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y the direct-to-consumer business model is dead” (Fortune 2022년 10월)
“In 2023, D2C Is Out, And The Migration To Wholesale Is In” (Forbes 2023년 2월)
“D2C는 시들었고, 죽었으며, 몰락했다.”라는 제목의 기사와 콘텐츠가 쏟아진다. 공통된 주요 논지는 대략 이렇다. “많은 D2C 기업이 이미 망했고, 살아남은 기업이라 할지라도 여전히 돈을 벌지 못하고 있다. 실리콘밸리에서 시작된 이 유통혁명은 고객획득 비용이 증가한 현시점에선 더 이상 작동할 가능성이 크지 않다. 따라서 기업은 도매판로를 추가해 유통망을 다각화해야 한다.”
환자에게 올바른 처방을 내리려면 맨 먼저, 증상을 세밀하고 정확하게 진단해야 한다. 그런데 모든 언론 기사가 현 상황의 근본적 ‘원인’은 외면한 채, 겉으로 드러나는 ‘현상’만을 바라보며 공허한 이야기를 늘어놓는다. 그러다 보니 예리한 분석도, 귀담아들을 만한 해법도 찾아보기 어렵다.
D2C 기업이 돈을 못 버는 이유가 과연 ‘고객획득 비용’(CAC)이 높아져서인가? 그렇다기엔 ‘CAC’가 낮았던 과거에도 대부분의 D2C 기업은 돈을 벌어본 적이 없다. 지금껏 돈을 못 벌던 D2C 기업이 이제라도 도매 채널에 입점하면 돈을 벌 수 있단 말인가? 어림없는 소리다. 도매 채널 추가하는 건 놀라운 묘수도 획기적 아이디어도 아니다. 어떤 기업이라도 마음만 먹으면 그 즉시 적용할 수 있는 너무나도 기초적이고 보편적인 방법이다. 근원적 처방이 될 수 없다.
그렇다면 대체 무엇이 문제여서 마냥 잘 나가는 것처럼 보였던 수많은 D2C 기업이 이처럼 힘든 상황에 놓이게 된 것인가? 그렇게 된 데에는 다양하고 복잡한 원인이 있다. 그중 가장 근본적인 원인은 제품을 싸게 팔았기 때문이다. 찬찬히 살펴보면 지금껏 이익을 내지 못하는 거의 모든 D2C 기업의 공통점이 ‘가격거품 제거’를 주창하며 출범한 브랜드라는 사실을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다.
지나간 10년은 ‘가격거품 대청소’의 시대였다. 안경, 면도기, 매트리스, 화장품, 옷, 신발, 가방, 쥬얼리 등. 소비재 각 분야에 걸쳐 무수히 많은 스타트업이 생겨났다. 그들은 기존의 대기업과 작금의 유통구조를 타파해야 할 적으로 규정하는 동시에 자신의 가격을 합리화하는 다분히 반자본주의적(反자본주의적이면서, 동시에 半자본주의적인) 색채를 띠는 ‘짧은 막대그래프’를 선전도구로 활용하며, 소비자를 교화(?)하기 위해 무던히 애썼다. 특히나 매트리스 부문은 치열한 걸 넘어 경이롭기까지 했다. 국가의 존망이 걸린 엄중한 사안이라도 되는 양, 200개가 넘는 브랜드가 동시에 달려들어 혈투를 벌이며 ‘가격 낮추기 경쟁’을 펼쳤다. 지나간 10년, 소비재 여러 분야에서 발생한 전례 없던 이 현상. 대체 이걸 어떻게 해석해야 하는 걸까? 오랫동안 쌓여왔던 ‘가격이 비싸다’라는 진심 어린 문제의식이 그 시기를 맞아 마침내 한꺼번에 분출한 것으로 이해해야 하는 걸까? 솔직히 말해 나는, 이 현상을 그렇게 숭고한 시선으로 바라보지만은 않는다. ‘가격거품 제거’는 단순히 지난 10년간 창업자들 사이에서 대유행한 회사 차리기 편하고 투자받기 수월한 일종의 ‘창업 아이템’에 가까웠다고 보는 편이다. ‘가격이 비싸다’라는 문제의식의 존재 자체를 아예 부정하는 건 아니지만, 사업 아이템으로써 유망하다는 창업자의 실리적 판단이 ‘가격이 비싸다’라는 감성적 문제의식을 부추기고 증폭시킨 면이 훨씬 크다고 생각한다. 내가 불손한가? 그렇다고 해도, 솔직히 내 생각이 바뀔 것 같진 않다. 여하튼 이 시기의 D2C 기업은 마진 높은 유통방식을 뜻하는 자신의 타이틀과는 배치되는, 마진을 큰 폭으로 낮추고 그걸 소비자에게 환원한다는 컨셉을 들고 시장에 진입했다. ‘저렴한 가격’은 소비자가 절대 거부할 수 없는 매력적인 구매 요인이 될 거라 판단했기 때문이리라. 하지만 수년이 흐른 지금, 상황은 뜻대로 전개되지 않았고, 결과는 생각보다 참혹하다. ‘가격거품 제거’ 컨셉을 내세우고 시작한 기업 중 현시점에서 돈을 벌고 있는 브랜드가 내가 알기론 단 한 곳도 없다. 앞에서 나는 D2C 기업이 어려워진 가장 큰 원인이 제품을 싸게 팔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그건 표면적인 이유밖에 되지 않는다. 싸게 팔아도 성공할 수 있다. 싸게 팔아서 성공한 기업이 역사적으로 많이 있지 않은가. 그러니 싸게 판 것 자체는 그다지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문제는 “싸게 판다”는 사실을 과도하게 큰소리로 외쳤고, “싸게 판다”는 사실만을 유독 강조했다는 데에 있다.
‘거품 뺀 가격’을 맨 앞에 내세워 강조한다는 건 소비자를 향해 우리의 ‘싼 가격’을 주목해달라는 얘기가 되며, 거기에 부응한 소비자는 응당 그 브랜드의 ‘가격’에만 온 신경을 집중하게 된다. 그런데 가격을 낮추는 행위는 오직 나만 해낼 수 있는 일도 아닐뿐더러, 설령 내가 먼저 했다고 해서 엄청난 메리트를 독차지할 수 있는 그러한 성질의 것이 못 된다. ‘가격 낮추기’를 혁신으로 인정한다고 해도 이 혁신은 아이디어, 상상력, 창의력 등과 같은 인간의 정신 활동에서 유래한 것이 아닌 발품, 인맥, 운 등의 요소로 이뤄내는 육체적 혁신에 더 가깝다. 실질적으로 이 혁신을 가장 잘 해낼 최적의 위치에 있는 사람은 다름 아닌, 이익에는 큰 관심이 없는 공장주인일 테니 말이다. 이같이 누구라도 마음만 먹는다면 어렵지 않게 해낼 수 있는 혁신이기에 시장에는 금세 여러 경쟁자가 등장하게 된다. 경쟁자들은 하나둘 나보다 더 낮은 가격으로 제품을 판매할 테고, 그 즉시 나는 혁신가가 아닌 혁신 되어야 할 구태로 전락할 위기에 처한다. 소비자는 나를 버리고 더 낮은 가격의 경쟁 브랜드로 발길을 돌릴 것이며, 나는 오로지 ‘싼 가격’에만 집중해 달라고 말했기에 ‘더 싼 가격’을 찾아 떠난 소비자를 더는 붙잡아둘 명분이 없다. 이같이 싼 가격으로 승부를 보겠다는 전략은 진입장벽이 낮기에 피치 못하게 강한 경쟁을 불러일으킨다. 경쟁이 클수록(공급이 많을수록) 성공확률이 낮아진다는 건 누구라도 알만한 사실이다. 여지없이 그 바다는 빨갛게 물들어 버렸고, 그 속에서 모두 뒤엉켜 졸전을 벌이고 있다. 졸전 속에서도 승리자는 반드시 나오기 마련이지만, 어쩐지 이 싸움터엔 승자의 환호보단 패자의 한숨 소리로 가득하다.
많은 언론 눈엔 이 상황이 마치 ‘D2C’라는 유통방식의 한계로 비추어졌던 모양이다. 그래서 “D2C는 이제 끝”이라는 취지의 단정적인 기사를 그렇게나 쏟아냈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렇게 성급하게 일반화해선 안 된다. 이제라도 여유를 갖고 폭넓게 바라보길 권유하고 싶다. 지금 다른 쪽에선 그와 정반대의 현상이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가격거품 제거’를 내세운 수많은 D2C 브랜드가 천문학적인 금액을 탕진하며 곤경을 겪는 사이, 자신만의 고유한 매력으로 무장한 D2C 브랜드들이 이익을 내가며 몸집을 키우고 있다. 아울러 D2C를 하지 않던 전통적 소비재 브랜드마저 최근 들어 D2C를 도입했고, 그 결과 이전보다 더 높은 이익률을 달성 중이다. D2C를 통한 거래는 지난 4년간 2배 이상 늘었으며, 늘어난 금액이 미국에서만 $100B 이상이다. 그 어디에도 D2C가 끝날 징후는 없다. 오히려 활활 더 타오를 조짐만이 도처에 가득하다.
D2C’라고 불리는 이 유통방식은 여러모로 기업에 이득을 안겨준다. 해가 되는 경우를 아무리 찾으려 해도 도무지 찾을 수 없을 정도다. 이걸 하느냐 마느냐도 오로지 기업의 의지와 선택에 달려있다. 그 어떤 강요도 없다. 하지만 현재의 분위기는 어떤가. 너나 할 것 없이 모두다 “D2C 때문에 기업이 힘들어졌다”라며 일방적으로 몰아세우고 있다. 언제는 ‘혁신적’이고 ‘파괴적’이라며 격에 넘치게 추켜세우더니, 이제는 또 회사를 망친 ‘주범’이라며 억울한 누명을 덮어씌우고 있다. 사실을 말하자면 D2C 때문에 망한 기업은 이 세상에 단 한 곳도 없다. 망한 기업은 모두 그럴만한 나름의 이유로 망한 거다. 기업이 곤경에 빠진 원인을 한낱 유통방식에 따져 묻는 근래의 논의들은 매우 비논리적이며 생산적이지도 않다. 논의의 방향 전환이 이루어져야 함이 마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