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자는 KPI 20개를 관리하는 게 아닙니다.
2개를 쫓고, 18개를 놓치고 있습니다.
그것도 아주 열심히.
어제의 두 시간
어제 대표는 VC 한 명과 한 시간을 통화했습니다. 이메일과 슬랙에는 읽지 않은 알림이 47개 쌓여 있었고, 대표님의 목소리는 시간이 갈수록 간절해졌습니다. 시장 규모, 팀, 로드맵. 같은 이야기를 세 번째 돌려 말하고 있었습니다.
마지막에 돌아온 답은 이것이었습니다.
"좋은 회사네요. 다만 저희 투자 범위는 아닙니다."
그 사실을 확인하는 데는 5분이면 충분했습니다.
그래도 그 한 시간을 포기할 수 없었습니다. 지금은 자금이 절박하니까요.
같은 시간, 받은편지함에는 사흘째 열리지 않은 메일이 있었습니다. 제목은 "동남아 유통 파트너십 제안".
가치 있는 제안이었는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스팸이었을 수도 있습니다. 대표도 모릅니다.
열어 보지 않았으니까요.
절박하면 더 넓게 볼 것 같지만, 더 좁게 봅니다
투자자.
이번 분기 매출.
성사가능성은 현저히 낮지만 소개 받아 이메일로 연락했던 글로벌 고객.
이 두세 가지가 머리를 전부 차지하면, 나머지 세계는 조용히 꺼집니다. 새로운 시장. 낯선 파트너. 지금의 방식이 아니어야 하는 이유. 대표가 상상하지 못한 다음 기회.
꺼진 줄도 모릅니다. 꺼진 센서는 경고등을 켜지 않으니까요.
20개를 받은 머리가 하는 일
이메일 한 통에 행동 요청을 여섯 개 적어 보십시오. 받는 사람은 아무것도 고르지 못합니다. 선택지가 많을수록 사람은 가장 급해 보이는 것 하나에 매달립니다.
창업자의 머릿속에서 매일 같은 일이 벌어집니다. KPI가 20개면 가장 큰돈이 걸린 두세 개로 수렴합니다. 나머지 열여덟 개는 관리 대상이 아니라 배경이 됩니다.
30년 가까이 기업과 경영자를 만나면서, KPI 20개를 다룬다고 말하면서 실제로는 18개를 완벽히 놓치고 두 가지만 쫓는 대표를 수없이 봤습니다. 그 두 가지는 대개 같았습니다. 투자자, 그리고 닿을 수 없는 대형 고객. 투자 단계, 업종등 fit 이 맞는지도 확인하지 않고 만나로 달려가고, 피치를 하고, 월마트 같은 거대 고객사 한국인 임원을 소개 받고, 관계를 쌓기보다 비행기표부터 알아봅니다. 시간은 그렇게 타 버립니다.
가장 위험한 대표는 게으른 사람이 아닙니다. 죽을힘으로 일하는데, 죽을힘으로 쫓는 것만 보이는 사람입니다.
내부에서 분석하고 판단하는 사람 말고, 솔루션을 밖에서 찾아오는 사람
대표가 더 열심히 본다고 풀리는 문제가 아닙니다. 이미 가장 열심히 보고 있으니까요.
나머지 18개 중 몇 개를 자기 일로 삼는 사람이 필요합니다. 밀려오는 안건을 처리하는 사람이 아니라, 스스로 시장을 찾고, 가설을 세우고, 거절당해도 다시 문을 두드리는 사람입니다.
미국 회사의 경우, Head of Growth나 Head of BD가 그런 자리입니다. 전략, PR, 마케팅, 영업은 정해진 업무를 하도록 설계 되어 있습니다 . 하지만 미국의 경우 Head of Growth 나 BD 는 목적을 이루지 못하면 현재의 방법을 버리고 다른 방법을 시도하도록 팀 JD 가 설계되어 있습니다. 성장이라는 하나의 지표 아래 고객, 시장 진입, 파트너십, 유통, 브랜드, 자금을 한 줄로 꿰어 봅니다. 이런 사람은 월급 하나만으로는 오지 않습니다. 이 회사의 일을 자기 일로 만들 이유, 같은 배에 탈 이유를 줘야 합니다.
대표가 이미 보고 있는 것을 대신 보는 사람이 아닙니다. 대표님이 볼 생각조차 못 한 것을 찾아오는 사람입니다.
대표와 똑같이 생각하는 공동창업자 두 명은 센서를 네 개로 만들지 못합니다. 같은 곳을 보는 눈이 늘어날 뿐입니다. 필요한 것은 오른팔이 아니라, 대표가, 보지 못하는 것을 보는 또 하나의 눈입니다.
질문 하나
지금 회사에는 대표에게 보이지 않는 그 18개를, 지금 누가 보고 있나요?
아니면, 창업자 외에는, 아무도 보고 있지 않나요?
David Kim | 데이비드 김
30년 투자은행가 → 아시아 외신 칼럼니스트 → 기업의 가치를 투자자와 시장의 언어로 바꾸는 사람
Alpha Narrative Lab | https://alphanarrativelab.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