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에이터 아티클
#시장조사 #고객 확보 #팀빌딩
자수성가한 억만장자는 다시 창업해도 성공할까?

백종원 대표가 ‘시장’이 되겠다고 나섰다.

행정구역을 대표하는 수장을 말하는 시장(市長)이 아니라 전통시장(市場) 살리기 프로젝트를 진행한다는 뜻이다. 유튜브로 공개된 ‘백종원 시장이 되다’ 프로그램은 백 대표의 고향인 충청남도 예산군 전통시장 내에 식당 5곳을 오픈하는 과정을 담는다. 예산군과 더본코리아가 2018년부터 상호 협약을 맺어 추진한 ‘예산형 구도심 지역 상생 프로젝트’다.

 

 

백 대표는 신규 오픈하는 식당의 기획, 인테리어, 매장 집기 세팅, 메뉴 개발 등 대부분 작업에 참여했다. 관련 비용은 더본코리아에서 냈다. 해당 매장은 백 대표가 이사장으로 있는 예산학원에서 전부 매입했다. 구도심이 번성하면 임대료가 올라 상권이 이전만 못 해지는 악순환, ‘젠트리피케이션’을 일부 방어하겠다는 취지다.

이 프로젝트의 스포트라이트가 주로 지역 발전, 사회 공헌에 맞춰져 있지만, 그보다는 다른 데 눈길이 간다. 해당 프로젝트에 대해 직접 설명한 백 대표의 멘트다.

“지역 발전을 위한 사회 공헌이라고도 생각하지만, 저희는 이 자체가 앞으로의 사업이라고도 생각한다. 왜냐면, (그 지방의) 세금을 경험 있는 기업에서 잘 쓸 수 있게 컨설팅 하는 것도 좋은 비즈니스라고 생각한다.”

“중견기업은 사업 아이템으로 생각하고 노하우를 전수하고, 대기업은 여기에 지원해 이미지 쇄신, 지자체는 여태까지 분산돼 있던 자금을 효과적으로 운용할 수 있다. 삼위일체가 딱 되는 것이다. 이런 목적이니 혹시나 오해하시지 않았으면 한다.” - 더본코리아 백종원 대표

 

 

SBS 예능 ‘백종원의 골목식당’ 때부터 백 대표는 사업을 하는 이들에게 영감이 될 만한 콘텐츠를 주로 선보였다. 일반 시청자에게는 요리 콘텐츠로 더 이름을 알렸지만, 적어도 스타트업에게는 망가진 식당에 쓴소리를 아끼지 않으며 컨설팅해 회생시키는 기업가의 면모로도 인식돼 있다. 경영, 운영, 고객에 대해 쏟아내는 그의 짤들이 그 증거다.

‘백종원 시장이 되다’ 프로젝트는 이전 골목식당 프로그램의 확장판, 오리지널 제작으로 보인다. 이런 흥미로운 기업가 콘텐츠가 더 늘어나길 바라며 이번 글에서는 해외 비즈니스 예능을 하나 소개하려 한다.

 디스커버리 코리아 유튜브 채널에서 편집본으로 시청할 수 있는억만장자 파헤치기’라는 시리즈물이다.

 

 

예능의 주인공은 자수성가형 억만장자 글렌 스턴스다. 30년 전 무일푼으로 시작해 지금은 미국 최대 모기지 대출 회사인 스턴랜딩(Stearns Lending)을 설립했다. ‘억만장자 파헤치기’ TV프로그램에서 그는 90일 안에 100 달러 자본금을 기반으로 100만 달러 사업을 키워내는 미션에 도전한다. “자신의 성공 법칙으로 다시 성공해보겠다”는 포부로 8회에 걸쳐 모험을 떠났다. 

글렌 스턴스는 전혀 연고가 없는 펜실베니아주에 당도한다. 순자산 22억 달러 부자에서 100달러, 폰 하나, 픽업트럭 한 대로 새출발을 한다. 이제 현명함이 요구된다. 숙소조차 없기 때문이다. 그는 먼저 한 달 사는 데 필요한 항목을 정리했다. 집세, 주유비, 식비 통틀어 1100달러. 3달 버티려면 최소 3300달러를 갖춰야 한다고 파악한다.

(방송이라 분명 연출된 부분도 있겠지만) 가치 있는 비즈니스를 일구기 위해 기업가들이 어떻게 바닥부터 시작하는지 가늠할 수 있는 에피소드들로 꽉 채워져 있다. 비즈니스 예능은 확실히 현실에 발을 딛고 리얼함을 통해 주는 감동이 있는 게 아닐까. ‘억만장자 파헤치기’ 다큐로부터 크게 4가지 배울 점을 얻을 수 있었다. 

 

1.”구매자를 먼저 찾아라”

거의 무일푼이 된 글랜 스턴스는 일단 생활비와 함께 묵돈을 만들 계획을 세운다. 그러면서 인터넷을 뒤진다. 근처에서 뭐라도 사들이려는 수요가 있는지 먼저 조사했다. 평생 지켜온 원칙을 따르는 것이다. “구매자를 먼저 찾아라. 그럼 나머지는 알아서 따라온다.”

의외로 별별 희한한 물건을 매물로 구하는 게시물을 검색할 수 있었다. 연철로 만든 울타리부터 군용 등급의 타이어를 비싼 값에 사들인다는 사람까지. 해당 지역의 구매 수요를 대략적으로라도 미리 파악해둔 글랜 스턴스는 90일 여정 초기에 이 시장 조사 덕에 자금 조달을 할 수 있었다. 

또한 자신의 노동력을 구매할 만한 웬만한 일자리에 다 지원한다. 프린팅 업체에서 일일 알바도 하고, 고무 공장에서 애견용 장난감을 받아 공원에서 직접 세일즈 하는 업무도 마다치 않는다. 모든 구직이 다 성공적이진 않았지만 그의 마인드셋은 요동치지 않았다. “대개 사람들은 패닉에 빠져 많은 기회를 잃고 성급하게 포기하지만, 아직 포기하기 이르다고 본다.” 

구매자를 찾는 데 유연한 태도로 접근한다는 점이 특히 인상깊다. 식당에 자원봉사를 자처해 끼니를 해결하기도 하고, 가장 값싼 모텔에 묵으면서 혹시 거기서 일거리를 얻어 조금이라도 자본금을 아낄 수 있는지 협상한다. 그의 선제안에는 거리낌이 없다. 

이후 지역 행사 시즌에 맞춰 스턴스는 행사 용품을 싼값에 대량으로 구매해 길거리로 나선다. 어떻게 하면 효과적으로 구매자를 찾을지 고민하다가 잠재 구매자를 ‘술을 마셔 흥이 오른 사람들’로 설정하고 술집으로 향한다. 이날 처음으로 적잖은 수익을 낸다. 본능적으로 구매자를 찾는 스턴스의 사고흐름을 쫓는 게 이 시리즈의 묘미 중 하나다.

 

다시 차에서 전전하다가 결국 무리해서 병원 신세로 큰 액수를 쓰게 되지만…😿

 

2.어떻게 규모를 키울 것인가

일용직에 머무르지 않고 90일 내에 100만 달러 가치의 사업을 일구려면 자본금을 더 늘려야 하는 상황. 스턴스는 자본금 조달과 사업 실행을 동시에 시작한다. 일단 큰 돈을 주고 타이어를 살 사람이 있다는 걸 알고 있으니 철로 근처를 뒤져 괜찮은 타이어를 수집한다. 이후 마련한 자본금로 중고차를 구매해 떼 빼고 광 내서 더 비싼 가격에 거래한다.

여기서 스턴스가 규모를 키우는 방식이 눈에 띈다. 그의 목표는 중고차 거래 그 자체가 아니다. 최종적으로는 가장 큰 차익을 남길 수 있는 부동산 거래를 통해 사업에 필요한 자본금을 조달하려는 것인데, 그 종착지에 가는 단계마다 그에 맞는 거래 아이템과 규모를 산정해 수완 좋게 딜을 친다. (나중에는 실제로 주택을 사들여 리모델링 한다.)

비즈니스 또한 판을 키우는 방향으로 끌고 나아간다. 적당히 잘 될 만한 사업이 아니라 100만 달러 가치로 평가받을 법한 사이 되려면 애초에 큰 판이 필요하기에. 아직 제대로 된 사업 아이템이 정해진 것도 아닌데 스턴스는 어떻게 전국적으로 사업 규모를 키울 수 있을지, 이 지역에서 출발해 그럴 만한 잠재력이 있는 요식업 아이템을 고안해낸다.

혼자 고민하지 않고 사람들을 끌어들인다. 일단 해당 지역의 중소기업 개발 센터에서 무료로 자문을 받는다. 시장 조사도 요청한다. 이 지역에서 가장 솜씨 좋은 인테리어 전문가를 찾아가 설득한다. 현지 수제맥주에 주목해 지역 탑급 수제맥주 양조장을 찾아가 본인 사업 아이템을 설명하고 파트너십을 체결하려 한다. 이 모든 확장이 거의 동시다발적이다.

어찌 보면 도박, 달리 보면 야수의 심장으로 투자를 하는 것이다. 결국 전국 단위로 모여드는 이 지역 갈비축제에 총력을 기울여 이름을 알리는 마케팅 전략에 성공한다. 그저 열심히 하는 게 아니라 이 축제를 모멘텀을 만들 디데이로 보고 팀 전체를 끊임없이 동기부여 한다. 석 달이라는 짧은 시간 사이에 사업 아이템, 셀프 펀딩, 팀빌딩, 마케팅, 개업을 해낸다.

 

 

3.쉼없이 움직인다

90일간의 숨가쁜 여정에서 글랜 스턴스는 쉼없이 움직인다. 계획을 세우되 하나의 결과가 나오길 기다리지 않고 바로 다른 계획을 위한 액션을 취한다. 한 가지 길만 생각하지 않고 부지런히 움직인다. 하긴 그럴 수밖에. 자본금을 마련해 밀린 비용을 대기 위해서라도 집 리모델링이 무사히 마무리 돼야 하는 동시에 식당을 차리고 알려 돈을 벌어야 하니까.

당장 돈이 없어도 방법을 강구하기 위해 식당 자리를 보러 다니는 스턴스의 모습은 언뜻 미래를 보며 현실을 채워나가는 것처럼 보인다. 미션을 기필코 성공하기 위해 낙담할 틈이 없다. 무언가 제대로 성사되지 않아도 거기에 너무 파고들지 않고, ‘어떻게 해낼지’에 주로 집중한다. 자금 여유가 없으니 계산기까지 두드리면서 플랜 B, C를 세운다.

그의 마인드셋을 잘 보여주는 에피소드는 아마도 지역 최고의 브루어리와의 파트너십 건이다. 첫 미팅에서 스턴스는 이런저런 사업 기회를 신나게 풀어놓는다. 이를 묵묵히 듣던 브루어리 사장은 ‘이것저것 하겠다는 건데, 한 가지라도 진정이 있는 게 더 맞는 것 같다’며 협업에 난색을 표한다. 사업 아이템에 필수적인 파트너십인데 파토가 난 셈이다.

하지만 이를 실패로만 치부하지 않는 스턴스. 자신이 피칭하는 방식을 재정비할 기회로 규정하고 파트너십 제안을 2가지로 간소화하기로 결정한다. (“사람들이 나를 모르니”) 이후 다시 양조장을 찾아가 수제 맥주 조달과 하우스 맥주 제조라는 2가지 파트너십을 제안한다. 첫 미팅 때 자신의 부족한 점까지 짚는다. 진솔하게 다가간 그는 결국 파트너십을 얻는다.

전쟁. 스타트업에서 일한다면, 특히 창업가라면 사업이 전쟁이라는 비유에 동감할 것이다. 

90일 안에 100달러 가치의 사업을 만들어야 하는 글랜 스턴스도 동일했다. 미션을 비밀로 부친 채 팀을 푸쉬하며 간당간당한 잔고까지 감당해야 했다. 그러나 그는 “변명거리를 찾지 않는다”고 힘주어 말한다. 알콜중독 부모님, 초등학교 낙제,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가 자수성가할 수 있었던 저력은 적극성에 있지 않나 짐작해 본다.

“자기 밥상은 자기가 차려야 한다. 완벽한 기회란 없다. 적극적으로 찾아야 한다.” - 글랜 스턴스

 

갈비축제 때 결국 스트레스가 극에 달한 팀원과 언성을 높였…다가 바로 사과하는 스턴스

 

4.”적절한 사람을 곁에 둬야 한다.”

초반에 스턴스가 이런저런 일용직을 힘 닿는 데까지 했던 이유가 하나 더 있었다. ”현지 인맥을 만드는 게 목표”였기 때문이다. 나중에 큰 사업을 벌여야 하는데, 그러려면 해당 지역에 어떤 사람들이 있는지 알고 필요한 사람을 찾을 수 있어야 한다. 그가 요식업 아이템을 시작하며 가장 처음 한 일도 “나의 단점을 보완해줄 다른 사람부터 구하기”였다.

자본금 없는 초기 창업가 입장에서 좋은 인재를 구했는데 당장 임금을 줄 수 없다면? 스턴스는 초기 팀원을 모아서 매우 솔직하게 공표한다. “월급을 줄 수 없다.” 대신에 이 사업을 성장시키며 함께 성장할 사람, 이 성장을 나눌 사람이 돼 달라고 요청한다. 식당 계약에 차질이 빚어졌을 대도 모두 불러모아 투명하게 상황을 공유한다. 물러서지 않는다.

우리는 이런 리더십을 들은 바 있다. 바로 서번트 리더십이다. 팀원을 공동체 일원으로 여겨 목표를 공유하고 그들의 성장을 도모하길 지향하는 리더십 유형이다. 이 경우 리더와 팀원간 신뢰를 형성하면서 궁극적으로 조직이 목표로 삼은 성과를 달성하게 하는 스타일이다. 스턴스 스스로도 본인이 서번트 리더십에 가깝다고 표현하기도 한다.

이런 스턴스의 진면목을 잘 보여주는 사례는 팀원과의 불화, 이를 어떻게 해소하는 태도에 있다. 다들 경험해본 적 없는 규모의 축제를 준비하고 대응하면서 극도의 압박감을 받고 있을 때, 결국 바베큐 담당자와 스턴스가 날을 세운다. 스턴스는 축제 3일차에도 고기 수량을 헤매는, 그러면서도 다른 팀원에게 날카롭게 구는 담당자와 감정적으로 싸우게 된다. “실수를 통해 배우지 못 하는 건 안 된다”

이 또한 스턴스의 단호한 철학 중 하나로 보인다. ‘감당할 수 없다면 떠나라’는 지론이 아닐가. 그러나 한편으로는 이렇게 불같이 싸울 이유가 없다는 것도 인정한다. 그래서 현장에서 바로 사과한다. 팀원 하나 하나가 너무나 귀하고 핵심적인 상황에 싸움은 ‘선택’이라는 관점이다. 그러니 선택하지 않는 선택도 고려할 수 있다. 그의 성공 방정식이 묻어나는 대목이다.

“사업을 할 때는 원래 이렇게 모든 게 엉망이다. 이를 극복하고 성공하는 유일한 길은 적절한 사람을 주위에 두는 것이다.” - 글랜 스턴스

 

마지막 에피소드에서 자신의 정체를 공개하는 글랜 스턴스

 

글을 마치며

비즈니스가 모두의 이야기는 아닐 테다. 일상적인 소재도 아닐 수 있다. 엔터테인먼트 영역에서는 특히나 재밌는 프로그램으로 승화하기 어렵다. 그럼에도 ‘억만장자 파헤치기’를 보니 비즈니스가 꽤나 절절한 휴먼 스토리라는 걸 부인할 수 없었다. 겉보기에는 돈 벌기에 해당하지만, 그게 가능하기 위해 사람과 가치와 철학이 동원되는 까닭이다.

1인 창업부터 사이드잡, 스타트업이 늘어나는 시류에서 이런 비즈니스 예능은 재미와 함께 더 다양한 이들이 제 삶을 개척해나가는 프레임워크를 고민해보는 계기를 마련해줄 것 같다. 오늘도 고군분투 하는 창업가들에게도 영감을 주는 기업가정신 콘텐츠이기도 하고…! 국내에서도 이런 비즈니스 예능이 자리잡을지 기대하는 마음이다.  

p.s.스턴스의 미션이 성공했을까? 실제 결말은 시즌 마지막화에서 확인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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