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을 한 계기와 사이드프로젝트 16개월 후기 (REPMAX)

 

안녕하세요 가장 쉬운 헬스 기록&소통 앱 랩맥스 REPMAX 를 개발하고 운영 중인 맥스입니다.

태용님의 ‘창업자를 위한 퍼스널 브랜딩과 원칙과 노하우’ 글을 읽던 중 나의 별거 없는 경험도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과 함께 누군가 이 글을 읽고 우리 프로덕트를 궁금해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어 글을 써봅니다. (관심이 있으시면 댓글 주세요ㅎㅎ)

 

첫 회사에 입사하고 3개월 정도가 지났을 때 현타가 왔다. 평생 이렇게 월급만을 위해 남이 시키는 일을 하는 삶을 사는 것이 너무 두려웠다. 자신이 없었다.

그때는 일이 재미가 없고, 나랑 맞지 않아서 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나에게 더 맞는다고 생각하는 회사로 이직하였다. 이직 후 1년이 안됐을 때 일의 문제는 아니구나 생각했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시키는 일을 하는 것 밖에 없었다. 그런 환경이 힘들었다.

조금 더 주체적으로 일을 하고 싶었다. 

주체적으로 의사 결정하고 책임질때 더 행복함을 느끼는 사람이었다. 그래서 방법을 고민했다. 창업을 직접하는 것이나, 또 다시 새로운 곳으로의 이직은 두려웠다.

 

현재 회사에서 새롭게 할 수 있는게 무엇일지 고민했다. 무엇인가 새로운 것을 제안한다면 내가 직접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몇 주를 고민하니 아이디어가 나왔다.

퇴근 후와 주말을 이용해 사업계획서를 열심히 작성했다. 2달을 공들여만든 사업계획서를 가지고 회사를 설득하기 시작했다. 기획실 팀장님부터 경영진까지 거의 6개월이 걸렸다.

6개월이 지나고 내 아이디어를 사업화하는 팀이 만들어졌고, 팀장이 되었다.

 

모든 것을 주체적으로 할 수 있었다. 잠재고객들을 만나고, 협력가능한 업체들을 만나고, 프로덕트를 기획하고, 개발하고.

너무 어렵고 힘든 과정들이었지만 너무 재미있고 행복했다.

그렇게 열심히 준비를 했지만 규제당국으로부터 하지 말라는 회신을 받았고 더 진행할 수가 없었다.

사업은 중단되었지만 최선을 다했기에 후회는 없었다.

 

다시 일반 팀원으로 돌아가게 되었는데 직접 프로덕트를 기획하고 고객들을 만나고 개발하는 과정에서  나는 “창업”을 해야겠다는 확신을 가지게 되었다. 분명히 힘들었지만 그 이상으로 행복했다. 어떤 일을 할때도 그런 행복감을 느끼지 못했다.

 

그렇다고 회사를 떠나 창업을 할 용기는 없었다. 현실적으로 그럴 상황도 아니었고, 내가 만든 프로덕트가 성공할 수 있다는 자신도 없었다. 그래서 회사를 다니며 사이드프로젝트로 프로덕트를 만들기로 결심했다.

일단 무슨 프로덕트를 만들까가 먼저였다. 

PMF가 뭔지, MVP가 뭔지도 모르던 시절이었다. 그냥 내가 필요하고 내가 만들고 싶은 프로덕트를 만들기로 결심했다.

 

나는 웨이트 트레이닝(헬스)를 좋아한다. 내가 자신감을 가지게 만들어주었고, 노력하는 만큼 결과가 나온다는 점도 너무 좋다.

그렇게 운동을 좋아했고 열심히 했지만 부상이 잦았다. 허리, 어깨, 무릎 모두 여러번 다쳤다. 뒤늦게 알았지만 나의 운동의 자세가 다 잘못되어 있었다. 다칠 수 밖에 없는 자세였다. 당시 피티를 받을 여유도 없었고, 혼자 운동을 했기에 누구도 내 운동을 봐주지 않았다. 내 자세를 처음 봐준 것이 체육교육과를 다니던 친한 형이었다.

내가 자꾸 다치니까 한번 찍어서 보내보라고 했고, 내 운동 영상을 찍어서 보았다. 신기한 것은 내 자세를 내가 봐도 잘못된 점들이 보인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형도 여러가지 피드백을 해주었다. 몇번의 영상 촬영으로 내 자세의 문제점을 발견할 수 있었던 경험이었다.

 

그런 경험으로 인해 운동 자세를 찍어 올리고 자세에 대해서 피드백을 해주고 소통할 수 있는 공간에 대한 니즈는 항상 가지고 있었다. 그리고 그것이 생기지 않을까 생각했다. 하지만 생기지 않았다.

프로덕트를 만들어야겠다 결심했을때 처음으로 떠오른 것이 그것이었다.

바로 기획을 했다. ppt에 상상하는 화면을 그리고 워드로 열심히 설명을 썼다.

“이 버튼을 누르면 이렇게 되고~ 이렇게 되고~”

당시 만든 PPT

 

만들어진 기획서를 들고 크몽에서 프리랜서 개발자분들을 만나기 시작했다. 운이 좋게도 정말 마음에 드는 개발자를 만날 수 있었다. 일단 개발하셨던 앱들의 퀄리티가 매우 좋았고 사람의 느낌이 좋았다. 바로 그 사람과 해야겠다 결심을 했다. 정말 감사하게도 그 분의 여자친구분이 디자이너셨고, 디자이너분의 실력도 매우 좋았다. 사람의 느낌도 너무 좋았다. 두 분도 프리랜스 용역이 사이드 잡이셨고, 외주 계약으로 진행하였다.

기획서대로 디자인과 개발이 시작되었다. 정말 신기했다. 내가 상상하던 것들이 현실화되기 시작했다. 7월 쯤 디자인과 개발이 동시에 시작되어 11월에 개발이 완료되었다.

 

완벽하다고는 볼 수 없지만 매우 만족스러웠다. 내 기대 이상으로 좋은 앱이 나왔다.

 

나와 내 지인들이 2주 정도 테스트하며 앱 내 오류들을 해결하였고, 본격적으로 유저를 모으기 시작했다. 사실 내가 할 수 있는 건 인스타그램 댓글과 메세지였다.

운동 영상을 올리시는 인스타그램 유저들에게 댓글을 달고 메세지를 보냈다. 하루에 수백개를 보냈다. 그렇게 한 2일 하니까 인스타그램 계정이 일시정지되었다.

첫 고객의 게시글

 

2일이 지나고 나와 내 지인이 아닌 누군가가 운동 영상을 올렸다. 인스타그램 댓글을 보고 오신 분이었다. 우리의 진짜 첫 고객이셨다. (지금은 어디가셨을까?)

그 분이 올린 영상을 확인했을때 기분은 지금도 생생하다. 아주 조금 눈물이 날 것 같은 그런 기분이었다.

 

그렇게 계속 인스타그램, 헬스하는 지인들을 통해서 제품을 알렸다.

아주 조금씩 유저가 모였다. 자연스럽게 앱에 대한 피드백이 많아졌다. 일단 내가 앱을 가장 많이 쓰는 헤비유저였다. 내 스스로 잘못된 점, 개선할 점이 너무 많이 보였다. 그리고 내 지인들이 계속해서 피드백을 해주었다. 다른 유저분들도 인스타 dm이나 고객센터를 통해서 피드백을 주셨다.

 

개발자, 디자이너 분과 계약을 연장하며 앱을 열심히 개선했다. 설문조사를 하거나 유저 테스트를 할 여유가 없었다. 그만큼 개선할 것들이 많았다. 그렇다고 유저가 폭팔적으로 늘었는가? 그것도 아니다. 100명 200명 300명 이렇게 아주 아주 느리게 증가하였다.

 

어느새 런칭한지 10개월이 넘어가고 있다.

10개월 동안 유저수는 예상보다 매우 더디게 늘었고 지금도 아주 천천히 늘고 있다. 

그럼에도 스토어 리뷰, 인스타그램, 블로그 등에 우리 앱을 통해 도움을 받았다는 글을 볼 때나, 실제 유저를 만날때면 너무 행복하고 힘을 얻는다.

앞으로도 이렇게 꾸준히 10년이고 20년이고 해나갈 것이다.
 

내가 생각하는 사이드 프로젝트의 단점은 크게 두 가지다.

 

물리적 시간의 한계와 집중도의 분산이다. 9시에서 18시는 본업에 집중해야 한다. 그렇기에 물리적으로 시간이 부족하고, 본업에서 이슈가 발생하면 프로젝트에 집중도가 떨어지는 일이 발생한다.

그 외에도 투자유치의 어려움, 팀원 구성의 어려움 등이 있겠지만 아직까지 내가 투자 유치를 적극적으로 준비하거나 팀원을 적극적으로 구성하려는 노력을 아직 하지 않았기에 단점으로 느껴지지는 않았다.

 

장점도 있다.

첫번째는 존버할 수 있다. 사실 사업에만 집중했다면 매출이 0인 이 상황을 버틸 수 있을까 의문이다. 금수저이거나 모은 돈이 많거나 투자를 유치했다면 가능할테지만 금수저도 아니고, 모은 돈도 없고, 이 사업으로 지금 단계에서 투자를 유치하진 못했을거라는 솔직한 생각이 든다.

유니콘 하우스 캡처화면

 

사업 런칭 전에 유니콘하우스에 박스 쓰고 나간적(회사를 다니고 있어 박스를 쓸 수 밖에 없었다)이 있다. 내 아이템으로 단 한분의 심사위원도 설득하지 못했다. 그리고 많은 지원사업, 대회 등에서 vc들을 만났는데 또 헬스야? 이런 반응이 많았고, 내가 아무리 설득해도 다른 프로덕트와의 차별점을 못느끼셨다.

 

어떤 한 심사역께서 솔직하게 해주신 피드백이 유난히 기억이 남는다. 이렇게 대체할 수 있는 경쟁업체가 많은 프로덕트는 ① 엄청난 팀을 꾸리던지 ② 대표의 이력이 엄청나던지 ③ 엄청난 지표를 보여주던지 3가지 중 1개라도 가져야 된다고 하셨다.

그리고 3가지 중 그 어느 것도 보여줄 수 없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계속해서 사업을 할 수 있다. 본업에서 지속적으로 현금이 들어오고 그 현금으로 사업을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언젠가는 팀을 꾸리고, 본격적으로 투자유치와 전업으로 사업을 해야하는 시기가 올 것이라 믿고 준비하고 있다. 하지만 그 전에 흔히 말하는 데스벨리를 더 오랫동안 더 끈기있게 버틸 수가 있다고 생각한다.
 

두번째는 조급하지 않다. 전업이었다면 조급하게 될 수 밖에 없을 것 같다. 당장 버틸 수 있는 기간이 얼마 없고, 그런 상황이 온다면 무엇이든 무리한 시도를 하게 될 수도 있을 것 같다. 좋지 않은 조건의 투자라도 받으려고도 할 것이고, 무리한 수익화를 하기도 할 것이다.

하지만 지난 기간 동안 조급하지 않을 수 있었다. 다른 것을 다 제쳐두고 유저에게 좋은 프로덕트를 만드는데만 집중할 수 있었다.
 

세번째는 멘탈적인 부분이다.

실제로 사업을 전업으로 하게 되면 심적으로 힘든 부분이 매우 많을 것 같다. 그러기에 그런 길을 가시는 분들께 진심으로 존경을 표한다. 나는 그럴 용기가 없었고, 그런 선택을 하지 못했다.

2가지 일을 하는 것은 물리적으로는 힘들수 있어도 멘탈적으로는 오히려 훨씬 힘들지 않다고 생각한다. 

 

최근에 읽은 ‘오리지널스’라는 책에 따르면 창업전념자 대비 직장 병행자의 실패확률이 33% 낮다고 한다. 또한 구글의 창업자 래리 페이지와 세르게이 브린도, 애플의 공동창업자 워즈니악도 대학원과 직장을 병행하였다. 이런 창업자들 조차 창업전념에 두려움을 느끼고 올인 하지 못했다고 한다.

 

현실적으로 창업전념이 어렵거나, 그럴 용기가 없는데 꼭 창업을 하고 싶은 분들은 사이드 프로젝트를 통해 바로 실행해보는 것을 추천하고 싶다.

이제 시작이지만,, 짧은 시간 동안 정말 많은 것을 배우고 많은 경험을 하게 되었다.

 

나는 창업전념을 할 수 있는 프로덕트로 키우는 것이 1차적인 목표이고, 그것을 이루면 전념을 할 예정이다.

 

좋은 프로덕트를 만들기 위해 계속해서 노력할 것이다.

링크 복사

맥스 REPMAX · CEO

랩맥스 를 운영하는 (주)점진적과부화 대표 이장규입니다

댓글 0
댓글이 없습니다.
이번주 인기 아티클
추천 아티클
맥스 REPMAX · CEO

랩맥스 를 운영하는 (주)점진적과부화 대표 이장규입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