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케팅 #운영 #커리어
사이드로 1,000명 커뮤니티를 만든 비밀 공식

사이드로 가볍게 시작한 커뮤니티에 어느덧 1,000명이 넘는 마케터가 모였습니다.

처음부터 커뮤니티를 만들겠다는 거창한 계획이 있었던 건 아니었어요. 그저 강의를 들은 분들과 소통할 수 있는 공간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아주 소박하게 시작했었죠.

그런데 흥미로운 건, 제가 본업에서 운영하는 커뮤니티보다 이 사이드 커뮤니티가 훨씬 더 빠르게 성장했다는 점이에요.

그 이유는 무엇이었을까요?

이번 레터에서는 디지오션 커뮤니티가 어떻게 성장했는지, 그리고 본업에서 운영하던 커뮤니티와는 무엇이 달랐는지에 대해 이야기 해볼게요.


 

🌱 1,000명이 모이기까지, 성장 과정

2021년, 디지오션이란 브랜드로 강의를 론칭하면서, 수강생을 위한 소통의 창구를 만들었어요. 그렇게 시작된 수강생 커뮤니티는 조금씩 늘어나 현재 약 300명 규모가 되었어요.

2023년에는 B2B 마케팅 콘텐츠를 활발히 만들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현업자들이 함께 고민을 나눌 수 있는 커뮤니티를 만들게 되었어요. 이 커뮤니티는 보다 뚜렷한 목적을 갖고 시작했고, 이제는 800명을 향해 가고 있습니다.

 

어떤 플랫폼을 선택할까?

커뮤니티 플랫폼을 고르는 건 생각보다 중요한 결정이에요.

텔레그램, 카카오톡, 슬랙, 인스타그램 등 다양한 옵션 중에서 저는 카카오톡을 선택했어요. 사실, 카카오톡은 커뮤니티를 운영하기에 기능적으로 부족한 부분이 많은데요.

  • 장점: 일상과 직장에서 가장 많이 사용하는 메신저
  • 단점: 커뮤니티 운영을 위한 기능 부족

 

그럼에도 저는 ‘접근성’이 커뮤니티 초기 성장의 가장 핵심적인 요소라고 판단했고,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국민 메신저인 카카오톡을 활용했어요.

 

처음 100명을 모으기까지

처음 커뮤니티를 알릴 땐 여러 채널을 활용했어요.

가장 먼저, 강의 수강생들에게 커뮤니티를 안내했어요. 디지오션 자체 플랫폼뿐만 아니라, 탈잉, 인프런 등 다양한 플랫폼에서 강의를 제공하고 있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커뮤니티에 대한 노출도 늘어났죠.

 

2021년부터 운영하던 뉴스레터 역시 중요한 모객 채널이었어요. 구독 시 발송되는 자동 이메일 그리고 매호 레터의 푸터 영역에 커뮤니티 참여 링크를 넣어 꾸준히 알렸어요.

동일한 뉴스레터 콘텐츠를 디지오션 블로그로도 발행했어요. 검색 결과에 블로그가 노출되기 시작하면서, 블로그에 언급한 커뮤니티 링크로 참여자가 꾸준히 유입되었죠.

 

500명, 전환점을 맞이하다

2024년 초, 뉴스레터 콘텐츠를 외부 미디어에도 기고하기 시작했는데요. 각 미디어 사이트에서 추천 글로 소개되거나, 메인에 노출되는 경우가 생기면서 새로운 유입이 크게 늘어났어요.

그리고 결정적인 전환점은 ‘입소문’이었어요.

커뮤니티 안에서 활발히 활동해주시는 분들이 주변 동료나 지인에게 커뮤니티를 소개해주시면서, 점점 더 빠르게 커지기 시작했죠. 디지오션이라는 브랜드를 모르던 분들도, “좋은 커뮤니티가 있다더라”는 얘기를 듣고 유입되기 시작했고요.

이렇게 콘텐츠, 검색, 미디어 노출, 입소문이 자연스럽게 연결되어, 지금의 모습으로 성장할 수 있었어요.


 

🔥 커뮤니티, 해보지 않으면 모르는 5가지 비밀

 

✅ 실명제와 익명제, 그 사이

커뮤니티를 개설할 때 고민했던 부분 중 하나는 참여 조건이었어요.

아무래도 실명제는 보다 책임감 있는 행동을 유도할 수 있죠. 하지만 그만큼 진입장벽이 높아서 초기 유입을 늘리기에 다소 불리할 수 있어요. 또한, 신원이 공개되다보니 자유롭게 질문하기가 어려울 수도 있고요.

반면, 익명제는 접근이 쉽고 프라이버시를 보장한다는 장점이 있어요. 심리적 부담 없이 질문하거나 의견을 나눌 수 있어 초반 커뮤니티 활성화에는 유리해요. 하지만 익명인만큼 무책임한 발언이나 소란이 생길 가능성도 존재하죠.

  • 실명제: 별도의 인증 과정을 거쳐 신원이 검증된 참여자만 입장
  • 익명제: 자유롭게 원하는 닉네임으로 익명 참여 가능

 

결국 어떤 방식을 선택하느냐는 커뮤니티의 성격과 운영 목적에 따라 달라질 수밖에 없는데요.

저는 익명제로 운영하면서 대신 닉네임에 산업과 직무를 표시하는 방식을 선택했어요. 예를 들어, ‘그레이스/클라우드/디맨젠’처럼요. 익명의 자유로움은 유지하되, 서로의 배경을 파악할 수 있게 해서 대화의 맥락을 살리고 싶었어요.

 

✅ 규칙이 문화를 만든다

다양한 사람이 모이다 보면 여러가지 문제나 오해가 생길 수 있죠.

명확한 커뮤니티 지침을 정하고, 이를 지키지 않는 참여자는 과감히 그리고 빠르게 정리하는 것이 중요해요. 저는 두가지 규칙을 엄격하게 적용하고 있어요.

<철저하게 지켜지고 있는 커뮤니티 규칙>

첫째는 닉네임을 지침에 맞게 변경하지 않을 시, 퇴장 조치한다. 커뮤니티에서는 하루에도 몇 십개의 메시지가 오고 가는데요. 서로의 직무와 산업을 알면 훨씬 더 효율적으로 질문하고 답변할 수 있어요.

두번째는 홍보 메시지는 만드시 운영자에게 승인을 받아야 한다. 광고성 메시지가 잦아지면 참여자 모두가 피로감을 느낄 수 있죠.

그래서 가능하면 하루에 최대 한 개의 홍보 콘텐츠만 올라가도록 조절합니다. 별도의 광고비 없이 참여자 누구든 자사의 콘텐츠나 행사를 홍보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지침이에요.

 

✅ 머무를 이유가 있는 커뮤니티

커뮤니티가 오래 지속되기 위해서는 머무를 이유가 있는 곳이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외부에서는 얻기 어려운 정보, 유익한 콘텐츠, 회원 ONLY 밋업/웨비나, 멤버 할인 등등. 참여자만을 위한 특별한 혜택이 있어야 하는 건데요.

저는 두 개의 커뮤니티에서 이러한 혜택을 제공하고 있어요.

  • 다양한 B2B 관련 자료를 정리한 ‘자료 모음집’
  • 마케팅 아티클과 영상 주기적으로 공유
  • 강의나 캠프를 론칭 시, 커뮤니티를 위한 특별 할인
  • 강의 관련 내용 질문에 대한 답변
  • 자사 콘텐츠, 제품, 행사 등 무료 홍보 기회
  • 참여자의 회사 정보와 소개서 공유 기회

 

추가로 매월 랜덤으로 10명에게 간식을 쏘는 이벤트도 1년 넘게 진행해왔어요. 아이스크림, 컵라면, 음료수, 과자 등 비싸지 않은 작은 선물인데요. 예상치 못한 소소한 기쁨을 드리고 싶어서 이어오고 있어요.

뭐 하나라도 얻어갈 것이 있는 공간,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관계로 인식되는 것이 중요해요.

PS. 저는 앞으로 커뮤니티에서 해보고 싶은 것들이 많아요. 참여자만을 위한 온라인/오프라인 밋업도 해보고 싶고요. 조금 더 체계적으로 좋은 자료를 공유하는 시스템을 만들어보고 싶어요.

 

✅ 방치하면 자라지 않는다

단지 사람들이 모였다고 해서, 커뮤니티가 저절로 활성화 되고 성장하는 것은 아니에요.

매일 대화의 주제를 던져주고, 유익한 정보와 콘텐츠를 공유하고, 또 필요할 때 도움을 주는 관리자가 꼭 필요해요.

마치 정원사가 없는 정원처럼 커뮤니티 역시 정성을 들여 가꾸지 않으면, 금방 잡초가 생기고 생기를 잃기 마련인데요. 참여자들이 머무르고 싶어지는 커뮤니티는 누군가가 꾸준히 애정을 갖고 돌보고 있다고 느껴지는 곳이에요.

저는 매일 커뮤니티의 대화 흐름을 파악하고, 필요한 개입은 빠르게 하고 있어요. 덕분에 참여자들도 “이 커뮤니티는 방치된 곳이 아니구나”라고 신뢰를 갖고 더 활발히 참여해 주시는 것 같아요.

 

✅ 커뮤니티의 중심은 ‘찐팬’이다

커뮤니티를 건강하게 지속하려면, 운영자가 모든 걸 끌고 가려고 해서는 안 돼요.

물론, 초반에는 어느정도 운영자가 판을 깔고 방향을 제시하는 역할을 해야 하죠. 하지만, 점차 커뮤니티 안에서 자발적으로 대화가 오가고, 질문이나 정보 공유가 자연스럽게 이어져야 해요.

그 중심에는 늘 소수의 찐팬, 즉 파워 멤버들이 있는데요.

저는 이런 분들이 자연스럽게 중심을 잡을 수 있도록 조용히, 하지만 꾸준히 응원하는 편이에요. 좋은 글을 공유해주셨을 때는 공개적으로 반응을 남기기도 하고요. 따로 메시지를 보내서 감사한 마음을 전하기도 해요.

운영자가 이끄는 대신 구성원이 ‘함께 만드는 공간’이 될 때, 커뮤니티는 진짜 힘을 가지게 되는 것 같아요.


 

🤫 어랏, 회사에선 어려웠는데…?

같은 커뮤니티 활동인데 사이드는 빠르게 성장했고, 회사에서는 그렇지 못했어요. 왜 이런 차이가 생겼을까요?

 

첫 번째는 ‘공감대’였어요.

회사 커뮤니티는 개발자와 엔지니어를 대상으로 운영하고 있어요. 워낙 전문성이 높은 분야다 보니, 이들이 어떤 고민을 갖고 있고 어떤 주제에 반응하는지 이해하는 데 늘 한계가 있죠.

제가 개발자의 업무를 깊이 알지 못하다 보니, 대화를 주도하거나 자연스럽게 참여하는 게 어려웠어요. 결국 DevRel 담당자의 도움 없이는 운영이 힘든 구조였죠.

반면, 디지오션 커뮤니티는 저와 같은 마케터들이 모여있죠. 그래서 제가 고민하는 주제나 공유하는 콘텐츠가 훨씬 자연스럽게 공감을 얻을 수 있었어요.

마케터라면 잠재고객(ICP)을 잘 아는게 중요하다는 말을 자주 들어보셨을텐데요. 이번 글을 쓰면서 어쩌면 ‘제품과 잠재고객에 대한 이해도’가 곧 마케팅의 성과로 직결된다는 생각을 더 강하게 하게 됐어요.

 

두 번째는 운영의 톤앤매너예요.

회사 이름을 걸고 운영하다 보니, 아무래도 좀 더 공식적인 톤을 유지할 수밖에 없었어요.

커뮤니티 운영이 진심보다는 '업무'처럼 느껴졌고, 결국에는 콘텐츠나 이벤트를 일방적으로 홍보하는 느낌이 강해졌어요. 운영자 입장에서 뭔가 "일을 처리한다"는 생각이 컸던 것 같아요.

반면 디지오션 커뮤니티는 달랐어요.

저와 같은 마케터들이 모인 공간이기 때문에, 제가 겪는 고민이나 이야기가 자연스럽게 통했고, 무엇보다 '나 자신'으로 소통할 수 있다는 점이 훨씬 편안했어요.

 

마지막으로 ‘사이드’라는 특성이 도움이 된 것 같아요.

회사에서는 어떤 일이든 브랜드의 톤, 목표, KPI 같은 기준들을 항상 염두에 둘 수밖에 없죠. 운영의 방향도 그 틀 안에서 정해지고요.

사이드에서는 좀 더 자유롭게 소통하며, ‘기버’의 마인드를 유지할 수 있었어요.

제게 회사 커뮤니티는 ‘일’이었지만, 디지오션 커뮤니티는 ‘내 것’이라는 생각이 있었어요. 아마도 그래서 더 애정을 가지고 운영할 수 있지 않았나 싶어요.


 

🤲🏻 특명, 기버의 마인드를 유지하라

마케팅에서 성과를 측정하고 개선하는 일은 늘 중요하죠. 하지만 커뮤니티는 조금 다른 접근이 필요해요.

문득, ‘비밀정원’이란 노래의 가사가 떠오르는데요. (제가 정말 좋아하는 노래에요! 🎶)

<출처: 유튜브 채널 '웅키'>

 

곧 피어날 무언가를 기다리며 정성을 다해 가꾸는 멋진 씨앗을 심어둔 비밀 정원. 저에게 있어 커뮤니티는 그런 존재인 것 같아요.

커뮤니티만큼은 다른 채널처럼 요령이 크게 작용하지 않는다고 느껴요. 성장의 비결이 있다면 ‘기버의 마인드’를 꼽고 싶은데요.

 

한 공간에 모인 느슨하게 연결된 익명의 동료들.

그들이 진심으로 잘되길 바라는 마음.

그들의 성장에 기여하며 함께 커간다는 믿음.

내가 가진 지식과 경험을 기꺼이 나누려는 태도.

 

이렇게 아낌없이 주겠다는 마음으로 꾸준히 정성스레 가꿀 때, 끈끈하고 건강한 커뮤니티로 성장하는 것 아닐까요?

잎으로도 기버의 마인드를 잊지 않기로 다짐해보며, 오늘의 글을 마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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