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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S에서 배운 가장 잔인한 교훈: 우리는 누구의 판에서 싸우고 있는가?

CES에서 배운 가장 잔인한 교훈: 

우리는 누구의 판에서 싸우고 있는가?
 

이 글은 북미 진출을 준비하는 스타트업에게 ‘전략 이전에 반드시 점검해야 할 질문’을 CES2026에서 얻은 교훈으로 공유해 보고자 한다. 그 핵심교훈의 메시지는 세 가지다.

 

첫째, 북미시장을 ‘더 잘 싸워야 할 곳’이 아니라 ‘판부터 점검해야 할 곳’으로 봐야 한다.

스타트업은 기능·가격·마케팅 같은 실행 레벨에서 현지 경쟁사와 경쟁해야 한다. 하지만 그 경쟁 자체가 이미 누군가에게 유리하게 설계된 판일 수 있음을 의심할 수 있어야 한다. 이는 북미 진출 전, 불필요한 소모전을 피하게 해 준다.

 

둘째, 실패의 원인을 내부 역량 부족이 아닌 ‘시장 구조’로 재해석할 수 있어야 한다.

성과가 안 나올 때 흔히 “우리 팀이 부족해서”라고 자책한다. 하지만 실패의 원인은 종종 실력이 아니라 잘못 들어간 경기장에 있음을 짚어야 한다. 이는 창업가는 불필요한 팀 에너지소모 대신, 더 냉정한 판단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셋째, 북미 진출 전략의 출발점을 ‘피벗·A/B 테스트’가 아닌 ‘시장 선택’이 우선돼야 한다.

“무엇을 더 고치고 개선할 것인가?”가 아니라 “왜 이 시장이어야 하는가? 이 룰에서 우리가 이길 수 있는가?”라는 질문을 먼저 던져야 한다. 이는 북미 시장에서 살아남는 스타트업이 공통으로 갖고 있는 사고방식이다.

 

이 글이 북미 진출을 고민하고 준비하는 있는 스타트업이라면,

더 열심히 싸우는 전략도 중요하지만, 싸울만한 가치가 있는 판에 들어가는 것인지 한번쯤 의심해보는데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


 

스타트업은 매일 전쟁터에 선다.

얼마 전 다녀온 미국 라이스베가스에서 열린 CES 현장에서도 가장 노골적으로 드러나고 있었다. 라스베이거스 컨벤션 센터 전시장에 들어서는 순간, 나는 마치 거대한 경기장 한가운데 던져진 기분이 들었다. 전시장의 부스와 전광판은 AI가 주어가 되어있고 '혁신', '미래'와 같은 선언적 문구들이 부스 벽면을 가득 채우고 있다. 관람객들은 바쁘게 QR을 찍고, 데모를 보고, 제품 설명을 들으며 고개를 끄덕인다. 겉으로 보면 모두가 이 판에서 이기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는 장면이 분명했다.

 

그리고 CES 개막 3일째를 돌고 나서야, 나는 큰 여운이 남는, 미처 묻지 못했던 질문을 남겼다.

 

“그래서… 이걸 왜 당신들이 해야 하죠?”

“이 시장에서 이 룰을 누가 만들었죠?”

 

그때서야 비로소 이번 CES가 내게 던진 가장 큰 교훈이 또렷해졌다. 우리는 승리를 위해 전략과 실행에 모든 전력을 쏟아붓는다. 가격 정책을 다듬고, 기능을 고도화하며, 마케팅 메시지와 팀빌딩에 밤낮을 잊는다. 하지만 우리가 치열하게 고민하는 그 리스트에서 정작 빠져 있는 본질적인 질문, 정작 우리가 의심하지 않는 것이 있다.

 

“이 판은 애초에 누가 짰는가? 그리고 이 룰은 누구에게 유리하게 설계되었는가?”

 

우리는 너무 오랫동안 ‘이기는 법’만 고민해 왔지, ‘누가 이 판을 만들었는지’는 묻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대부분 우리는 주어진 판을 ‘상수’로 받아들인다. 원래 그런 것이라 믿고 그 판에서 이길 방법을 찾는다. 하지만 남이 설계한 판 위에서 얻을 수 있는 결과는 두 가지뿐이다.

 

운 좋게 적응하거나,

비참하게 도태되거나.

 

피터 틸 (Peter Thiel)은 “경쟁은 패자를 위한 것이다(Competition is for losers).”라며, 경쟁이 치열한 시장은 이미 게임의 룰이 남에게 유리하게 짜인 판이라는 경고 한다. 이기는 전략보다, 경쟁하지 않아도 되는 판을 만드는 것이 핵심이라는 메시지로 읽히는 대목이다.

 

최근 나는 스타트업의 글로벌 진출 전략과 실행을 도우면서, 우리 스타트업이 들어가고자 하는 북미시장의 판과 룰부터 점검해야 한다는 사실을 뼈저리게 느끼고 있다. 반복된 흔한 실수와 소모적인 것은 그 판과 룰은 그대로 받아들인 채, 그 안에서 온갖 피벗(Pivot)과 A/B 테스트를 반복하고 있는 장면들이다. 워런 버핏(Warren Buffett)은 “계속 물이 새는 배에 있다면, 구멍을 막는 데 에너지를 쓰기보다 배를 바꾸는 편이 훨씬 생산적이다(If you find yourself in a chronically leaking boat, energy devoted to changing vessels is likely to be more productive than energy devoted to patching leaks).”라고 했다. 즉, 잘못된 판에서의 개선은 노력처럼 보이지만, 실은 방향을 틀어야 할 신호일 수 있다고 꼬집는다.

 

더 큰 문제는, 그 결과가 좋지 않으면 화살을 내부로 돌린다. “내가 부족해서, 우리 팀이 더 강하지 못해서”라며 스스로를 채찍질한다. 하지만 그것은 선수의 실력 부족이 아니라, 애초에 질 수밖에 없도록 설계된 경기장 때문일지도 모른다.

 

지금 우리에게 정말 필요한 건,

더 정교한 전략이 아니라 그 전략 자체를 의심해 보는 태도일지도 모른다. 그 의심은 지금 서 있는 판을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고, 아예 다른 판을 상상할 용기로 이어져야 한다.

 

한번 생각해 보자.

지금 당신이 필사적으로 쫓고 있는 이 판은, 머지않아 또 다른 누군가에 의해 새 판으로 다시 짜일 가능성이 크다. 그런데도 기존 판의 기준에 맞춰 ‘완성도’를 높이는 데만 시간을 쓰고 있다면, 그 노력은 언젠가 가장 비싼 비용으로 돌아올 수밖에 없다.

 

이제 북미 시장에 들어가기 전이라면,

이 판에 서야 할 이유부터 다시 물어야 한다는 것을.

그래도 자신 있다면,

지금 당신이 서 있는 그 경기장은 정말 당신에게 승산이 있는 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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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진 포텐셜아이즈 l 가능성에 반응하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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