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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 특허 포트폴리오 점검: 유지할 특허와 놓아줄 특허

 

"올해도 이 특허 연차료를 그대로 내야 할까요?"

연말이 다가오면 사무실로 이런 질문이 부쩍 늘어난다. 내년도 예산을 짜다 보면 해마다 빠져나가는 특허 연차료(등록된 특허권을 유지하기 위해 매년 내는 특허료)가 눈에 들어오기 때문이다. 특허가 몇 건일 때는 대수롭지 않던 금액이, 출원을 꾸준히 해 온 기업일수록 어느새 무시하기 어려운 고정비가 되어 있다.

그렇다고 비용만 보고 특허를 정리하는 것은 위험하다. 한 번 소멸한 특허는 원칙적으로 되살릴 수 없고, 그 기술은 누구나 쓸 수 있는 영역이 된다. 연말은 보유 특허를 하나씩 꺼내어 '계속 들고 갈 것'과 '놓아줄 것'을 가려내기에 좋은 시기다. 이번 칼럼에서는 그 기준과 절차, 그리고 유지 비용을 줄이는 방법을 정리한다.

 

 

1. 연차료는 해가 갈수록 무거워진다

특허료는 설정등록 시 3년분을 한꺼번에 내고, 4년차부터는 매년 1년분씩 낸다. 금액은 기본료에 청구항 수에 따른 가산료를 더해 정해지며, 존속기간이 길어질수록 구간별로 오른다. 청구항이 10개인 특허를 예로 들면 연간 특허료는 다음과 같다(특허료 등의 징수규칙 별표 1, 감면 전 기준).

  • 4~6년차: 연 23만 6천원
  • 7~9년차: 연 43만원
  • 10~12년차: 연 70만 6천원
  • 13년차 이후: 연 81만 4천원


10년차에 접어든 특허를 20건 보유하고 있다면, 감면 전 기준으로 국내 연차료만 연간 1,400만원이 넘는다. 여기에 해외 패밀리 특허의 연차료와 현지 대리인 비용까지 더해지면 부담은 훨씬 커진다. 결국 특허 포트폴리오 관리는 "어느 특허에 계속 돈을 쓸 것인가"를 정하는 일이다.

 

 

2. 유지할 특허와 놓아줄 특허를 가르는 네 가지 질문
 

  • 지금의 사업과 연결되어 있는가: 현재 판매하는 제품이나 2~3년 안에 출시할 제품에 실제로 적용되는 특허인지 확인한다. 이미 철수한 사업 분야의 특허나, 사업 방향이 바뀌면서 쓰이지 않게 된 초기 아이디어 단계의 특허는 정리 1순위다.
     
  • 경쟁사를 견제하고 있는가: 우리 제품에 쓰이지 않더라도 경쟁사가 피해 가야 하는 특허라면 여전히 가치가 있다. 경쟁 제품을 기준으로 청구항을 다시 읽어보면, 잊고 있던 특허가 의외로 '살아 있는 무기'인 경우도 있다.
     
  • 자산으로 활용되고 있는가: 특허 평가등급, 기술평가 기반의 대출이나 투자 심사, 조달·인증 심사 등에서 보유 특허가 요구되는 경우가 있다. 이런 용도로 쓰이고 있거나 쓰일 예정이라면 섣불리 정리해서는 안 된다.
     
  • 해외 특허와 묶여 있는가: 국내 특허를 기초로 해외 출원을 진행했다면, 국가별 시장 중요도를 따져 따로 판단해야 한다. 국내는 정리하되 주력 수출국 특허는 유지하는 식의 선택도 가능하다.


네 질문에 모두 '아니오'라면 정리 대상으로 보아도 무리가 없다. 반대로 하나라도 '예'라면 일단 유지하면서 다음 해에 다시 검토하는 편이 안전하다.

 

 

3. 놓아주기 전에 반드시 확인할 것

 

  • 버리기 전에 팔거나 빌려줄 수 있는지 본다: 우리에게는 쓸모없어진 특허가 다른 기업에는 필요한 기술일 수 있다. 소멸시키기 전에 양도나 실시권 허락(라이선스)의 가능성을 한 번은 검토해 볼 만하다.
     
  • 전부 포기할 필요는 없다: 청구항이 둘 이상인 특허권은 청구항마다 포기할 수 있다(특허법 제215조). 연차료가 청구항 수에 따라 가산되므로, 사업과 무관해진 청구항만 정리해도 비용이 줄어든다. 다만 남는 청구항만으로 권리범위가 지나치게 좁아지지 않는지 함께 따져야 한다.
     
  • 실시권자나 질권자가 있다면 동의가 필요하다: 전용실시권자, 질권자, 직무발명에 따른 사용자의 통상실시권자 등이 있으면 그 동의 없이는 특허권을 포기할 수 없다(특허법 제119조). 특허를 담보로 대출을 받았거나 라이선스를 준 상태라면 계약 관계부터 확인해야 한다.
     
  • 미리 낸 특허료는 돌려받을 수 있다: 여러 해분을 미리 납부했다면, 특허권을 포기한 해의 다음 해부터의 특허료는 청구에 의해 반환받을 수 있다(특허법 제84조 제1항 제6호).

 

 

4. 유지하기로 했다면, 덜 내는 방법을 챙긴다

 

  • 감면 대상인지 확인한다: 중소기업은 4년차분부터 존속기간 끝까지의 특허료를 50% 감경받고, 중견기업은 4년차분부터 9년차분까지 30% 감경받는다(특허료 등의 징수규칙 별표 5). 앞의 예에서 10년차 특허 20건의 연차료는 중소기업이라면 연 700만원 남짓으로 줄어든다.
     
  • 놓친 감면은 돌려받는다: 감면 대상이었는데도 증명서류를 내지 않아 전액을 납부했다면, 납부한 날부터 5년 이내에 사후 감면을 신청해 감면분을 돌려받을 수 있다(같은 규칙 제7조 제8항). 지난 납부 내역을 한 번 점검해 볼 만하다.
     
  • 확실히 유지할 특허는 묶어서 낸다: 납부기간이 지나지 않은 4년차분 이후의 특허료를 3년분 이상 한꺼번에 내면 총액의 10%가 차감된다(같은 규칙 제8조 제11항). 핵심 특허라면 해마다 기한을 챙기는 부담도 함께 덜 수 있다.

 

 

5. 기한을 놓쳤다면: 6개월의 유예와 마지막 구제 수단

4년차부터의 특허료는 설정등록일을 기준으로 해당 연차가 시작되기 전까지 내야 한다. 기한을 넘겼다고 곧바로 권리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지만, 단계마다 비용과 위험이 커진다.

  • 추가납부: 납부기간이 지나도 6개월 이내에는 특허료를 낼 수 있다(특허법 제81조). 다만 경과한 기간에 따라 1개월 이내 3%부터 6개월 이내 18%까지 가산금이 붙는다(특허료 등의 징수규칙 제8조 제8항).
  • 회복: 추가납부기간마저 지나면 특허권은 소멸한다. 그래도 추가납부기간 만료일부터 3개월 이내라면 특허료의 2배를 내고 회복을 신청할 수 있다. 정당한 사유로 내지 못한 경우에는 그 사유가 소멸한 날부터 2개월 이내에 낼 수 있으나, 추가납부기간 만료일부터 1년이 지나면 이마저도 불가능하다(특허법 제81조의3).
  • 회복되더라도 공백은 남는다: 특허권이 소멸해 있던 기간에 다른 사람이 그 발명을 실시한 행위에는 특허권의 효력이 미치지 않고, 그 기간에 선의로 사업을 하거나 준비한 사람은 통상실시권을 갖게 된다(같은 조 제4항, 제5항). 회복 제도는 어디까지나 비상구일 뿐, 기한 관리를 대신하지 못한다.


지식재산처가 납부 안내를 보내기는 하지만, 담당자 교체나 주소 변경 등으로 안내를 받지 못하는 일이 생기기도 한다. 보유 특허 목록에 다음 납부기한을 함께 적어 두고, 대리인을 통해 관리하고 있다면 정리할 특허와 유지할 특허의 목록을 연말에 미리 전달해 두는 것이 안전하다.

 

 

마무리하며

특허는 사업에 맞게 가질수록 좋은 것이다. 연차료 고지서를 단순한 비용 항목으로만 보지 말고, 보유 특허 하나하나가 지금 어떤 역할을 하고 있는지 되묻는 기회로 삼기를 권한다.

정리할 특허는 정리하고, 남길 특허는 감면과 일괄납부로 부담을 줄이고, 그렇게 아낀 예산을 내년의 핵심 기술 출원에 쓴다면, 그것이 1년을 마무리하는 가장 실속 있는 IP 결산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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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 소개
서일효 파트너 변리사는 서울대 전기공학부를 졸업하고 2009년 46기 변리사 시험에 합격했습니다. 국내 대기업의 국내외 특허출원 업무와 해외 대기업의 국내 특허출원 업무에 대한 경험을 가지고 있으며, 현재 중소기업의 특허출원 업무 및 특허 컨설팅 업무를 주로 진행하고 있습니다. 직무발명 컨설턴트로도 활동하고 있으며, 기술임치나 영업비밀과 같이 특허와 더불어 기업을 보호할 수 있는 제도에 대하여 관심이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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