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thropic 제품 발표 하나에 SaaS 주식 수천억 달러가 증발했다. 2022년 금리 인상 때와는 차원이 다르다. 그때는 매크로가 문제였지, SaaS 자체가 의심받진 않았다. 지금은 다르다. AI가 SaaS의 존재 이유 자체를 흔들고 있고, 시장은 이 공포에 무차별적으로 반응하고 있다. 솔직히 말하면, 이번엔 바닥이 어딘지 아무도 모른다.
1. 📉 2026년 SaaS 대학살의 현주소
- BVP 클라우드 인덱스 기준, SaaS 주가가 역사적 저점 수준으로 추락 중임
- 2월 첫째 주 화요일, Anthropic의 신제품 발표 하나가 방아쇠를 당김. SaaS 종목에서 수천억 달러 시총이 하루 만에 사라짐
- 기묘한 건, S&P나 나스닥 같은 다른 지수는 괜찮다는 것. 매크로가 아니라 SaaS만 골라서 맞고 있음
- SaaS 멀티플이 역사적 최저치까지 압축됨. Jefferies 2월 보고서 기준
2. 🔄 2022년과 뭐가 다른가
- 2022년 SaaSacre는 금리 인상이라는 매크로 이벤트가 원인이었음. 전체 시장이 같이 빠졌고, SaaS 기업들의 펀더멘탈(성장률, NRR 등)은 멀쩡했음
- 2026년은 정반대. 매크로는 양호한데 SaaS만 빠지고, 성장률과 NRR 같은 기초체력 지표도 동반 하락 중
- 체감상 가장 큰 차이는 속도. 2022년은 급락 후 반등 기대가 있었지만, 지금은 ChatGPT 출시 이후 천천히, 그러나 확실하게 진행돼 온 구조적 심리 변화의 결과임
3. 🤖 공포의 핵심: AI가 SaaS를 어떻게 죽이나
- AI 네이티브 플레이어들이 고객지원, GTM 툴링, 콘텐츠 생성, 코딩 영역에서 기존 SaaS를 빠르게 대체 중
- AI 에이전트가 워크플로우 자체를 압축해버림. 여러 SaaS를 넘나들며 클릭하던 과정이 챗박스 하나로 끝남. UI 중심 SaaS에겐 치명적
- 사티아 나델라가 던진 화두가 핵심. 앱이란 결국 CRUD 데이터베이스 위의 비즈니스 로직 GUI일 뿐이고, 에이전틱 레이어가 이걸 통째로 대체할 수 있다는 것. CRM, ERP 같은 레거시 시스템이 가장 큰 타격을 받는 중
4. 🏗 "사지 말고 만들자"의 시대
- 바이브 코딩 툴의 등장으로 소프트웨어 개발 비용이 사실상 제로에 수렴
- 기업들이 서드파티 SaaS를 사는 대신, 사내에서 맞춤형 소프트웨어를 직접 만드는 쪽으로 기울기 시작
- 특히 단순한 포인트 솔루션일수록 "그냥 우리가 만들지 뭐" 심리가 강해지고 있음
- 경쟁자 진입장벽도 같이 낮아지니, 더 싸고 더 많은 대안이 쏟아져 나올 수 있음. 기존 SaaS 입장에선 가격 압박과 이탈률 동시 상승이라는 악몽
5. 📊 성장 곡선이 꺾이고 있다
- SaaS 시장 자체가 S커브 성숙기에 접어들면서 성장 둔화는 이미 진행 중이었음
- 여기에 AI가 기름을 부음. 기업들의 신규 IT 예산이 AI 네이티브 벤더로 몰리고 있음
- AI에 올인하지 않는 기업들도 "차세대 솔루션이 뭘 보여줄지 일단 지켜보자"며 기존 SaaS 지출을 보류하는 추세
- AI 네이티브 기업들의 성장 속도와 제품 개발 속도가 기존 SaaS와 비교 자체가 안 됨. 인컴번트들이 뒤처져 보이는 건 당연한 수순
6. 💰 수익성도 안전하지 않다
- AI를 제품에 탑재해도 컴퓨팅 비용, 모델 API 비용 때문에 매출총이익률이 구조적으로 낮아짐. 기존 클라우드 SaaS의 고마진 시대가 흔들리는 것
- AI 인재 확보 전쟁으로 주식보상비(SBC)가 급증. Avenir 보고서에 따르면 SBC 오버행이 장기 수익성을 갉아먹는 수준까지 왔음
- Goldman Sachs에 따르면, 기존 SaaS 카테고리에 AI 에이전트가 본격 침투할수록 인컴번트의 잠재적 시장가치가 줄어들 것으로 전망
7. 🪑 시트당 과금 모델의 종말
- SaaS 과금의 근간이었던 시트 기반 프라이싱이 위협받고 있음
- AI 에이전트가 화이트칼라 업무 상당 부분을 처리하면, 소프트웨어를 쓰는 '사람 수' 자체가 줄어듦. 과금 기반이 무너지는 셈
- AI 네이티브 기업들은 처음부터 성과 기반, 소비 기반 과금을 채택. 레거시 SaaS가 여기에 맞춰 과금 모델을 바꾸는 건 현실적으로 쉽지 않음
- SEO 중심의 고객 획득 전략도 먹히지 않기 시작. 소비자들이 제품 검색과 추천을 LLM에 의존하면서, 기존 디지털 마케팅 채널의 효과가 떨어지고 있음
8. 🏦 투자자들의 엑소더스
- 위의 모든 리스크가 합쳐진 결과, 투자자들이 SaaS에 적용하는 터미널 밸류, FCF 전망치, 할인율 가정이 전부 하향 조정됨
- 모델링 불확실성 자체가 너무 커서 아예 SaaS 카테고리를 리스크오프 하는 투자자도 늘고 있음
- 자본이 SaaS에서 빠져나가 AI 인프라, 반도체, 에너지 쪽으로 로테이션 중
- 급락이 급락을 부르는 악순환. 스탑로스 트리거, 패닉 셀링이 연쇄적으로 발생
9. 🔮 이번엔 바닥이 안 보인다
- 2022년에는 "금리가 안정되면 반등한다"는 명확한 트리거가 있었음
- 2026년엔 그런 게 없음. AI가 SaaS에 가하는 압력이 구조적인 건지 아니면 일시적 과잉 반응인지조차 시장이 판단하지 못하고 있음
- 비관론이 무차별적으로 퍼지면서, 실제로 AI 위협이 크지 않은 SaaS 기업들까지 디레이팅 당하는 중
- 한때 가장 예측 가능한 비즈니스 모델로 칭송받던 SaaS가, 자기 미래의 지속 가능성을 스스로 증명해야 하는 처지가 됐음
여기서 한 발짝 물러나 생각해보면, 이건 SaaS만의 문제가 아님. AI가 소프트웨어 산업의 가치 사슬 전체를 재편하는 과정에서 벌어지는 일이고, 그 과정에서 구조적 변화와 단기 공포가 뒤섞여 있음. 진짜 문제는 이 둘을 구분할 수 있는 사람이 지금 시장에 거의 없다는 것.
SaaS에 투자하고 있거나, SaaS 기업에서 일하거나, SaaS 기업을 만들고 있다면 지금이 가장 냉정하게 현실을 직시해야 할 타이밍이다. "AI가 SaaS를 죽인다"는 한 줄짜리 공포에 매몰될 게 아니라, 내가 속한 카테고리에서 AI 압력이 구조적인지 순환적인지를 스스로 판단해야 한다. 그 판단이 앞으로의 생존을 가른다.
출처: Janelle Teng Wade, "The SaaSacre of 2026" (Feb 7, 2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