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AI에 관한 디자인 작업 프로세스 이야기를 하다가 영상 디자인 얘기가 나왔다. AI로 Image to Video 기능을 활용하면 영상 디자이너가 아니더라도 내가 콘셉트를 설정해서 영상을 만들 수 있단 논지였다. 그때 우리 중 한 명이 대답을 했다. "글쎄요, 저는 영상디자이너가 아니라서요." 당황스러운 대답이었다. 그 사람은 나와는 정반대의 미래를 보고 있었다.
요즘 거의 모든 회사가 AI를 이야기한다. 직원들에게 ChatGPT나 Claude를 지급하고, AI 교육을 하고, 회의록과 보고서를 자동화한다. 그리고 이것을 AI 전환이라고 부른다. 그런데 나는 가끔 의문이 든다. 그래서 실제로 무엇이 효율적으로 변한 것일까? 한 사람이 하루 걸려 하던 일을 AI로 두 시간 만에 끝냈다면 개인의 생산성은 분명 높아졌다. 하지만 회사는 여전히 같은 인원, 같은 직무, 같은 보고 체계를 유지하고 있다면 기업 전체의 효율도 높아졌다고 할 수 있을까? 효율의 의미는 단순하다. 같은 성과를 더 적은 리소스로 만들거나, 같은 리소스로 더 큰 성과를 만드는 것. 그렇다면 AI 효율도 결국 이 기준으로 평가해야 한다.
AI를 쓰면서도 휴먼 리소스가 줄지 않는다면
정말 효율적인가
AI의 핵심은 속도가 아니라 일의 확장 범위다
AI가 만드는 가장 중요한 변화는 단순히 일을 빨리 해주는 것이 아니다. 한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의 범위를 넓힌다는 것이다. 기존에는 하나의 서비스를 만들기 위해 기획자, UI 디자이너, 그래픽 디자이너, 영상 디자이너, 개발자가 필요했다. 각자의 전문 영역이 분리되어 있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여러 명의 사람이 필요했다.
하지만 생성형 AI와 에이전트가 발전하면서 그 경계가 흐려지고 있다.
1인 1팀이 가능한 AI 구조 / MCP로 연동하면 더 강력해진다
나는 실제로 이 가능성을 직접 테스트해 봤다. Claude를 중심으로 MCP를 연결하고, 여러 AI 도구를 조합해 한 명이 UI 디자인, 그래픽 디자인, 영상 디자인 영역을 어디까지 대체할 수 있는지 실험했다. Claude가 프로젝트의 전체 맥락과 업무 흐름을 관리하는 Project Manager 역할을 하고, Figma를 UI 제작 도구로 연결해 UI Designer 역할을 맡겼다. 그리고 이미지 생성 AI를 Graphic Designer처럼 활용하고, 영상 생성 AI를 통해 Motion 작업까지 확장했다. 물론 각각의 전문 디자이너를 완벽히 대체했다고 말할 단계는 아니다. 하지만 한 가지는 분명했다.
과거라면 여러 직무에 요청해야 했던 일을 한 사람이 하나의 프로젝트 안에서 연속적으로 수행하는 것이 가능해지고 있었다. 나는 이것을 ‘1인 크리에이터 1팀’이라고 생각한다. 중요한 것은 AI가 각각의 사람을 흉내 내는 것이 아니다. 한 명의 사람이 AI를 통해 여러 직무의 실행력을 확보한다는 것이다.
AI 시대에는
유능한 크리에이터 한 사람의 가치가 더 커질 수 있다
그렇다고 AI가 모든 사람의 생산성을 똑같이 높여주는 것은 아니다. 같은 AI를 사용해도 어떤 사람은 기존 업무를 조금 빠르게 할 뿐이고, 어떤 사람은 자신의 전문 분야를 넘어 과거 여러 명이 하던 일을 수행한다. 차이를 만드는 것은 결국 판단 능력이다.
- 무엇을 만들어야 하는지 알고
- 좋은 결과와 나쁜 결과를 구분하고
- 어떤 AI와 도구를 연결해야 하는지 알고
- AI가 틀렸을 때 이를 바로잡을 수 있는 사람이다.
유능한 한 사람의 가치가 더 커질 수 있다
이런 사람에게 AI는 단순한 도구가 아니라 레버리지가 된다. 과거에는 아무리 유능한 사람이라도 혼자 실행할 수 있는 물리적 한계가 있었다. 하지만 AI는 한 사람의 판단력을 여러 실행 영역으로 확장한다. 그렇다면 기업 입장에서도 평균적인 인력을 많이 유지하는 것보다 판단력이 뛰어난 소수의 크리에이터 인재에게 강력한 AI 시스템을 제공하는 구조가 더 효율적일 가능성이 생긴다.
프로젝트가 반복될수록 AI는 크리에이터의 페르소나가 된다
여기에 또 하나의 변화가 있다. AI 작업 환경은 프로젝트를 반복할수록 더 강력해진다. 내가 어떤 디자인을 좋아하는지, 어떤 결과를 싫어하는지, 어떤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하는지, 어떤 순서로 프로젝트를 진행하는지, 어떤 실수를 반복하지 말아야 하는지가 프롬프트와 규칙, 스킬, 프로젝트 데이터와 워크플로에 축적된다.
나는 이것이 앞으로 크리에이터의 새로운 페르소나가 될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한다.
페르소나는 더 강력해진다
똑같은 Claude를 사용하는 두 명의 디자이너가 있다고 하더라도 몇 년이 지나면 그들이 가지고 있는 AI 작업 시스템은 전혀 달라질 수 있다. 그동안 축적한 프로젝트 경험과 판단 기준이 다르기 때문이다. 결국 개인의 경쟁력은 단순히 ‘AI를 사용할 줄 안다’에서 끝나지 않는다. 자신의 경험과 판단을 AI 시스템 안에 얼마나 잘 축적해 놓았는가가 새로운 경쟁력이 될 수 있다. 사람이 성장하면서 그 사람이 거느리는 AI 팀도 함께 성장하는 것이다.
결국 검증되는 것은 사람의 ‘AI 효율’이다
지금까지 우리는 AI 자체를 평가했다. 어떤 모델이 더 좋은 글을 쓰는지, 더 좋은 이미지를 만드는지, 더 정확한 코드를 작성하는지 비교했다. 하지만 AI가 보편화되면 평가의 대상은 점차 사람이 될 가능성이 높다. 이 사람은 AI를 사용했을 때 자신의 생산성을 얼마나 증폭시킬 수 있는가. 같은 직무의 두 사람이 있다고 해보자. 한 사람은 AI를 사용하지만 기존 업무와 큰 차이가 없다.
실제로 AI를 활용해서 효율이 검증된 사람
다른 사람은 AI를 활용해 기획과 디자인, 제작의 경계를 넘나들며 과거 세 사람이 하던 결과를 만들어낸다. 기업의 입장에서 두 사람의 경제적 가치는 동일하기 어렵다. 그래서 미래에는 “AI를 사용할 줄 아는가?”보다 “AI를 활용해 자신의 리소스 대비 성과를 얼마나 높일 수 있는가?”가 더 중요한 기준이 될 수 있다.
그렇다면 누가 사라질까, 오퍼레이터
AI가 특정 직업을 통째로 없앤다고 생각하면 이 변화를 잘못 볼 수도 있다. 더 현실적인 시나리오는 사람 사이의 생산성 격차가 크게 벌어지는 것이다. AI를 이용해 높은 레버리지를 만들어내는 크리에이터와 그렇지 못한 오퍼레이터 사이의 차이가 커지고, 기업이 그 차이를 비용으로 보기 시작한다.
AI가 사람을 대체한다기보다 AI를 잘 활용하는 사람이 그렇지 못한 사람을 대체할 수 있다.
한 명의 크리에이터가 세 사람의 결과를 만들어낼 수 있다면 기업은 자연스럽게 나머지 두 명의 오퍼레이터의 필요성을 질문하게 된다. 결국 사라지는 것은 특정 직업이 아니라, AI를 활용한 뒤에도 자신의 리소스 대비 성과를 증명하지 못한 오퍼레이터일 가능성이 있다. 조금 더 직접적으로 말하면, AI가 사람을 대체한다기보다 AI를 잘 활용하는 사람이 그렇지 못한 사람을 대체할 수 있다.
하지만 사람을 줄이는 것 자체가 효율은 아니다
여기에는 중요한 조건이 있다. 5명이 하던 일을 한 명에게 맡겼는데 품질이 떨어지고, 오류가 늘고, 아이디어가 단조로워지고, 한 사람에게 지나치게 많은 의사결정이 몰린다면 그것은 효율이 아니다. 단순한 비용 절감이다. AI 효율은 사람 수 하나로 판단할 수 없다. 품질, 속도, 비용, 리스크를 함께 봐야 한다. 같거나 더 높은 품질을 유지하면서 더 빠르고, 더 적은 자원으로, 감당 가능한 리스크 안에서 결과를 만들어내야 한다.
그래서 결국 남는 질문은 하나다. AI를 활용한 소수의 유능한 사람이 실제로 기존의 더 큰 팀과 같은 수준 이상의 성과를 지속적으로 만들어낼 수 있는가. 나는 개인적으로 디자인 영역에서 이 가능성을 테스트했고, 적어도 UI·그래픽·영상 사이의 기존 경계가 생각보다 빠르게 무너질 수 있다는 가능성은 확인했다. 아직 1인 1팀이 모든 조직에서 검증된 공식은 아니다. 하지만 이 효율이 숫자로 증명되는 순간부터 이야기는 달라진다.
기업은 더 이상 “AI를 얼마나 도입했는가”를 묻지 않을 것이다. 대신 이렇게 묻게 될 가능성이 높다. “AI를 도입하고도 왜 우리는 여전히 이만큼의 휴먼 리소스를 사용하고 있는가?”
그리고 개인에게는 더 불편한 질문이 남는다. “나는 AI를 사용한 뒤에도 한 명의 리소스로 유지될 만큼 충분한 성과를 만들고 있는가?”
어쩌면 AI 시대의 진짜 경쟁은 AI와 사람의 경쟁이 아닐지도 모른다. AI를 활용해 자신의 가치를 증폭시키는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 사이의 경쟁일 가능성이 더 크다.
Author: Shau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