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식 밀크티 카페를 AI 고객에게 소개했더니,
예상하지 못했던 곳에서 첫 번째 장벽을 발견했습니다.
새로운 카페 브랜드를 하나 준비한다고 가정해봤습니다.
메인 메뉴는 홍콩식 밀크티. 진하게 우린 홍차에 우유나 연유를 더해 묵직한 풍미를 내는 밀크티를 중심으로, 밀크티 푸딩과 카야잼을 넣은 프렌치 토스트까지 판매하는 콘셉트입니다.
저는 꽤 매력적인 아이디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이번에는 제 생각으로 판단하지 않고 AI 고객에게 직접 물어보기로 했습니다. 와로컬AI에서 서로 다른 조건을 가진 AI 페르소나 3명과 1:1 인터뷰를 진행했습니다.
그런데 인터뷰를 시작하자 재미있는 일이 벌어졌습니다. 세 명의 AI 고객이 거의 같은 질문을 했습니다.
“홍콩식 밀크티가 일반 밀크티와 뭐가 다른가요?”
나는 '맛있을까?'를 고민했는데
고객은 '그게 뭔데?'부터 물었습니다.
첫 번째 AI 고객은 24세 여성입니다. 홍콩식 밀크티 카페에 대해 이야기하자 이렇게 반응했습니다.
"홍콩식 밀크티가 구체적으로 어떤 건지는 잘 모르겠어서요. 일반 밀크티랑 어떻게 다른 건가요?"
두 번째는 카페를 자주 방문하는 26세 여성입니다. 첫 반응은 놀랍게도 비슷했습니다.
"홍콩식 밀크티가 정확히 어떤 건지는 잘 모르겠어서요. 일반 밀크티랑 다른 건가요?"
35세 직장인 고객 역시 마찬가지였습니다.
"홍콩식 밀크티가 일반 밀크티랑 어떻게 다른 건가요?"
여기서 첫 번째 가설이 생겼습니다.
창업자에게 익숙한 제품이 고객에게도 익숙하리라는 보장은 없습니다. 저는 이미 홍콩식 밀크티가 무엇인지 알고 있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다음 고민으로 넘어가 있었습니다. “가격을 얼마로 해야 할까?”, “프렌치 토스트에는 어떤 잼을 넣을까?”, “인테리어는 어떻게 할까?” 그런데 고객은 아직 그 단계까지 오지도 않았습니다. 고객에게 필요한 첫 번째 정보는 훨씬 단순했습니다. "그래서 홍콩식 밀크티가 뭔데?"
설명해주자 반응이 달라졌습니다.
홍콩식 밀크티가 일반적인 밀크티와 어떻게 다른지 설명했습니다. 그러자 고객들의 질문이 달라지기 시작했습니다.
24세 고객은 진한 맛을 이해한 뒤 바로 이런 우려를 이야기했습니다.
"연유가 들어가면 많이 달지 않나요?"
카페를 자주 방문하는 26세 고객도 비슷했습니다.
"되게 진하고 단 음료를 잘 못 마시는 편이라서요."
35세 직장인 고객 역시 홍콩식 밀크티가 익숙하지 않아 실제 자신의 입맛에 맞을지가 가장 걱정된다고 답했습니다.
여기서 두 번째 가설을 얻었습니다.
고객이 제품을 이해하고 나면 그제야 구매 장벽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이번 인터뷰에서 반복적으로 나타난 장벽은 '진하고 달 것 같다'는 맛에 대한 불확실성이었습니다. 즉, 단순히 “정통 홍콩식 밀크티입니다.”라고 말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할 수 있습니다. 고객이 궁금한 것은 오히려 "얼마나 진한데?", “얼마나 단데?”, “내가 평소 먹던 밀크티와 뭐가 다른데?”일 수 있습니다.
그런데 더 재미있는 건 '홍콩'보다 '메뉴'였습니다.
저는 처음에 '홍콩 감성'이 가장 강력한 차별점일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인터뷰를 진행하면서 조금 다른 신호가 나타났습니다.
카페를 자주 방문하는 26세 고객은 이렇게 이야기했습니다.
“홍콩 스타일이라는 콘셉트보다는 그 메뉴 자체가 좀 더 끌리는 것 같아요.”
특히 밀크티 푸딩과 밀크티 아이스크림을 올린 프렌치 토스트에 관심을 보였습니다. 35세 직장인 고객 역시 비슷했습니다. 기존 카페 대신 선택할 수 있는 이유로 차별화된 메뉴를 꼽았고, 밀크티 푸딩과 프렌치 토스트 조합이 특이하고 재미있다고 평가했습니다.
24세 고객은 조금 달랐습니다. 이 고객에게는 홍콩이라는 뚜렷한 콘셉트와 사진을 찍고 싶은 공간까지 중요했습니다. 같은 카페를 보여줘도 고객마다 방문 이유가 달라질 수 있다는 것입니다.
가격에서도 힌트를 얻었습니다.
세 인터뷰에서 밀크티 한 잔에 지불할 의향이 있는 가격은 대체로 6,000~8,000원 범위였습니다. 하지만 푸드에서는 차이가 있었습니다.
24세 고객은 프렌치 토스트에 약 12,000~15,000원까지 지불할 수 있다고 답했습니다. 카페를 자주 방문하는 26세 고객은 1만 원 초반대를 이야기했습니다. 35세 직장인 고객은 1만 원 안쪽을 선호했고, 음료와 푸드를 합쳐 15,000원을 넘으면 망설여질 것 같다고 답했습니다.
물론 세 명의 인터뷰만으로 시장의 적정 가격을 결정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한 가지 질문은 만들 수 있습니다. “누구에게 판매하느냐에 따라 우리가 받을 수 있는 가격도 달라지는 것은 아닐까?” 이 질문은 다음 고객 검증에서 확인해볼 가치가 있습니다.
이번 인터뷰에서 가장 크게 배운 것
사실 저는 이번 실험에서 “이 카페에 방문하시겠습니까?”라는 질문의 답을 가장 궁금해했습니다. 그런데 결과적으로 더 흥미로웠던 것은 YES와 NO가 아니었습니다. 고객이 YES나 NO를 결정하기 전에 무엇을 궁금해하는가였습니다. 세 명 모두 가장 먼저 제품의 차이를 이해하려고 했습니다.
그리고 이해한 다음에는 맛에 대한 불확실성, 가격, 메뉴의 차별성, 공간, 접근성 등 각자의 구매 장벽을 이야기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래서 이번 실험을 통해 이런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좋은 고객 검증은 "살 건가요?"를 묻는 것이 아니라
고객이 사기 전에 어떤 질문을 하는지를 발견하는 과정일지도 모릅니다.
고객 검증은 '정답'을 찾는 일이 아니었습니다.
이번 인터뷰는 제가 만들고 있는 와로컬AI를 활용했습니다.
이번 인터뷰를 시작하기 전에는 이런 답을 얻고 싶었습니다. “홍콩식 밀크티 카페, 사람들이 좋아할까?” 그런데 인터뷰가 끝나고 나니 질문이 달라졌습니다. “고객은 이 서비스를 처음 접했을 때 무엇부터 궁금해할까?” 이번 인터뷰에서 세 명의 AI 고객은 모두 비슷한 지점에서 멈췄습니다. “홍콩식 밀크티가 일반 밀크티와 뭐가 다른가요?” 창업자인 저는 이미 제품을 이해하고 있었기 때문에 가격, 메뉴 구성, 인테리어 같은 다음 문제를 고민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고객은 아직 첫 번째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제품을 이해하는 것. 어쩌면 우리가 고객 검증을 하는 이유는 내 아이디어가 좋은지 확인받기 위해서가 아니라, 내가 당연하다고 생각해서 놓치고 있던 질문을 발견하기 위해서인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이번 세 번의 인터뷰만으로 홍콩식 밀크티 카페가 성공할지 판단하지 않으려고 합니다.
오히려 새로운 가설이 생겼습니다. 홍콩식 밀크티의 차이를 어떻게 설명해야 고객이 가장 빠르게 이해할까? 진하고 달 것 같다는 첫인상은 실제 구매를 얼마나 방해할까? 홍콩이라는 콘셉트와 시그니처 메뉴 중 무엇이 실제 방문을 만들까? 이제 이 질문들을 더 많은 AI 고객에게 던져볼 생각입니다.
AI가 사업의 정답을 알려주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사업을 시작하기 전에 우리가 무엇을 검증해야 하는지는 훨씬 빨리 발견하게 해줄 수 있습니다. 그리고 저는 그것이 AI 시대 고객 검증의 가장 흥미로운 변화라고 생각합니다.
오늘의 한 문장
창업자는 답을 찾으려 하지만, 좋은 고객 검증은 다음 질문을 발견하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