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이 열광하던 포인트를 그대로 옮겨야 합니다
아래 글은 2026년 09월 09일에 발행된 뉴스레터에 실린 글입니다.
전체 뉴스레터를 보시려면 옆의 링크를 클릭하시면 됩니다. [뉴스레터 보러 가기]
아티클 3문장 요약
1. 프랑스에서 사랑받던 피카드는 1천여 종의 냉동식품을 갖춘 전문 매장이 강점이었지만, 일본에서는 이를 350종 규모의 소형 매장으로 줄이면서 굳이 찾아가야 할 이유를 충분히 만들지 못했습니다.
2. 이는 오프라인 진출을 준비 중인 컬리와 오늘의집에도 중요한 시사점을 주는데, 채널이 달라지더라도 고객이 온라인에서 좋아했던 전문성과 큐레이션의 매력은 잃지 않아야 하기 때문이죠.
3. 결국 컬리와 오늘의집의 오프라인 진출이 성공하려면 첫 매장을 멋지게 만드는 데 그치지 않고, 본연의 강점을 살리면서도 반복 방문과 지속적인 확장이 가능한 매장 포맷을 만들어야 할 겁니다.
프랑스 국민 브랜드, 일본에선 안 통한 건
지난달 도쿄 여행 중 반가운 이름을 발견했습니다. 프랑스에서 가장 사랑받는 브랜드 중 하나인 피카드의 오프라인 매장이었죠. 피카드는 자체 냉동식품 브랜드 하나만으로 채운 전문 매장을 무려 1천여 개나 운영하는 대단한 기업인데요. 동시에 프랑스 내 기업 선호도 1위를 여러 차례 차지했을 정도로 사랑받는 브랜드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알고 보니 무려 10년 전인 2016년에 첫 매장을 열었을 만큼 일본에는 일찌감치 진출했더라고요.
반가운 마음에 찾아보니, 왜 그동안 몰랐는지 이유를 알 수 있었습니다. 진출 초기에는 불과 4년 만에 매장을 15개까지 늘렸지만, 이후 확장은 멈췄고요. 2024년 이후에는 오히려 매장 수가 줄어 11개 안팎을 유지하고 있었습니다. 일본 시장에 제대로 안착하는 데 실패한 겁니다.
프랑스에선 잘 통했던 모델이 일본에서 힘을 쓰지 못한 건, 자신들의 가장 강한 차별점을 충분히 살리지 못했다는 점이었습니다. 프랑스 현지에서 피카드를 보며 가장 감탄했던 건 1천여 종에 이르는 다양한 냉동식품으로 꽉 찬 매장이었습니다. 우리로 치면 GS더프레시 같은 슈퍼마켓 하나를 온전히 자체 냉동식품으로 채운 셈이었죠. 덕분에 피카드에서는 웬만한 장보기가 가능할 정도였고요.
그런데 일본에서는 이를 350종 규모의 소형 매장으로 축소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장을 보기에는 당연히 한계가 있었고요. 그렇다고 프랑스식 냉동식품 몇 개를 사기 위해 고객들이 굳이 매장을 찾게 만들기도 어려웠습니다. 결국 피카드 매장은 겨우 현상 유지하는 수준에 머물고 만 거죠.
물론 피카드가 일본에서 완전히 실패한 건 아닙니다. 온라인 채널과 현지 유통점 내 숍인숍 입점에 집중하는 쪽으로 전략을 바꿔 여전히 시장을 공략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얻은 경험을 바탕으로 한국 시장에 진출할 때는 직접 매장을 여는 대신 컬리 입점을 택한 것으로 보이고요. 다만 아쉬운 건 피카드만이 가진 가장 큰 매력이었던 자체 브랜드 전문 매장의 힘을 충분히 살리지 못했다는 점입니다. 그리고 이를 보면서 자연스레 오프라인 진출을 꿈꾸고 있는 컬리와 오늘의집이 떠올랐습니다.
채널은 달라져도 강점은 잃지 말아야
일본 피카드의 사례는 온라인에서 오프라인으로 확장을 꾀하는 브랜드들에게 좋은 시사점을 줍니다. 특히 서울 강남권에 매장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진 컬리와, 분당에서 첫 대형 매장을 준비 중이라는 오늘의집은 이를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들의 가장 큰 강점 역시 피카드와 비슷하기 때문이죠.
컬리와 오늘의집은 각각 장보기와 리빙 분야에서 전문성을 가진 플랫폼입니다. 동시에 큐레이션을 중요한 차별점으로 내세우고 있기도 하죠. 따라서 고객들이 이들에게 기대하는 건 소수의 인기 상품을 오프라인에서 직접 보고 구매하는 경험만은 아닐 겁니다. 다양한 상품을 둘러보며 새로운 것을 발견하는 즐거움에 더 가까울 거예요.
그렇기에 이들은 효율만 생각해 매장을 지나치게 압축해서는 안 됩니다. 사실 피카드가 일본 진출 당시 상품 수를 줄인 데도 나름의 계산은 있었을 겁니다. 매장을 크게 열고 상품을 다양하게 가져갈수록 투자비와 운영 부담이 커지기 때문이죠. 하지만 그렇다고 효율을 따지느라 자신들의 색깔까지 잃어버려서는 안 됩니다. 아무리 비용을 줄여도 결국 고객이 찾지 않는 매장이 된다면 실패이기 때문입니다. 이는 피카드의 확장이 멈춘 이유이기도 하고요.
그런 면에서 컬리는 우려되는 지점이 일부 있고, 오늘의집은 상대적으로 방향성을 잘 잡은 것으로 보입니다. 먼저 컬리의 매장은 기존 식료품 매장과 달리 일부 상품을 선별해 보여주고, 구매는 온라인으로 연결하는 체험형 공간에 가까울 것이라고 업계에서는 추정하고 있습니다. 후보지로 알려진 강남역 카카오프렌즈 매장 건물은 210평 정도로 결코 작지 않지만, 컬리를 충분히 보여주기에는 넉넉한 규모라고 보기도 어렵거든요.
만약 그렇다면 확실히 찾아올 이유를 만들어줘야 합니다. 특정 카테고리나 상품군에 집중해, 온라인에서는 느끼기 어려운 경험을 주는 식으로 말이죠. 제한된 공간 안에서도 컬리에서만 느낄 수 있었던 좋은 큐레이션의 밀도를 얼마나 성공적으로 구현하느냐가 첫 상설 매장의 성패를 가를 겁니다.
반면 오늘의집은 아예 4,300평 규모의 대형 매장을 임차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적어도 공간의 한계 때문에 보는 재미를 걱정할 수준은 아닌 셈이죠. 애초에 이를 염두에 두고, 원래 홈플러스 매장으로 쓰이던 공간을 후보지로 삼은 것으로 보이기도 합니다.
다만 오늘의집이 다루는 리빙 카테고리의 경우, 가구나 조명처럼 부피가 큰 상품이 많습니다. 따라서 이 정도 규모로도 모든 강점을 구현하기에는 한계가 있을 수 있습니다. 결국 이케아의 도심형 매장 사례처럼, 규모와 경험 사이의 균형을 어떻게 맞출지가 중요해질 겁니다.
이후 확장까지 반드시 고려해야 합니다
여기까지만 봐도 오프라인 진출은 정말 쉽지 않아 보입니다. 하지만 처음부터 반드시 고려해야 할 요소가 하나 더 있습니다. 바로 지속적인 확장 가능성까지 염두에 두고 설계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흔히 플래그십 스토어라 불리는 브랜드의 핵심 매장은 멋지게 만드는 것에만 집중해도 괜찮습니다. 하지만 한 번쯤 구경 가볼 만한 매장과, 주기적으로 들르며 뭐라도 사게 되는 매장은 성격이 완전히 다릅니다. 오프라인 진출을 장기적으로 돈을 버는 ‘진짜 비즈니스’로 만들려면, 후자에 맞게 매장 수를 계속 늘릴 수 있는 형태까지 고민해야 하고요.
이때 참고할 만한 것이 대형마트나 편의점의 혁신 매장들입니다. 이들은 고객 경험을 개선하기 위해 새로운 포맷을 꾸준히 선보여왔습니다. 하지만 그중 성공적으로 확장된 모델은 많지 않습니다. 지나치게 특정 상권에 맞춰 설계됐거나, 비슷한 조건의 입지를 반복해서 찾기 어려웠던 경우가 많았기 때문입니다. 성수나 명동에서만 운영될 수 있는 매장이 우리 동네에 생기기는 확실히 어렵죠.
그래도 다행인 건 컬리와 오늘의집이 이미 오프컬리와 오늘의집 북촌을 통해 브랜딩 목적의 오프라인 공간을 운영하며 꽤 많은 경험을 쌓아왔다는 점입니다. 그래서 이제 필요한 건 이를 바탕으로 무엇을 버리고, 무엇은 반드시 챙겨갈지 정리하는 일입니다. 멋지고 화제성만 챙겨도 되는 매장과 달리, 돈을 버는 매장에는 선택과 집중이 필요한 순간이 반드시 찾아오니까요.
이처럼 좋은 오프라인 진출은 온라인에서 사랑받던 강점을 제대로 옮기는 데서 시작해, 그 경험을 반복해서 확장할 수 있는 매장 포맷으로 만드는 데서 완성됩니다. 아직 베일에 싸여 있는 이들의 상설 매장이 본연의 매력을 살리면서도 지속적으로 늘려갈 수 있는 형태까지 갖출 수 있을지 벌써부터 궁금합니다. 실제로 문을 열게 된다면 한 번쯤 방문해 보시고요. 내가 좋아하던 온라인의 매력은 그대로 살아 있는지, 계속 방문할 가치가 있는 곳인지, 나아가 우리 동네에도 하나쯤 생길 만한 곳인지 따져보는 것도 흥미로운 일이 될 것 같습니다.
트렌드라이트는 국내 최대 규모의 커머스 버티컬 뉴스레터로, '사고파는 모든 것'에 대한 이야기를 다룹니다. 매주 수요일 아침, 가장 신선한 트렌드를 선별하여, 업계 전문가의 실질적인 인사이트와 함께 메일함으로 전해 드릴게요. [트렌드라이트 무료로 구독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