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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남아시아에서 살아남는 현지화란? (feat. 배민베트남, 그랩, 콴다)

아직도 많은 분이 ‘현지화(Localization)’를 단순히 ‘언어 번역’ 정도로 생각합니다. 하지만 앱 마켓에 번역만 해서 올렸다가 소리소문없이 사라진 한국 앱들이 부지기수입니다. 심지어 자본과 마케팅 능력으로 무장했던 회사들도 쓴 맛을 봤죠.

오늘 뉴스레터에서는 실패 사례와 성공 사례를 통해 ‘진짜 현지화’를 잘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알아보고, 이를 바탕으로 한국어 교육 앱을 위한 고려사항까지 알아봤습니다.

 


 

1. 실패 사례 분석: 배달의민족

 

한국 최초이자 1등 배달 앱 ‘배달의민족(BAEMIN)’의 베트남 철수(사업 축소)는 굉장히 좋은 케이스입니다. 그들은 누구보다 ‘현지화’에 진심이었기 때문입니다.

A Brand's Story: BAEMIN Builds a Culture of Conversationalists | Vietcetera
Image Source: Vietcetera

 

마케팅은 A+, 비즈니스는 결국 낙제

 

배민은 2019년 진출 당시, “이게 한국 앱 맞아?” 싶을 정도로 베트남에 녹아들기 위해 많은 노력을 들였습니다.

서체 마케팅: 배민은 한국에서 먹현던 전략을 베트남에서도 사용했습니다. 폰트 불모지였던 베트남에 ‘BM 다니엘체’를 만들어 배포했고, 이는 현지 디자이너들의 사랑을 받으며 디자인 어워드까지 수상했습니다.

정서 공략: 베트남 사람들이 좋아하는 ‘고양이’ 캐릭터를 만들고, 에코백 같은 굿즈를 통해 젊은 층의 감성을 저격했습니다. 판데믹 때는 베트남을 위한 기부도 하며 ‘외국 자본의 참략’이 아닌 베트남과 상생하는 회사라는 이미지도 줬죠.

2023년 9월, 결국 배민은 사업 축소, 그리고 이후 철수를 결정합니다. 이유는 명확했습니다. 수익성 부족이죠.

High Incentivisation (높은 가격 민감도): 베트남 시장은 충성도보다 ‘쿠폰’이 우선입니다. 배민이 감성을 팔 때, 경쟁사인 그랩(Grab)과 쇼피푸드(ShopeeFood)는 막대한 자본으로 할인 쿠폰을 뿌렸습니다. 고양이 캐릭터고 나발이고 수입이 적으면 싼게 좋은거죠. 그랩과 쇼피의 깊은 지갑을 배민 베트남이 당해낼 수는 없었습니다.

슈퍼앱의 벽과 치열한 경쟁: 사실 배민은 억울한 면도 있습니다. 그랩은 차량 호출로, 쇼피는 이커머스로 이미 유저를 가둬둔(Lock-in) 상태였습니다. 이미 치열한 경쟁 속에서 음식 배달만 하는 단일 앱으로는 이들의 생태계를 이길 수 없었습니다. 현지의 상황과 유저의 성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것도 현지화 실패라고 할 수 있을까요.

수익성의 한계: 배민은 배민 앱에서만 구매할 수 있는 자체 뷰티 브랜드 ‘Lazy Bee’ 등을 출시하며 수익성을 높이려는 시도를 다양하게 해 봤지만, 본질적인 점유율 싸움에서 밀리며 역부족이었습니다.

솔직히 Lazy Bee 출시는 아직 이해가 안가긴 합니다.

Insight: 예쁜 브랜딩(문화적 현지화)은 평균 소득이 낮은 국가의 유저를 방문하게 할 순 있어도, 지갑 사정을 고려한 비즈니스 모델(경제적 현지화) 없이는 구매하게 할 수 없습니다.

 


 

2. 성공 사례 분석: 그랩(Grab)은 무엇을 현지화했나?

 

Grab, a Southeast Asian Ride-Hailing Giant, Raises $1.5 Billion - The New  York Times
Image Source: The New York Times

 

말레이시아에서 시작한 그랩은 생각보다 현지화를 위한 노력을 많이 합니다. 지금은 싱가폴에서도, 베트남에서도 당연한 현지 서비스같지만, 처음 진입할 때에는 그랩이나 우버나 다 외국 서비스였거든요. 그랩은 우버가 보지 못한 ‘ 현지 사용자의 실제 불편함’을 기술로 해결했습니다.

현지 사용자에 대한 이해: 우버가 차량에 집중할 때, 그랩은 현지의 교통수단인 오토바이에 집중했습니다.

지도의 재정의 (POI): 동남아의 복잡한 골목길(Soi)은 구글맵도 정확하지 않습니다. 그랩은 기사들이 직접 지도를 수정하게 하여 현지 최적화된 지도를 만들었습니다.

언어 장벽 파괴: 현지 기사와 외국인 승객 사이의 소통을 위해 앱 내 ‘실시간 채팅 번역’을 도입했습니다. 전화 통화 없이도 승차 위치를 잡을 수 있게 만든 이 기능은, 언어라는 가장 큰 심리적 장벽을 기술로 허문 사례입니다.

현금결제, 그 이상: 그랩은 현금만 쓰는 사람들이 디지털 결제의 편리함(할인, 포인트 등)을 누리고 싶어도 은행 계좌가 없어 불가능하다는 점을 간파했습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오프라인 상점을 ATM으로 만드는 전략을 썼습니다

그랩은 인도네시아 현지 Warung(구멍가게) 및 편의점에서 현금으로 그랩페이를 충전할 수 있게 해주고, 그랩 페이 사용을 통해 포인트를 쌓을 수 있게 했습니다. 이를 위해 Kudo라는 스타트업을 인수하기도 했죠.

은행 계좌가 없음으로 오는 불편은 드라이버쪽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그랩은 기사들에게 그랩페이 지갑을 만들어주고, 이 잔액을 현금처럼 쓰거나 제휴 된 소매점에서 바로 출금할 수 있게 하여 기사들의 금융 접근성 문제를 해결했습니다. 이는 기사 공급을 안정화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습니다.

이 외에도 다양한 이유가 있겠지만, 본질은 현지 사용자의 문제를 어느 정도까지 밀도있게 분석하고 해결해주었냐 하는 것입니다.

 


 

3. 실전 가이드: 한국어 학습 앱, 이렇게 만들면 성공합니다

 

이제 의뢰해주신 창업자님을 위한 ‘한국어 교육 앱’ 맞춤 전략입니다. 베트남에서 훌륭한 현지화를 만들어낸 교육 앱 강자 ‘콴다(QANDA)’의 사례와 함께 현지 인프라 환경을 고려한 몇가지 고려사항을 알아봅니다.

 

A. 콘텐츠(Content): ‘자격증’이냐 ‘덕질’이냐

 

Z세대는 취업 혹은 K-Pop, K-Drama 때문에 한국어를 배우고, 이 둘은 목적이 다릅니다. 어중간한 서비스가 아닌 확실한 방향성을 정하세요.

K-Pop, K-Drama 전략: “안녕하세요”, “감사합니다” 같이 뻔하고 지루한 커리큘럼 대신 “ 섹시푸드”를 가르치세요(제가 아는 가장 최신 슬랭..). 현지인들이 좋아하는 드라마 대사나 아이돌 가사를 활용한 ‘마이크로 러닝(1~3분 내외, 혹은 더 짧게)’ 콘텐츠가 틱톡 세대에게 먹힙니다.

TOPIK 전략: 취업을 목표로 하는 학습이라면 자격증, 그리고 취업 연결이 주목해야 할 키워드일 겁니다. 이들은 생각보다 K-Drama, K-Pop에 관심이 없습니다.

베트남의 상황을 조금 자세하게 공유하자면 코로나 이전에 베트남에서 한창 한국어 학습의 열기가 뜨거웠는데, 그 때 한국어 학습의 목적은 대체로 취업이었습니다. 한국 관광 수요가 몰리면서 한국어를 할 줄 아는 베트남인이 귀해지자, 한국어 가능 베트남인의 연봉은 당시 현지 최고 연봉에 가까웠죠. 하지만 그 때 양산된 한국어 가능한 베트남인과 코로나로 인한 여행자 감소로 인해 연봉이 떨어지며 한국어 학습에 대한 인기도 같이 식었습니다. 그럼에도 베트남에는 한국 기업들과 자영업자들이 많기 때문에 취업을 위해 한국어를 배우는 사람들은 아직 많습니다. 드라마와 음악때문에 배우는 사람들도 늘고는 있지만, 아직은 확실한 리턴값이 있는 진학/취업을 위한 교육에 대한 니즈가 더 큰 것으로 보입니다.

 

반대로 인도네시아에서는 베트남과 같은 현상은 없었지만, 코로나때 틱톡 밈 유행을 이끌었던 많은 크리에이터들이 인도네시아인들이고, 위의 괜찮아 딩딩딩 밈도 인도네시아인 크리에이터입니다. 인도네시아는 해외 콘텐츠와 트렌드에 꽤 민감한 시장이죠. 체감상 베트남보다는 인도네시아에서 한국 문화에 대한 인기도 더 높습니다.

싱가포르는 동남아시아의 다른 국가와 소득/소비 수준과 양상이 다릅니다. 한국어 학습의 이유는 대부분 취미이며, 한국어 학습을 위한 주요시장으로 싱가포르를 타겟하기엔 너무 작을 수 있습니다.

이렇듯 국가마다의 상황과 문화적인 이유, 특정 이벤트에 따라 상이하기 때문에 주요 시장을 정하고 타겟하여 들어가야 합니다.

 

B. 기술적 경량화: 무조건 ‘가볍게’, 그리고 ‘오프라인’으로

 

동남아시아의 많은 국가에서는 아직 중저가 안드로이드폰(Oppo, Vivo, Xiaomi 등) 점유율이 압도적입니다. 저장 공간이 부족하고 램(RAM) 사양이 낮습니다. 타겟하는 유저군에 따라 다를 수 있으나, 일반적으로는 다음과 같습니다.

Lite 버전: 화려한 고해상도 애니메이션보다는, 저사양 폰에서도 버벅대지 않는 직관적인 UI가 필수입니다. 콴다 역시 OCR 기술을 최적화해 저사양 폰에 대한 대응을 했습니다.

오프라인 모드: 도심을 벗어나거나 이동 중에는 데이터가 불안정합니다. 대도시만 타겟할 것이 아니라면 와이파이 환경에서 콘텐츠를 미리 다운로드하고, 오프라인에서도 학습할 수 있는 기능은 선택이 아닌 필수입니다.

 

C. 가격: 넷플릭스가 되려 하지 말고 샴푸처럼 파세요

 

The Power of Sachet Marketing: Benefits and Strategies for Consumer  Engagement and Market Penetration
Image Source: https://www.linkedin.com/pulse/power-sachet-marketing-benefits-strategies-consumer-engagement-pinto-jun8f/

 

동남아시아에는 ‘Sachet(사쉐) 마케팅’을 고려하면 좋습니다. 샴푸 한 통을 사는 게 부담스러워 소포장된 일회용 샴푸를 사서 쓰는 소비 패턴을 말합니다.

서비스 소포장 전략: ‘월 9,900원 구독’은 일부 유저들에겐 진입 장벽이 너무 높을 수 있습니다. ‘일일권(Daily Pass)’이나 ‘단건 구매’를 도입하세요. 편의점에서 껌 사듯 500원, 1,000원 단위로 결제하게 만들어야 지갑이 열립니다. 부분 유료화(Freemium) 모델은 기본 중의 기본입니다.

결제 수단: 여전히 신용카드 보급률이 낮습니다. 현금 결제까진 아니더라도 가능한 경우 베트남의 MoMo, ZaloPay / 인도네시아의 GoPay 등 현지 전자지갑(E-wallet)을 연동하면 좋습니다.

 

D. 콴다 사례 분석 - 현지에서 먹히는 방법 찾기

 

콴다는 베트남에서도 교육 앱 1,2위를 다투는 수학 문제 풀이 앱이죠. 그리고 베트남에서도 어머니를 교육열을 자극하는 것이 핵심이라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사람 1명 이상, 공부하는 사람 및 문구: 'Study'의 이미지일 수 있음

 

교육열의 동질성: 베트남은 한국만큼이나 교육열이 높고, 좋은 대학에 가는 것이 신분 상승의 사다리라고 믿습니다. 콴다는 단순 문제 풀이를 넘어 ’현지 명문대 대학생 튜터’ 연결 기능을 강화했습니다.

가벼운 앱: 베트남의 평균 데이터 속도와 기기 사양을 고려해, OCR(광학 문자 인식) 기술을 최적화하여 저사양 폰에서도 빠르게 구동되도록 만들었습니다.

앱을 넘어서: 콴다가 앱으로 버는 돈(광고비)는 적습니다. 현지에서 더 먹히는 비즈니스 모델을 찾던 콴다는 2021년부터 온오프라인 하이브리드 모델의 그룹 라이브 강의(Qanda Study)를 도입하고, 이후 명문대 대학생 튜터 1:1 매칭 서비스(Qanda Tutor)를 제공했습니다. 이런 모델은 콴다가 개발했다기 보다는, 현지에 있는 경쟁자들(Manabie, Yola)를 벤치마킹한 것으로 보입니다.

물론, 아직 콴다도 이제 막 돈을 벌기 시작한 시점입니다. 2019년 12월 베트남 앱스토어 교육 1위를 달성하고, 2021년 1월에서야 하노이에서 그룹강의 시스템을 도입, 2021년 하반기 튜터 매칭을 도입했죠.

베트남과 같은 국가는 어쩔 수 없이 ARPU가 낮다는 점을 잘 고려해서 현지에 맞는 BM을 잘 짜야 합니다.

 


 

현지화는 결국 ‘이해’와 ‘존중’입니다.

 

배민이 베트남 유저에게 “우리는 너희 문화를 사랑해(서체, 캐릭터)”라고 말했을 때 그들은 환호했습니다. 하지만 “그러니 이 가격을 내(할인 축소)”라고 했을 때 그들은 냉정하게 더 싼 그랩으로 떠났습니다.

진정한 현지화는 그들의 문화를 존중하는 것에서 시작해, 그들의 주머니 사정(경제력)과 스마트폰 사양(인프라)을 이해하고 그에 맞춘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으로 완성됩니다.

이 글이 동남아시아를 주목하는 대표님들의 프로덕트가 동남아시아 유저들의 스마트폰 메인 화면에 살아남는 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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