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일전 직원들과 다 같이 한해를 마무리하는 크리스마스 파티에서 클로징 멘트를 하면서 내가 한 몇 마디에 눈시울을 붉히는 직원들이 내 눈에 들어 왔다.
멘트를 사전에 고심하지 않아서 나의 속내가 나와버린 것도 있겠지만 대중 앞에 나서는 것을 원치 않는 성격 탓에 때로는 급하게 그 자리를 피하려고 하는 마음에 하지 말아야 하는 말을 해버린 탓이었다.
한해를 마무리 하고 희망찬 다음해를 기약해야 하는 자리에서 우리의 서비스가 어떤 기로에 서 있는지 그런 기로에서 나는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를 직원들에게 이야기 해버린 초라한 상황이 연출된 것이다.
우리는 현재 필리핀에서 easethetics라는 서비스를 자체적으로 개발하여 현지 피부과와 성형외과의 운영에 도움을 주는 SaaS 솔루션을 제공하는 일을 하고 있다.
물론 필리핀이라는 시장이 가지고 있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IR을 할 때면 항상 아…네…필리핀이요?!라는 답변을 듣기 일쑤였고 주위에서는 내가 항상 어려운 길을 택하는 이상한 버릇이 있는 못난이 같은 취급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알게 된 엄청난 사실이 있다면 만약 내가 사업을 하고 있는 나라가 필리핀이 아니라 좀 더 선진화 되어 있고 시장성이 좋은 나라였다면 우리처럼 자립적으로 꾸역꾸역 이 자리에 오르기 전에 벌써 대형으로 투자를 받은 업체들의 쓰나미에 우리 같은 소규모의 업체는 설자리가 없었을 것 이라는 아주 중요한 사실이다.
이 깨달음을 터득하기 전부터 한국에서 투자를 받는 것은 너무 힘들 거란 생각에 나는 운영하고 있던 회사를 매각하여 자본을 마련하기로 결심하고 우연한 기회에 그 기회를 얻어 지금의 회사를 운영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였지만 이제는 서비스 자체가 완전히 없어질 수 있다는 각오로 임하고 있으나 내가 얻은 건 아직까지는 불면증 뿐이다.
그 당시 우리에게 가장 큰 고객이었던 일본 고객의 요청으로 인해 직원들을 장시간 일본 연수를 보내야 하는 일이 생겨 어린 직원들에게 내가 직접 써주었던 글이 있어 공유해보고자 한다.
위의 내용을 잘 따라준 풋내기 어린 직원들 덕분에 나는 회사를 매각하여 자금을 마련할 수 있었지만 아직도 그 선택에 대해서는 궁금증이 남는다. 하지만 우연히 시작하게 된 업체를 매각했던 경험은 나에게 아주 소중한 자산으로 남아 있으며 같은 회사를 오너로 운영을 할 때와 CEO로 운영할 때의 차이점은 나에게는 색다른 경험이었고 더 많은 성장을 위한 자양분이 되어 주었다.
개인사를 오픈한 김(?)에 지금도 내 사무실 화이트 보드에 모셔 놓은 사업 레시피를 공개하자면 몇 가지 수정된 부분을 제외하고는 아직 그 뼈대는 잘 유지가 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지금보면 거의 어린아이 그림 그리는 수준의 생각 정도를 정리해 둔 것이지만 그 당시 SI 업체를 운영하면서 고객의 니즈를 무조건 맞춰야 한다는 저돌적인 사업방식으로 인해 고객의 니즈와 개발의 한계를 경험하지 못했던 풋내기 대표가 생각하는 것을 다 만들 수 있을 것 같았던 그때의 내용 치고는 아직은 살아 남아 있는 부분이 더 많은 것이 신기할 정도의 방향성 정도라고 하겠다.
하지만 사업이 방향성만으로 살아 남을 수 있는 능력을 주는 것도 아니기에 점점 더 높아지는 개발자들의 인건비와 이제 본격적으로 시작될 마케팅 캠페인을 감당하기 위해서는 이제는 한국에서 투자를 받아야 하는 시점을 심각하게 고려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물론 받고 싶다고 하여 다 받을 수 없으면 지금은 상황이 더 좋지 않다는 건 발달된 인터넷을 통해 너무도 잘 알고 있다.
물론 지금 당장은 배가 가라앉는 상황은 아니기에 선원들을 배밖으로 몰아내야 하는 상황은 아니지만 한국에도 난파된 스타트업이 너무 많은 지경이라 한국에서 멀리 떨어져 있는 필리핀까지 떠 내려온 스타트업 까지는 구조해줄 VC가 있을지 모르지만 그래도 한국의 피가 흐르는 대한민국의 남아로서 구조가 된다면 한국선박에 구조가 되어야 뜨끈한 국물에 김치라도 맛 볼 수 있지 않을까?
사실 이런 생각을 하게 된 계기는 얼마전 읽었던 글에서 어찌 보면 당연히 해야 할 일들을 미뤄둔 죄책감에 지금까지 만들어 온 직원들의 성과가 나만의 성과가 아닌 눈시울을 붉히는 직원들의 성과였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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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행히 지금까지는 필리핀이라는 나라가 가지고 있었던 한계(?) 때문에 시장에서 강력한 경쟁상대를 만나지 못해 천천히 올라올 수 있었지만 전세계적인 개발인력 부족으로 인한 영어를 기본으로 하는 필리핀 개발자들의 폭발적인 수요는 지금까지 천천히 사업을 하고 있는 우리의 상황을 더이상 게으름을 피울 수 있는 시간이 없음을 꾸짖기라도 하듯 빠르게 체감이 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이런 상황에 지금까지 열심히 노력하여 타국에서 사업을 일구어 보고자 열심히 노력한 나만의 노력이 아닌 우리 모두의 노력이 헛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 이제는 SI를 사업으로 조금 더 연명하는 방식을 뒤로하고 한국에 있는 VC들에게 구조 신호를 보내어 아직은 총싸움의 시장이 아닌 작은 시장에서 좀 더 강한 무기를 구비할 수 있는 구조로 변환을 하는 것이 바람직한 것인지 아니면 나의 기초 체력을 길러 나의 페이스대로 경기를 마치는 것이 바람직한 것인지 오늘도 고민을 해 보지만 해보지 않았던 것들에 대한 답을 내릴 수 없어 오늘도 고민으로 밤 잠을 설치는 많은 스타트업 대표님들 모두 화이팅 하시고 어느 나라에 있으시던 건승하시길!
마지막으로 내년 크리스마스 파티에는 지금보다 더 많은 직원들에게 더 많은 것들을 양보할 수 있는 회사가 되기 위해 2024년의 방향을 설정한 우리들에게 내년 이후도 탄탄하게 맞이할 수 있는 그런 스타트업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는 대표가 되어 한국에서 좀 더 많은 VC들과 대화해볼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