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제로인사이트

위대한 창업가들은 어떻게 처음 비즈니스를 시작했을까요? 창업가의 인터뷰를 통해 이들의 Day 0로 돌아가, “처음”에 어떤 시행착오를 거쳐 고객에게 사랑받는 제품을 만들 수 있었는지를 배웁니다.

2004년, 물리실험 시뮬레이터를 만들어 성공한 두 엔지니어가 있습니다. 그리고 이 시뮬레이터를 만든 경험을 바탕으로, 물리 법칙이 현실과 똑같이 적용되는 가상세계를 만들었죠.

심지어 단순한 가상세계 게임이 아닌, 교육과 창작, 엔터테인먼트가 공존하는 생태계입니다. 좋은 경험을 만들어내면, 돈을 벌 수도 있는 거대한 경제 생테계이죠. 그리고 이제 전 세계 3억 8천만이 넘는 사용자가 즐기는 가상세계로 성장했습니다. 바로 ‘로블록스(Roblox)’ 이야기입니다.

오늘의 주인공, 로블록스의 창업자 창업자 데이비드 바수스키(David Baszucki)의 Day 0, 1980년대로 돌아갑니다.

오늘의 인사이트 요약
1.  이미 성공한 모델을 새로운 시장에 진출 시킨다면?
2.  ‘하나의 거대한 시스템’ 이라는 특징을 극대화 해서 만든 비즈니스모델
3. 대거 유입으로 딜레마에 빠져도 다시 사용자 경험에 집중해야 한다.
 

1. 이미 성공한 모델을 새로운 시장에 진출 시킨다면?

데이제로에서 다뤘던 많은 기술 창업자들이 그렇듯, 데이비드도 게임을 좋아하고 직접 만들어보는 걸 좋아하던 소년이었습니다. 수학과 과학을 좋아했고, 단순한 컴퓨터 게임도 만들어 동생들과 플레이하기도 했죠. 당시엔 인터넷이 없던 시절이라, 컴퓨터 잡지의 코드를 따라 입력해 보며 코딩을 배웠다고 해요. 이 소년은 시간이 흘러, 1980년대 대학에서 컴퓨터 과학을 전공하게 됩니다.

80년대 초반은 인텔이나 텍사스 인스트루먼츠와 같은 기술회사들이 막 시작하던 시기였습니다. 가정에 막 PC가 보급되던 시기이기도 했죠. 데이비드도 1985년 대학을 졸업한 후 기술과 관련된 직업을 얻겠다고 다짐합니다.

그리고 1989년, 26살이던 데이비드는 날리지 레볼루션(Knowledge Revolution)이라는 물리 소프트웨어를 만드는 회사를 시작합니다. 마침 학교에도 매킨토시(Macintosh)가 막 보급되던 시기였기에 데이비드도 교육용 소프웨어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합니다.

데이비드는 물리, 수학, 역사 소프트웨어를 사용해 봅니다. 그중 물리 소프트웨어 시장이 그럴싸 보이지만 알맹이가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되죠. 고전 물리학 개념은 애니메이션으로 보야주거나, 시각화하는 것이 전부였습니다. 데이비드는 ‘이렇게 미리 만들어진 거 말고, 키트처럼 학생들이 직접 만들 수 있다면 어떨까?’ 생각하게 됩니다.

그렇게 일종의 물리건설키트 프로그램인 인터랙티브 피직스(Interactive Physics)가 탄생하게 됩니다. 교과서에 나오는 실험들을 학생들이 직접 프로그램으로 구현하고, 물리법칙을 확인해 볼 수 있는 프로그램이었죠.

‘이건 기회야’라는 생각보다, ‘나는 소프트웨어도 개발할 수 있고, 물리도 좋아하니 한 번 만들어보자.’에 가까운 시도였습니다. 인터랙티브 피직스는 충돌 감지, 뉴턴 물리학 등이 반영되어 있었는데요, 학생들은 대포의 각도와 속도를 조절해 가며 포탄의 궤도를 그리거나 관찰할 수 있었죠. 그냥 정해진 시뮬레이션만 보여주던 이전 프로그램들과는 달랐습니다.

큰 시장은 아니었지만, 물리교육시장은 완전히 휩쓸었습니다. 당연히 매킨토시 개발자들 사이에서도 유명해집니다. 맥 유저 잡지에서 상도 많이 받았다고 해요. 그 덕에 나중에 로블록스의 공동 창업자가 될 에릭 캐슬이라는 프로그래머도 만날 수 있었죠.

물리교육 시장을 완전히 장악했지만, 시장의 크기가 작았기 때문에 만족하진 못했습니다. 방향전환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죠. 그러던 중, 기계 공학 분야에서도 기회를 보게 됩니다. 인터랙티브 피직스처럼, 실제로 제품을 만들기 전 어떻게 작동하는지 컴퓨터로 미리 테스트 할 수 있다면 기계 공학자들이 편하지 않을까? 하고 생각하게 된거죠.

물리 교육 시장을 벗어나, 완전히 새로운 시장. 새로운 고객을 만나게 됩니다. 코닥(Kodak), 제록스(Xerox), 포드(Ford) 같은 기계 제조 회사들이었죠. 그들에게 자동차 서스텐션, 카메라 셔터 매커니즘을 직접 만들지 않고도 미리 시뮬레이션 할 수 있는 ‘워킹 모델(Working Model)’이라는 프로그램들을 제공합니다.

시제품을 매번 만들어보지 않아도 됐기 때문에 시간과 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었죠. 그 덕에 회사가 설립된 지 10년이 채 되지 않은 1998년, 약 2천만 달러에 회사를 매각하게 됩니다.

2. ‘하나의 거대한 시스템’ 이라는 특징을 극대화 해서 만든 비즈니스모델

로블록스의 비즈니스모델 여정은 꽤나 험난했습니다. 의도치 않았던 유저 특성의 복병도 있었고, 50번의 업데이트를 해도 수익이 개선되지 않았던 시점도 있었죠. 그중 성공적인 수익원을 가져다준 것은, 로블록스의 특징인 ‘하나의 거대한 시스템’이라는 점에 집중했을 때였습니다.

회사를 매각 후, 2년 간의 추가 근무를 마친 뒤, 안식년을 가집니다. 3개월 동안 가족과 캠핑카로 미국을 돌기도 했죠. 은퇴하는 것도 좋겠다 싶었습니다. 하지만 1년 정도 지나자, ‘다시 무언갈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습니다.

데이비드는 그렉과, 에릭, 그리고 날리지 레볼루션에서 함께 일하던 사람들과 함께 다시 시작해 보기로 합니다. 처음엔 데이비드가 관심을 가지던 것들을 테스트해 보았죠. 인터랙티브 피직스나 워킹모델처럼 정확해야 하는 시스템이 아니라, 좀 더 확장 가능한 시스템을 만들어보고 싶었습니다. 사람들이 퍼즐이나 시나리오를 직접 구축할 수 있도록요.

2004년쯤, 시장에서는 심시티(SimCity)* 같은 몰입형 3D 시스템이 이미 존재하던 때였죠. 데이비드와 에릭은 물리 퍼즐 시스템을 만들어서 유저테스트를 해보았는데, 일주일 만에 ‘이건 입소문이 나지 않을 게임’이라는 사실을 깨닫습니다. 실패였죠.

두 사람은 여러 플레이어들이 아바타를 생성해서, 서로 상호작용을 할 수 있는 환경을 개발해야겠다 생각합니다. 9개월을 더 집중해서 개발만 한 끝에, 로블록스가 탄생했습니다.

*SimCity(심시티): 도시 건설 시뮬레이션 게임으로, 플레이어가 가상의 도시를 관리하고 발전시키는 게임.

초반 버전은 사람들이 채팅을 하며 모여서 돌아다니고 부딪히는 환경이었습니다. 다른 채팅 서비스와 달랐던 것은 물리적 공간에 함께 있는 느낌을 준다는 것이었죠. 성도 있었고, 무언갈 조립할 수 있는 곳도 있었습니다. “저기 가서 블록을 같이 쌓자”, “여기에 블록을 쌓고 시한폭탄으로 터뜨려보자.” 같은 걸 해볼 수 있는 재미있는 환경이었죠.

데이비드와 에릭은 인터렉티브 피직스처럼 교육적이지는 않더라도, 물리적 요소는 그대로 가져가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건물의 지지대를 빼면 무너진다거나, 자동자에서 바퀴를 뺴면 바닥을 긁으면서 달리는 등, 현실세계의 물리법칙을 적용했죠. 여기에 채팅이 더해진 방식이었습니다.

로블록스의 운영진들은 게임에서 유저들과 채팅을 하며 많은 시간을 보냈습니다. 초기 사용자 2~300명 중 절반을 알고 지내면서 개선점들을 물어보곤 했다고 해요.

2008년에는 ‘로블록스 스튜디오’를 런칭합니다. 유저들이 로블록스 환경에서 직접 게임을 만드는 등의 액션을 할 수 있는 기능이었죠.

그때 로블록스를 쓰던 사용자는 500명~1,000명 정도였는데, 모두 로불록스 스튜디오를 다운받았다고 합니다. 그리고 한 달 만에 15,000명까지 늘어나죠. 유저들은 그동안 데이비드와 에릭이 만들었던 것보다 훨씬 나은 창작물들을 만들어내기 시작합니다. 이런 일이 일어나길 바랐지만 실제로 보니 정말 신났다고 회상해요.

로불록스의 유저는 대부분 어린이들이었는데요, 그래서 입소문이 정말 빨랐습니다. 그들에게는 학교라는 거대한 커뮤니티가 있기 때문이었죠. 다만 단점도 있었는데요, 바로 온라인법상 아이들의 회원 정보를 수집할 수 없다는 점이었습니다. 광고 최적화가 불가능했죠. 그래서 광고 수익의 파이를 줄이는 대신, 투자유치를 받습니다.

투자를 유치했다고 수익화를 포기하는 것은 당연히 아니었습니다. 처음엔 사이트 내에 어린이들에게 적합한 광고를 게시했죠. 하지만 좋은 방법은 아니라고 생각해, 빌더스 클럽(Builders Club)이라는 멤버십 기능을 새로 시도합니다. 멤버십을 가입하면 추가 기능을 오픈하는 식이였죠. 하지만 이 마저도 확장가능성이 없다고 판단합니다.

사용자와 사용시간이 급격히 성장하지만, 매출을 오히려 떨어지는 상황에 마주합니다. ‘뭔가를 수정해야 한다’는 생각에 50가지의 업데이트를 진행했지만, 역시 성공적이지 않았습니다. 데이비드는 점점 두려워지기 시작했다고 해요.

그때 로블록스가 하나의 거대한 시스템, 하나의 사회라는 것을 떠올리죠. 가상 경제를 도입해 보자는 아이디어가 나온 겁니다. 이후 로벅스(Robux)라는 서비스 내의 가상화폐를 만들고, 옷 같은 아이템을 구매하는 것은 물론, 유저들끼리 교환할 수 있고, 유저들이 만든 게임이나 시뮬레이션에 로벅스를 결합할 수 있게 만들었죠.

예를 들어 어떤 유저가 ‘새(Bird) 시뮬레이션’을 창작했을 때, 처음에는 참새만으로 플레이가 가능하지만 로벅스를 지불하면 독수리 모드로도 쓸 수 있었습니다. 로벅스로 사실상 모든 것을 다 할 수 있었어요. 하나의 완전한 경제 시스템이었습니다. 실제로 잘 작동할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이 방식이 맞다는 강한 직감으로 밀어붙였습니다.

여기에 더해 유저들의 로벅스를 현금으로 바꿔주는 시스템을 도입했습니다. 다시 말해, 유저들이 ‘작은 기업가’가 될 수 있는 시스템이었죠. 유저들은 가상 상품이나 경험을 판매하고, 로블록스는 매출의 일부를 가져갔습니다.

로블록스가 유저들에게 더 많은 유연성을 제공할수록, 유저들은 더 많은 창작품, 더 창의적인 수익화 방식을 만들어냈습니다. 하지만 수익화 요소가 너무 많아지면 로블록스를 즐기는 유저들이 줄어들 것이기 때문에, 균형을 잘 맞춰야 했죠. 유료 요소들도 있지만 무료로 즐길 수 있는 요소들도 함께 만들어야 했습니다.

이 덕에 로블록스는 수익과 성장, 사용자 참여를 모두 놓치지 않고 가져갈 수 있었습니다. 지금도 로벅스를 구매하는 사람은 일부에 불과하지만, 로블록스는 계속해서 성장하고 있다고 해요.

3. 대거 유입으로 딜레마에 빠져도 다시 사용자 경험에 집중해야 한다.

로블록스는 대부분의 사용자가 아이들이나 청소년이었습니다. 아이들을 고객으로 두면 가장 큰 장점은 입소문이 빠르다는 것이었죠. 앞서 말씀드렸듯, 학교에서나 스포츠 팀에서 늘 이야기를 나누기 때문입니다. 우리도 생각해 보면 학창 시절 큰 인기를 누렸던 추억의 게임들이 하나씩 존재하고 있으니까요.

하지만 로블록스가 처음부터 이런 전략을 노렸던 것은 아니었습니다. 유료광고를 통해 마케팅을 하기도 했고, ‘친구를 초대하세요’ 같은 고전적인 방법을 시도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곧 뛰어난 게임 경험에서 나오는 자연스러운 바이럴이 최고의 마케팅 수단이라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그리고 네트워크에 더 많은 사람이 있을수록 네트워크가 더 강력해지는 법칙인 메트칼프의 법칙*이 실현되고 있었죠.

메트칼프의 법칙(Metcalfe's Law)*: 네트워크의 가치는 사용자 수의 제곱에 비례한다는 법칙

서비스의 품질을 잘 유지하기 위해선 유저들의 사용방식을 관리하는 것도 중요했습니다. 부적절한 말을 하거나, 고의적으로 문제를 일으키는 유저들이 많아지면 사용자 경험은 급속도로 떨어지기 마련이니까요. 그래서 부적절한 단어들은 필터링하고, 유저 창작 콘텐츠는 업로드 시에 검수를 받았습니다. 필터링을 어디까지 허용해줄지 실험하는 유저들도 있었거든요.

그리고 2020년 3월, 팬데믹 시대가 열린 몇 주 뒤, 로블록스는 일종의 사이드이펙트로 혜택을 누리게 됩니다. 사람들이 밖에서 어울릴 수 없게 되자, 가상공간인 로블록스에서 만나 어울리기 시작했거든요. 하지만 유입이 커진만큼 부적절한 콘텐츠가 늘어날 가능성 역시 늘어났죠.

로블록스는 딜레마에 빠집니다. 사람들은 알고리즘이나 시스템 등을 이용하면 유해콘텐츠들을 모두 잡아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만, 현실적으로는 쉽지 않습니다. 규칙을 이리저리 피해 실험하는 유저들도 있고, 모든 위험요소를 걸러내는 것도 쉽지 않으니까요. 그리고 얼마나 통제할 것인지에 대한 미묘한 선도 잘 지켜야 하고요.

여전히 사용자 경험을 위해 알고리즘과 검토시스템을 지속적으로 업데이트하고 있으며, 유해콘텐츠를 접하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고 합니다. 하지만 이런 통제에 불만을 가진 유저들도 꽤 있는 것 같아, 그 선을 유지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것인지 짐작해볼 수 있습니다.

로블록스는 2021년 뉴욕증시에 상장했고, 2025년 1월 기준, 423억 달러(한화 약 62조 원)의 시가총액을 가진 회사가 되었습니다. 데이비드는 13%의 지분을 가지고 있어, 약 8조 원의 가치를 가지고 있다고 해요.

또 데이비드는 돌아보면 운이 좋았다고 회상합니다. 그럼에도 상상하지 못할 정도로 힘든 일도 있었죠. 그 힘든 일이 있었기 때문에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고 전합니다.

💬 “하지만 우리는 그 의견을 존중하면서도 부드럽게 무시했어요.” - 데이비드

뉴스레터에 소개되지 않은 더 많은 이야기를 읽어보세요! 전문을 읽고 난 후, 아래 질문에 고민해보시면 더 깊은 생각을 할 수 있을 거예요.

❓이미 성공한 모델을 다른 시장에 접목해 또 다른 기회를 만든 오늘의 주인공 처럼, 어떤 모델을 어떤 사업에 접목해 볼 수 있을까요?

❓기술에 집중한 대신, 그 외의 크리에이티브는 고객들이 해결해주었습니다. 이처럼 나의 사업에서 집중할 것은 무엇이고, 고객에게 자유도를 줄 부분은 무엇이 있을까요?

❓로블록스는 ‘하나의 거대한 시스템’ 이라는 특징을 극대화 해서 엄청난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었습니다. 그렇다면, 나의 사업의 특징을 극대화 한 비즈니스 모델은 어떤 것이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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