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숏폼 콘텐츠는 단순한 유행을 넘어 미디어 시장의 주류로 자리 잡았습니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Statista'에 따르면 이러한 성장세는 2025년 물론, 향후 5년간 연평균 60%라는 놀라운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주목할 점은 숏폼의 영향력이 미디어 시장을 넘어서고 있다는 것입니다. 체류 시간이 곧 수익과 직결되는 현재의 비즈니스 환경에서, 검색과 커머스 중심의 사업 구조를 가진 네이버에게도 위협이 되고 있는데요. 이러한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네이버 역시 숏폼 시장에 뛰어들었습니다.
흥미로운 것은 네이버의 숏폼 시장 접근 방식이 틱톡의 한국 시장 공략법과는 정반대의 양상을 보인다는 점입니다. 오늘은 이 두기업의 차별화된 시장 공략 방식을 살펴보려고 합니다.
네이버의 공급 중심 전략: 크리에이터 생태계 구축
네이버는 '공급 중심 전략', 즉 콘텐츠 생산자를 늘려 질 높은 콘텐츠를 확보하는 전략으로 숏폼 시장을 공략하고 있습니다. 이는 크게 세 가지 축으로 진행되고 있습니다.
첫째, 공격적인 크리에이터 지원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70억 원 규모의 지원금을 통해 5,000명의 크리에이터를 모집하고, 다양한 수익 구조를 제공합니다. 월 1,000만 원 이상의 고수익 창작자부터 10~50만 원대의 풀뿌리 창작자까지 폭넓은 수익 기회를 제공합니다. 특히 스포츠, 차량, 일상, 여행, 취미 등 다양한 분야의 크리에이터들이 고르게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습니다.
둘째, 기존 서비스와의 시너지를 극대화하고 있습니다. 네이버의 강점인 블로그, 카페 등을 클립과 연동하여 크리에이터들이 자연스럽게 숏폼으로 전환할 수 있도록 돕고 있습니다. 특히 '장소 스티커' 기능을 통해 숏폼과 플레이스를 연계한 결과, 예약 전환율이 1870% 증가하는 성과를 거두었습니다. 이는 네이버의 강력한 커머스 생태계와 숏폼의 결합이 실제 비즈니스 성과로 이어질 수 있음을 시사합니다.
셋째, 크리에이터 친화적인 기술 지원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2025년 상반기에는 AI 기반의 '하이라이트' 기능을 도입할 예정입니다. 이 기능은 영상과 이미지를 자동으로 인식하여 주요 장면을 추출하고 편집해 주는 서비스로, 크리에이터들의 콘텐츠 제작 부담을 크게 줄여줄 것으로 기대됩니다.
네이버의 이러한 전략은 이미 가시적인 성과를 보이고 있습니다. 클립의 재생 수는 2024년 1월 대비 6배 증가했으며, 채널 수는 2.5배, 콘텐츠 생산량은 4배 증가했습니다. 브랜드와의 협업도 활발해져 삼성, CJ제일제당, P&G 등 주요 기업들과의 파트너십도 확대되고 있습니다.
틱톡의 수요 중심 전략: 파격적인 보상을 통한 사용자 확대
반면 틱톡은 '수요 중심 전략', 즉 사용자를 늘려 플랫폼 이용을 활성화하는 전략으로 한국 시장을 공략하고 있습니다. 특히 틱톡 라이트 앱을 통해 과감한 사용자 유치 전략을 펼치고 있는데요. 핵심 전략은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파격적인 현금성 보상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친구 초대, 출석 체크 등의 미션을 완료하면 최대 20만 원 이상의 포인트를 지급하며, 영상 시청이나 좋아요 등의 간단한 활동으로도 포인트를 적립할 수 있습니다. 적립된 포인트는 현금으로 출금하거나 배달의민족, 스타벅스, 신세계 상품권 등으로 교환할 수 있어 사용자들의 높은 호응을 얻고 있습니다.
둘째, 기존 리워드 앱 시장을 적극적으로 공략하고 있습니다. 2024년 5월 기준, 국내 상위 7개 리워드 앱 이용자 중 약 62만 명이 틱톡 라이트로 이동했습니다. 특히 만보기 기능이나 간단한 게임을 통한 리워드 지급 이벤트로 사용자 유입을 극대화하고 있습니다.
셋째, 진입 장벽을 최소화한 서비스 설계를 추구합니다. 틱톡 라이트는 영상 시청에 초점을 맞춘 별도의 앱으로, 데이터 절약 모드를 기본으로 제공하며 저사양 기기에서도 원활하게 작동하도록 설계되었습니다. 이를 통해 디지털 리터러시가 상대적으로 낮은 중장년층까지 사용자층을 확대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실제로 60대 이상 이용자의 SNS 사용 시간 순위에서 틱톡이 1위를 차지하는 모습도 보여주었습니다.
다만, 이러한 과감한 보상 시스템으로 인한 위험 요소도 존재합니다. EU에서는 이미 디지털서비스법(DSA) 위반으로 보상 프로그램이 중단된 상태이며, 국내에서도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등의 문제가 제기되고 있습니다. 특히, 개인정보 수집 동의 절차의 불명확성과 마케팅 동의의 필수화 등 관리 미흡의 문제가 지적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성과는 확실합니다. 24년 11월 기준으로, 24년 1월 대비 사용자가 가장 많이 늘어난 앱 1위에 틱톡 라이트가 오른 것인데요. 틱톡 오리지널과 틱톡 라이트가 시너지를 내면서 전체 틱톡 사용자가 크게 증가하고 있습니다.
네이버 숏폼, 경쟁력 있을까?
이처럼 네이버와 틱톡의 국내 숏폼 시장 진입 전략은 뚜렷한 대비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여기에는 네이버와 틱톡의 태생적인 요인도 작용합니다. 틱톡은 이미 글로벌화에 성공하여 안정적으로 콘텐츠가 유입되는 반면, 네이버는 숏폼 후발주자로서 콘텐츠 풀이 부족해 공급 중심 전략으로 기반을 다져야 하는 상황입니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크리에이터 풀을 확보하여 양질의 콘텐츠를 제공하고 지속 가능한 생태계를 구축하는 것은 정석적인 접근 방식입니다. 그러나 숏폼 시장의 특성과 급변하는 미디어 환경을 고려할 때, 네이버는 다음과 같은 세 가지 과제에 직면해 있습니다.
1) 체류 시간과 사용자 확보
숏폼의 핵심은 사용자의 체류 시간 확보입니다. 아무리 좋은 콘텐츠라도 사용자가 없다면 무의미합니다. 네이버는 콘텐츠 품질 질향상과 함께 사용자 유입 전략도 고민해야 합니다. 또한, 콘텐츠 유입을 폭발적으로 성장시키려면 일반 사용자의 참여가 필수적인데요. 전문 크리에이터 중심 전략은 오히려 일반 사용자의 진입장벽이 될 수 있습니다.
2) 미디어 산업의 불확실성
미디어 트렌드는 예측하기 어려울 정도로 빠르게 변화합니다. 네이버의 장기적인 전략이 지금은 적절해 보일 수 있지만, 언제든 새로운 트렌드가 등장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단기 성과에 집중하면서 동시에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는 '피봇 능력'을 갖추는 것이 중요할 수 있습니다.
3) 사용자 접근성
숏폼은 잠깐의 여유에도 빠르게 접근하여 즐길 수 있도록 접근성을 높이는 것이 중요합니다. 틱톡이 라이트 앱을 출시한 것도 같은 맥락인데요. 이에 반해 네이버는 상대적으로 접근성이 낮습니다. 경쟁 숏폼 서비스들이 가진 단독 앱의 이점을 극복하지 못한다면 시장에서 어려움을 겪을 수 있습니다.
사실 이러한 문제들을 한 번에 해결하기 위해서는 어쩌면 단독 앱을 출시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일 겁니다. 그러나 네이버는 이런 선택을 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은데요. 카니발리제이션(신규 서비스로 인한 기존 서비스 잠식 현상)을 우려해야 하는 것도 있지만, 무엇보다 네이버는 단순히 숏폼 시장에서 1위가 되려고 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네이버의 궁극적 목표는 숏폼 시장 1위가 아닌, 자사의 강점인 검색과 커머스와의 시너지 극대화입니다. 이에 따라 네이버 숏폼의 성공 여부는 콘텐츠 공급과 수요의 균형을 찾고, 기존 사업과의 시너지를 얼마나 효과적으로 창출하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네이버가 이러한 과제들을 어떻게 해결해 나갈지, 앞으로의 숏폼 시장 경쟁이 더욱 주목됩니다.
*위 글은 '테크잇슈' 뉴스레터에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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