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배를 탔지만, 서로 다른 목적지…?>
- 스타트업에서 “우리는 같은 배를 탔다”는 말은 거의 의식처럼 반복됩니다.
투자 IR 자료에도, 채용 공고에도, 사내 타운홀에도 빠지지 않는 문장입니다.
그런데 진짜 문제는 같은 배를 타고 있어도 노를 서로 다른 방향으로 젓고 있다는 것입니다.
- 특히 세일즈팀과 제품팀은 이 현상의 대표 주자입니다. 세일즈팀의 세계는 ‘이번 분기 계약을 채우느냐, 못 채우느냐’로 움직입니다.한 건의 대형 계약이 분기 실적을 뒤바꾸고, 그 계약을 위해서는 오늘이라도 기능 출시 약속을 할 수 있습니다. 반면 제품팀의 세계는 ‘기능이 안정적으로 운영되느냐, 장기적으로 유지될 수 있느냐’로 판단됩니다. 코드 품질, 기술 부채, 고객 리서치, 디자인 일관성 같은 것들이 의사결정의 중심에 있습니다.
둘 다 틀린 건 없습니다.
- 문제는 시간의 단위와 목표의 성격이 다르다는 데 있습니다. 세일즈의 하루는 계약서 한 장에 달려 있지만,
제품팀의 하루는 로드맵 한 줄의 안정성과 직결됩니다. 이 차이는 평소에는 잠복해 있다가, 한 번의 기능 요청, 한 번의 일정 변경 요구, 한 번의 피드백 전달 과정에서 터져 나옵니다. 그리고 한 번의 갈등은 곧 다음 분기에도, 그 다음 분기에도 반복됩니다.
<단발성 오해가 아닌 구조적 충돌…?>
- 많은 사람들이 세일즈와 제품의 갈등을 “부서 간 소통 문제” 정도로 단순화합니다.하지만 실제 스타트업 현장에서 보면, 이건 구조적으로 설계된 충돌에 가깝습니다.
- 예를 들어 이런 장면입니다.
• 계약을 위해 약속한 기능이 로드맵에 없을 때
• 제품팀이 ‘전략에 맞지 않는다’며 세일즈 요청을 거절할 때
• 고객 피드백이 축약·왜곡되어 전달될 때
• 세일즈가 매출 압박에 기능 출시 시점을 앞당기려 할 때
• 제품팀이 안정성과 완성도를 이유로 세일즈 요청을 무기한 미루는 경우
- 이런 상황이 반복되면, 두 팀은 상대를 협력 대상이 아닌 ‘내 일을 방해하는 팀’으로 인식하게 됩니다.
그리고 이 인식은 곧 제품 품질 저하, 계약 취소, 재계약률 하락, 고객 불만 확산으로 이어집니다.
<왜 이 갈등은 반복되는가 – 뿌리 원인 3가지>
- KPI 불일치
• 세일즈팀: 신규 계약 수, 계약 금액, 업셀·크로스셀 비율
• 제품팀: 활성 사용자 수(MAU/WAU), NPS, 리텐션, 기능 도입률
같은 회사지만 성공을 측정하는 기준이 다릅니다. 계약이 많아도 사용률이 낮으면 제품팀은 실패로 보고, 사용률이 높아도 신규 매출이 없으면 세일즈는 실패로 봅니다.
- 정보의 단절
고객 피드백은 세일즈를 거쳐 제품팀에 전달됩니다. 그 과정에서 긴급성, 사용 맥락, 요청의 배경 같은 핵심 정보가 빠집니다. 제품팀은 “왜 필요한지”가 아니라 “무슨 기능인지”만 듣게 되고, 결국 우선순위 판단이 왜곡됩니다.
- 로드맵 유연성 부족
스타트업은 빠르게 움직인다고 하지만, 한 번 정한 로드맵을 바꾸는 건 쉽지 않습니다.
세일즈의 단기 매출 기회와 제품팀의 장기 전략이 정면 충돌하는 이유입니다.
<7가지 글로벌 스타트업 사례 – 갈등의 현장>
1. HubSpot – KPI의 엇갈림
- 상황
HubSpot 초기, 세일즈팀은 신규 계약 수와 계약 금액을, 제품팀은 활성 사용자 비율과 NPS를 지표로 삼았습니다.
- 갈등 전개
세일즈가 대규모 고객사를 유치했지만, 그 고객사 직원들은 거의 사용하지 않았습니다. 계약은 성공했지만, 제품팀 지표는 악화됐습니다.
- 결과
세일즈: “매출을 가져왔는데 왜 불만이냐”
제품: “이런 고객은 장기적으로 브랜드를 해친다”
- 해결
‘계약 후 90일 내 60% 이상 활성화’를 공동 KPI로 설정하고, 온보딩 TF를 가동했습니다.
- 교훈
KPI가 다르면 성공의 정의도 다릅니다.
공동 KPI로 시야를 맞추는 게 필수입니다.
2. Zendesk – 로드맵 붕괴
- 상황
대형 고객이 잦은 커스터마이징을 요구했습니다.
- 갈등 전개
세일즈는 계약을 위해 이를 약속했지만, 로드맵에 없던 기능이라 긴급 개발이 필요했습니다.
장기 전략은 계속 미뤄졌습니다.
- 결과
제품: “미래 준비가 불가능하다”
세일즈: “고객을 무시하면 매출이 없다”
- 해결
‘Deal Review Committee’로 매출·전략 적합성을 기준으로 요청을 필터링했습니다.
- 교훈
모든 매출이 좋은 매출은 아닙니다.
3. Slack – 기능 추가의 역효과
- 상황
엔터프라이즈 고객 유치를 위해 권한 커스터마이징 기능을 도입했습니다.
- 갈등 전개
대기업은 만족했지만, SMB 고객은 복잡해진 UI로 초기 적응률이 하락했습니다.
- 해결
엔터프라이즈/SMB 기능을 분리해 이중 로드맵을 운영했습니다.
- 교훈
한 고객군을 만족시키려다 다른 고객군을 잃을 수 있습니다.
4. Figma – 산업별 니즈 수집 지연
- 상황
산업별 요구사항 파악이 느려 기회 포착이 늦어졌습니다.
- 갈등 전개
세일즈는 빠른 대응을, 제품은 충분한 리서치를 원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몇 차례 기회를 놓쳤습니다.
- 해결
‘Industry Pod’를 구성해 PM·세일즈·CSM이 상시 협력했습니다.
- 교훈
시장 언어를 실시간으로 흡수할 구조가 필요합니다.
5. Intercom – 약속과 일정의 불일치
- 상황
세일즈가 기능 출시를 약속했지만, 개발 일정에 없었습니다.
- 갈등 전개
고객이 일정 확인 후 계약을 취소했습니다.
- 해결
고가 계약 전, PM이 세일즈 미팅에 참여하도록 했습니다.
- 교훈
약속 전에 제품팀 확인은 필수입니다.
6. Notion – 보안 기능 지연
- 상황
Notion은 대기업 시장 진출을 위해 보안·컴플라이언스 기능을 약속했습니다.
- 갈등 전개
출시가 지연되면서 몇몇 기업 고객 유치에 실패했습니다.
- 해결
기능 우선순위를 재정의하고, 세일즈 요청의 70%를 6개월 내 출시 목표로 조정했습니다.
- 교훈
시장별 필수 기능 우선순위는 다르게 설정해야 합니다.
7. Airtable – 산업 특화 로드맵 부재
- 상황
Airtable은 특정 산업(미디어, 마케팅)에서 기능 요구가 많았지만, 전사 로드맵 반영에 실패했습니다.
- 갈등 전개
해당 산업 고객의 이탈이 이어졌습니다.
- 해결
‘Vertical Solutions’ 팀을 신설하고 산업별 미니 로드맵을 운영했습니다.
- 교훈
특정 시장을 공략할 땐 전담 구조가 필요합니다.
<반복되는 갈등이 만드는 손실…>
• 팀 신뢰 붕괴: “저 팀은 우리 목표를 모른다”
• 제품 방향성 왜곡: 단기 매출이 장기 전략을 잠식
• 고객 경험 저하: 기능 지연·품질 저하로 불만 증가
<전쟁을 협업 무대로 바꾸는 5가지 전략…>
1. 공동 KPI 설계 : 매출+리텐션 결합
2. 원본 피드백 공유 : Gong, Chorus, Loom 활용
3. 로드맵 이중화 : 장기 전략/단기 대응 분리
4. 조기 개입 구조 : PM의 세일즈 콜 참여
5. 산업별 전담팀 운영 : 시장 특성 반영
🧩 마치며
- 세일즈와 제품은 같은 배를 탔습니다. 다만 속도와 방향을 맞출 장치가 부족할 뿐입니다.
공동 KPI, 원본 피드백, 이중 로드맵만 도입해도 갈등의 70%는 예방할 수 있습니다.
- 스타트업에서 이 합의가 이뤄지는 순간, 매출과 로드맵의 전쟁은 끝나고, 비로소 성장의 합주가 시작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