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물건이고, 가끔은 더 싼 데도 있는데, 그 사람이랑 계속 거래합니다. 비 오는 날 안전 운전하라고 문자 한 통 보내주는 차량 세일즈맨. 근처 지나간다고 연락 주는 금융 세일즈맨. 제품이 좋아서가 아니라, 그 사람이 좋아 그 사람과 거래합니다.
그래서 요즘 많은 회사가 대표를 앞에 세웁니다. 1호 영업사원. 맞는 방향이라고 생각합니다. 사람들은 결국 가깝다고 느끼는 사람에게 사니까요.
하지만 혹시 대표가 나설 때, “보여주려고” 하진 않나요?
대표들이 무대에 올라가서 브랜드를 브로드캐스팅합니다. 창업 스토리, 비전, 우리는 이런 회사입니다.
저도 그 유혹을 압니다.
팔 거 없는 저조차도 뭔가 말할 거면 그럴듯하게 완성해서 말하고 싶으니까요.
그런데 완성된 이야기는 고객을 관중석에 앉힙니다. “아, 저 사람은 저런 사람이구나” 하고 구경하게 만들 뿐입니다. 감탄은 하지만 가까워지진 않습니다. 세일즈맨이 나를 기억해줄 때 느끼는 그 가까움은, 거기서 안 나옵니다.
이런 말 많이 하죠. “아무도 똑똑한 아이를 좋아하지 않는다.” 직장에서도 너무 똑똑한 척하는 사람을 우린 좋아하지 않습니다. 근데 대표한테 필요한 건 똑똑해 보이는 게 아니라, 같은 걸 먼저 고민한 사람으로 보이는 것 아닐까요?
아직 답이 안 나온 고민, 요즘 흔들리는 생각, 어제 바뀐 관점 — 그걸 나한테 건넬 때, 고객은 관중이 아니라 옆자리에 앉은 사람이 됩니다. “당신은 내 고객이 아니라 이 여정을 같이 보는 사람입니다”라는 말이, 말이 아니라 행동으로 전해지는 순간입니다.
혹시 이런 걱정이 있나요?
미완성된 내가 미완성된 제품을 투영하는 것은 아닐지.
저는 그럴 필요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대표는 그 도메인을 조금 더 앞서 고민한 사람입니다. 내가 지금 하는 고민을, 고객은 곧 하게 됩니다. 혹은 이미 했을 수도 있어 그 답을 알려줄 수 있습니다. 그러니 미완성을 보여주는 게 아니라, 반 발짝 앞선 고민을 건네는 겁니다.
그래서 대표님만이 할 수 있는 영업을 하시기 바랍니다. 완성된 제품이 아니라 만들어지는 과정을 파는 것 — “프로세스 이코노미”는 일반 영업사원은 못 하는, 1호 영업사원만 줄 수 있는 가치입니다.
대표님
요즘 어떤 생각을 하고 계신가요.
어떤 가치관이 최근에 바뀌었나요.
그게 제품을 어떻게 바꿨나요.
정리해서 말고, 지금 그대로 고객에게 건네보세요. 완성된 브랜드를 보여주는 대신, 갱신되고 있는 당신을 옆에 앉히는 겁니다.
저는 그게 다이렉트 채널에서 대표가 해야 할 유일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사진은 이배 작가의 “Mov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