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인드셋 #기타
모든 것, 모든 곳, 한꺼번에… 그런 커리어는 없다

지난 아티클(“모든 게 좋았던 그 회사와… 헤어질 결심”)이 기대 이상으로 흥하는 바람에 지난 주 내내 여러 경로로 질문을 받았습니다: 그래서 그런 거창한 결심 이후에 지금은 어디서 무얼 하고 있느냐.

그건 제 링크드인 프로필을 보면 쉽게 파악할 수 있는 정보라서 굳이 글로 쓰지 않아도 될 것 같아요. 대신에 이 아티클에서는 저와 비슷한 커리어 고민을 하고 있는 분들께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 수 있는 정보를 전달하고 싶습니다. 

바로 제 앞에 놓여있던 여러 갈래의 길 중에서 가장 좋은 선택을 하기 위해 제가 시도했던 3단계 접근법 입니다.

 

우리는 모든 것이 될 수도 모든 곳에 있을 수도 없는 존재이다

 

1단계. 선택지를 최대한 넓힌다

중대한 기로에 서게 된다면 그 상황에서 내가 고를 수 있는 옵션이 무엇인지 먼저 파악해야 합니다. 저는 제가 접근할 수 있는 모든 정보와 네트워크를 동원하여 선택지를 넓히는 작업을 했습니다. 저의 업무 경력과 역량으로 어떤 기회를 찾을 수 있을지 알고 싶었습니다.

구체적으로 다음과 같은 방법을 시도했습니다:

  • 헤드헌터에 이력서 전달하고 회사 추천 받기
  • 리크루터 친구에게 이력서 보여주고 피드백 받기
  • 리멤버 앱에서 스카웃 제안 받기
  • 링크드인 프로필 업데이트 하고 구직중 셋팅 하고 제안 받기
  • 조인스타트업에 이력서 등록하고 매칭 제안 받기
  • 다양한 분야, 업종, 경력의 분들과 기회를 만들어 커피챗 하기
  • 애매하더라도 일단 지원해서 면접과정을 경험하기

 

그중에서 저에게 특히 도움이 된 방법은 다양한 분야, 업종, 경력의 분들과 어떻게든 기회를 만들어 커피챗 하기였습니다. 일종의 정보수집 미팅(Informational Meeting)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처음엔 접근 가능한 분들부터 시작했지만, 차차 접점이 없는 분들께도 콜드 콜(cold call)을 해서 커피챗을 요청했습니다.

콜드 콜이 두려운 분들께 유인이 될만한 이야기를 하나 해드리면, 결과적으로 제게 도움이 된 정보는 제가 평소에 자주 만나지 않던 분들과의 만남에서 대부분 나왔다는 것입니다. 그 만남을 통해 새로운 관점과 사례를 접할 수 있었고, 전에 들어보지 못한 분야나 회사를 추천 받기도 했습니다.

요청한 모든 분들과 커피챗을 할 수 있었던 것은 당연히 아닙니다. 거절 당한 경우도 많았고 상황이 여의치 않아 만남이 성사되지 못한 경우도 많았습니다. 이 과정에서 적지 않은 배움이 쌓였고, 제 나름의 콜드 콜 요령이 생겼습니다. 시간을 내주신 분들께는 어떻게든 후속 연락을 취해서 감사 인사를 드렸습니다.

 

2단계. 나 자신을 깊이 이해한다

제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이제는 스스로에게 대답을 해야 했습니다. 저는 영어 학습을 위해 링글(Ringle)이란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었는데 여기서 만난 튜터가 저에게 묻더라고요: 네가 정말 하고 싶은 건 뭐야? 태평양 건너에 있는 대학생 튜터의 돌발 질문에 말문이 막혔어요. 솔직히 잘 모르겠다고 답했습니다.

그러나 이 튜터는 크게 웃으면서 대부분의 한국인 튜티가 잘 모르겠다고 답을 한다며, 자기는 그 대답보다는 아직 찾고 있는 중이다. 지금까지 A, B, C를 시도해봤고, 앞으론 D, E, F에 도전해보려고 한다, 라는 답변이 낫다고 생각한다는 의견을 줬습니다. 크게 한 방 얻어 맞은 느낌이었습니다.

내가 정말 하고 싶은 건 뭐지? 내 삶에서 가장 소중한 것은 뭐지? 이 기회에 이걸 제대로 깊이 팠습니다. 출발점은 과거였습니다. 지난 인생을 돌아보니 대학에 합격했을 때도 변호사가 되었을 때도 그렇게 기쁘진 않았습니다. 오히려 아, 다행이다, 합격했구나, 같은 안도감이 더 컸죠. 앞으로의 인생에서도 그런 안도감만 느끼며 살고 싶은가? 그렇진 않았습니다.

이 과정에서 지난 아티클의 커리어 방향성과 같은 내용이 정리되기 시작했습니다. 이에 더해 제가 중시하는 가치들이 정리되기 시작했습니다. 밥벌이는 신성한 것이기에 저의 가치관이 충족되지 않더라도 일이라면 하긴 해야겠지만, 이왕이면 저의 가치관과 결이 맞는 선택을 하고 싶었습니다. 이 또한 중요한 기준 중 하나였습니다.

제가 추구하는 가치와 판단 기준은 저 혼자 탄생시킨 것이 아닙니다. 위의 1단계에서 나열한 여러 방법들을 계속 시도하면서 사람들과의 대화를 통해서 제가 원하는 방향이 점점 더 선명해지는 과정을 거쳤습니다. 이 과정이 없었더라면 저의 커리어 방향성이나 가치들이 지금처럼 명확해지기 어려웠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3단계. 미루지 않고 선택한다

어차피 내 앞에 놓인 모든 길을 가 볼 수는 없다는 걸, 이제는 알고 있습니다. 가지 않은 길, 가지 못한 길에 대한 후회는 있다는 것을, 이제는 압니다. 그래도 이 시간과 이 장소에 나는 단 한 명만 단 한 번만 존재할 수 있기에 모든 가능성을 동시에 실현할 수 없다는 것 역시 잘 알고 있습니다.

커리어 선택은 인생에서 중요한 결정 중의 하나이지만, 한 번 들어가면 절대 돌아나올 수 없는 유형의 선택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결정에 대한 중요도를 높이면 높일수록 선택에 대한 부담도 덩달아 커집니다. 위의 2단계에서 나 자신을 깊이 파고 팠다면 그 결과 얻게 된 선택의 기준은 오히려 단순해졌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어떤 선택을 앞두고 두려울 수 있습니다. 저도 그랬습니다. 두려움이 생겨난 원인을 내가 알지 못할 수도 있고, 그 두려움을 굳이 이번에 극복할 필요가 없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두려움이란 감정은 내가 안전지대(comfort zone)에서 벗어나 성장하고 있다는 긍정적인 신호일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걸 잊지 마세요.

이제 선택을 해야 할 때입니다. 어떤 종류의 선택과 결정은 기한이 없기 때문에 오랜 기간 곁에 두고 함께 하는 만성적인 고민거리가 됩니다. 그게 최악의 결과입니다. 이 단계에 왔으면 어떤 쪽으로든 선택을 하세요. 머무르든 움직이든 결단을 내리세요. 그 적극적인 선택의 과정이 스스로에게 자신감의 근원이 될 것입니다.

 

커리어는 여정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길을 걷는 모두가 자신의 여정이 즐겁기를 바랄 것입니다. 그러나 실제로 우리가 즐거웠다고 평가하는 여행을 한 번 떠올려 보세요. 항상 재밌는 일만 있었나요. 모든 게 원하던 대로 이루어졌던가요. 거듭된 행운으로 가득했나요. 그렇지 않았지만 그럼에도 우리는 즐겁다고 느끼고 있습니다.

할 수 있는 최대한 준비하시되 완벽한 준비는 없다는 걸 인정하시고, 두려움을 즐기며 안전지대를 벗어나는 도전을 해보시고, 그 과정에서 많이 배우고 성장하시길 바랍니다. 혹시 제가 도움이 될 수 있다면 링크드인을 통해서 메세지 주세요. 저희 사내카페에서 역삼동에서 제일 맛있는 커피를 대접하며 이야기를 들어드리겠습니다.

이 글을 읽는 모든 분들의 커리어 여정이 즐겁기를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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