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빌딩 #사업전략 #프로덕트
1년 6개월 간의 창업도전기 (1)


 

안녕하세요. 대봉을 만들고 있는 최재혁입니다.

 

대봉은 온라인 셀러에게 농산물을 공급하는 서비스입니다.

대봉은 빠르게 성장하고 있습니다. 오늘 기준 대봉에 입점한 셀러 수는 1,900명을 넘었고, 누적 거래액은 20억 원을 달성했습니다.

대봉을 시작한 지 1년 6개월이 지난 지금, 그간의 기억을 정리하고 그 이야기를 공유하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이렇게 글을 쓰게 됐습니다. 

앞으로 3주간, 일주일에 한 번씩 총 3번 대봉의 1년 6개월간의 이야기를 기록하려고 합니다. 오늘은 그 첫 번째 시간, 23년 8월부터 24년 1월까지 대봉의 기록입니다.

 

[창업을 한 계기]

어릴 때부터 제 꿈은 창업해서 성공하는 것이었어요. 깊은 고민 끝에 창업을 선택한 것은 아닙니다. 그냥 창업을 통해 무언가를 만들어가는 사람들이 멋져 보였고 저도 그런 사람이 되고 싶었습니다. 20살부터 여러 번 창업을 시도했지만 번번이 실패했어요. 군 복무와 스타트업 인턴 기간을 마친 23년 2월,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제대로 창업에 도전 해봐야겠다”는 결심을 했습니다. 진짜 마지막이라고 생각했던건 아니고 “겁없이 창업에 도전해볼 수 있는 마지막 기회다”라고 생각을 했던건 맞아요. 회사를 다니면 다닐수록 잃을 것이 늘어나고, 그럼 겁이 많아져서 창업을 하기까지 아주 큰 결심이 필요할 것 같았거든요.

 

[팀 빌딩]

저는 똑똑하면서도 창업에 헌신할 수 있는 사람을 찾고 싶었습니다. 근데 마침 대학 동기이자 친한 형이었던 동현이 형이 준비하던 시험을 그만둘까 고민하더라고요. 같이 강릉 여행을 가는 기차 안에서 설득했습니다. 창업을 왜 해야 하고, 그게 왜 지금인지, 시장에는 어떤 기회들이 있고 우리가 왜 할 수 있는지를 정리도 안된 상태로 막 떠들었던 것 같아요. 대봉이라는 이름도 그 대관령을 지나는 기차 안에서 지어졌습니다. 참고로 대관령을 보고 떠올린 대봉이라는 이름은 큰 봉우리라는 뜻이고, 대봉처럼 큰 유산을 만들겠다는 우리의 포부를 담은 이름입니다.

 

[시장조사]

그렇게 동현이 형과 대봉을 결성 후  가장 먼저 도메인을 농수산물 유통시장으로 정했고, 농수산물 유통시장에 대한 조사를 시작했습니다.  농수산물 유통구조를 해결해야 한다는 사명을 가지고 있던 것은 아니고 복잡한 유통구조 안에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는 것이 솔직한 회고입니다. 농수산물 유통시장 중에서도 다양한 아이템을 태핑 했어요. 과일로 정과도 만들어보고, 간장게장 공장, 명란젓 생산을 알아보기도 했고, 동현이 형은 강서시장에서 일 해보기까지 했지만 좋은 기회를 발견하지는 못했습니다.

그래도 계속 시장 조사를 이어갔어요. 그러다가 농산물 분야에 농산물 온라인 셀러 시장이 뜨고 있다는 사실과 농산물의 높은 변동성 때문에 온라인 셀러들이 공급처를 찾는 것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됐어요.

 

[MVP]

그러면 온라인 셀러들에게 공급처를 큐레이팅해 주는 서비스가 의미 있지 않겠냐는 가설을 세웠고 바로 MVP를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일단 농부가 필요했습니다. 인터넷 검색을 통해 온라인 셀러에게 농산물을 공급하는 농부님 한 분을 찾았고 그분 상품을 홈페이지에 정리해서 올렸습니다. 우리가 당시에 후킹 포인트로 삼았던 것은 농부의 정보를 정말 상세히 공개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야 상품 구색이 갖추어져 있지 않아도 우리를 신뢰할 수 있을테니까요. 그리고 온라인 셀러들이 모여있는 카톡 채팅방에 들어가 한 명씩 개인 카톡으로 그 페이지 링크를 보냈습니다. 또, 당근마켓과 스마트스토어에서 컨택포인트를 찾아 메시지를 보냈습니다. 계속 보냈습니다.  당근마켓에서는 같은 메시지를 너무 많이 보내서 계정이 정지되기는 했지만 성과가 있었어요. 그 링크를 보고 한 두 명이 주문을 넣기 시작했고, 며칠이 지나니 일평균 거래액 20만원을 넘길 수 있었습니다. 이때부터 자동화를 위해 발주서를 만들었고, 공급해 줄 농부도 조금씩 늘려갔습니다.

 

[거래액 상승]

조금씩 거래액이 늘었지만 성장 속도가 마음에 들지 않았습니다. 거래액을 높이려면 가격 경쟁력이 있어야 하는데, 거래액이 별로 되지 않으니 농부님과 협상 자체가 되지 않더라고요. 근데 가격만 낮추면 거래액이 나올 것이라는 확신이 있었어요. 그리고 그 발주량을 가지고 농부님을 찾아가면 그때는 가격을 낮춰줄 거라는 믿음도 강하게 있었습니다. 그래서 그냥 가격을 낮췄습니다. 2만 원에 받아서 2만 원에 팔던 샤인머스켓을 역마진 2,000원을 잡고 1만 8천 원에 판매했고 적극적으로 홍보도 했어요. 그리고 그날 우리는 하루에만 200만 원치 거래액을 만들었습니다. 그 발주를 가지고 농부님을 찾아가니 감사하게도 가격을 낮춰주셨습니다. 그날은 23년 8월 27일이었어요. 첫 구매가 나온 지 딱 2주가 된 날이었습니다. 저는 그날을 잊을 수가 없습니다. 당시에는 사무실도 없어서 학교 라운지 구석에서 일했는데, 둘이 소리를 지르고 박수를 치고 난리가 났습니다. 누가 보면 로또라도 당첨된 줄 알았을 겁니다. 그렇게 터진 거래액은 추석 버프에 힘입어 빠르게 성장했고, 9월 추석 택배 마감 전까지 40일 동안 우리는 6천만 원치 과일을 팔았습니다.

 

[거래액 추락]

기분 좋게 추석을 보내고 다시 판매를 재개했을 때 이상함을 느꼈습니다. 판매 재개일 거래액이 정확히 1,106,300원이었거든요. 택배 마감으로 판매하지 못한 기간이 열흘이니까 나누기 10을 하면 발주량이 일 거래액 기준으로는 10만 원이 간신히 넘는 수준이 된 것이죠. 더 최악은 그 거래액도 조금씩 줄어 23년 10월 3일에는 거래액이 45,700원이 찍혔다는 겁니다. 처음에는 발주서가 고장 난 줄 알아서 3번을 확인했는데, 진짜더라고요. 거래액 하락의 이유는 주력 상품이었던 샤인머스켓의 제철 시즌 종료, 10월 제철 상품인 감,귤, 포도상품에 대한 준비 부족 때문이었어요. 준비가 부족하니, 좋은 가격에 상품을 판매할 수 없었고 다시 손해를 감수하고 가격을 낮추어도 역부족이었습니다. 부족했던 준비를 만회하기 위해 제철 상품 소싱에 많은 시간을 투자했지만, 이미 많은 농가는 당시 시즌에 거래할 거래처를 다수 확보한 상황이라 소싱에 어려움을 겪었어요. 그럼 제철 상품 말고, 가격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상품을 찾고 그 종류를 늘려서 거래액을 높여보자는 생각을 하고, 상품 종류를 극단적으로 늘려보기도 했지만 좀처럼 거래액이 살아나지 않더라고요. 자동화가 잘 되어있지 않은 상황이라 오퍼레이션에 많은 시간이 들었고, 프로모션을 위한 여러 시험도 멈추지 않았습니다.이렇게 여러 가지를 하려고 하니 정신이 없었어요. 효율은 떨어졌고, 거래액도 오르지 않았습니다.

링크 복사

댓글 2
2탄을 어서 주세요...
최재혁 님의 아티클이 EO 뉴스레터에 실렸습니다. 이번 주 이오레터를 확인해 보세요!

>>> https://stib.ee/lcoG
추천 아티클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