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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딥임팩트', '돈룩업'이 현실이 되고 있다면?

 

< 칙술루브 유카탄 반도 >

 

멋진 휴양지죠? 사실 이곳은 거대 소행성이 충돌했던 충돌구였다고 하면 믿어지시나요? 6600만년 전, 지금의 멕시코 유카탄 반도 칙술루브(Chicxulub)에 지름 약 10km에 달하는 거대 소행성이 충돌했었습니다.

소행성 충돌로 어마어마한 양의 기후변화 가스가 대기 중으로 방출되었습니다. 떠오른 먼지들은 하늘을 뒤덮으며 햇빛을 감추고 지구는 암흑 그 자체였다고 합니다. 공룡을 비롯한 당시 지구 생명체의 약 75%가 사라졌습니다. 소행성 충돌. 지구의 거의 모든 종을 멸종시킬 만큼 세상에서 가장 파괴력이 큰 재앙입니다.

 

소행성 충돌보다 위험한 인류가 만들어낸 위기

 

< 영화 ‘딥임팩트’ >

                                                                   

1998년에 개봉했던 영화 ‘딥임팩트’는 충돌 시 지구를 완전히 파괴할 가능성이 있는 혜성이 다가온다는 설정으로 이를 막기위해 여정을 떠나는 사람들에 대한 영화입니다. 조금 생뚱맞게 들릴 수 있습니다만, 저는 요즘 진짜 딥임팩트가 우리 인류에 다가오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딥임팩트 포스터 하단에 ‘Oceans rise. Cities Fall. Hope Survives.’ 라고 적혀 있는데요. ‘충돌로 인해 해일이 일고, 도시는 함락되며 사람들은 생존을 바란다’는 의미인데 카피라이터가 마치 미래를 예언한 것처럼 느껴집니다.

‘Oceans rise’는 기후변화, ‘Cities Fall’은 인구위기와 지방소멸, ‘Hope Survives.’는 우리들 모습으로 대응되는 것 같습니다. 소행성이 아닌 인간이 수십, 수백년에 걸쳐 만들어낸 이 위기는 천천히 그리고 은근하게 우리를 죄어 옵니다. 차일피일 해결을 미루기 쉽고, 너무 광범위해서 개인의 문제보다는 사회적 문제라고 여기기 십상이기 때문에 어쩌면 소행성 충돌보다 훨씬 더 위험하고 치명적일 수 있습니다.

 

불타는 지구, 늙어가는 사회

 

 

2019년 9월부터 2020년 2월까지 약 5개월간 지속된 사상 최악의 호주 화재를 기억하실까요? 이 화재로 한국 면적의 절반에 달하는 지역이 불탔습니다. 호주는 사람이 거주하는 가장 건조한 지역으로, 유독 지구온난화에 취약한 국가로 꼽힙니다. 기후변화로 인해 기온이 상승하면, 건조했던 지역은 더욱 건조해지며 산불이 악화될 만한 악조건이 갖춰집니다. 환경 전문가들은 기후변화가 산불에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는 연결고리를 찾는 것은 어려운 일이지만, 호주의 평균 기온이 오르면서 산불 피해규모가 커질 수 있다는 사실을 부인하기는 어렵다고 합니다.

인구문제는 글로벌이슈는 아닐 수 있지만, 한국에 닥친 가장 큰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저출산으로부터 파생되는 심각한 문제들은 아시다시피 너무 많습니다. 초고령화에 따른 국가 생산성 저하, 연금고갈, 노인층 케어 시스템 부족, 지방 소멸, 수도권 초과밀화, 주거양극화 등 국가와 산업 전반에 걸쳐 침체에 빠지게 만들죠. 데이비드 콜먼 영국 옥스퍼드대 교수는 OECD 38개국 중 한국을 ‘인구소멸국가’ 1호로 지목한 바 있습니다. 2300년엔 대한민국 인구가 소멸한다는 국제사회 보고서도 있다고 합니다.

 

 <넷플릭스 영화 ‘돈룩업(Don’t Look Up)’ >

 

‘환경을 보호해야 한다’, ‘출산율을 높여야 한다’는 당위성만 강조하는 메시지로는 먹고사니즘에 몰두할 수밖에 없는 개개인의 참여를 이끌어내기 어렵습니다. 인류 전체의 문제는 개인 혹은 개별 집단의 우선순위에서는 밀리기 일쑤입니다. 넷플릭스 영화 ‘돈룩업(Don’t Look Up)’은 이 문제를 꼬집습니다. 주인공들은 지구를 파괴시킬 혜성이 다가온다는 사실을 만천하에 알리지만 국가도, 언론도 시큰둥합니다. 과연 인류에게 다가오는 딥임팩트를 피할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요?

 

수십년 동안의 환경 캠페인과 정부 노력의 결과는?

 

아시다시피 그동안 정부에서는 기후와 인구 문제를 바로잡기 위해 엄청난 연구와 캠페인, 정책들을 펼치며 수많은 예산을 투입해왔습니다.

 

< 그레타 툰베리(Greta Thunberg), 환경운동가 >

 

비행기는 가장 많은 탄소를 배출하는 교통수단입니다. 기차의 20배나 된다고 하네요. 비행기 타는 행위를 부끄러워 한다는 ‘플룩샴(Flugscham, Flight shame)’이란 용어도 탄생했습니다. 유명 환경운동가인 그레타툰베리는 이 플룩샴을 몸소 실천한 것으로 유명합니다. 유럽에서 뉴욕까지 연설을 하러 태양광 요트를 타고 이동하기도 했었죠. 이런 활동은 여러 사람에게 많은 자극을 주는 캠페인이 되기는 했지만 그저 보여주기 식이란 비판도 쏟아져 나왔습니다.

인구문제는 지난 15년 간 무려 280조원의 정책자금을 썼다고 하나, 이런 노력이 무색하게 우리나라 지난해 합계 출산율은 0.78명으로 통계 이래 가장 낮았습니다. 서울시는 무려 0.59명을 기록했고요. 이대로 가다가는 정말 한국인이 멸종되는 것이 아닌가 싶을 정도입니다.

 

 <일론머스크(Elon Musk) 트위터 >

                                          

일론머스크도 한국은 3세대 안에 지도에서 사라질 국가라고 트위터에서 공개적으로 지적하기도 했습니다. 십수년간 쏟은 정부 예산은 어디로 가고 한국은 왜 전 세계 대표 인구소멸 국가라는 오명만 쓰게 된 걸까요.

요지는 정책, 캠페인과 같은 소프트 솔루션은 이제 분명 한계가 있다는 것입니다. 공공의 문제, 사회적 문제로 접근했다가 실패했던 과거를 거울삼아 이제는 ‘민간’이 문제해결을 주도해야 합니다. 새로운 기술과 아이디어로 기후위기를 극복하고, 고객과 시장의 관점에서 인구문제를 접근하는 시도가 이뤄져야 합니다.

특히 인구이슈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출산율을 늘리는 것과 함께 당장 늙어가는 사회를 어떻게 더 생산적이고 활력있게 바꿀 것인가, 역피라미드 인구구조에서도 어떻게 새로운 일자리와 기회를 만들 것인가를 고민해야 할 때입니다. 더 이상 지체할 시간이 없기 때문에 처해 있는 상황 안에서 빠르게 기회를 찾아야 합니다. 불확실한 상황에서도 새로운 시장과 고객을 발견하고 빠르게 솔루션을 만드는 것은 스타트업이 가장 잘 하는 것이지요.

 

위기의 궤도를 바꾸는 실험들

 

지난 해 9월, 미국의 나사(NASA)는 딥임팩트 실험을 진행했습니다. 영화처럼 훗날 발생할지 모르는 소행성 충돌에 대비하기 위해 궤도변경 실험을 한 것이죠. 인공위성을 충돌시켜서 소행성의 본래 궤도를 인위적으로 바꾸는 것이었는데, 실험 결과 궤도가 변경되어 인류 첫 지구방어 실험에 성공했다고 나사는 전했습니다. 지구에서 1080만km 떨어진 곳에 지름 160m에 불과한 소행성을 정확히 타겟하여 인공위성을 충돌시킨 것만으로도 대단한데 궤도 변경에도 성공하다니 대단한 기술력입니다.

 

 < NASA, 소행성 궤도변경 실험 이미지 >

                                               

저는 스타트업의 기술과 솔루션도 인류에게 다가오는 위기의 궤도를 바꾸고 딥임팩트를 극복할 수 있게 할 것이라고 믿습니다. 그래서 제가 있는 블루포인트는 2014년 설립 이래 기후변화 문제에 관심을 갖고 이 문제를 해결하는 다양한 딥테크 스타트업에 투자해왔습니다. 차세대 전지인 전고체 배터리, 2차 전지 관련 소재와 부품, 재생에너지, 배양육과 대체육, 플라스틱 생분해기술 등 셀 수 없지요.

 

<아워스팟 (Ourspot) >

                                                             

최근에는 인구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이 문제를 다루는 스타트업에 투자하거나 직접 컴퍼니빌딩하는 활동을 전개하고 있습니다. 블루포인트는 맞벌이 부부의 돌봄공백 문제를 해결하고 아이들의 창의활동을 돕는 공간인 ‘아워스팟’을 만들었는데요. ‘인구’라는 아젠다 중심으로 스타트업을 탄생시킨 첫 시도입니다.

또한 배송원을 실버세대로 고용하는 정기배송 대행서비스옹고잉’을 운영하는 ‘내이루리’와 같은 스타트업에도 투자하고 있습니다. 국내의 약 850만명의 실버 인구 중 240만여명의 중하위 저소득계층을 대상으로 일자리를 제공하며 초고령화 사회에서도 근로생산성을 높이는 노력을 하고 있는 곳입니다.

 

마치며

 

개별 스타트업들은 아직 작지만 이들의 솔루션이 모여 함께 성장해간다면 어떨까요. 이들이 계속해서 신선한 기술과 아이디어를 제시하고 발전시킨다면 우리에게 다가왔던 위기가 어느덧 궤도를 바꾸는 날이 오지 않을까요? 기후변화, 인구감소를 다루는 스타트업들에게 그 어느 때보다 관심과 지원을 아끼지 않아야 하는 때입니다.

 

Written by 이용관

블루포인트의 대표. 카이스트에서 물리학을 전공, 한때 작가를 꿈꾸기도 했으나 창업에 도전했다.  12년 만에 엑시트(Exit)한 경험을 바탕으로 블루포인트를 설립, 유망한 스타트업을 발굴·지원하며 이들과 함께 꿈을 키워 나가는 액셀러레이터의 길을 걷고 있다. 

Edited by 임혜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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