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제목 : 아르헨티나, 달러 부족은 ‘재정 문제’가 아니라 ‘질서의 문제’
1. 글로벌 최신 뉴스
(부에노스아이레스=연합뉴스) 김선정 통신원 = 아르헨티나 정부가 내년 1월 초 도래하는 대규모 국채 상환을 앞두고 달러 조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현지 매체 페르필이 1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아르헨티나 경제부는 기술적 디폴트를 피하기 위해 국제 금융시장과 국영 자산 매각, 외화보유액 활용 등 복수의 방안을 검토 중이지만, 상환 재원 확보의 불확실성으로 금융시장의 긴장감은 지속되고 있다.
아르헨티나 정부는 2020년 채무 재조정으로 발생한 부채 상환만으로도 내년에 약 87억 달러(약 12조8천억원)를 조달해야 하며, 이 가운데 1월 상환액은 약 44억 달러, 7월 상환액은 약 43억 달러에 달한다.
출처 : 김선정, "아르헨 1월 채무상환용 달러 확보 난항…시장 긴장감 지속", 연합뉴스, 2025.12.14, https://www.yna.co.kr/view/AKR20251214001300009?section=international/all
2025년 12월 중순, 아르헨티나는 2026년 1월 만기 외채 상환을 위한 달러 확보에 난항을 겪고 있으며, 금융시장의 긴장 상태가 지속되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습니다.
이 뉴스의 표면은 익숙합니다.
1. 외환보유액 부족
2. 환율 불안
3. 시장 신뢰 약화
하지만 국제 경영 관점에서 이 사안을 한 문장으로 번역하면 이렇게 됩니다.
"아르헨티나는 질서가 없는 국가에서 시장이 어떻게 무너지는지 보여주고 있다."
2. 국제 경영 전략 : 질서가 무너진 시장에서, 전략은 어떻게 바뀌는가
아르헨티나의 달러 부족 사태는 국가가 더 이상 시장의 '질서 제공자'의 역할을 안정적으로 수행하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이때 기업의 국제 경영 전략은 성장 중심 논리에서 질서 대응 논리로 이동하며, 국제 마케팅, 국제 로지스틱, 국제 재무 전략 모두 동일한 방향으로 변형됩니다.
1) 국제 마케팅 전략 : “'수요'가 있어도, '시장'이 아닐 수 있다”
질서가 붕괴 국가에서 가장 먼저 무너지는 것은 "가격의 의미"입니다.
1. 환율이 급변하고
2. 통화 가치가 신뢰를 잃으며
3. 소비자의 구매 결정은 '선호'가 아니라 '불안'에 의해 좌우됩니다.
이 환경에서 국제 마케팅 전략은 근본적으로 달라집니다.
브랜드 자산 축적 전략, 장기 고객 관계 구축 대신 중심이 되는 것은 아래의 3가지입니다.
1. 현금 회전 속도
2. 단기 판매 가능성
3. 결제 조건의 안정성
즉, "얼마나 팔 수 있는가?"에서 "팔린 돈이 실제로 회수되는가?"로 마케팅의 질문이 바뀝니다.
질서가 없는 시장에서 마케팅은 "브랜드 전략"이 아니라 "통화 전략의 일부"가 됩니다.
2) 국제 로지스틱 전략 : “물류는 '효율'이 아니라 ‘통제 회피 기술’이 된다”
달러가 부족해지는 순간, 국가는 선택을 강요받습니다.
1. 외화 유출 통제
2. 수입 라이선스 제한
3. 필수재 중심 통관
이때 기존의 국제 로지스틱 전략은 더 이상 작동하지 않습니다.
단일 항구 중심 구조, 비용 최소화 중심 설계 대신 기업은 아래의 4가지를 우선 고려해야 합니다.
1. 복수 항구 및 복수 루트
2. 인접국 경유 구조
3. 지역 허브를 활용한 우회 공급망
4. 재고 최소화 전략
이 환경에서 물류는 "비용 절감 수단"이 아니라, "전략적 자유도를 확보하는 장치"가 됩니다.
질서가 붕괴한 국가에서는 "효율적인 공급망"보다 "탈출 가능한 공급망"이 요구됩니다.
3) 국제 재무 전략 : “'수익'보다 중요한 것은 '출구의 존재'”
위기 국가에서의 핵심리스크는 "손실"이 아니라, "회수 불능"입니다.
이 환경에 국제 재무 전략은 이렇게 재설계됩니다.
장기 설비 투자, 자산 고정 대신,
1. 라이선스 기반 수익 구조
2. 서비스·기술 사용료 중심 계약
3. 회수 시점이 명확한 구조
4. 계약 단계에서 철수 조건 명시
국제 재무 전략의 핵심 질문은 더 이상 "얼마나 벌 수 있는가"가 아닙니다.
"우리는 언제, 어떤 조건에서 떠날 수 있는가?"입니다.
3. 인문학적 해석 : 플라톤, "영혼 삼분설"
셋으로 나뉜 영혼
영혼을 잘 돌보기 위해서는 우선 잘 이해해야 하겠다. 플라톤은 영혼을 세 부분으로 구분한다. 첫째는 돈과 이득을 추구하는 욕망의 부분이다. 우리에게 너무나 친숙한 부분이고, 플라톤도 이 부분을 가볍게 보지 않는다. 둘째는 명예를 사랑하는 부분으로 기개의 영역이다. 우리는 남에게 지거나, 억울한 일을 당하거나, 옳지 않은 일을 보면 화를 낸다. 셋째는 지혜를 사랑하는 부분이다. 인간은 진리에 대한 욕구를 갖고 있으며, 어떤 목적을 이루고자 할 경우에는 그를 성취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 무엇인가를 궁리한다. 이성이 이 부분을 담당한다.
오늘의 철학자들이 영혼 삼분설이라 이름 붙인 이 입장을 플라톤은 신체의 세 부분인 배, 가슴, 머리와 대응하여 설명한다. 우리는 무언가를 먹고 싶은 욕망이 생길 때 배를 만진다. 분통 터질 때는 가슴을 치고, 어떤 생각이 잘 떠오르지 않을 때 머리를 괸다. 플라톤의 비유가 그럴듯하다.
영혼처럼 국가도 셋으로 나눈다. 플라톤이 제시하는 국가 형성의 시나리오는 현실적이고 경제적이다. 개인들은 자신이 잘 만들어 충분히 갖고 있는 것을 교환하여 서로가 필요한 물품을 효율적으로 얻기 위하여 모인다. 이렇게 기초적 필요를 공급하는 사회의 초석으로 생산자 계층이 자리 잡는다. 사회가 더 복잡하게 발전하면 공동체의 안전을 보장하기 위해 군사 계급이 필요하다. 기개가 뛰어난 사람들이 이 역할을 담당한다. 다음으로는 생산과 안보를 조율하며 전체 사회를 안정적으로 이끌어가기 위한 지도자 계급이 필요하며, 이는 이성이 탁월한 사람들이 담당한다.
조화로서의 행복과 정의
영혼의 세 부분, 그에 대응하는 국가의 세 계급을 이야기한 후에 플라톤은 행복한 영혼과 정의로운 국가는 어떤 모습을 가져야 하는가를 찾아간다. 질서(kosmos)와 조화가 그의 처방에서 키워드다. 플라톤은 그리스 사회가 평화로운 전성기를 지나 아테네와 스파르타 사이의 펠로폰네소스 전쟁으로 혼란기로 접어든 때 태어났다. 평온했던 과거를 그리워하였고, 이 향수가 그의 사상에 영향을 미쳤다.
영혼을 이루는 세 부분 사이에 조화가 없어서는 좋은 삶이 꾸려질 수 없다. 세 부분이 서로 주도권을 가지려고 충돌하는 영혼은 지리멸렬한 상태에 머물러 평화를 유지하지 못한다. 누군가 주도권을 가져야 한다. 욕망은 자신에게 좋은 것처럼 느껴지는 이득을 좇지만 결국 자신을 파멸의 길로 이르게 할 수 있고, 기개는 명예로워 보이는 것을 따라가지만, 분노에 맹목적으로 따를 때 스스로를 부끄럽게 만들 수 있다. 이성이 지휘해야 한다. 무엇이 좋은 삶인가를 성찰하는 이성을 통하여 욕망과 기개를 절제할 때 좋은 삶, 행복한 삶이 이루어진다는 것이 플라톤의 생각이다.
플라톤의 국가관에도 조화가 중심에 있다. 진리와 옳음에 대한 성찰을 주도하는 지도자 계급이 지휘하고, 생산자 계급은 공동체를 위한 필요 물품을 생산 공급하고, 군사 계급은 사회의 안전을 지키는 일을 충실히 수행하는 것, 각 계급이 자신의 본분의 영역을 담당하며 남의 영역에 간섭하지 않는 것이 플라톤이 그리는 정의로운 사회의 모습이다.
출처 : 김기현, "욕망과 기개의 절제로 성취되는 행복과 정의", 중앙일보, 2020.03.21, https://www.joongang.co.kr/article/23735357
플라톤에 따르면, 국가는 인간의 영혼과 같은 구조를 가집니다.
그리고 그 영혼은 세 부분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1. 이성
2. 기개
3. 욕망
정의로운 국가는 이성이 욕망을 통제하고, 기개가 그 질서를 지켜주는 국가입니다.
4. 실전 적용 인사이트 : “왜 국제 경영 전략은 ‘방어적’으로 변하는가”
질서가 사라질수록, 전략은 방어적으로 진화합니다.
아르헨티나 사례는 국제 경영 전략 전반에 하나의 공통된 메시지를 던집니다.
1. 마케팅은 "확장 전략"에서 "회전 전략"
2. 로지스틱은 "효율 전략"에서 "회피 전략"
3. 재무는 "수익 전략"에서 "출구 전략"
앞선 국제 경영 전략 인사이트는 플라톤적 관점에서 보면 매우 합리적입니다.
기업은 국가가 더 이상 이성적 질서를 제공하지 못하기 때문에 떠나는 것입니다.
플라톤은 정의로운 국가를 "각자의 역할이 제자리를 지키는 상태"로 정의합니다.
그러나 질서가 붕괴한 국가는
1. 통화는 통화의 역할을 하지 못하고
2. 가격은 가격의 신호를 잃으며
3. 계약은 미래를 보장하지 못합니다
이 순간 기업 전략은 "성장의 논리"에서 "자기보존의 논리"로 이동합니다.
5. 맺음말
아르헨티나의 달러 부족 사태는 "재정 실패"가 아니라 "질서 실패"입니다.
플라톤의 기준에서 보면, 질서를 지키지 못한 국가는 이성이 욕망을 통제하지 못한 국가이며 그 결과, 시장은 신뢰를 잃습니다.
이때 기업의 전략 변화는 위기의 원인이 아니라 결과입니다.
질서가 사라진 국가에서 기업이 방어적으로 변하는 것은 탐욕이나 냉정함 때문이 아닙니다.
약속이 더 이상 약속으로 작동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플라톤이 말한 정의로운 국가는 부유한 국가가 아니라,각자의 역할과 규칙이 제자리를 지키는 국가였습니다.
통화는 통화의 역할을 하고, 가격은 신호로 기능하며, 계약은 미래를 연결해야 합니다.
그 질서가 무너질 때, 국가는 자신의 영혼을 드러냅니다.
그리고 기업은 그 영혼을 보고 확장할지, 머무를지, 떠날지를 결정합니다.
국제 경영 전략이란 결국 시장 규모를 읽는 기술이 아니라, 국가의 영혼 상태를 읽는 능력일지도 모릅니다.
질서가 살아 있는 곳에서는 전략이 성장하고, 질서가 사라진 곳에서는 전략이 스스로를 지킵니다.
이 뉴스레터가 숫자 너머의 질서, 지표 뒤에 숨은 영혼을 다시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