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로 디자인하는 방법은 점점 단순해지고 있다. 프롬프트를 입력하면 이미지를 만들고, 이미지를 넣으면 영상을 만들어준다. 그래서 처음에는 나 역시 하나의 AI에게 최대한 많은 일을 시키는 것이 효율적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실제 디자인 프로젝트를 진행해 보면 문제가 생긴다. 로고를 만드는 일과 그 로고에 재질을 입히는 일, 그리고 그것을 움직이게 만드는 일은 서로 다른 디자인 영역이다. 실제 회사에서도 브랜드 디자이너와 그래픽 디자이너, 모션 디자이너가 같은 일을 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AI도 똑같이 구성하면 어떨까. 이번에는 하나의 AI에게 모든 디자인을 맡기지 않았다. 대신 작은 디자인팀을 만들었다. Claude는 PM, Image 2.0은 그래픽 디자이너, Seedance 2.5는 모션 디자이너 역할을 맡겼다. 그리고 나는 이 팀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가 되었다.
AI에게 디자인을 맡기는 것이 아니라
AI로 디자인팀을 만드는 것.
하나의 AI보다, 역할이 다른 세 개의 AI
이번 작업의 목표는 단순하다. 단도 로고 하나를 만들고, 이것을 입체적인 그래픽으로 발전시킨 뒤 마지막에는 움직이는 브랜드 모션으로 만드는 것. 결과물만 놓고 보면 짧은 영상 하나다. 하지만 작업을 나눠보면 세 단계가 된다.
Logo → Graphic → Motion
- 첫 번째는 형태를 만드는 일이다.
- 두 번째는 그 형태에 질감과 세계관을 부여하는 일이다.
- 세 번째는 그 세계에 시간과 움직임을 넣는 일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세 AI에게 같은 명령을 주지 않는 것이다. 각 AI에게 직무를 먼저 부여했다.
1. Claude에게 디자인을 시키지 않았다
Claude에게 맡긴 첫 번째 역할은 디자인이 아니었다. PM(프로젝트 매니저)이었다. 실무에서 PM과 커뮤니케이션하듯이 Claude에게도 작업 맥락에 대해 설명했다. "AI 활용 글을 쓸 거고 그 글에 쓸 AI 생성용 예제를 만들 거다. Claude가 PM이고 나머지 생성형 AI들이 각각의 디자이너다." 디자이너들의 작업 방향에 맞게 Claude가 PM역할을 하라고 명령했다.
2. 먼저 ‘형태’를 완성한다
다음은 실제 로고 디자인이다. 해당로고는 인터넷에서 무작위로 검색하다 발견했다.
해당 로고는 예제로 사용할 예정. 해당로고의 저작권은 해당 창작자에게 있음.
로고 및 타이틀 디자인 과정에서는 이 단계가 가장 중요하다. 재질과 조명은 형태의 단점을 쉽게 가려준다. 하지만 브랜드에서 오랫동안 살아남는 것은 화려한 효과가 아니라 방향에 맞는 상징의 시각적 구조화다. 형태에 상징을 부여하고 시각적으로 구조화시키는 작업은 크리에티브의 영역이다. 실제로 실무에서 나는 이 단계에서는 AI의 시각적 활용 보다 방향에 맞는 아이디어를 찾는데 집중한다. 하지만 이 글에서는 해당 이미지로 대체한다.
3. GPT 에게는 ‘재디자인’이 아니라 ‘확장’을 맡긴다
완성된 로고를 GPT Image 2.0에 넣었다. 여기서 중요한 조건을 하나 붙였다. 형태는 바꾸지 않는다. Image 2.0의 역할은 새로운 로고를 만드는 것이 아니다. 이미 완성된 디자인에 입체감과 재질, 조명, 공간감을 입히는 그래픽 디자이너다. 예를 들어 이런 방향을 Claude에게 전달한다.
- 단도의 형태는 훼손하지 말 것
- 로고를 다시 그리거나, 단순화하거나, 스타일을 변경하지 말 것
- 단어는 RUBES이며, 다섯 글자로 정확히 R-U-B-E-S 일 것
기존 형태 기반으로 재질을 변경
Image 2.0은 입력 이미지의 구성과 요소를 유지하면서 편집하는 기능을 강조하고 있다. 따라서 완성된 디자인을 완전히 다시 생성하기보다, 기존 형태를 기반으로 시각적 표현을 확장하는 방식에 잘 맞는다. 여기서 AI는 디자인을 대신한 것이 아니다. 그래픽 표현의 해상도를 높였다.
4. 같은 디자인을 Seedance 2.5에게 넘긴다
이제 정적인 이미지는 완성됐다. 하지만 디자인은 꼭 정지해 있을 필요가 없다. 다음 작업자는 Seedance 2.5다. 역할은 모션 디자이너다. 앞에서 완성한 이미지를 레퍼런스로 전달한다. 그리고 이번에는 형태나 재질을 설명하기보다 ‘움직임’을 Claude에게 지시한다. 총 15초 분량의 타이틀 모션을 만들 것을 공유하고 해당 분량에 맞는 구조로 움직임을 설계하면 된다.
- 0~5초 매크로 촬영
- 5~10초 회전 및 통과
- 10~15초 상승 및 고정
Seedance 2.5는 텍스트뿐 아니라 이미지와 영상 등을 레퍼런스로 사용할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기 때문에, 앞 단계에서 만들어놓은 비주얼을 다음 단계의 기준으로 사용하는 작업이 가능하다. 중요한 것은 여기에서도 똑같다. Seedance에게 다시 디자인을 맡기지 않는다. 이미 결정된 것은 형태와 재질이다. Seedance가 결정해야 하는 것은 시간과 움직임이다. 이 순간 하나의 로고는 정지된 그래픽이 아닌 하나의 장면이 된다.
AI에게 일을 나눠주기 시작했다
이 작업을 하면서 흥미로웠던 것은 AI의 결과물보다 작업 방식의 변화였다. 기존에는 이렇게 질문했다. “어떤 AI가 디자인을 가장 잘하지?” 하지만 지금은 질문이 달라졌다. “이 일을 어떤 AI에게 맡기는 것이 가장 좋을까?” 회사에서 모든 일을 한 명에게 맡기지 않는 것과 비슷하다. PM은 프로젝트의 방향과 일정을 관리하고, 그래픽 디자이너는 시각적인 완성도를 만들고, 모션 디자이너는 시간 위에서 디자인이 어떻게 움직 일지를 결정한다.
AI도 각자 잘하는 영역이 다르다. 그래서 AI를 하나의 거대한 도구로 생각하기보다 각기 다른 능력을 가진 팀원으로 구성하는 방식이 더 자연스럽다. 이번 프로젝트의 구조는 단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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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Creative Director, Claude는 PM, GPT Image 2.0은 그래픽 디자이너, Seedance 2.5는 모션 디자이너 역할을 수행했다. AI 시대의 디자인 조직은 꼭 사람 수가 많을 필요가 없다. 한 명의 디자이너가 여러 AI의 역할을 설계한다면 과거에는 여러 직군이 필요했던 작업을 혼자 연결할 수도 있다.
결국 사람이 하는 일은 ‘만드는 것’에서 ‘결정하는 것’으로 이동한다
여기서 한 가지 오해하면 안 된다. AI가 대부분의 작업을 했으니 사람의 역할이 줄어든 것처럼 보일 수도 있다. 실제로는 반대였다. 단도의 비율이 적절한지, 어떤 실루엣을 선택할지, 선택한 질감이 브랜드와 어울리는지, 빛이 어느 방향에서 들어와야 하는지, 카메라가 얼마나 빠르게 움직여야 하는지, 어느 순간 로고를 보여줘야 하는지. AI가 결과물을 생성할 때마다 사람은 계속 판단해야 한다. AI는 수십 개의 답을 매우 빠르게 만들어준다. 하지만 어떤 답을 선택해야 하는지는 알려주지 않는다.
그래서 AI 시대에 디자이너에게 필요한 능력은 단순히 프롬프트를 잘 작성하는 능력만은 아닐 것이다. 좋은 결과와 나쁜 결과를 구분하고, 다른 AI의 결과물을 하나의 방향으로 연결하고, 프로젝트 전체의 맥락을 유지하는 능력. 즉 디렉팅 능력이 점점 중요해진다.
앞으로 디자이너는 작은 스튜디오가 될 수 있다
이번에 만든 것은 로고 하나와 짧은 모션 영상이다. 하지만 같은 방식은 더 큰 프로젝트에도 적용할 수 있다.
브랜드 전략을 정리하는 AI, 카피를 만드는 AI, 그래픽을 만드는 AI, 3D 이미지를 만드는 AI, 영상을 만드는 AI, 사운드를 만드는 AI. 필요한 순간마다 역할을 하나씩 추가할 수 있다.
그렇게 보면 AI가 바꾸는 것은 단순히 디자인 제작 속도가 아니다. 디자인 조직의 최소 단위 자체가 바뀌고 있다. 과거에는 다양한 능력을 가진 사람을 모아야 하나의 스튜디오가 만들어졌다. 앞으로는 한 명의 디자이너가 여러 AI를 연결해 하나의 스튜디오처럼 움직일 수도 있다. 이번 작업에서 내가 한 일 역시 직접 모든 요소를 만드는 것이 아니었다. 오로지 디렉팅에 집중했다. 누구에게 무엇을 맡길지 정하고, 결과를 판단하고, 다음 작업자에게 넘길 기준을 만드는 것이었다. 그리고 어쩌면 이것이 AI 시대 디자이너의 새로운 작업 방식일지도 모른다. AI에게 디자인을 맡기는 것이 아니라, AI로 디자인팀을 만드는 것.
Author: Shau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