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우리 회사는, 자체적으로 구축한 웹사이트를 통해 전 세계 소비자에게 직접 제품을 판매할 계획이다. 이러한 유통방식을 요즘엔 ‘D2C’라 호칭하니, D2C를 아주 잘해야 성공하는 우리로서는 D2C에 관해 누구보다 올바르게 알아야 할 필요가 있다.
D2C(direct to consumer)란 제품이 판매자로부터 소비자에게 전달되는 경로 사이에 존재하는 유통단계를 없애는 유통방식이다. 유통단계가 제거되면 그로부터 발생 되던 중간 마진이나 수수료도 함께 사라지기 때문에 판매자는 그만큼 더 ‘높은 마진’을 취할 수 있다. 이것이 판매자가 그러한 유통방식으로부터 얻게 되는 가장 주된 혜택이다.
스마트폰이 본격적으로 보급된 2010년대에 들어서며 ‘D2C’라는 용어는 별안간 유행을 탔고, 언론에서는 혁신적이고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이라고 추켜세웠다. 하지만 조금만 깊이 들여다보자. D2C가 과연 그처럼 새롭게 개발된 혁신적인 유통방식이던가. 그렇지 않다. 미국의 와비파커, 달러쉐이브클럽, 캐스퍼 같은 소비재 스타트업이 언론과 업계의 관심을 받으며 ‘D2C’라는 용어 자체가 그 시기에 마침 유명해졌을 뿐이지, 따지고 들면 대한민국에선 그보다 10년 앞선 2000년대 초부터 D2C가 이미 한발 앞서 성행했다. 세계에서 가장 빠른 초고속 인터넷망, 뛰어난 생산 기지 동대문, 카페24와 같은 손쉬운 웹 제작 도구 등은 D2C 하기 유리한 환경을 제공했고, 이를 발판으로 로레알에 매각된 ‘스타일난다’, 코스닥에 상장된 ‘공구우먼’, 그 밖에도 ‘난닝구’, ‘임블리’ 같은 많은 브랜드가 이 땅에서 속속 탄생하고 성장했다. 다만 그때는 ‘D2C’라는 용어가 워낙 생소했던 시절이기에, 우리는 이들을 ‘자사몰’이란 말로 바꿔 호칭했던 것뿐이다.
이 시점에 국내 1세대 자사몰을 굳이 끄집어낸 이유는 ‘D2C 종주국’이 어디인지 따져보기 위해서가 아니다. 유통단계를 줄이고 이익을 늘리려는 판매자의 욕망과 도전은 ‘D2C’라는 용어가 널리 확산된 2010년대 이전에도 늘상 존재해 있었다는 걸 말하고 싶어서다. 어쩌면 그건 인류의 머릿속에 ‘거래’라는 개념이 싹트고 난 순간부터 쭉 이어져 온 자연스러운 인간 본능의 발현일지도 모른다. 로마 상인도, 페르시아 상인도, 조선시대 상인도 모두 다, 같은 목적을 품고 같은 노력을 했을 것이라고 나는 추측한다.
그래서 그런지 요사이 ‘D2C’를 가리켜 “새로운 유통방식”이라느니 “혁신적인 비즈니스 모델”이니 하는 수사들이 내게는 영문 모를 뚱딴지같은 소리로 다가온다. ‘D2C’는 그저 인터넷 시대에 인터넷을 통해 직접 제품을 판매하는 기업의 필수 불가결한 영업방식 중 하나에 불과할 뿐이다. 그렇게까지 과분하게 찬사받을 이유가 전혀 없다. 이런 맥락에서, ‘D2C 스타트업’이라는 관습적 구분 자체도 현시점에선 그 쓸모가 다했다는 생각이 든다. 모바일 시대가 열리고도 꽤 많은 시간이 흘렀다. 이제는 브랜드가 시작부터 자사 웹사이트를 통해 직접 판매하는 방식이 기본 중의 기본이 됐다. 외려 그렇게 하지 않는 브랜드를 찾기가 힘든 분위기다. 그러한 시대에 고작 ‘자체 채널 판매’를 의미하는 ’D2C‘가 저마다 특성이 제각각인 수많은 기업을 뭉뚱그려 한 울타리에 가두는 기준씩이나 된다는 건 매우 적절치 않아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