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빌딩 #사업전략 #운영
VC 생활 10년만에 로맨틱한 사람이 냉소적인 사람이 된 이야기(3)

안녕하세요.

비주류 VC (Non-mainstream VC) 입니다.

오늘은 세 번째 이야기에요.

 

VC를 하면서 겪은 속터지는 얘기들을 풀어놓고 있습니다.

일반인들이 알기 어려운 투자 업계와 스타트업 업계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허심탄회하게 써보려고 합니다.

보시는 분이 불편하시거나 본인이 등판할 일 없으시도록 사실관계를 각색하거나 변경한 부분들이 있으니 양해를 바랍니다. 

시작합니다!

 

앞서 두번의 에피소드에서도 말씀드렸지만 저는 투자업에 대한 큰 기대감이 있었어요.

훌륭한 대표이사를 도와 성공한다는 상상의 나래를 폈던, 완전 눈치없는 새내기 로맨티스트였던 것 같아요.

현실적으로는 그럴 일이 별로 없는데 말이죠…

어쨋든 세월은 흘러 또 한명의 “한니발 렉터”를 탄생시켰죠.

이제는 한 명의 시니컬한 VC만 남아버렸습니다.

 

창업자는 늘 힘들어요.

아무 것도 없는 상황에서 시작해야 하니까 막막하기도 하겠죠.

제가 좋아하는 선배 VC가 있는데 이분이 저에게 들려주었던 명언이 떠오르네요.

“농부는 농협으로, 어부는 수협으로, 목동(?)은 축협으로 가면 되지만 창업자는 갈 곳이 우리 VC들 밖에 없다. 그러니 우리가 그들을 돌보고 보살펴야 한다.”

마음속에 남아있는 울림있는 멘트에요.

ㅅㅈ이형 잘 살고 있어? ㅠㅠ

근데 이 생활을 오래 해보니 구지 돌보고 보살필 필요는 없는 것 같….

 

어찌됬든 창업자의 속마음은 복잡할 수 밖에 없어요.

옆에서 돕는 사람들을 100% 신뢰할 수 있을까?

나를 이용하는 것 아닌가? 내가 가진걸 뺏어가려는 건 아닐까?

내가 이 사업을 계속 할 수 있을까? 망해서 모든 걸 잃어버리지는 않을까?

그래서 더 신중하게 함께 할 코파운더와 투자자를 고르게 되는 거겠죠?

그런 활동의 결정체가 바로 “지분”이에요.

오늘 들려드릴 이야기는 창업자의 “지분” 이야기에요.

 

일단 제 포트폴리오는 아니고, 다른 VC하우스들이 투자한 건인데 바로 옆에서 일련의 사건을 지켜보게 되어서 쓰게 되었어요.

일단 회사는 IT 기술기업이었고 비교적 젊은 창업자가 대학교 후배와 같이 창업한 케이스였어요.

둘 다 좋은 대학을 나왔고 전공도 IT업계에서는 보기 드문 자연과학 계열의 학과였대요.

IT 스타트업 업계에서는 원래 일반적인 공대보다도 이런 특이한 계열의 학과가 좀 더 섹시해 보이는 게 있잖아요?

스티브잡스가 철학과 나온 것 처럼요.

뭔가 좀 더 특별하거나 특이할 것 같고 뭐 그런거요.

(갑자기 나온 잡스 형님. 그립습니다. ㅜㅜ)

 

좌우지간 대표는 지분이 90%였고 CTO를 맡은 대학교 후배는 지분이 10%였어요.

그런데 본격적인 IR을 돌기 직전에 CTO가 지분을 더 달라는 요구를 하게 되요.(이 부분이 오늘의 핵심)

CTO가 15%를 더 요구해서 25%를 가져가게 되요.

당연히 대표이사의 지분을 일부 CTO에게 매각하는 건이었으니까 대표이사의 지분은 90%에서 75%로 확 줄어들게 되었어요.

 

갈리는 VC들의 반응

이 때 투자자들의 반응이 좀 갈렸나봐요.

CTO가 핵심적인 인물이므로 이정도는 감안하겠다는 VC가 있었던 반면, 아무리 그래도 대표이사 지분이 75%인데 CTO가 25%는 너무 과한 것 아니냐는 반응도 있었던 거에요.

무려 ¼ 잖아요???

이 정도면 CTO도 이 사업에 인생을 걸어야 하는 상황인데 VC들이 봤을 땐 아직 CTO가 어리고 이 상황 자체를 잘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듯 했다고 해요. 옆에서 이 상황을 지켜본 저도 그런 것 같았어요.

이제 막 졸업한 CTO는 아직 사회 경험도 거의 전무했고 나중에 생길 일들을 감당하기 어려워 보였거든요.

게다가 25%면 투자계약상에 “이해관계인”이라는 주체로써 날인을 해야되는데, 이럴 경우 회사가 잘못될 경우 일정부분 고의 또는 중과실 관련하여 법적인 책임이나 상환에 대한 책임을 질 가능성도 있어요.

근데 CTO는 그런 부분까지는 고려하지 않고 단순히 지분 욕심에 15%를 더 달라고 했던 것으로 VC들 눈에는 보였던 것이지요…

쉽게 말해 철없는 행동으로 보였던 거에요.

 

결국 대표이사의 강력한 추진력으로 결국 CTO에게 25%의 지분이 주어지고 그 상태로 IR을 돌게 되요.

기술력이랄게 딱히 없는 초기 단계의 회사였지만 당시 IT 트렌드와 상당히 부합하는 기술을 가지고 있었고 대표이사도 예전에 개인적으로 개발한 프로그램으로 상까지 탔던 경험이 있다 보니 VC들도 그대로 투자를 진행했어요.

결국 투자유치를 잘 마무리하고 그들은 행복하게 자신들의 사업을 진행해요.

투자금으로 사고 싶었던 고가의 장비도 사고, 사람도 더 채용하고, 당분간은 그렇게 해피하게 지냅니다.

 

꼭 좋은일이 있으면 생기는 나쁜일들…

근데 꼭 문제는 좋은일이 있었던 이후에 생기죠…

여기까지 읽으신 분들은 이미 뒤를 직감하셨겠지만…

맞아요.

CEO랑 CTO가 싸우기 시작한 거에요…;;;

(VC들의 시선에서 보이는 그들의 싸움)

 

왜 꼭 좋은일이 있으면 그 다음엔 싸움만 남을까요…

VC들이 볼때는 고만고만한 사람 둘이서 기싸움을 하는 것으로 보였대요.

실제로 싸우는 이유도 참…표면적인 이유들이 유치하기 짝이 없었나봐요.

한심해서 어디서부터 이의제기를 해야 할지 모를 수준이었다고 해요.

거의 “쟤가 나빠요! 아니에요! 쟤가 나빠요!” 수준이었다고 하는데…

(VC들의 시선에서 보이는 그들의 싸움_2)

 

여기에 자세한 이유를 적기는 힘들지만 결국은 둘의 싸움은 “사람 문제”였어요.(자세한 사항은 생략…)

업무나 경영의 방향성에서의 이견이 아니고 그냥 둘 사이가 나빠진 거에요.

이때 투자자가 느끼는 짜증스러움은…정말 겪어본 사람만 알아요.

회사를 이끌어가야 할 두사람이 이렇게 싸우고 있다보니 직원들도 누구 말을 들어야 하나 눈치만 보이겠죠…

심지어 거의 애들 싸움에 가깝다보니 직원들도 점점 대표이사와 CTO를 우습게 보기 시작한 거에요.

 

VC들 입장에서는 지분으로 보나 직급으로 보나 이 두명이 회사를 이끌어가야할 게 뻔한데 일방적으로 한쪽 편만 들기도 어려운 거죠.

원칙적으로는 대표이사 편을 드는게 맞긴 해요.

결국 대표이사가 모든 책임을 지고 회사를 끌어가는 거니까요.

근데 이 경우는 좀 달랐어요.

CTO가 대부분의 기술을 개발했었고 현재도 그러고 있으며 지분도 25%나 되니까 어떻게 못하는거에요.

 

문제는 대표이사도 CTO를 어쩌질 못한단 거에요.

대표이사가 CTO를 내보내기 위해서 다방면으로 자료를 수집하고 트집 잡을걸 찾아냈지만 결국 지분을 뺏을 수도, 맘대로 퇴사를 시킬 수도 없었던 거죠.

결국은 새로운 CTO를 영입하는 강수를 둬요.

그런데 이게 또 두번째 패착이 되버려요.

 

당연히 CTO는 반발했어요.

“연구소 소장” 이라는 그럴싸한 직함을 주면서 CTO를 내려놓으라고 했지만, CTO도 바보가 아닌 이상 이거 회사를 나가라는 시그널인거 뻔히 알았죠.

그때부터 CTO의 질주가 시작되요.

갑자기 노트북 자료를 일부 지워버리고 근태도 엉망으로 안지키기 시작한거죠.

이제 돌아올 수 없는 강을 서로 건넌거에요.

매일 설교: 믿음의 걸음으로 건넌 요단강(여호수아 3장 14절~17절) | 제임스 권 목사 성경 묵상과 말씀

(요단강을 건너는 CEO & CTO, 그 외 추종자들)

 

결국 어떻게 되었을까요?

결국은 CTO가 퇴사하는 것으로 마무리가 되었어요.

근데 이 과정도 매끄럽지가 못했어요.

원래대로라면 새로운 CTO가 오고, 기존 CTO가 업무인계를 하면서 서로서로 웃으면서 빠이빠이 해야 정상인건데…CTO가 그냥 무단으로 회사에 출근을 안해버리는 거에요.

업무인계서라고 몇장 써놓고는 그냥 사라져버렸으니 웃으면서 빠이빠이는 물 건너간거죠…;;;

그러다가 시간이 지나면서 결국은 자연스럽게 퇴사하는게 되버렸대요.

 

남은 문제들…VC들은 무슨 죄?

그럼 남은게 뭘까요.

맞아요. 오늘의 주제인 “지분”이에요.

CTO의 지분 문제가 아직도 남아있는 거지요.

결국 대표이사가 CTO의 지분을 압류하는 소송을 걸었어요.

그 근거는 잘 모르겠지만, 아마 투자받기 전에 CTO에게 매각한 구주계약서에 퇴사 시 원금으로 돌려준다는 조항이 있었던 모양이에요.

CTO는 이에 반발했고 건너건너 듣기로는 아직도 소송이 진행 중인 것으로 알고 있어요.(정확하진 않아요.)

 

이 일련의 일들이 진행되면서 가장 손해를 본 건 누구일까요?

제가 봤을 땐 VC들이에요.

결국 회사 구성원의 가능성과 미래를 내다보고 투자한 VC들만 너무나도 머리 아픈 일을 겪게 되었어요.

여담이지만 대표이사가 개인적으로도 문제가 많은 사람이다보니, 자꾸 희안한 소송(?)을 당하거나 국가기관으로부터 제재를 당해서 그때마다 VC들은 상사에게 사후관리보고를 하느라 뼈가 빠졌다고 해요.

사고난거 한 개 보고해서 어찌저찌 넘어가서 한숨 돌리고 커피마시는데, 갑자기 또 전화와서는 다른 일이 터졌다는 식으로 도미노식 사고터짐이 반복되었다고 하네요.

아직 회사가 망하거나 없어진 건 아니라고 해요.

하지만 그 사이 VC들과의 사이도 최악으로 치달아 버렸고 서로 돌이키기도 힘든 상황이 되어서 필수적인 보고 외에는 전혀 교류가 없다고 하네요.

새로 온 CTO가 상당부분 메워줘서 그래도 3년치 정도의 용역은 받아 놨다고 하는데, 그 이후는 알 수 없는 상황이 되버렸다고 해요.

새로 채용한 사람들도 그다지 질이 좋지 못한 것 같고, 이미 기 투자한 VC들로부터 좋은 레퍼런스가 나올 수 없는 상황이니 추가투자유치도 쉽지 않을 거란걸 예상해 볼 수 있어요.

 

이 에피소드에서 제가 배운 점은 다음과 같아요.

1. 모든 기업에게 마찬가지이지만 특히 초기 기업일 수록 “지분”의 배분이 정말 중요하다는 점이에요. “지분”때문에 벌어진 문제는 절대로 회사에 타격 없이 해결이 될 수가 없어요.

2. C레벨은 동업자이지 가족이 아니에요. C레벨들은 유의미하긴 하지만 그렇게 많게 가지지는 못하게 해야되요.(경우에 따라 다르겠지만 “비주류 VC”는 10% 언더를 추천해요.)

3. 이건 “비주류VC”의 개인 의견인데 회사경험이 전무한 사람에게는 투자하지 않는 게 좋은 것 같아요. 정말 놀라울 정도로 똥인지 된장인지 알려줘도 몰라요. 꼭 찍어 먹어본 다음에야 “아차” 함…

4. 속 터지지만 결국은 또 투자자가 투자심사하는 단계에서 꼼꼼하게 확인해 봐야 할 사항이에요.

 

 

다음 에피소드가 궁금하시다면 아래 쓰레드에서 팔로우 및 좋아요 부탁드릴게요! ^ㅡ^

https://www.threads.net/@basegilt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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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3
스레드에서 타고 넘어왔다 가입까지 ㅎㅎ 하게 되었습니다 직원문제 몇번 겪고 생각이 많았었는데 그건 귀여운 수준이였네요
하하 너무 공감되는게 많은 내용이네요.
계속해서 업로드 기다리겠습니다.
너무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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