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에이터 아티클
#마인드셋 #기타
모든 게 좋았던 그 회사와… 헤어질 결심

소위 대기업이라고 부르는 회사에서 6년 넘게 일했습니다. 아마 이번에 퇴사를 감행하지 않았다면, 저는 그 회사에서 계속 일하다가 은퇴까지 했을지도 모르는 일입니다. 그만큼 거의 모든 면에서 만족스러운 직장이었습니다. 그래서 저의 퇴사를 말리는 동료들도 적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하필 스타트업 밸류에이션이 무너지고, 투자 심리가 얼어 붙고 있다는 이 시기에 저는 스타트업에서 일하게 되었습니다. 6년 이상 잘 다니던 회사와 헤어질 결심을 하고 스타트업에 합류하는 결정을 내리기까지 제 마음 속에는 분명한 커리어 방향성이 있었습니다.

 

방향성 있게 가자
방향성은 언제나 중요하다

 

1. 성장하는 회사로 가자

“그러니까 좋은 회사는 성장하는 회사에요. 성장을 해야 사람도 더 들어오고 내가 할 수 있는 일도 늘어나요.” (한기용)

가장 먼저 성장하는 회사로 가고 싶었습니다. 매출, 이익 뿐만 아니라 조직이 성장하는 회사로 가고 싶었어요. 전에 일하던 회사는 임직원 4,000명 규모의 상장회사였습니다. 회사에 일할 사람이 차고 넘칠 정도로 충분하다고 느껴졌고, 업무 체계가 견고하게 갖춰져 있는, 특히 조직 측면에서는 이미 성장을 마친 완숙기에 접어든 회사였습니다.

장점은 분명했습니다. 바로 안정성 입니다. 제가 있든 없든 회사가 큰 영향을 받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회사 내의 절대 다수의 동료들이 유능하고 온순했습니다. 서류 전형과 몇 차례의 면접, 단체 합숙 트레이닝을 거친 공채 출신들이 탄탄한 스쿼드를 꾸리고 있었던 덕분이라고 생각합니다. 거대 조직이 안정적으로 운영될 수 있는 기반이기도 했습니다.

반면, 이런 환경과 구조 속에서는 제한된 업무 영역과 역할을 부여 받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제가 슈퍼 스타였다면 달랐겠지만, 그렇지 않았고 조직 차원에서도 슈퍼 스타의 탄생을 바라고 있을지 의문이었습니다. 더는 회사 탓도 자책도 하고 싶지 않았습니다. 저는 회사가 성장하면서 구성원이 강제로 성장할 수밖에 없는 환경으로 가고 싶었습니다. 그게 제가 다음 스텝을 딛기 전에 품었던 커리어 방향성이었습니다.

 

2. 매니저 롤을 할 수 있는 곳으로 가자

“불확실성은 언제나 있습니다. 그걸 통해서 무언가를 잃는다는 생각보다는 내가 가진 것과 새로운 경험을 교환한다고 생각하세요.” (한기용)

6년 넘게 대기업에서 일하면서 얻은 소득 중 하나라면 제 자신에 대해서 좀 더 잘 알게 되었다는 점입니다. 경력 변호사로 입사했지만 바로 법무팀으로 가지 않았고, 스타트업 엑셀러레이팅 업무와 신사업 법무 지원, 애자일 조직 운영, 혁신금융서비스, 대체투자심사 업무 등을 경험하면서 법무 외의 다른 직무 경험을 쌓을 수 있었습니다. 그러면서 알게 되었습니다. 저에게 직무 적합성은 그다지 중요하지가 않다는 것을.

한 분야만 좁고 깊게 파고 거기서 희열을 얻는 유형의 사람들도 있습니다. 그런 분들이 바로 특정 분야의 전문가로 성장하는 분들입니다. 하지만 저는 사람들과 일하는 게 즐거웠고, 어떻게 하면 이들과 더 즐겁게 더 재밌게 더 효과적으로 일할 수 있을지를 늘 고민했습니다. 누가 시키지 않았지만 리더십, 매니지먼트, 조직 문화, 일하는 방식에 관한 책을 읽고 제 블로그에 메모를 남기기 시작했습니다.

사람과 팀을 성장시키는 일을 하고 싶었습니다. 그런데 제가 있던 곳에서는 5년 뒤, 10년 뒤에도 매니저 롤을 하게 될 거라는 걸 장담하기 어려웠습니다. 많은 매니지먼트 관련 책에서 말합니다: 매니저는 타고 나는 게 아니라 만들어지는 것이다. 그렇다면 좀 더 일찍 매니저 롤을 맡고 시행착오를 하면서 매니저로서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얻고 싶었습니다. 한 번도 해 본 적은 없어서 두려웠지만, 그래서 더 더 해보고 싶었습니다.

 

3. 내 회사로 가자

“회사가 더 성장할 수 있는 게 막히는 것보다는 새로운 시각을 가진 사람이 와서 팀을 다름 레벨로 발전시킬 수 있다면 좋겠다고 판단했습니다.” (한기용)

오너십을 갖고 일하고 싶었습니다. 그러려면 오너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오너가 되는 방법은 두 가지 입니다. 창업을 하거나 창업 회사의 주주가 되거나. 제가 전에 있던 회사도 상장회사였고 저는 애사심이 충만했기에 그 회사 주식을 갖고 있었습니다. 무의미한 수준의 수량이긴 했지만요. 그것보다는 좀 더 의미가 있는 지분을 갖고 일하고 싶었어요.

달리 말하면, 팀이 하나가 되어 비즈니스와 회사를 키우고 이 성장의 과실을 함께 나누는 구조에서 일하고 싶었습니다. 그게 꼭 금전적인 보상, 대박, 횡재 같은 느낌이 아니어도 괜찮았습니다. 저보다 나은 사람을 만났을 때 이 회사를 성장시키기 위해서 나 대신 이 회사에서 일하라고 하고 나는 나갈 수 있는 아름다운(!) 마무리를 저도 해보고 싶었어요.

그래서 이번에는 내 회사처럼 애정을 갖고 헌신할 수 있는 곳으로 가자. 그런 구조를 갖고 있는 조직으로 가자. 그게 아니라면 내가 그런 회사 또는 조직을 만들자. 이게 저의 세 번째 커리어 방향성이었습니다.

 


 

이제 저는 30대 후반의 나이가 되었는데요. 벌써 느껴집니다. 지금처럼 활력 있고 열정적으로 일할 수 있는 날이 그리 많이 남지 않았다는 것이요. 

커리어 고민을 하고 있는 저에게 한 선배가 이런 말씀을 해주시더라고요: 

“지금 있는 곳도 충분히 좋은 곳이 맞다. 다만, 잔류를 한다면 적극적으로 했으면 좋겠다. 다른 곳에 갈 수가 없으니 여기라도 있어야 겠다와 같은 수동적인 형태는 아니었으면 좋겠다. 인생에서 소중하게 여기는 가치가 무엇인지 깊이 생각해보고 그 가치에 기반해서 결정했으면 좋겠다.”

저는 나중에 저의 아이들에게 좋은 이야기를 들려주는 아빠가 되고 싶었습니다. 좋은 이야기에는 언제나 도전과 시련과 배움과 성장이 있지요. 그래서 그 이야기가, 역사가 만들어질 수 있는 곳으로 가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이게 제가 이번 도전을 결심하고 실행에 옮긴 가장 개인적이면서도 중요한 이유였습니다.

대기업과 같은 큰 조직에서 성장에 목마름을 느끼며 커리어 고민을 하고 있는 분들께 EO 한기용 영상 3부작을 추천합니다. 제가 커리어 방향성을 결정하는 데 많은 힌트를 준 콘텐츠 입니다. (저는 이 영상 시리즈를 통해 한기용님을 알게 되어 한기용님이 강의하는 리더십 성장 세션을 수강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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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세희 채널코퍼레이션 · 경영 지원

B2B SaaS 스타트업에서 일하는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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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이팅!!
유사한 관점이 많아서 구구절절 공감하고 갑니다. 누가 왜 이직했냐고 물어보면… 그냥 이 글을 들이밀어야겠어요.. ^^ 
공감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도 Reina KIm님의 이야기를 들어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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