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래액 살리기]
거래액은 떨어지고, 팀에 혼란이 가득했던 그때 인턴을 했던 회사에서의 기억을 떠올렸습니다. 당시 회사의 팀원들은 “무자비한 우선순위화”를 중요한 가치로 여겼는데요. 저도 짧은 시간이지만 회사를 다니면서 참 좋은 가치라고 생각했고, 그 효용을 직접 느꼈어요. 근데 당시 대봉은 정반대로 일하고 있었습니다. 우리 팀은 패닉 상태였고, 실험이랍시고 여러 시도를 난사하는 상황이라는 것을 깨달았어요. 그때부터 우선순위화를 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냥 우선순위화도 아니고 무자비한 우선순위화를요. 가장 먼저, 하고 있던 실험을 모두 멈추고 우선순위를 정하기 위해 시장 조사를 했어요. 수십 명의 셀러와 인터뷰를 했습니다. 시장 크기도 가늠하고, 시장의 성장률을 계산했습니다. 시장 조사를 할수록 고객과 시장을 조금씩 더 이해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고, 복잡하게 얽혀 있던 것들이 풀리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그렇다고 우리가 고객과 시장을 100% 이해하게 된 것은 아니지만, 이전보다 좀 더 잘 이해할 수 있게 된 것은 분명했습니다. 이런 시장 조사 과정을 통해 우리가 찾은 단서들은 우선순위 설정을 위한 중요한 재료가 되었습니다. 그렇게 우리는 시장을 바라보는 관점과 앞으로의 방향성을 바로 세웠습니다. 그리고 그것을 우선순위 설정의 기준으로 삼았어요.
우선순위와 전략을 정한 후에는 사무실 칠판에 해야 할 단 한 가지만을 적고 그것만 했습니다. 그걸 달성한 후에는 칠판을 지우고 해야 할 일을 다시 적고, 달성하고 지우고 이걸 반복했습니다. 그렇게 우선순위에 따라 하나씩 하나씩 일을 해 나갔습니다. 틈만 나면 인터뷰를 했고, 셀러들이 어떤 상품과 기능을 원하는지를 집요하게 물었습니다. 상품 종류를 줄였고, 우리가 정말 경쟁력을 갖춘 상품만 셀러들에게 추천하기 시작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추천의 중요성을 깨달았고 어떻게 더 좋은 추천을 할지 고민했습니다. 그렇게 하나씩 하나씩 경쟁력을 갖춘 상품과 우리를 믿어주는 셀러분들의 수를 늘려갔습니다. 어느 순간, 감소하던 거래액이 반등했고, 24년 1월에는 12월 대비 3배 성장한 5,700만 원 거래액을 만들어 낼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무자비한 우선순위라는 가치는 지금도 우리 팀의 중요한 문화로 남았습니다.
[제기동의 여름]
사업의 규모를 키우는 것과 시스템을 만들고 안정화하는 일 사이의 우선순위를 정하는 것은 언제나 어려운 일입니다. 해가 바뀌고 짧은 봄이 끝날 무렵, 대봉도 거래액은 증가하고 있었지만 그만큼 오퍼레이션 단의 문제가 많았습니다. 정말 열심히 일했지만, 시간이 부족했습니다. 거래액 상승도 좋지만, 이대로는 오래가지 못한다고 생각했어요. 거래액을 높이는 것보다 오퍼레이션을 자동화하고 안정화하는 것에 더 집중해야 하는 타이밍이 되었고, 이 일을 도와줄 사람이 필요했습니다. 그리고 장기적인 관점에서도 온라인 서비스인 대봉의 개발을 책임져 줄 사람이 필요했습니다. 바로 떠오른 사람이 민기형이었습니다. 저는 파운더스라는 학회를 했었는데 개발자인 민기형과 저는 같은 조였어요. 민기형은 그 누구보다 큰 에너지를 가진 사람이었고, 무엇보다 제가 만난 어떤 사람보다 인간적으로 배울 것이 많은 사람이었습니다.
민기형에게 함께 대봉을 해보자고 제안했고, 감사하게도 “좋다”는 답을 받았습니다. 이렇게 모인 대봉의 창업자 3명은 제기동에 한 오피스텔에서 함께 살게 되었습니다. 아침에 일어나서 이불을 대충 쑤셔 넣고, 같이 구보를 했습니다. 그러고는 책상에 앉아 하루 종일 일을 했고 밤이 되면 잠을 잤습니다. 자기 전에는 불을 꺼놓고 누가 보면 망상이라고 할 법한 대봉의 미래와 꿈에 대해 신나게 얘기했고, 일을 하다가 답답할 때면 셋이 아무도 없는 옥상에 올라가 소리를 지르기도 했습니다. 오피스텔에 달린 2003년식 에어컨 덕분에 2024년 여름은 정말 더웠지만, 아주 멋진 여름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