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전략 #마인드셋 #커리어
전 세계 빅테크 주인으로 만든 손정의의 미친 투자 방식 (feat. 미래를 읽는 판단력과 실행) Part 2

(위워크의 굴욕으로 전 세계가 비웃을 때, 그가 몰래 쥐고 있던 140조짜리 카드)

"모두가 미쳤다고 손가락질할 때 판돈을 전부 거는 자만이, 시대를 다음 장으로 넘긴다."

2019년 11월 6일. 도쿄 시오도메 소프트뱅크 본사의 결산 기자회견장.

수백 대의 카메라 플래시가 번쩍이는 무대 위로 손정의 회장이 무거운 발걸음으로 걸어 나왔습니다. 대형 스크린에 띄워진 숫자는 금융시장을 경악에 빠뜨렸습니다. ‘분기 영업손실 7,044억 엔(약 7조 5천억 원)’. 연간 적자는 40조 원이라는 천문학적인 심연으로 곤두박질치고 있었습니다.

전 세계 언론의 비아냥거림은 극에 달했습니다. 야심 차게 출범시켰던 100조 원 규모의 비전펀드가 자랑하던 간판 유니콘 '위워크(WeWork)'가 방만 경영과 거짓말로 상장 철회되며 침몰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기자들은 가차 없이 독설을 쏟아냈습니다. "손정의의 감각은 완전히 녹슬었다", "과대망상 투자자의 시대착오적인 몰락".

마이크를 잡은 손정의는 카메라를 피하지 않고 깊이 머리를 숙였습니다. "폭풍우가 몰아치고 있습니다. 저의 판단이 어리석었고, 눈이 멀었었습니다. 뼈를 깎는 반성을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90도로 꺾인 고개 아래에서, 그의 눈빛은 결코 꺼지지 않고 있었습니다. 그는 질의응답 말미에 낮고 단단한 목소리로 덧붙였습니다. "하지만 비전이 흔들린 적은 단 한 번도 없습니다. 썰물이 빠져나가면, 진짜 보물이 드러날 것입니다."

많은 전문가들이 40조 원 적자의 늪에서 손정의의 시대가 영원히 끝났다고 단언했습니다. 하지만 그로부터 불과 4년 뒤, 그는 전 세계 테크 판도를 뒤흔들 가장 극적인 반격을 준비하고 있었습니다.

오늘 우리는 손정의가 전 세계를 무대로 상상을 초월하는 판돈을 밀어 넣었던 다섯 번의 승부처를 따라갑니다.

어설픈 확신으로 쥐고 있는 작은 패를 버리고, 시대의 거대한 변곡점을 만났을 때 모든 판돈을 거는 자만이 어떻게 역사의 주인이 되는지 그 거대한 모험의 현장으로 들어갑니다.

 

실패를 성공으로 변화시킨 유명인들의 인사이트를 다룹니다.  

화이트크로우 뉴스레터


1. 낡은 호텔 라운지에서 20분 만에 던진 2천만 달러 (1999년 베이징 마윈과의 조우)

출처 : 매일경제

이야기는 닷컴 버블의 붕괴 직전, 손정의의 시선이 일본 열도를 넘어 대륙으로 뻗어 나가던 1999년 가을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베이징 대외경제무역대학의 낡은 호텔 라운지. 스무 명 남짓한 중국의 신생 창업가들이 손정의에게 5분간 피칭할 기회를 얻기 위해 줄을 서 있었습니다. 그 줄 끝에 바짝 마른 체구의 전직 영어 강사 한 명이 서 있었습니다. 항저우 아파트 구석에서 친구들과 '알리바바'라는 작은 사이트를 막 열었던 마윈이었습니다.

마윈의 차례가 되어 사업계획서를 꺼내 들고 발표를 시작한 지 채 6분이 지나지 않았을 때였습니다. 조용히 듣고 있던 손정의가 불쑥 그의 말을 끊었습니다.

"사업계획서는 집어치우시오. 당신에게 지금 필요한 돈이 얼마요?" 마윈이 당황하며 답했습니다. "우리는 이미 골드만삭스에서 500만 달러를 투자받아서 지금 당장은 큰돈이 필요 없습니다."

그러자 손정의는 특유의 번뜩이는 눈빛으로 웃으며 말했습니다. "아니, 당신은 돈을 더 써야 하오. 내 돈 2천만 달러(약 240억 원)를 받으시오."

정교한 재무제표도, 복잡한 비즈니스 모델 분석도 없었습니다. 손정의가 본 것은 마윈의 눈빛에서 뿜어져 나오는 동물적 야성과, 중국이라는 거대한 대륙이 인터넷과 만났을 때 폭발할 시대적 에너지였습니다.

주위 투자자들은 검증되지 않은 중국 스타트업에 거액을 던진다며 그를 미쳤다고 수군거렸습니다. 하지만 20년 뒤, 그 2천만 달러는 80조 원이라는 인류 투자 역사상 유례없는 거대한 수확으로 돌아와 소프트뱅크의 가장 강력한 금고가 되었습니다.

정교한 계산기를 두드리는 자는 결코 잡을 수 없는 기회, 시대를 관통하는 인간의 눈빛 하나에 모든 것을 거는 야성만이 기적을 만들어낸 것입니다.

2. 잡스의 비밀 방으로 들고 간 한 장의 스케치 (2005년 애플 본사)

출처 : 네이트 뉴스

알리바바에 던진 씨앗이 중국 대륙에서 조용히 자라고 있을 무렵, 손정의의 머릿속에는 또 다른 거대한 폭풍이 몰아치고 있었습니다.

2000년대 초반, 세상 사람들은 여전히 데스크톱 PC 앞에서 인터넷을 서핑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손정의는 인터넷이 손바닥 안으로 들어오는 모바일의 시대가 올 것임을 본능적으로 직감했습니다. 문제는 당시 일본 통신 시장이 철저하게 갈라파고스화되어 낡은 피처폰에 갇혀 있었다는 점입니다. 판을 단숨에 깨부수기 위해 그가 향한 곳은 캘리포니아 쿠퍼티노의 애플 본사였습니다.

손정의는 손수 종이에 조악한 그림 하나를 그려 들고 스티브 잡스를 비밀리에 찾아갔습니다. 음악을 듣는 '아이팟'에 '휴대폰 통화 기능'을 합친 손그림이었습니다. 잡스가 종이를 보자마자 씩 웃으며 말했습니다.

"마사, 그 그림 집어넣어. 굳이 네가 가져오지 않아도 우리는 이미 그걸 비밀리에 만들고 있어."

손정의는 망설임 없이 그 자리에서 쐐기를 박았습니다.

"그렇다면 그 기기가 세상에 나왔을 때, 일본 독점 판매권을 나에게 주시오."

잡스가 어이없다는 듯 되물었습니다.

"마사, 넌 일본에서 이동통신사도 갖고 있지 않잖아?"

손정의의 대답은 한 치의 흔들림도 없었습니다.

"내가 통신사를 사 오겠소. 약속만 해 주시오."

일본으로 돌아온 손정의는 곧바로 실행에 착수했습니다. 당시 만성 적자에 허덕이며 파산 직전이던 '보다폰 재팬'을 무려 1조 7500억 엔(약 20조 원)에 인수하겠다고 선언했습니다. 당시 소프트뱅크의 시가총액 전체를 훌쩍 뛰어넘는, 회사의 명줄을 건 도박이었습니다. 언론과 증권가는 "손정의가 기어코 자살골을 넣었다"며 손가락질했습니다.

그러나 2008년, 잡스가 손에 쥔 '아이폰'이 일본에 상륙했을 때 모든 비웃음은 침묵으로 바뀌었습니다. 소프트뱅크는 만년 꼴찌 통신사에서 단숨에 모바일 혁명의 주인공으로 도약했고, 철옹성 같던 1위 통신사 NTT 도코모의 아성을 무너뜨렸습니다. 거대한 파도가 오는 것을 보았다면 어설픈 나룻배 대신 전 재산을 털어 항공모함을 사야 한다는 손정의의 승부수가 적중한 순간이었습니다.

3. 사우디 왕세자의 45분을 훔쳐 세운 100조 원의 제국 (2016년 비전펀드의 출범)

출처 : 네이트 뉴스

아이폰을 통해 일본 통신 시장의 패권을 장악했지만, 손정의의 갈증은 채워지지 않았습니다.

스마트폰의 보급이 끝나갈 무렵, 그의 시선은 이미 그 너머를 향하고 있었습니다. 세상의 모든 기기가 연결되고 인공지능이 인간의 뇌를 뛰어넘는 시대. 문제는 그 거대한 미래를 사들이기엔 1조, 2조 원짜리 기존 벤처 펀드로는 턱없이 모자랐다는 점입니다. 룰을 따르는 자가 아니라 룰 자체를 다시 쓰는 자가 되기 위해선 역사상 유례없는 규모의 판돈이 필요했습니다.

2016년 가을, 손정의는 캘리포니아 우드사이드 저택으로 사우디아라비아의 실세 무함마드 빈 살만(MBS) 왕세자를 초대했습니다.

MBS 앞에 펼쳐진 제안서의 숫자는 상식을 파괴했습니다. '1,000억 달러(약 130조 원)'. 당시 실리콘밸리 전체 벤처 자금을 합친 것보다 큰 규모였습니다. MBS가 황당하다는 표정으로 이유를 묻자, 손정의는 단 45분 만에 사우디의 미래를 재정의했습니다.

"석유의 시대는 끝났습니다. 앞으로는 데이터를 지배하는 자가 인류의 부를 독점합니다. 1조 원짜리 펀드로는 세상을 바꿀 수 없습니다. 100조 원으로 AI와 모빌리티의 미래를 통째로 쓸어 담아야 합니다."

45분의 대화가 끝났을 때, MBS는 그 자리에서 450억 달러(약 50조 원) 투자를 확약했습니다. 역사상 가장 거대한 자본 괴물, '소프트뱅크 비전펀드'가 탄생한 순간이었습니다.

손정의는 쿠팡, 우버, 그랩, 바이트댄스 등 전 세계 각 대륙의 1등 플랫폼들을 융단폭격하듯 사들이기 시작했습니다. 스케일 자체를 상상 불가능한 수준으로 키워버림으로써, 경쟁자들의 숨통을 끊고 시장의 룰을 소프트뱅크 중심으로 재편해 버린 것입니다.

4. 40조 적자의 치욕을 삼키며 90도로 숙인 고개 (2019-2022년 위워크 사태와 바닥)

출처 : 중앙일보

그러나 빛이 눈부실수록 그림자는 짙어지는 법이었습니다. 100조 원이라는 유례없는 힘에 취한 손정의에게 거대한 덫이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자신이 손을 대는 모든 것이 금으로 변한다는 오만이 그의 눈을 가렸습니다. 비전펀드가 10조 원 넘게 쏟아부었던 공유 오피스 기업 '위워크'의 실체가 드러나기 시작했습니다. 창업자 아담 뉴먼의 방만 경영과 분식회계에 가까운 부실이 폭로되며 기업가치는 하룻밤 사이에 90% 이상 증발했고, 기대했던 상장은 전격 취소되었습니다.

설상가상으로 코로나19 팬데믹이 전 세계를 덮쳤습니다. 쿠팡, 우버 등 포트폴리오 기업들의 주가가 동반 폭락하며 소프트뱅크는 분기마다 수조 원씩 적자를 토해냈습니다. 2022년에는 연간 적자만 40조 원이라는 역사상 최악의 성적표를 받아들었습니다.

전 세계 언론은 손정의를 '실패한 도박사', '과대망상에 빠진 노인'이라며 잔인하게 난도질했습니다. 한때 그를 구루로 추앙하던 월스트리트의 투자자들은 썰물처럼 등을 돌렸습니다.

하지만 손정의는 변명 뒤로 숨지 않았습니다. 그는 도쿄 본사 회견장에 직접 걸어 나와 수많은 카메라 앞에서 허리를 90도로 숙였습니다.

"내 판단이 오만했습니다. 내가 창업자의 허상을 보았습니다."

그는 패배를 깨끗이 인정했습니다. 대신 알리바바의 남은 지분을 분할 매각해 수십조 원의 실탄을 확보했고, 비전펀드의 신규 투자를 전면 동결하며 방어 태세로 전환했습니다. 굴욕의 시간을 온몸으로 통과하며 조용히 칼을 갈았습니다. 진짜 승부사는 패배하지 않는 자가 아니라, 뼈아픈 수치심을 삼켜내며 다음 판의 칩을 지켜내는 자라는 사실을 그는 온몸으로 증명하고 있었습니다.

5.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던 칩으로 완성한 AI의 대반격 (2023-2026년 ARM과 ASI 대선언)

출처 : 뉴스1

세상이 위워크의 잔해에 손가락질하며 손정의의 퇴장을 기정사실로 여길 때, 그가 어두운 방에서 조용히 매만지던 마지막 비장의 카드가 있었습니다.

2016년 비전펀드를 만들기 직전, 전 재산에 가까운 320억 달러(약 40조 원)를 주고 인수했던 영국의 반도체 설계 회사, 바로 ARM이었습니다. 당시 사람들은 스마트폰 시장이 이미 성숙기에 접어들었다며 그를 비웃었고, 2020년에는 자금난에 몰려 엔비디아에 매각하려다 각국 규제 당국의 반대로 무산되는 뼈아픈 좌절을 겪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챗GPT가 촉발한 생성형 AI의 폭발과 함께 모든 판도가 뒤집혔습니다. 엔비디아의 AI 가속기도, 애플의 실리콘 칩도, 전 세계 스마트폰의 99%도 모두 ARM의 설계도 위에서만 돌아간다는 사실을 세상이 다시 깨달았기 때문입니다.

2023년 9월, ARM이 미국 나스닥에 상장되자마자 기업가치는 단숨에 1,000억 달러(약 140조 원)를 돌파했습니다. 40조 원의 적자에 허덕이던 소프트뱅크는 단숨에 수십조 원의 유동성과 함께, 전 세계 AI 생태계의 목줄을 쥐는 가장 강력한 인프라 패권을 손에 넣었습니다.

2024년 여름, 도쿄 주주총회 무대에 선 손정의는 마이크를 잡고 감정에 북받쳐 고백했습니다.

"지난 몇 년간 매일 밤 울었습니다. 내가 무엇을 위해 태어났는지 끊임없이 자문했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답을 얻었습니다. 내 인생의 전반전은 단순한 워밍업이었습니다. 인간 지능의 1만 배에 달하는 인공초지능(ASI)을 완성하는 것, 그것이 제가 이 땅에 태어난 진짜 이유입니다."

시장의 분기 실적이라는 짧은 성적표에 일희일비하지 않고, 30년 후 인류가 도착할 지점에 심어두었던 인프라의 씨앗이 기어코 거대한 나무로 자라나 시대의 심장을 틀어쥔 것입니다.


Epilogue: 당신의 패를 던질 순간은 언제인가

손정의는 흠 없는 영웅이 아닙니다.

그는 때로 오만했고, 사람을 잘못 보아 수십조 원을 날렸으며, 전 세계가 지켜보는 카메라 앞에서 고개를 숙여야 했던 불완전한 인간이었습니다.

하지만 그가 다른 수많은 경영자들과 결정적으로 갈라지는 지점은 단 하나입니다. 그는 결코 '안전지대 안에서의 타협'을 선택하지 않았습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조금 덜 다치기 위해 판돈을 줄이고, 남들의 눈치를 보며 비전을 축소합니다. 그렇게 살면 큰 상처는 피할 수 있을지 몰라도, 시대를 자신의 방향으로 돌려세우는 기적은 결코 일어나지 않습니다.

손정의가 우리에게 던지는 마지막 질문은 묵직합니다. 당신은 지금 안전지대 안에서 몇 푼의 손익을 계산하고 있습니까, 아니면 당신의 인생 전체를 걸 만한 진짜 승부처를 향해 판돈을 던질 준비를 하고 있습니까?

시대의 거대한 파도는 늘 미친 자들의 베팅을 따라 흘러갑니다.

실패를 성공으로 변화시킨 유명인들의 인사이트를 다룹니다.  

화이트크로우 뉴스레터

 

※ 본 뉴스레터의 사실관계는 1999년 손정의 회장과 마윈 알리바바 창업자의 20분 면담 및 2천만 달러 투자 실화, 2005년 스티브 잡스와의 비밀 미팅 및 보다폰 재팬 1조 7500억 엔 인수, 2016년 1천억 달러 비전펀드 출범 및 사우디 MBS 왕세자 450억 달러 투자 유치, 2019-2022년 위워크 사태와 대규모 분기 적자 기자회견, 2016년 ARM 인수 및 2023년 나스닥 상장과 최근 ASI 올인 선언 등 국내외 공식 언론 보도 및 공시 자료, 손정의 회장의 공개 강연록을 기반으로 재구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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