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10월, 토블론을 보유한 몬델리즈 계열사가 영국 런던 고등법원에 소규모 비건 초콜릿 업체 Catherine's Originals를 상대로 소송을 냈다. 다툼의 대상은 초콜릿바의 모양이다. 상대 제품인 O'bar는 둥근 봉우리가 한 줄로 이어진 막대 초콜릿이고, 토블론 측은 이 제품이 삼각 봉우리로 이어진 토블론의 상표권을 침해하고 토블론의 명성에 편승한다고 주장한다. 피고는 둥근 곡선이 제품 이름 O'bar의 'O'를 형상화한 것이라며 다투겠다고 밝혔다. 소장이 접수된 단계이고 법원의 판단은 아직 없다.

필자는 이 소송을 계기로 국내에도 식품의 모양 자체를 상표로 다툰 사건이 있는지 찾아보았다. 처음에는 포장이나 용기를 다툰 사례가 대부분일 것이라 생각했는데, 젤리 한 알의 모양을 두고 특허법원까지 간 하리보 곰 젤리 사건이 있었다. 두 사건을 나란히 놓으면 같은 질문이 보인다. 식품의 모양을 상표로 등록했을 때, 그 상표는 어디까지 지켜 주는가.
모양이 상표가 되려면 먼저 출처를 알려야 한다
상표법은 입체적 형상도 상표로 인정한다. 다만 상품의 형상을 보통으로 사용하는 방법으로 표시한 표장만으로 된 상표는 식별력이 없어 그대로는 등록받지 못한다(상표법 제33조 제1항 제3호). 과자나 젤리의 모양은 대개 여기에 해당한다. 남은 길은 오래 사용한 결과 수요자가 그 모양만 보고도 누구의 상품인지 알아보게 되었음을 증명하는 것이다(같은 조 제2항, 사용에 의한 식별력).
이 문턱이 얼마나 높은지는 영국 킷캣 사건이 보여 준다. 네슬레가 킷캣의 네 줄 막대 모양을 상표로 출원한 사건에서, 영국 항소법원은 소비자가 그 모양을 알아보고 킷캣을 떠올리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그 모양을 상품의 출처를 알려 주는 표지로 인식해야 한다고 보아 항소를 기각했고 등록 거절이 유지되었다(Société des Produits Nestlé SA v Cadbury UK Ltd, [2017] EWCA Civ 358).

하리보는 국내에서 이 문턱을 넘었다. 하리보 측의 등록상표 제1183780호는 '곰 모양 젤리'를 입체로 나타낸 상표로, 제30류 과자를 지정상품으로 2016년 등록되었고, 상표원부에는 사용에 의한 식별력을 얻은 상표라고 적혀 있다. 토블론의 삼각 봉우리 역시 유럽연합과 영국에서 오래전에 등록된 형상상표다.

출처: 특허청 상표등록원부(KIPRIS))
하리보 판결은 등록된 곰의 구체적 모습까지만 지켜 주었다
분쟁은 국내 한 젤리 판매업체가 2023년 2월, 자사 매장에서 파는 곰 모양 젤리가 하리보 상표의 권리범위에 속하지 않는다는 확인을 구하는 심판(소극적 권리범위확인심판)을 청구하면서 시작되었다. 특허심판원은 이 젤리 모양이 출처를 표시하는 상표로 쓰였고 등록상표와 유사하다며 청구를 기각했다(2023당831, 2024. 4. 9.).
특허법원의 판단은 달랐다(특허법원 2025. 2. 14. 선고 2024허12388 판결). 먼저 법원은 이 젤리 모양이 디자인으로만 쓰였을 뿐 상품의 식별표지, 즉 상표로 쓰였다고 볼 수 없다고 했다. 판매업체는 곰 모양 외에도 여러 모양의 젤리를 자사 표장이 붙은 포장지에 담아 팔면서 '곰모양구미'처럼 모양을 이름에 적어 제품을 구분하고 있었고, 하리보의 출원 전부터 1986년 출시된 제품을 비롯해 여러 업체의 곰 모양 젤리가 각자의 상표를 달고 국내에서 팔리고 있었다는 점이 근거가 되었다.
표장의 유사 여부에 대해서도 법원은 등록상표의 권리범위가 '곰 모양 젤리'라는 모티프 일반으로 넓어질 수 없고 입체상표의 구체적 표현방식에 국한된다고 보았다. 등록상표의 곰은 귀와 코, 팔다리가 다소 뾰족하고 크게 웃으며 똑바로 서 있는 반면, 상대 젤리의 곰은 동글동글하고 무표정하며 앉은 자세라는 점, 윤곽과 배에 찍힌 점 무늬가 다르다는 점을 하나씩 짚었고, 하리보 측도 출원 단계에서 이 상표를 곰이 사람처럼 뒷발로 지지하여 똑바로 서 있는 형상이라고 설명했다는 점을 덧붙였다. 두 젤리를 모두 곰 젤리라고 부를 수 있다는 이유만으로 유사하다고 하면 다른 사업자의 상표 선택 자유를 부당하게 제한한다는 것이 법원의 판단이다.

하리보 측은 소비자들이 상대 젤리를 하리보 제품으로 오인한다고 주장하며 인터넷 후기를 냈지만, 법원은 소비자들이 하리보를 떠올렸을 뿐 오히려 두 제품을 구별해 비교하고 있었다고 보았다. 법원은 이 젤리가 다른 표장이 붙은 포장지에 담겨 팔린다는 점도 들어 혼동 가능성이 낮다고 판단했고, 심결을 취소했다. 하리보 측이 상고했으나 대법원은 2025년 7월 심리불속행으로 기각했고, 이 판결은 그대로 확정되었다.
사용에 의한 식별력을 증명해 등록까지 받은 형상상표라도 그 권리범위는 등록된 모양의 구체적 표현방식에 머물고, 같은 모양이 디자인으로만 쓰였다면 상표의 사용으로 보지 않는다는 것이 이 판결의 요지다.
토블론 소송도 같은 질문을 마주한다
토블론 사건 역시 모양을 상표로 등록해 두었다는 사실만으로 답이 나오지 않는다. 하리보 판결의 기준을 빌려 보면, 필자는 봉우리가 한 줄로 이어진 막대라는 발상보다 봉우리가 삼각인지 둥근 곡선인지, 봉우리 사이의 간격과 받침이 어떻게 표현되었는지가 비교의 중심이 되고, 소비자가 그 모양을 출처 표시로 받아들이는지가 함께 다투어질 것으로 본다. 다만 영국 상표법에는 명성 있는 상표에 부당하게 편승하는 사용을 혼동과 별개로 막는 규정이 있어(영국 상표법 제10조 제3항), 상표적 사용과 표장의 유사 여부를 중심으로 판단하는 국내 권리범위확인 절차와는 판단의 폭이 다르다.

식품 모양을 지키는 수단은 셋이다
국내 식품 기업이 모양 자체를 지키려면 세 가지 수단을 함께 설계해야 한다.
첫째는 출시 전 디자인 출원이다. 디자인권은 등록 도면에 나타난 모양과 유사한 범위까지 미치고, 사용에 의한 식별력을 증명할 필요가 없다. 다만 원칙적으로 공개 전에 출원해야 하고, 공개 뒤에는 법이 정한 기간 안에서만 예외가 인정된다. 대표 모양에서 파생된 변형은 관련디자인으로 함께 출원하면 보호 범위를 변형 모양까지 넓힐 수 있다.
둘째는 오래 판매한 대표 모양의 입체상표 등록이다. 판매량, 광고, 소비자 인식 조사 같은 사용 증거를 꾸준히 쌓아야 하고, 하리보 판결처럼 권리범위가 구체적 표현방식에 머문다는 점을 고려하면 모양을 자주 바꾸기보다 한 모양을 일관되게 쓰는 것이 증거와 권리 모두에 유리하다.
셋째는 부정경쟁방지법의 상품형태 모방 금지다. 상품의 형태가 갖추어진 날부터 3년 동안은 그 형태를 모방한 상품의 양도, 전시, 수입 등을 막을 수 있다. 다만 대법원은 매장에서 그때그때 만들어 제품마다 높이와 모양, 크기가 달라지는 벌집 아이스크림에 대해 일정한 형태가 없다며 보호를 부정했다(대법원 2016. 10. 27. 선고 2015다240454 판결).

당신 회사의 대표 과자 모양은 소비자가 알아보는 그 생김새 그대로 디자인권이나 입체상표로 지켜지고 있는가?
BLT 칼럼은 BLT 파트너변리사가 작성하며 매주 1회 뉴스레터를 통해 발행됩니다.
뉴스레터 구독신청
필자 소개
정태균 파트너변리사는 BLT 전략본부장으로 스타트업들의 IP전략, BM전략, 시장진출(GTM) 전략 수립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필자는 연세대학교 전기전자공학과를 졸업하고, 2011년 48기 변리사 시험에 합격했으며, 현재 여러 분야의 스타트업의 IP(특허, 상표, 디자인)업무 뿐만 아니라 비즈니스에 참여하여 성장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원문 보러가기
#특허법인 #변리사 #비엘티 #BLT #상표 #입체상표 #형상상표 #토블론 #Toblerone #하리보 #곰젤리 #식품디자인 #과자디자인 #사용에의한식별력 #권리범위확인심판 #특허법원 #상표권침해 #디자인권 #관련디자인 #부정경쟁방지법 #상품형태모방 #킷캣 #식품브랜드 #F&B #브랜드보호 #IP전략 #지식재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