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망한 스타트업 경력도 경력으로 쳐주는 편이다.
이는 인터뷰를 Contextual하게 진행하는 문화라서도 그럴듯. 반면, 한국은 취업시장과 사회 기대치가 좁아서 그런지, 남들이 알 만한 회사가 못 된 우리의 시도들을 커리어 공백으로 치부한다. 좀더 들어가, 우리도 알다시피 이 "공백"이 점점 더 무서워지는건 사람대 사람으로 쇼부(?) 볼수 있는 인터뷰에 들어가기 전부터 서류에서 베리어로 작용한다는 점을 어느정도 다들 알기 때문이리라.
만나서 설명하면 충분히 뒤집을수 있는 사람인데도 만날 기회 자체가 안 생기는 경우가 안타깝지만 꽤 잦다.
요즘 정부가 모두의 창업에서 도전자 경력증명서를 발급해주기 시작한 이유도 여기에 있지 싶다.
이 업이 당신한테 맞는지 고민하고 있는가.
이거 한국 기준, 심각한 고민이다.
아래 다섯 개는 딱 그 시점에 스스로를 살펴볼수 있는 리스트.
1️⃣ 명함 없이 나를 설명할 때 방어적으로 말하게 되는가.
대기업 명함은 설명을 대신해준다. 스타트업은 매번 내가 PR 해야 한다.
명절, 결혼식, 동창회에서 회사 이름을 말했는데 상대가 모를 때 나오는 다음 문장이 당신의 시험지.
"아 거기 투자도 받았고요", "곧 시리즈 A 하는데" 같은 보강이 자동으로 붙으면, 아직 내 선택으로 소화가 안 된 상태일수 있다.
소화된 사람은 짧게 끝낸다. 면접장에서도 똑같다.
"그 회사 뭐 하는 데였어요?"에 또 보강이 붙으면 30분 면접에서 회사 설명에 10분을 쓰고, 정작 내가 뭘 했는지 말할 시간이 없어짐.
답을 드리면, 여기선 본인이 왜 들어갔는지를, 눈 하나 깜빡하지 않고, 정확하게 말할수 있어야 한다.
2️⃣ 야근을 하면 죽는 소리가 먼저 나온다.
야근의 양이 아니라 야근을 다루는 방식 얘기를 해보자.
독자여, 스타트업은 다들 어느 정도 태우고 있어서 늦게까지 한게 뉴스가 안 되는 곳이다.
"어제 세시에 갔어요"가 은근슬쩍, 자꾸 나온다면 스스로 의심해보자. 이건, (남들 다하는 중인데) 웬 뜬금없는 인정 요청이다. 큰 조직에선 물론 야근이란건 엄청난 희생이요, 성실함의 꽃, 어쩌면 우리끼린 호구 잡히는 불필요한 일이겠지만, 이 동네는 그런거 없다.
이런 태도에서의 야근은 심지어 ROI도 매우 낮다.
찐은 야근을 해도 덜 지친다. 뭘 위해 태웠는지 알면 회수 시점이 보이니까.
내가 하는 일이 회사가 이기는 방식과 어떻게 이어지는지 모르면, 야근은 계속 억울한 일.
3️⃣ “XX님이 정해주세요”에 숨막히는가.
모호함에 대한 내성은 이 업의 입장 티켓이다.
라고 벽에 써붙이자.
큰 조직은 누군가 다 정해준다. 아니 편의점 알바만 해도 그렇다. 세상의 거의 모든 일들은 정해진 걸 잘 하는, 잘 지키는, 성실하게만 하는 사람이 인정받게 설계된 구조다.
스타트업은 정-말 반대다. 너무 반대다.
심지어 지금 넷플릭스나 구글도 아직 스타트업 처럼 일한다.
어떤 업무에 대해 물어보는 사람에게 권한이 생긴다.
그 권한의 업사이드로 커리어를 스스로 만드는 곳이다.
여기는 수영장이 아니다. 야생이고 바다다.
그러니 물어볼때마다 권한이 생기는게 두려우면,
그래서 질문하기가 두려워 진다면 기울어지고 있는 중인거다.
질문하고 틀려도, 빨리 일어나 실행하자. 진화시키자.
4️⃣ 급여가 세 달 밀리는 장면이 상상이 안 된다.
이 부분은 좀더 현실적인 부분인데, 나는 진정한 의미에서 스타트업은 어쩌면 생존하기에 바쁜 사람에겐 적합하지 않다고 본다.
월 400만원이 무조건 나가야 하는 사람이면 세 달이 1,200만원이다.
스타트업은 3개월에 1200만원을 버는게 정해진게 아니다. 문제는 그만큼의 여유가 없는 상태인 사람이 이 업에 있으면 판단이 계속 생존 쪽으로 끌려가기 때문에 평생 업사이드를 봐야하는 스타트업의 성질과 엇나간다는 점이다. 나가야 할 때 못 나가고, 따져야 할 때 못 따지게 된다.
스타트업을 조인하려 고민했다면, 이 큰 베팅 게임에 개인 런웨이부터 세어봐야 할수도.
5️⃣ 대박을 빼고 보면 남는게 없다.
제일 중요한 항목이라고 본다.
이 회사가 3년 뒤에도 지금 규모 그대로라고 가정해보자. 그때 남는게 뭔지 적어보면 어떨까. 다룬 문제, 만난 고객, 직접 판 경험, 붙은 평판. 세 줄 이상 나오면 맞는 자리다.
그런데 적을게 '그때쯤이면 잘 되겠죠'뿐이라면? 내 커리어가 회사 운에 얹혀 있다는 뜻이다. 회사가 잘 되는건 내가 통제하는 변수가 아닌거다.
더 파보면, 3년 뒤 나를 뽑을 사람을 세 갈래로 적어보면 된다. 지금 회사가 커져서 올려주거나, 다른 회사가 데려가거나, 내가 직접 창업하거나. 셋 중 최소 하나는 지금 하는 일로 열리고 있어야 한다.
셋 다 '잘 되면'에 걸려 있으면 경로가 하나뿐인 셈이다. 게다가 시간이 갈수록 나가기가 더 어려워진다.
2년차보다 3년차가 더 못 나가는데, 실력이 늘어서가 아니라 '여기까지 왔는데'가 생겨서 아닌가?
결론.
위 다섯 개가 하나도 안 걸리는 분들도 있다. 모호함이 오히려 시원하고, 대박을 빼도 남는게 있고, 잔고도 준비된 경우. 그런 분들은 몇 년 안에 질문의 다음 버전으로 넘어가게 됨.
"그럼 내가 직접 하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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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은 Sumiyoshi, Fukuok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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