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전략
AI 회사가 공장을 하겠다고 하면 왜 비웃음을 살까요

IT 회사가 자동차를 만들겠다고 했을 때 업계 반응은 대체로 비웃음이었습니다. 배터리와 모터를 얹는 것까지는 하겠지만 연간 수십만 대를 같은 품질로 뽑아내는 일은 다른 종목이라는 것이었습니다.

그 지적은 실제로 상당 부분 맞았습니다. 초기 몇 년 동안 발목을 잡은 것은 성능도 소프트웨어도 아니었습니다. 라인이 멈추고, 수율이 안 나오고, 납기가 밀렸습니다.

그런데 결과적으로 그 조롱은 틀린 예측이 됐습니다. 흥미로운 것은 지적 자체는 정확했는데 결론만 틀렸다는 점입니다. 이 글은 그 사이에 무엇이 있었는지를 정리한 것입니다.

그때 그 말을 들은 것은 IT 회사였고, 지금 같은 말을 듣는 것은 AI 회사입니다. 물리 세계로 나가겠다는 AI 회사가 늘면서 같은 반응이 다시 나오고 있습니다. 자리가 같으면 갈리는 곳도 같습니다.

비웃음이 겨냥하는 것은 제품이 아니라 양산입니다

먼저 조롱의 내용을 정확히 봐야 합니다. "그 회사가 좋은 물건을 못 만든다"가 아닙니다. 시제품은 잘 만들 거라고 대체로 인정합니다.

겨냥하는 것은 같은 것을 반복해서 만드는 일입니다. 하나를 잘 만드는 것과 만 개를 똑같이 만드는 것은 다른 문제입니다. 앞은 설계와 기술의 문제이고, 뒤는 공정과 조직과 시간의 문제입니다.

제조에서 진짜 어려운 구간이 여기입니다. 도면대로 물건이 한 번 나오는 것까지는 대체로 됩니다. 그다음부터가 다릅니다. 설비가 어제와 다르게 움직이고, 자재 로트가 바뀌고, 사람이 바뀌고, 계절이 바뀝니다. 그 안에서 같은 결과를 유지하는 일이 양산입니다.

소프트웨어에는 이 구간이 없습니다. 한 번 돌아가는 코드는 백만 번 똑같이 돌아갑니다. 복제 비용이 0이라는 것은 곧 양산이라는 문제 자체가 없다는 뜻입니다. 그래서 소프트웨어에서 잘하던 방식이 제조에 그대로 넘어오지 않습니다.

비웃음이 맞을 때와 틀릴 때를 가르는 것

같은 도전을 두고 어떤 경우는 조롱이 맞고 어떤 경우는 틀립니다. 결과를 놓고 보면 갈리는 자리가 몇 군데로 좁혀집니다.

· 구분 / 조롱이 맞은 쪽 / 틀린 쪽
· 양산을 보는 눈 / 나중 문제로 미룸 / 처음부터 별개 과제
· 라인을 돌려 본 사람 / 없음 / 조직 안에 있음
· 실패의 위치 / 고객 인도 후 / 자기 라인 안에서
· 시간 계산 / 소프트웨어 주기 / 설비·자재 주기

두 번째 줄이 결정적입니다. 라인을 실제로 돌려 본 사람이 조직 안에 있느냐입니다.

이건 지식의 문제가 아닙니다. 양산에서 무엇이 문제가 되는지는 책에도 나오고 컨설턴트도 말해 줍니다. 문제는 그 상황이 닥쳤을 때 어느 쪽으로 틀지를 아는 것이고, 그건 겪어 본 사람에게만 있습니다. 라인을 세울지 말지, 이 로트를 흘려보낼지 잡을지, 지금 손대면 더 나빠지는지. 이런 판단은 배워서 아는 게 아니라 틀려 본 적이 있어서 압니다.

가장 비싼 구간은 물건이 안 나오는 기간입니다

양산이 왜 별개 과제인지를 돈으로 보면 더 분명해집니다.

새 라인을 세우면 설비가 들어오고 시운전이 끝난 뒤에도 한동안 제대로 안 나옵니다. 이 기간을 업계에서는 초기 수율 구간이라고 부릅니다. 설비는 이미 값을 다 치렀고, 사람도 다 뽑아 놨고, 자재도 들어오는데, 나오는 물건 중 팔 수 있는 것의 비율이 낮습니다.

이 기간이 얼마나 가느냐가 사업의 성패를 가릅니다. 설비 투자비는 견적서에 적혀 있어서 누구나 계산하지만, 이 기간의 비용은 견적서에 없습니다. 감가상각은 첫날부터 돌고, 인건비도 첫날부터 나가고, 고객 납기는 이미 약속돼 있습니다.

그리고 이 기간을 줄이는 방법은 딱 하나뿐입니다. 해 본 사람이 하는 것. 같은 설비, 같은 도면, 같은 자재로 시작해도 이 구간의 길이는 사람에 따라 몇 배씩 차이가 납니다. 어디를 먼저 잡아야 하는지, 무엇을 나중으로 미뤄도 되는지, 지금 보이는 불량이 설비 탓인지 자재 탓인지를 아는 것이 그 차이입니다.

AI 쪽에서 들어가는 곳이 이 구간을 가장 크게 잘못 잡습니다. 소프트웨어에는 대응하는 구간이 없기 때문입니다. 배포하면 그날부터 동작합니다. 그래서 일정표에 이 구간이 아예 없거나, 있어도 몇 주로 잡혀 있습니다.

밖에서 사 오면 되지 않느냐는 질문

당연히 나오는 질문입니다. 설비는 사면 되고, 공정 설계는 맡기면 되고, 인증은 컨설팅을 붙이면 됩니다. 실제로 그렇게 시작합니다.

그런데 사 올 수 없는 것이 하나 있습니다. 문제가 났을 때 그것을 자기 문제로 여기고 밤을 새우는 조직입니다.

외부에 맡긴 구간은 계약서에 적힌 만큼만 돌아옵니다. 그 계약이 나쁘다는 뜻이 아니라, 계약이란 원래 범위를 정하는 문서입니다. 그런데 양산 초기에 터지는 문제는 대개 범위 사이의 틈에서 나옵니다. 설비 업체는 설비가 정상이라 하고, 자재는 규격 안이라 하고, 설계는 도면대로라고 합니다. 다 맞는 말인데 물건은 안 나옵니다.

그 틈을 메우는 것은 문서가 아니라 사람입니다. 그리고 그 사람이 안에 있느냐 밖에 있느냐가 몇 달을 가릅니다.

조롱이 맞았던 경우가 더 많습니다

균형을 위해 적어 둡니다. 남의 종목에 들어갔다가 조용히 접은 쪽이 성공한 쪽보다 훨씬 많습니다. 이름이 남지 않아서 안 보일 뿐입니다.

접은 쪽의 공통점을 보면 몇 가지가 반복됩니다.

첫째, 시제품의 성공을 양산의 예고로 읽었습니다. 한 대가 잘 굴러가는 것을 보고 다음 단계를 일정 문제로만 봤습니다. 그런데 한 대와 만 대 사이에 있는 것은 시간이 아니라 다른 종류의 일입니다.

둘째, 사람을 늦게 뽑았습니다. 제품이 어느 정도 나온 다음에 양산 인력을 구하려 했는데, 그 시점에는 이미 설계가 굳어 있습니다. 양산을 아는 사람은 설계 단계에서 붙어야 값이 나옵니다. 그때 한 줄을 바꾸면 나중에 라인 하나를 안 고쳐도 됩니다. 다 만들어 놓고 부르면 그 사람이 할 수 있는 말은 "이건 이렇게 만들면 안 됐습니다"뿐입니다.

셋째, 자금 계획에 초기 수율 구간이 안 들어 있었습니다. 설비 투자까지만 계산하고 그다음 몇 달을 못 견뎠습니다. 물건은 나오기 시작했는데 회사가 먼저 끝나는 경우입니다.

이 셋은 모두 양산을 별개 과제로 안 봤다는 하나의 원인에서 나옵니다. 그래서 아래 다섯 가지 중 첫 번째가 제일 앞에 있습니다.

그래서 판단 기준은 다섯 가지로 좁혀집니다

AI 쪽에서 제조로 들어가는 곳을 보실 때, 혹은 그런 곳에 투자하거나 함께 일하실 때 이 다섯 가지를 물어보시면 됩니다.

- 양산을 별개 과제로 잡고 있는가 — 제품 개발 일정 안에 양산이 한 줄로 들어가 있으면 아직 그 문제를 못 본 것입니다
- 라인을 세워 본 사람이 안에 있는가 — 자문이나 사외이사가 아니라 매일 그 조직에 있는 사람인지
- 실패를 자기 라인 안에서 겪을 수 있는가 — 고객 현장에서 처음 겪으면 그건 실패가 아니라 사고입니다
- 시간을 무엇으로 세는가 — 설비 리드타임과 자재 로트 주기로 세고 있는지, 소프트웨어 배포 주기로 세고 있는지
- 틈을 메울 사람이 안에 있는가 — 외부 계약으로 덮은 구간 사이의 책임 공백을 누가 맡는지

이 다섯 중 몇 개를 못 채우면 조롱이 맞을 확률이 올라갑니다. 반대로 다 채웠다면, 그 회사가 AI 회사라는 사실은 약점이 아니라 남들이 못 가진 쪽이 됩니다.

반대 방향에도 똑같은 일이 벌어집니다

이 구조가 한쪽 방향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 논지를 확인해 줍니다.

제조사가 AI 조직을 만들겠다고 할 때도 같은 종류의 회의가 나옵니다. 사람을 뽑고 좋은 장비를 사 주면 되지 않느냐고 생각하는데, 실제로는 몇 년이 지나도 현장에서 쓰는 것이 안 나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유도 대칭입니다. AI에서 어려운 것은 모델을 만드는 일이 아니라 현장이 바뀌는 동안 계속 맞춰 가는 일입니다. 한 번 만들어 납품하고 끝나는 방식으로 운영하면 2년 뒤에 아무도 손댈 수 없는 물건이 남습니다. 그리고 그 감각은 그렇게 운영해 본 조직에만 있습니다.

양쪽 다 같은 이야기입니다. 지식이 아니라 겪어 본 사람이 안에 있느냐. 그리고 남의 종목에 들어갈 때 사람들이 비웃는 것은, 대개 그 회사가 그 사실을 아직 모르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모르는 경우가 많고요.

거꾸로 말하면, 그 사실을 알고 그에 맞게 사람을 갖춘 곳은 같은 겉모습을 하고 있어도 다른 자리에 서 있습니다. 밖에서는 구분이 안 되므로 같은 비웃음을 받습니다. 구분은 시간이 지난 뒤에야 됩니다.

조롱이 틀리는 진짜 이유 — 그 사이에 제품이 바뀌었습니다

여기까지는 조직 이야기였습니다. 마지막으로 그 아래에 있는 것을 적겠습니다.

제조에 들어간 그런 회사가 결국 이겼을 때, 이긴 방식은 제조를 더 잘해서가 아니었습니다. 양산 자체는 오래 고전했습니다. 그 사이에 제품이 바뀌었습니다.

자동차는 오랫동안 기계였습니다. 잘 만든다는 것은 정밀하게 깎고 정확하게 조립한다는 뜻이었습니다. 그런데 지금 차의 성능을 가르는 것은 상당 부분 소프트웨어입니다. 같은 하드웨어로도 주행거리가 달라지고, 팔린 뒤에 기능이 늘고, 제어 방식이 업데이트로 바뀝니다. 차를 소프트웨어가 제어하기 시작한 것입니다.

그 순간 무엇이 벌어졌냐면, 잘 만드는 쪽과 잘 제어하는 쪽 중 어느 쪽이 유리한가의 답이 뒤집혔습니다. 기계를 깎는 일은 배우면 되지만, 소프트웨어로 제어하는 조직을 만드는 일은 배우기가 훨씬 어렵다는 것이 드러났습니다. 조롱은 "제조를 못 할 것"에 걸었는데 정작 승부는 그쪽에서 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그 조롱은 지적이 틀려서가 아니라 전제가 낡아서 틀렸습니다. 자동차가 계속 기계였다면 조롱이 맞았을 겁니다.

같은 일이 지금 공장에서 벌어지고 있습니다

공장도 오랫동안 기계였습니다. 좋은 설비를 들이고 잘 배치하는 것이 경쟁력이었습니다. 그런데 설비가 연결되고 데이터가 모이면서 같은 설비로도 결과가 갈리기 시작했습니다. 무엇을 언제 어떤 순서로 돌릴지, 이상 신호에 어떻게 반응할지가 결과를 가릅니다.

이건 설비를 더 좋은 것으로 바꿔서 해결되지 않습니다. 이미 좋은 설비를 쓰는 공장끼리도 갈리기 때문입니다. 공장이 소프트웨어로 제어되는 물건으로 바뀌는 중이라는 뜻입니다.

그러면 앞의 질문도 바뀝니다. "AI 회사가 제조를 할 수 있느냐"가 아니라 "공장을 제어하는 쪽이 어디가 될 것이냐" 입니다. 자동차에서 한 번 답이 나온 질문이고, 공장에서는 아직 안 나왔습니다.

다만 하나는 분명합니다. 차와 공장은 같지 않습니다. 차는 팔고 나면 우리 손을 떠나지만 공장은 계속 돌아가야 하고, 멈추면 그날의 손실이 즉시 발생합니다. 그래서 공장 쪽 답이 자동차와 똑같이 나올 거라고 보는 것은 성급합니다. 앞에서 적은 다섯 가지가 여전히 필요한 이유이기도 합니다 — 제품이 바뀌어도 양산은 그대로 어렵습니다.

그래서 이런 회사를 보실 때 겉모습으로는 판단이 안 됩니다. 준비된 곳과 안 된 곳이 밖에서는 똑같이 보이고, 둘 다 같은 비웃음을 받습니다. 심지어 본인들도 자기가 어느 쪽인지 모르는 경우가 있습니다. 양산을 안 겪어 봤으면 자기가 무엇을 모르는지도 모르기 때문입니다.

구분되는 시점은 대개 첫 라인이 돌아가고 몇 달 뒤입니다. 그때가 되면 위의 다섯 가지 중 몇 개를 채웠는지가 숫자로 나옵니다. 수율이 언제 올라왔는지, 납기를 몇 번 놓쳤는지, 라인을 몇 번 세웠는지로요.

그러니 그전에 판단해야 한다면 볼 것은 계획서가 아니라 사람입니다. 계획서에는 누구나 양산을 잘 쓰고, 사람 이력은 지어낼 수 없습니다.

지금 제조 진입을 준비하시는 쪽이라면, 라인을 세워 본 사람이 조직 안에 계십니까?

(이 글은 웨이스 기술블로그에 먼저 실린 글입니다. 원문: https://blog.vexplor.com/post/why-ai-companies-get-laughed-at-in-manufactur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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