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 장벽 때문에 좋은 제품과 실력을 가진 수출 기업이 해외 진출 기회를 현실화하지 못한다면, 이는 개별 기업의 손실을 넘어 국가 수출 경쟁력 전체의 손실입니다. 프리터는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사명감으로 시작됐습니다. 창업자 본인이 싱가포르 현장에서 언어 때문에 협상력과 판단력을 잃었던 경험에서 출발해, 통역사를 부르기엔 번거롭고 부담스러운 현장의 빈틈을 채우기 위해 이어폰 하나로 각자 자국어로 말하고 자국어로 듣는, 가장 편하고 쉬운 방식의 AI 동시통역을 만들었습니다. 제 이야기를 솔직하게 들려드려보겠습니다.
싱가포르에서 날려버린 수출 기회
싱가포르에서 바이어를 만나던 시절, 나는 회의실에 들어가기 전마다 똑같은 의식을 치렀다. 20분 분량, 2000자의 영문 스크립트 암기, 이메일로 주고받은 계약 조건, 예상 질문, 숫자들을 몇 번이고 되뇌며 문 앞에 섰다. 준비는 늘 완벽했다. 문제는 늘 회의가 시작되고 나서였다.

바이어가 빠르게 영어로 말을 쏟아내기 시작하면, 어느 순간부터 암기했던 스크립트 문장의 절반은 흘려보내고 나머지 절반으로 잘 알아듣지 못하면서 전체 맥락을 짜맞추고 있는 나를 발견하곤 했다. 특히 곤란했던 건 숫자였다. 단가나 수량, 납기 같은 핵심 정보가 영어로 스치듯 지나갈 때, 되묻는 게 프로답지 못하다는 생각에 일단 고개를 끄덕이고 넘어간 적이 셀 수 없이 많다. "Got it.","Yes." 이라고 답했지만 사실 절반도 이해하지 못한 순간들. 회의가 끝나고 나서야 메일로 다시 확인하며 식은땀을 흘렸던 기억이 아직도 선명하다.

더 아이러니했던 건, 한국어로 말할 때의 나와 영어로 말할 때의 나는 완전히 다른 사람이었다는 사실이다. 한국어로는 협상 테이블에서 상대의 말을 끊고 들어갈 타이밍을 정확히 알았고, 침묵을 무기로 쓸 줄 알았고, 농담 한마디로 분위기를 바꿀 수 있었다. 영어로는 그 모든 감각이 사라졌다. 마치 엄마 말을 따라하는데 급급한 유치원생이 되는것 같았다. 되도 않는 영어 문법이 맞는지부터 걱정하느라 정작 협상의 흐름을 놓쳤고, 자신 있게 던져야 할 한마디를 머릿속에서 시뮬레이션 하다 타이밍을 놓쳤다. 사업 경험도, 판단력도, 자신감도 그대로인데 언어 하나 때문에 나는 협상 테이블에서 절반 이상 멍청해진 사람이 되어 있었다.
통역사를 쓰면 되지 않느냐고 물을 수도 있다. 실제로 KOTRA의 도움을 받ㅂ아 몇 번 써봤다. 하지만 통역사가 끼는 순간, 대화는 내 것이 아니라 통역사의 것이 된다. 내가 한마디를 하면 통역사가 옮기는 동안 바이어의 표정을 살필 시간이 사라지고, 반대로 바이어가 말하는 동안 나는 통역이 나오기까지 그의 표정만 읽으며 기다려야 했다. 미묘한 뉘앙스, 예를 들어 살짝 망설이는 어조나 강조하고 싶은 단어의 무게 같은 것들은 통역을 거치며 평평해졌다. 그리고 비용은 미팅 하나에 수십만 원, 성수기에는 부르는 게 값이었다.

그때 깨달았다. 내가 겪고 있는 문제는 '번역'의 문제가 아니었다. 단어를 몰라서가 아니라, 대화의 속도와 뉘앙스, 그리고 그 안에서 내가 원래 가진 카리스마를 언어 장벽이 통째로 갉아먹고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이건 나만의 문제가 아니었다. 같은 수출 현장에서 뛰는 수많은 한국 기업, 더 나아가서 비영어권 담당자들이 매일 같은 방식으로 자기 능력의 절반만 쓰고 있었다.
해외 바이어 미팅 시 기존 통번역 해결책들이 놓친 것
수출 현장에서 언어 문제를 풀어보려는 시도는 이미 많았다. 하지만 어느 것도 완전한 답은 아니었다.
전문 통역사는 정확하지만 비싸고 예약이 번거롭다. 성수기 동시통역은 월 800만 원을 넘기기도 하고, 여기에 출장비와 대기 수수료까지 더해지면 부담은 배가 된다. 무엇보다 급하게 잡힌 미팅에는 애초에 대응이 안 된다.
구글 번역 같은 범용 번역기는 무료고 빠르지만, 우리 회사 제품명이나 업계 전문 용어 앞에서는 속수무책이었다. 회의 중 실시간으로 붙잡고 쓰기에도 어색했고, 문서 번역용으로 만들어진 도구를 대화에 억지로 끼워 맞추는 느낌이었다.
화상회의 플랫폼에 내장된 번역 기능도 써봤지만, 직역 위주의 순차 번역이라 속도가 느리고 대화의 흐름을 자주 끊었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우리는 대면 미팅이 훨씬 많았다. 해외 전시회 부스, 바이어의 사무실, 공장 견학 현장 — 노트북 화면 없이 이어폰 하나로 자유롭게 걸어다니며 대화해야 하는 순간들에 이런 도구는 애초에 쓸 수가 없었다.
| 구분 | 인간 동시통역사 | Notta·Otter·Aness | 갤럭시 AI Live 통역 | 프리터(Preter) |
|---|---|---|---|---|
| 통역 방식 | 사람이 직접 실시간 통역(동시/순차) | 텍스트 자막·회의록 | 통화 중 음성 통역 | 이어폰 양방향 음성 동시통역 |
| 사용 환경 | 사전 섭외된 대면·컨퍼런스 | 화상회의 중심, 화면 확인 필요 | 갤럭시 기기, 통화 중에만 | 대면 미팅 최적화 |
| 참여 인원 | 통역사 1인당 언어쌍 1개, 다자간 시 추가 고용 필요 | 회의 플랫폼 참가자 수에 종속 | 1:1 | 미팅룸 최대 30인 + 키노트(브로드캐스트) 모드 |
| 동시 지원 언어 | 통역사가 구사하는 언어쌍(보통 1~2개) | 서비스별 상이, 자막 언어 1개 선택 | 통화별 1개 언어쌍 | 한/영/일/중/스페인어 등 26개국어 실시간 이용 가능 |
| 양방향 여부 | 가능하나 통역사 1인이 소화, 순차 시 흐름 끊김 | 자막 형태로 실시간 음성 동시통역 아님 | 가능 | 각자 자국어로 말하면 실시간 양방향 |
| 가격 | 월 800만원~1,000만원(성수기, 출장비 별도) | 구독형, 통상 월 $10~30대 | 기기 내장 무료 | 월 8만원(100분 포함, 초과 시 10분당 8천원) |
| 예약/즉시성 | 사전 섭외 필수, 성수기 예약난 | 즉시 가능하나 플랫폼 연동 필요 | 통화 시 즉시 | 예약 없이 24시간 즉시 이용 |
| 시선/몰입도 | 통역사에게 시선 분산 | 화면에 시선 고정 | 휴대폰 확인 필요할 수 있음 | 자신감있는 대화, 아이컨택 대화 |
| 사전 자료 학습 | 사전 브리핑 필요, 전문용어 오역 가능 | 제한적(일부 용어집 기능) | 없음 | PDF·엑셀·과거 미팅자료 학습, 팀 용어집 자동 업데이트 |
| 미팅 후 인사이트 | 없음(속기록 별도 요청) | 회의록 요약 수준 | 없음 | 자동 요약+액션아이템, 협상 이면의 의도를 온톨로지로 분석해 확률적 제안 |
수출기업을 위한 동시통역 앱 프리터가 다르게 접근한 것
그래서 만든 것이 프리터다. 각자 자기 언어로 말하면, 상대방 귀에는 그 언어로 자연스럽게 전달된다. 나는 한국어로 말하고, 바이어는 영어로 듣는다. 그 반대도 마찬가지다. 화면을 볼 필요도, 자막을 읽을 필요도 없다. 쓰던 이어폰 하나면 충분하다.
프리터를 만들며 가장 신경 쓴 세 가지가 있다.
첫째, 눈이 아니라 귀로 듣는 통역이다. 텍스트로 옮기고 그걸 다시 음성으로 읽어주는 방식이 아니라, 음성에서 음성으로 바로 이어지는 구조를 택했다. 화면을 보느라 상대의 표정을 놓치는 일이 없어야 했다.
둘째, 대화가 쌓일수록 똑똑해지는 비즈니스 온톨로지다. 수출 미팅은 한 번으로 끝나지 않는다. 같은 바이어와 여러 번 만나고, 협상은 몇 주에서 몇 달에 걸쳐 이어진다. 프리터는 이 미팅들의 맥락을 계속 쌓아가면서, 언어 이면에 있는 화자의 의도까지 읽어내려고 한다. 언젠가는 이 데이터가 사업적 판단을 도와주는 수준까지 갈 수 있다고 믿는다.
셋째, 웹이 아니라 네이티브 앱이다. 스마트폰과 블루투스 이어폰의 마이크를 그대로 활용해서, 브라우저 기반 음성 인식보다 훨씬 정교한 인식과 자연스러운 통역 음성을 전달한다. 회의실 안이 아니라 전시회장, 공장, 길거리에서도 쓸 수 있어야 진짜 현장형 도구라고 생각했다.
프리터를 실제로 쓰는 방법

1. 미팅룸 셋업. 미팅룸을 만들고 QR코드나 링크로 상대방을 초대한다. 각자 언어만 설정하면 준비는 끝난다.
2. 자료 사전 학습. 회사소개서, 제품 단가표, 과거 미팅 자료를 미리 업로드해두면 프리터가 우리 사업 맥락을 파악한다. 제품명이나 고유명사, 업계 전문 용어까지 미리 익혀두기 때문에 엉뚱한 번역으로 당황할 일이 줄어든다.
3. 이어폰을 끼고 평소처럼 말하기. 특별한 조작이 필요 없다. 그냥 말하는 순간 상대방 귀에 전달된다.
4. 미팅 후 자동 요약. 미팅이 끝나면 핵심 내용과 액션 아이템이 자동으로 정리되어 온다. 다시 녹취를 풀어쓰거나 회의록을 따로 작성할 필요가 없다.
왜 지금, 이 시장인가
통역·번역 시장은 지금 빠르게 커지고 있다. AI 번역 시장은 연평균 16~17%대 성장이 전망되고, 글로벌 통역 시장 역시 2026년 약 158억 달러 규모에서 2034년 약 358억 달러까지 성장할 것으로 예측된다. 원격 화상회의의 일상화, 그리고 AI 지원 통역에 대한 수요 증가가 이 성장을 이끄는 핵심 동력으로 꼽힌다.
다만 프리터가 보는 시장은 조금 더 좁고 뾰족하다. 우리는 모든 언어, 모든 상황을 다 잡으려 하지 않는다. 한국 수출 중소기업이 실제로 가장 자주 부딪히는 언어인 한국어, 영어, 일본어, 중국어 네 개 언어의 양방향 통역에 집중하고, 그 안에서 정말 쓸 만한 도구를 만드는 데 집중한다.
인간 통역사를 대체하는 게 아니다
가끔 이런 질문을 받는다. AI가 결국 인간 통역사를 대체하게 되는 것 아니냐고. 나는 그렇게 보지 않는다. 오히려 영역이 나뉜다고 생각한다.
정말 격식이 필요한 자리, 법적 책임이 따르는 중요한 협상, 미묘한 문화적 뉘앙스와 감정적 교감이 승패를 가르는 자리에서는 여전히, 그리고 앞으로도 전문 통역사의 역할이 필수적이다. 그런 자리는 오히려 더 전문화되고 예우받는 영역으로 남을 것이다. 이는 아마도 순차통역 이라는 장르로 고도화 될것 이다. 순차통역이야 말로 인간이 해낼수 있는 온톨로지 번역의 끝판왕이야.
반면 프리터가 있는 자리는 다르다. 하루에도 몇 번씩 반복되는 수출 상담, 갑자기 잡힌 바이어 미팅, 전시회 부스에서의 짧은 대화처럼 '자주, 빠르게, 부담 없이' 써야 하는 현장이다. 이런 자리는 애초에 통역사를 부를 수 없거나, 부르기엔 비효율적인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프리터는 이 빈 자리를 채우는 도구다. 인간 통역사의 자리를 뺏는 게 아니라, 통역사가 없어서 아예 소통을 포기했던 수많은 순간들을 되살리는 일에 가깝다.
프리터로 만들고 싶은 것
싱가포르에서의 그 진땀 나던 순간들이 없었다면 프리터는 없었을 것이다. 알아들은 척하며 넘겼던 문장들, 한국어로는 절대 놓치지 않았을 협상의 흐름을 영어 앞에서 자주 놓쳤던 순간들. 나는 그 경험을 다른 수출 담당자들이 반복하지 않기를 바라며 이 제품을 만들고 있다.
언어 때문에 사업 판단이 흐려지는 일이 없는 것. 자기 나라 말로 말할 때 가지고 있던 그 판단력과 카리스마를 협상 테이블에서도 고스란히 유지하는 것. 프리터가 궁극적으로 만들고 싶은 순간은 딱 그거다. 이어폰 하나로, 언어가 더 이상 장벽이 아닌 순간.
글 본문 : https://preter.me/blo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