 끝에 또 함께 창업하기까지

 

Q.두 분이 대학 동창이세요. 같이 창업을 하게 된 계기가 있나요?

최 : 거의 14년 정도 함께 계속 지내던 사이에요. 스타트업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 별로 없었던 시절부터 알고 지냈어요.

홍 :  희민이를 봤을 때는 추진력이라든지 사업에 대한 감각이라든지 저에게 없는 게 있어서 상호보완적이라는 생각이 들었죠. 희민이도 그렇게 느꼈던 것 같고요. 그래서 같이 사업 아이템을 찾아보게 됐습니다. 

 

Q.원래부터 창업에 관심이 많았나요?

최 : 팀으로서 뭔가 하는 걸 되게 좋아해요. 테니스도 복식을 더 좋아하는 성향이에요. 창업도 팀으로서 어떤 공통의 목표로 달려가는 것이잖아요. 팀으로 할 수 있는 행위 중에 제일 재밌다고 봤어요. 축구는 90분이면 경기가 끝나는데 창업은 동료들과 끝없이 함께 나아가는 것이고. 그래서 제일 설레고 가슴 뛰어서 하게 됐습니다.

홍 : 개인적으로 뭘 만드는 걸 되게 좋아하는 편이에요. 레고 조립도 좋아하고 프라모델도 좋아하고. 이 세상에서 만들 수 있는 것 중에 제일 재밌는 건 기업과 제품이라 보고요. 창업은 그 두 가지를 동시에 할 수 있는 것이어서 인생에서 제일 재밌는 일인 것 같아요. 

 

대학시절 홍주영, 최희민 대표의 모습. (제공 : 라포랩스)

 

Q.처음에 함께 했던 사업 아이템은 무엇이었나요?

최 : 22~23살 때 창업했으니까 엄청 어렸던 거 같아요. 우리 입장에서 우리가 고객이고 우리가 필요했으면 좋을 것 같은 서비스를 만들었어요. 

경제 경영 뉴스를 모아서 뉴스 클리핑을 해서 전달하는 서비스였어요.이메일로 뉴스레터를 보내줬는데 구독자는 한 1만7000명쯤 됐어요. 꽤 많았어요. 근데 한 1년 반 정도 운영하다 보니까 수익성에 한계가 와서 그 사업 아이템을 접게 됐습니다.

 

Q.첫 사업 이후 배운 점이 있다면?

최 : 진짜 첫 창업하면서 배웠던 건 두 가지인 것 같은데, 하나는 돈을 벌어야 한다! 그리고 두 번째는 기술이 있어야 한다! 이 두 개가 되게 컸던 것 같아요. 

홍 : 그냥 만드는 게 재밌는 것보다 뭔가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 수 있는 것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그때 많이 했던 것 같아요. 그러면서 프로덕트를 만들거나 소프트웨어로 해결할 수 있는 아이템을 해야겠다는 생각도 많이 하면서 그걸 계기로 저희가 컴퓨터 공학을 부전공으로 시작했죠. 

 

Q.공동 창업을 한 번 더 하셨다고 들었는데, 곧이어 창업을 하셨나요?

홍 : 저는 따로 창업을 한 번 더 했었고, 또 잘 안 됐어요. 그때 창업에 좀 자신감을 잃고 내가 창업가의 자질이 떨어지나 보다 생각을 많이 해서 로스쿨에 진학을 했었어요.

최 : 저도 제가 진짜 실력이 부족한 건지 아니면 이 업이 저랑 안 맞는 건지 되게 헷갈려 했어요. 그래서 진짜 다양한 활동을 많이 했죠. 인턴도 네다섯 개를 연달아 했었고 미국에도 갔다 오고. 이러면서 방황을 많이 했다가 결국 대기업이라는 안정적인 선택을 하게 됐습니다.

 

서울대학교 로스쿨에 입학했던 홍주영 대표. (제공 : 라포랩스)

 

Q.근데 두 분이 또 다시 창업하셨잖아요. 계기가 있나요?

최 :  (각자 대기업, 로스쿨에 간 후) 6개월 지나고서 둘이 전화를 하면서 “이렇게 20년 살아야 되는데, 이게 너무 좋은 삶이고 너무 행복한 삶인데 나와 맞는지는 잘 모르겠다”, 그런 얘기를 했었어요. 그러면서 거의 비슷한 시기에 주영이는 로스쿨을 자퇴했고 저는 대기업을 퇴사했습니다.

홍 : 로스쿨이 너~~~무 재미가 없었어요😭 제 취향과 너무 안 맞으니까. 그래서 로스쿨에 있는 친구들한테 ‘너 이거 재밌니?’라는 질문을 수십 번 하고 다녔는데, 한 80% 이상이 ‘난 이거 재미는 없는데 좋은 선택이어서 한다’는 대답을 했어요.

마침 제가 예전에 창업할 때 같이 시작했던 친구들이 점점 스타트업 업계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을 무렵이었고요. 좋아하는 일을 하면 오래 할 수 있고, 그걸 꾸준히 하면 성과가 나는 것 같다는 용기 같은 걸 그때 얻었던 것 같고. 차라리 그냥 평생 내가 재밌게 할 수 있는 일을 하는 게 낫겠다는 생각에 로스쿨을 나왔던 것 같아요.

 

Q.두 번째 창업은 어떤 아이템으로 하셨나요?

최 : 당장 물건을 팔아보자, 돈이 되는 사업을 하자는 생각을 했고 화분을 온라인으로 배송하는 사업을 해봤습니다.

홍 : D2C* 비즈니스들이 잘 나가던 시기였거든요. 미국에서 와비파커, 캐스퍼 같은 비즈니스 모델을 보고 한국에서도 뭔가 브랜드를 만들 수 있는 사업을 해야겠다고 봤어요. D2C로 할 수 있는 걸 찾다 보니까 화분 쪽에 브랜드가 없는 거죠.  

최 : 당시까지만 하더라도 화분은 항상 퀵배송을 하거나 용달을 통해서 배달했는데 이걸 택배 배송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싶어서 흙이 없는 화분을 만들었어요. 크라우드펀딩도 꽤 잘 되고 초기에는 잘 됐어요.

홍 : 저희도 추진력은 굉장했죠. 화분 분갈이 할 수 있는 장소가 필요해서 서판교를 돌아다니다가 밖에서 담배 피는 아저씨한테 말 걸고, ‘혹시 비닐하우스를 한 켠만 한 달에 얼마 해서 임대해 줄 수 없을까요?’, 이러면서 맨 처음에 시작하게 됐거든요. 

 

두번째 창업 당시. (제공 : 라포랩스)

 

Q.두 번째 창업도 접게 됐는데, 어떤 이유 때문이었나요?

최 : 저희의 의사결정을 가장 최근부터 사업적으로 되짚어봤어요. 예컨대 제품 패키지 디자인을 이렇게 한 게 아쉬웠을까, 아니면 식물 선정이 잘못됐을까, 아니면 화분 디자인이 문제였을까. 

근데 계속 뒤로 가다 보니까 결국에 ‘우리가 좋은 시장을 선택하지 않았고 좋은 문제를 선택하지 않은 게 가장 잘못된 의사결정이구나’라는 결론이 나오더라고요. 

그렇게 사업을 접으면서 ‘아, 이게 단순히 돈을 버는 건 가능한데 진짜 큰 회사를 만들려면 정말 큰 시장에서 큰 문제를 풀어야 되는구나’, 그때 둘이 엄청 느꼈던 것 같아요.

또, 우리가 잘하는 걸 해야 된다는 것도 배웠어요. 캐스퍼나 와비파크 같은 곳은 브랜드를 만드는 데 뛰어난 사람들이 해낸 건데, 사실 저희는 브랜드에 크게 관심이 없었던 거예요. 오히려 IT 프로덕트를 잘 만드는 것에 관심이 있던 사람들인데 그걸 모르고 빡쎄게 운영해야 하고 브랜딩도 중요한 사업을 했던 거죠. 

홍 : 근데 그 아이템 자체가 실패한 것에 대한 좌절보다는 우리가 어차피 몇십 년 동안 같이 창업이라는 걸 해나갈 텐데 그 중에 두 번째에 왔구나, 약간 이런 감정이었어요. 공동대표라서 같이 동사무소에 폐업하러 갈 때도 감정적으로 힘든 것보다는 어쨌든 우리는 창업을 계속할 거고 언젠가 성공할 거야, 이런 마음가짐이 둘 다 있었던 것 같긴 해요. 

최 : 맞아요. 그냥 두 번째 창업 망했을 때도 “야. 우리가 너무 사업 보는 눈도 없고 실력도 없다. 배워야겠다.” 이렇게 생각해서 둘 다 스타트업을 갔던 거죠. 저는 토*라는 회사를 갔고 주영이는 하이퍼***라는 회사를 갔습니다.

 


 

‘유니콘은 다 그렇구나’ 성장하는 스타트업의 특징

 

Q.왜 여러 스타트업 중에 토*, 하이퍼***였나요?

최 : 완전 초기보다 진짜 로켓이 빠르게 올라가는 성장(그로스) 스테이지의 스타트업에 가보고 싶었어요. 회사가 엄청 빨리 성장할 때 회사가 어떻게 변하지, 그때 제품을 만드는 방식, 인사(HR)나 조직문화 같은 게 어떻게 바뀌고 그 과정에서 회사의 비전은 어떻게 변해갈까, 이런 것들이 너무 궁금했어요.

그래서 스타트업 관련해서 조언을 구하시는 분이 계실 때 그런 말씀을 드려요. ‘지금 바로 하는 것도 좋은데 제가 그때 초기 토*에 들어갔던 것처럼 지금 초기 그로스 스테이지인 팀에 한번 들어가서 온몸으로 경험해보는 게 다음에 사업할 때 진짜 도움이 될 것이다’. 스타트업의 가장 짜릿한 순간이 미친 듯한 성장이거든요. 

홍 : 저는 소프트웨어 프로덕트를 제대로 만드는 경험을 해보고 싶었어요. 당시의 하이퍼***가 글로벌 비즈니스를 하면서 굉장히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보니 경력이 많지 않은 사람들한테도 기회와 책임이 주어질 수 있었던 것 같고요. 프로덕트 팀이 한 7명에서 40~50명까지 늘어나는 성장을 직접 리드하면서 배운 게 엄청 많았던 것 같습니다.

 

당시 홍주영 대표가 담당했던 모바일 라이브 스트리밍 서비스의 이집트 현지 테스트를 위한 출장. (제공 : 라포랩스)

 

Q.이후에 창업을 하시는 데 이 경험들이 어떻게 도움이 됐나요?

최 : 저희가 어렸을 때 창업하면서 가장 크게 했던 착각이 ‘이거 나만 아는 사실이다’. 이게 진짜 큰 착각이었더라고요. 대신에 무언가 안 되고 있다면 그게 왜 안 될까 좀 더 딥하게 살펴보게 됐어요. 그 호기심이 계속 커질 수 있었죠.

좋은 팀원들과 함께 진짜 좋은 제품, 좋은 회사 만들어서 그로스 스테이지로 쫙 성장하고 싶다는 바람도 (전직장을 다니면서) 더 강해졌어요. 초기 토*가 엄청나게 빨리 성장하고 거기서 팀으로서 그걸 이루는 걸 보니까 창업을 하지 않고는 참을 수가 없는 거예요. 나도 너무 하고 싶다!

홍 : 각자 회사에서 어느 정도 성과를 내면서 ‘지금까지 배운 것들을 바탕으로 우리도 좋은 회사를 만들어볼 수 있을 것 같다’는 자신감이 좀 더 생겼어요. 그 덕에 다시 창업을 했던 것 같아요.

최 : 회사 다니면서도 거의 매주 만났어요😀 이번에 잘 안 되더라도 다시 회사 가서 다시 한 2년 있다가 다시 모여서 다시 창업하자! 라포랩스 창업 준비할 때도 그런 얘기를 계속 했어요.

 

Q.그 당시 만나서 구체적으로 어떤 이야기를 했나요?

최 : 진짜 다양한 얘기들을 많이 했는데, 첫 번째는 각자 다니고 있는 회사가 왜 이렇게 잘 될까? 토* 왜 이렇게 잘 되지? 하이퍼*** 기업 문화는 어떻지? 이런 얘기 진짜 많이 했어요. 

그리고 그때 그 회사들이 했던 주요 의사결정이 왜 그렇게 됐고 우리라면 어떻게 할지 많이 의논했어요. 그러면서 사업 아이템 조사를 계속 했던 것 같아요. 미국은 이런 아이템으로 유니콘을 가네, 그다음에 중국은 요즘 이렇네?

세 번째로는 좋은 사람들을 계속 찾으러 다녔어요. 좋은 개발자분도 계셔야 되고 좋은 마케터분들도 계셔야 되고. 주말마다 같이 사람들 만나면서 ‘우리가 지금 비록 지금은 회사를 다니지만 저희가 2년 안에 무조건 창업을 할 거다, 그때 그때 저희랑 또 연락이 된다면 지금 우리의 이게 진심이라는 걸 그때 알아줬으면 좋겠다’고 얘기했어요. 

홍 : 기본적으로 친구니까 만나서 많이 놀면서 회사 문화에 대한 얘기를 되게 많이 했던 것 같아요. 그래서 라포랩스를 만들 때도 우리가 어떤 문화를 만들어야 될지에 대해서 거의 합의가 돼 있던 상태였죠. 

 

라포랩스(퀸잇)의 첫 사무실. (제공 : 라포랩스)

 

Q.4번째 창업은 본격적으로 어떻게 준비하셨나요?

홍 : 초기 팀을 꾸렸어요. 저희랑 같이 일을 하면서 인간적인 신뢰가 이미 쌓여 있는 상태로 합류해주신 분들도 계셨어요. 뭐 다른 것 볼 거 없이 ‘이 팀이면 2년 내에 뭐라도 찾지 않을까, 찾았을 때 되게 빠르게 성장할 수 있지 않을까’ 이런 믿음을 가져주셨던 분들이었어요.

최 : 창업 멤버들을 찾을 때 무조건 했던 질문이 하나 있었어요.

 “2년 동안 월급이 최저임금일 수 있다. 그리고 그 2년 동안 아이템을 못 찾을 확률이 50% 이상이다. 그럼에도 저와 주영이와 창업하고 싶다면 이 팀에 와주셨으면 좋겠다.” 

2년 안에 좋은 아이템을 찾아서 성공한 케이스가 거의 없다고 봐요. 제가 있었던 토*도 8번 망했대요. 그러니까 망하는 건 기정사실이고, 사실 2년도 짧은 기간이고. 그러면 핵심은 ‘그 기간을 굳건한 신뢰로 버틸 수 있는 창업 멤버’에요. 

그래서 저 질문을 만나는 사람마다 드렸고 OK 하신 분들이 초기 멤버가 됐어요. 실제로 초기에 이 아이템을 찾기까지 몇 개월이 걸렸는데, 그동안만은 월급이 최저임금이었어요. 맨날 김밥 천국 가면서 MVP를 찾을 때까지 버텼죠.

 

Q.빡세게 성장하는 만큼 보상도 필요해 보이네요.

홍 : 스톡옵션*을 굉장히 공격적으로 사용하고 있어요. 연봉 인상을 통해서는 스타트업이 누리고 있는 굉장히 빠른 성장의 경제적 이득을 다 흡수할 수 없기 때문에 결국 스톡옵션이 회사의 성장이 개인의 보상으로 이어질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수단이라고 생각합니다.

최 : 저희 같은 경우에는 이 부분을 위해서 구성원들한테 스톡옵션 세션을 열어요. ‘이걸 어떻게 파냐?’ 이런 질문을 받을 때마다 비상장 마켓이 되게 잘 돼 있고 실제로 거래가 일어난다, 이런 얘기를 다 설명드려요.

생각해 보면 예전에 스타트업 다녔을 때 아무도 이런 설명을 해 주는 사람이 없었어요. 그래서 라포랩스 오시는 분들께 스톡옵션 설명해드리는 이 세션을 보여드려요. 이거 꼭 보고, 유튜브 링크도 다 보내드릴 테니까 꼭 공부를 하고 나서 선택해야 된다고 말씀드리죠.

 

Q.당장 이 스톡옵션이 가치 있는지 판단하기 어렵지 않을까요?

홍 : 앞으로 라포랩스에 이런 계획들이 있고, 목표는 이렇고, 우리가 보는 기업 가치는 어떠하고, 이런 얘기를 되게 솔직하게 하는 편이에요. 

입사하시면 저희가 IR* 자료를 보여드리고요. 이 회사가 향후에 몇 배가 될 거고, 우리가 보는 시장이 얼마나 큰 시장이고, 이런 숫자들을 보여드리면서 설득해요.

(민감한 숫자들은 좀 빼더라도) 입사자가 본인의 인생을 왜 라포랩스에 투자해야 되는지 볼 수 있어야 하잖아요. 투자자와 같은 권리로 우리 회사가 투자자들한테 지금 어떻게 설명되고 있는지 보고, 어떻게 보면 투자 의사 결정을 하는 거죠. 

최 : 저랑 주영이가 스톡옵션을 보는 관점이 그래요. 구성원들이 직장생활을 했을 때보다 좀 더 많은 경제적 이득을 가져가셨으면 좋겠어요. 당연히 이걸로 몇 천억원을 벌 순 없죠. 그렇지만 기왕 직장생활 하시는 거 더 많은 리턴을 받아 가셨으면 좋겠어요.

심지어 저는 스톡옵션을 받은 다음에 회사를 떠나도 괜찮다고 생각해요. 그러면 그분들이 주변에 이런 얘기를 듣겠죠. ‘너 요즘 좀 좋아 보인다?’ 그랬을 때 내가 라포랩스에서 스톡옵션을 받았어~ 이게 소문이 나면 인재들이 라포랩스와 일하고 싶어질 것 같아요.

홍 : (스톡옵션으로) 한 직원이 오랜 기간 동기부여 돼서, 회사를 금방 떠나지 않고 오래 회사와 함께 하는 게 회사 입장에서도 굉장한 이득이에요. 시간이 지남에 따라서 회사가 성장하는 걸 같이 누릴 수 있어야 하고요. 그런 방편으로도 스톡옵션이 좋은 수단 같습니다.

 


 

폭풍성장 하는 스타트업, 조직문화는 어떨까

 

Q.스톡옵션 외에도 조직 차원에서 신경쓰신 부분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최 : 회사가 성장하면서 사업 쪽으로 가장 신경 썼던 건 채용이에요. 회사가 20명이 채 안 될 때 리크루터를 제일 먼저 채용했어요. 채용이 회사 성장의 가장 큰 핵심이라고 판단했거든요. 그 결정이 지금 저희가 생각해도 엄청 잘한 결정이라고 봐요.

홍 : 일단 제품팀과 사업팀이 각각 리크루터 한 분씩 채용했어요. 초기 스타트업의 경우, 다른 이름 있는 기업에 비해서 우리가 어떤 걸 줄 수 있는지 그리고 우리 회사에 오는 경험이 왜 당신 인생에서 중요한 경험이 될 건지 굉장히 자세하게 설명하지 않으면 그 사람들을 설득하기가 굉장히 어렵거든요.

하지만 스타트업 대표들은 채용에만 100% 시간을 쓸 수는 없어요. 제품도 만들어야 되고 마케팅도 해야 되죠.

이때 채용에 훨씬 더 동기화 돼서 같이 하실 수 있는 분들의 존재가 초기에 인재를 모시는 데 엄청 큰 도움이 됐던 것 같아요. 회사의 비전, 조직문화에 진정으로 공감하는 리크루터를 제일 먼저 채용하는 게 달리는 말을 더 빠르게 달릴 수 있게 하는 효과가 있었던 셈이죠.

 

Q.블리츠스케일링을 강조하셨는데, 조직이 그에 맞춰 어떻게 일했나요?

홍 : 초반에 10명도 채 안 되는 팀이었을 때는 커머스 플랫폼이 잘 운영되려면 이런 기준이 중요하다고 정해둔 게 있었어요. 전환이든 리텐션이든 그로스든. 그 기준 하나하나에 대해서 이번 주에는 이걸 하고 다음 주에는 저걸 하는 식으로 빠르게 움직일 수 있었죠. 

지금은 제품팀이 40명이 넘어가요. 그래서 각각의 목표를 위해 집중하는 스쿼드(Squad)*가 존재합니다. PO(Product Owner)나 프론트엔드 및 백엔드 엔지니어 분들, 디자이너 분들로 구성된 ‘목적 조직’이에요. 각 스쿼드에서 그 목표만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 집중하면 되는 형태로 조직이 많이 안정화가 됐어요.

 

9개월간 달라진 퀸잇 서비스 비교. (제공 : 라포랩스)

 

최 : 예를 들어 사업팀은 계속 일을 벌려요. 라이브도 하고 싶으니까 라이브 넣어달라, 새로운 기능 적립금도 만들어달라, 새로운 이벤트도 해달라. 이때 사람이 먼저 다 합니다. 

일단 앱 내에서 프로토타이핑 내보면서 라이브 방송을 그냥 한 달 만에 해버리는 식으로 실제로 몸으로 먼저 부딪쳐봐요. 그리고 잘 되면 그 기능 더 만들어달라고 요청하는 식이죠. 일단 사람 손으로 먼저 하고, 그 중에 잘 되면 ‘이거 봤지?! 이거 잘 돼! 이제 정식으로 개발하자!’ 이런 식으로 계속 블리츠스케일링을 해나가는 것 같아요. 

홍 : 주기적으로 사업 담당 팀과 유관 스쿼드가 싱크를 맞춰요. 예를 들면 CRM*팀은 리텐션 스쿼드랑 주기적으로 미팅을 하고요. 주기적으로 싱크를 맞춰서 호흡이 잘 맞아가고 있는 듯해요. 그 사이에 저희가 관여하는 부분은 거의 없고 해당 실무자와 스쿼드가 협업한다고 보시면 됩니다.

 

Q.라포랩스의 인재상이 무엇인지도 궁금해요.

최 : 라포랩스가 컬쳐를 구성하면서 주영이랑 저랑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키워드는 딱 하나였어요. ‘동기부여’. 우리 구성원들이 일하고 싶게 만드는 게 제일 중요해요. 

그렇다면 동기부여가 자연스럽게 이뤄지는 문화는 어떻게 만들어질까? 4가지 핵심가치를 키워드로 잡았어요.

1.팀 플레이어(Team Player)
2.겉과 속이 같은 진정성(Integrity), 
3.우선순위 정하기(Focus on impact)
4.민첩하게 행동하여 나아가기(Act and deliver results).

 

Q.조직문화를 중요하게 보시는 듯합니다.

최 : ‘우리 이것만 잘하면 고객들을 이만큼 모을 수 있어. 우리가 투자를 받아야 하니까 조금만 더 열심히 해보자!’ 이게 20명일 때는 대표가 다 동기부여할 수 있지만, 팀 규모가 그걸 넘어가면 대표가 모두에게 동기부여를 해드릴 수 없어요. 그럴 때 조직문화가 정말 필요해져요.

 

라포랩스(퀸잇) 사내 행사. (제공 : 라포랩스)

 

Q.동기부여 하는 조직문화를 만들기 위해 구체적으로 어떤 시도를 하나요?

최 : 스스로 동기부여 되는 사람들은 스스로 일하는데, 이 사람들은 일을 너무 좋아해서 자제가 잘 안 돼요. 그래서 실제로 번아웃이 옵니다. 

라포랩스가 2년쯤 될 때는 아마 거의 다 번아웃이 올 거다, 그러면 우리가 함께 일하고 싶은 동료와 더 이상 일할 수 없게 된다, 그러니 선제적으로 이걸 해소할 수 있는 제도가 필요하다 봤어요. 그래서 저희가 겨울방학과 여름방학 제도를 도입했죠. 약 10일씩 쉬는 기간을 둡니다.

홍 : 리더리뷰도 해요. 실제로 팀원들이 준 피드백들에 대해서 전부 다 모인 자리에서 하나하나 빼놓지 않고 다 코멘트를 하는 제도에요. 리더가 담당하는 팀원들한테 전부 다 피드백을 받는 시간을 분기마다 주기적으로 만들었죠. 

어떻게 시스템적으로 리더들이 팔로워들의 마음을 얻고 있는지 확인할 수 있을까, 그리고 어떻게 하면 리더들이 더 성장하도록 도울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나온 것이에요. ‘라포랩스에서 리더십은 그냥 주어지는 게 아니라 얻어내야 된다’는 이야기를 되게 많이 하거든요. 

 

Q.두 분도 리더리뷰를 받나요?

최 : 저희도 당연히 받아요. 저도 한 10명의 리더분들께 3개월마다 리더리뷰를 받는데 분량이 거의 30페이지 정도 됩니다. 

그걸 정독 하는데 대부분 안 좋은 얘기예요😂 예컨대 말할 때 웃어달라! 이런 피드백이 있어서 3개월간 그렇게 하면 다음 번 리뷰 때는 ‘눈도 웃어달라!’, 이런 내용도 있었어요😂

이 리더 리뷰가 주는 힘은 어떤 거냐면, 팀원이 리더한테 ‘나는 이런 부분을 개선하면 당신과 더 잘 일할 수 있을 것 같아요’라고 말하는 거잖아요. 리더가 ‘앞으로는 이렇게 바꿀게요’ 답하고 3개월 동안 진짜로 바뀐다? 그러면 그 팀원과 리더 사이에는 강력한 신뢰가 생깁니다. ‘소통이 되는구나’ ‘나를 동기부여 하기 위해 리더가 정말 본인을 바꾸면서까지 노력을 하는구나’ 느끼죠.

 

라포랩스(퀸잇)의 리더리뷰 공유 세션 (제공 : 라포랩스)

 

Q.리뷰 과정에서 기분이 상할 수도 있을 듯한데요.

홍 : 저희가 추구하는 핵심 가치 중 팀플레이어에 심리적 안전감이라는 단어가 붙어있어요. 논쟁을 할 때 그 말이 전달되는 톤앤매너, 애티튜드도 중요하다고 생각을 하거든요. ‘감정이 상하는 건 프로가 아니다’라고 보는 곳들도 있지만, 저희는 그보다 훨씬 더 회사가 따뜻해질 수 있다고 생각해요. 

함께 일하고 싶은 사람은 일만 잘해서도 안 되고 그렇다고 따뜻하고 재미만 있어서도 안 돼요. 일도 잘해야 되는데 따뜻해야 되거든요. 따뜻함이란 내가 실수하면 주변 사람한테 “이거 다 제가 잘못했습니다”라고 말하는 거고, 다른 사람 실수하면 “괜찮아요. 우리 같이 그거 고쳐보죠” 이런 사람.

그래서 다른 사람들한테 코멘트를 줄 때 그 사람의 심리적 안전감을 해치지 않는지 한 번 더 살펴보고 이야기를 해야 된다고 강조하는 편입니다.

최 : (스타트업에서) 구성원들의 성장을 위해서는 실패할 자유가 필요하거든요. 제 조카가 처음 걸음마를 했을 때 완벽하게 걷지 못한다고 못 걷게 하진 않았어요. 우선은 넘어져봐야 되니까 걷도록 하죠. 라포랩스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물론 그러면서 실제로도 안전하기 위해 저는 마음 속으로 ‘이게 실패했을 때 얼마의 돈이 날아갈까, 그 돈이 날아가도 괜찮을 정도로 통장 잔고가 있나’ 미리 체크해두지만요🤣

 

Q.심리적 안전감, 실패할 자유가 스타트업 입장에서는 부담이 되진 않을까요?

최 : 오히려  스타트업의 본질과 연관돼 있다고 봐요. 만약에 우리가 대기업이면 이미 사업 모델이 구성돼 있어요. 그러니 핵심은 실수하지 않는 거예요. 근데 스타트업은 (사업 모델을 만드는 것부터 시작하니) 실수할 수밖에 없어요. 어차피 실수할 수밖에 없으니까 빨리 해야 돼요.

이럴 때 핵심은 ‘실수를 했을 때 얼마나 많이 빠르게 회복하느냐’거든요. 그러면 결국 실패해도 괜찮아, 네가 틀려도 괜찮아, 그런 안전감이 조직에 많이 형성돼 있어야 스타트업의 핵심인 실패했을 때 빠르게 회복하는 힘이 생겨요. 그래서 저희가 문화를 기획할 때 심리적 안전감을 중심에 뒀던 것이에요.

홍 : “따뜻했으면 좋겠다”는 게 그냥 도덕적으로 옳아서가 아니라 회사의 성장에 더 도움이 될 것이라는 기조가 있어요. 

예를 들면, 어떤 논쟁을 할 때 한 명이 감정적으로 반응하면 그 논의의 정확도가 아니라 누가 맞느냐에 훨씬 더 집중하게 되는 것 같아요. 감정 싸움이 되니까. 근데 따뜻함이 있다면 서로 흥분하지 않고 훨씬 더 팩트에 집중하고. 자존심을 내려놓고 이야기를 나눌 수 있거든요. 그게 성장에도 많이 영향을 미치는 것 같습니다.

최 : 저랑 주영이도 계속계속 노력하는 부분이에요. 

홍 : 그치그치.

최 : 괜히 악플 달릴까 봐…😂 막 너네 안 따뜻한데! (일동 웃음)

 

(출처 : eo스튜디오)

 

Q.심리적 안전감을 위해 따로 신경 쓰는 부분이 또 있다면?

최 : 조직문화를 위해 중요하게 보는 숫자가 몇 개 있는데, 그중 하나가 ‘전체 구성원들 중에 수습 기간인 구성원의 비율을 10에서 15% 이내로 유지하는 것’입니다. 

왜냐하면 기본적으로 사람이 수습 기간일 때는 심리적 안전감이 매우 떨어지거든요. 그런 상황인 동료들이 많을수록 조직 전체의 심리적 안전감이 떨어지기 때문에 저희가 그 숫자를 중요하게 관리하는 편이에요.

이렇게 하면 사람을 신중하게 뽑게 돼요. 예전에는 팀이 20~30명이니까 10%면 한 달에 두 명밖에 못 뽑는 거예요. 지금도 100명 규모니까 (수습기간까지 고려하면) 진짜 많이 뽑아도 10분 밖에 못 모시는 거죠. 어차피 뽑을 수 있는 규모가 적어지니까 한 분 한 분 핏이 더 맞는 사람으로 뽑는 것 같아요

 

Q.일이 많은 실무진 입장에선 사람을 더 뽑아달라고 하지 않을까요?

홍 : 일이 많으면 사람을 채용하면 해결이 될 것 같지만, (입사자의 수가 조직이 케어할 수 있는 케파(Capacity) 이상이라면) 실제로는 더 느려지는 경우가 많아요. 오히려 조직이 가라앉을 수도 있고요. 그래서 신중하게 채용하는 게 훨씬 더 일을 빠르게 만드는 길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최 : 일이 많은데 사람을 천천히 뽑는다는 것에 대해 구성원들을 충분히 설득하고 공감대를 형성하려고 해요. 지금 힘든 거 충분히 이해해야 한다, 그렇지만 사람을 천천히 뽑자, 대신 우리가 신규 유저를 안 받겠다고 설명드리는거죠.

 

Q.와, 신규 유저를 안 받으셨군요.

서비스 출시  후 3개월, 그 다음에 8개월 후. 두 번쯤 한 달간 신규 유저를 막다시피 했던 적이 있어요. 신규 가입을 닫거나 홍보를 안 하거나. 앞서 말씀드린 과정을 통해 이런 의사결정이 자연스럽게 함께 돌아갔어요. (사용자 경험과 함께) 조직문화를 지키기 위해서 신규 유저를 안 받았던 거예요.

 

라포랩스(퀸잇) 최희민, 홍주용 공동대표. 인터뷰 내내 웃음이 끊이지 않았던 현장. (출처 : eo스튜디오)

 

라포랩스(퀸잇)의 블리츠스케일링, 이제 시작입니다. 

 

Q.앞으로 라포랩스, 퀸잇의 전망이 어떠할지 듣고 싶습니다.

최 : 저희가 봤을 때는 라포랩스는 이제 막 블리치스케일링 초입에 있는 것 같아요. 왜냐하면 퀸잇 누적 다운로드수가 이제 300만인데, 저희가 생각한 X세대 규모가 약 1300만명이거든요. 그러니까 아직도 거의 3~4배 가량 유저가 남아 있어요.

(이들을 사로잡으려면) 유저들 취향에 맞는 옷을 더 많이 가져와야 해요. 아직 저희가 앱에서 선보이지 못했던 유저 취향들이 많거든요. 

취향을 맞는 옷들은 더 많이 소싱해오고 유저별로 그걸 다르게 보여주고, 합리적인 가격으로 보여드리고 싶어요. 마지막으로는 그걸 보고 구매하는 앱에서의 일련의 과정을 되게 심리스*하게, 편리하게 개선하고 있습니다.

홍 : 라포랩스라는 회사는 결국에는 X세대의 라이프스타일 전반이 모바일에서 훨씬 더 좋아져야 된다고 생각해요. 패션은 어떻게 보면 X세대의 라이프스타일의 일부분이고요. 

향후에는 패션을 넘어서서 다른 버티컬 분야에서 신규 제품을 론칭할 수도 있겠죠. 저희가 할 수 있는 것들에 대해서 점점 알아가는 단계인 듯합니다. 최종적으로는 X세대 고객을 총체적으로 만족시켜드릴 수 있는 모바일 회사가 되고자 합니다.

 

Q.라포랩스는 어떤 조직이 되고 싶나요?

최 : 처음에는 1조 회사, 유니콘 해보고 싶다는 마음이 너무너무 강했는데, 지금은 우리가 좋아하는 사람들이 행복하게 일하는 공간을 만들고 싶다, 이 생각이 진짜 강해졌어요. 이걸 위해 가장 중요한 게 좋은 조직문화를 만드는 것이라 보고 있고요.

홍 : 회사의 성과를 내는 건 구성원이에요. 구성원들이 동기부여 될 수 있는 회사, 스케일업 할 수 있는 문화를 가진 회사라면 당연히 좋은 성과를 내겠죠.

최 : 옛날에 창업했을 때는 팀이 많아야 15명이었거든요. 그때는 생존 그 자체가 제일 중요했어요. 근데 지금은 100명 규모에요. 요즘은 사람에 대해 이해를 고민해요. 사람은 어떤 니즈로 움직이는가? 어떤 욕구와 욕망이 사람들로 하여금 움직이게 만드는가? 

그걸 빨리 캐치해서 강화하는 방향으로 가고 싶어요. 동료가 중요한지, 전문가가 되고 싶은지, 자율성이 필요한지 등등 팀원이 어떤 니즈로 움직이는지 매주 진행하는 원온원 미팅에서 빠르게 캐치하려 해요. 저랑 주영이가 맨날 하는 얘기에요. 지금 저희가 가지고 있는 가장 큰 고민이자 배우고 싶은 역량이에요.

 

Q.개인적으로 두 분은 어떤 창업가로 살고 싶으신가요?

홍 : 그냥 길거리에서 저희 서비스를 사용하는 모습을 보는 게 진짜 큰 행복이에요. 그 순간의 희열 때문에 창업을 못 그만두는 것 같아요.

최 : 지하철에서 옆에 앉으신 분이 퀸잇을 쓰는 모습을 봤는데… 진짜 기가 막힙니다!!🤣 너무 말하고 싶어요~ 저희 팀이 이거 만들고 있어요!😂 서비스 리뷰 달리는 것도 너무 좋아요. 너무 즐거워요. 진짜. 그 감동 때문에 사업을 계속하는 것 같아요. 

그래서 요즘은 에너지 레벨이 계속 높았으면 좋겠어요. 제가 리더잖아요. 리더가 에너지 레벨이 떨어지면 조직 전체의 에너지 레벨이 떨어지는 게 느껴져요. 가령 제가 컨디션이 안 좋거나 아프면 조직 전체가 다운될 때가 있어요. 그게 제일 우려하는 것이에요. 

그러니 이 높은 에너지 레벨을 계속 유지하기 위해서 운동도 열심히 하고 새로운 사람들도 계속 만나요. 새로운 취미 활동으로 인생의 즐거움을 찾고. 이런 게 중요하더라고요. 계속 일만 하는 게 안 좋다는 걸 깨달았어요.

홍 : 좀 더 큰 그림에서 생각해보면 라포랩스는 지금 X세대의 행복을 한 명이라도 더 증진시켜드릴 수 있는 방향으로 일을 하고 있다고 봐요. 그렇게 하고 있다면 충분히 인생에서 의미 있는 일을 하고 있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 본 아티클은 2022년 4월 공개된 <성공에 가까워졌다면 그 사실을 모를 수 없는 이유>의 내용을 바탕에 두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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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글   ·   약 2달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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