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빌딩 #운영 #커리어
권고사직 뒤 잠 못 드는 대표, 죄책감을 다루는 5가지 방법

사람이 떠난 뒤에도, 내보낸 쪽에 남는 것이 있습니다.

해 질 무렵 고층 유리창 앞에 혼자 서서 도시를 내려다보는 사람의 뒷모습

저희가 회사 컨설팅을 하면서 대표님들께 가장 많이 연락을 받는 때가 있습니다.

권고사직 직후입니다.

"그 친구가 재취업을 못 하면, 저를 원망하지 않을까요."

결정은 끝났고, 서류도 정리됐고, 다음 분기 계획도 나왔습니다.

그런데 새벽에 그 사람의 마지막 표정이 다시 떠오릅니다.

한 대표님은 첫 권고사직 뒤 3개월 동안 상담을 받았다고 했습니다.

해고를 직접 집행한 관리자는 집행하지 않은 관리자보다 건강 문제와 수면 문제를 더 많이 보고했습니다(Grunberg 외, 2006). 내보내는 쪽도 하나의 스트레스 사건을 통과합니다.

이 글의 순서

  1. 죄책감이 클수록 더 차가워지는 이유
  2. 죄책감이 알려 주는 두 가지
  3. 대표가 짊어질 몫, 그 사람의 몫
  4. 죄책감을 다루는 5가지 방법
  5. 오늘 할 일 하나

1. 죄책감이 클수록 더 차가워지는 이유

눈여겨볼 연구가 하나 더 있습니다.

로버트 폴저와 대니얼 스칼리키는 관리자들이 해고 대상자를 어떻게 대하는지 살폈습니다. 해고의 책임이 자신에게 있다고 느낄수록, 관리자들은 떠나는 사람과 거리를 두는 경향을 보였습니다(Folger & Skarlicki, 1998).

죄책감이 버거우면 거리를 둡니다. "원래 문제가 있던 사람이었지"라고 정리해 버리는 식입니다.

연구팀은 이 반응에 '관리자의 거리두기(managerial distancing)'라는 이름을 붙였습니다.

→ 점검 질문: 그 사람을 떠올릴 때, 요즘 머릿속에 먼저 나오는 문장은 무엇인가요?

해고를 집행한 관리자는 건강·수면 문제를 더 많이 보고했고, 책임을 크게 느낄수록 떠나는 사람과 거리를 두었다

2. 죄책감이 알려 주는 두 가지

그래서 죄책감이 남아 있다는 것은 두 가지를 말해 줍니다.

① 그 사람을 여전히 한 사람으로 보고 있습니다

결정은 끝났어도, 마음은 그 사람을 서류 속 이름으로 줄이지 않았습니다.

② 거리두기라는 쉬운 출구를 아직 고르지 않았습니다

상대를 깎아내리면 마음은 금방 편해집니다. 그 길을 택하지 않았기 때문에 아픈 것입니다.

괴롭지만,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 신호입니다.


3. 대표가 짊어질 몫, 그 사람의 몫

다만 짊어질 범위는 나눠 둘 필요가 있습니다.

  • 결정에 대한 책임 — 대표의 몫
  • 그 결정을 어떻게 전했는가 — 대표의 몫
  • 그 사람의 이후 삶 전체 — 그 사람의 몫

세 번째까지 끌어안으면, 다음 결정 앞에서 판단이 흐려지거나 반대로 마음을 닫게 됩니다.

결정과 전달 방식은 대표의 몫, 그 사람의 이후 삶은 그 사람의 몫

4. 죄책감을 다루는 5가지 방법

① 먼저, 충분히 느낍니다

권고사직 뒤 대표님들이 가장 먼저 하는 일은 일로 덮는 것입니다. 다음 채용, 다음 분기, 다음 미팅.

덮어 둔 감정은 그대로 남습니다. 눌러 둔 생각일수록 더 자주 떠오른다는 것은 사고 억제 연구가 오래전부터 보여 준 결과입니다(Wegner 외, 1987). 새벽에, 비슷한 결정 앞에서, 엉뚱한 사람에게 날이 서는 순간에 다시 올라옵니다.

그래서 저희가 컨설팅에서 가장 먼저 돕는 것도 이 부분입니다. 가장 피하고 싶은 그 축축한 감정을 일로 덮지 않고 충분히 느끼는 것.

거창할 필요는 없습니다. 주말에 잠깐이라도 그 감정 속에 머물러 봅니다. 고치려 하지 말고, 설명하려 하지도 말고.

저희가 곁에서 보면, 그렇게 머문 감정은 어느 순간 조금씩 소화됩니다. 그다음에야 내 상황, 그 사람의 상황, 죄책감에 가려져 있던 객관적인 상황이 보입니다.

죄책감이 시야를 덮고 있을 때는 사과도 해명도 자꾸 과해지거나 엇나갑니다. 감정이 지나간 자리에서 하는 말이 떠난 사람에게도, 남은 사람에게도 더 잘 닿습니다.

② 죄책감과 수치심을 구분합니다

둘은 비슷해 보이지만 방향이 반대입니다. 죄책감은 "내가 한 일"을 보고, 수치심은 "나라는 사람"을 봅니다.

탠그니의 연구들에 따르면 죄책감은 바로잡는 행동으로 이어지기 쉽고, 수치심은 숨거나 피하는 쪽으로 이어지기 쉽습니다(Tangney 외, 2007).

"나는 나쁜 대표다" → "이 결정의 이 부분이 아팠다"

앞 문장이 머릿속을 돌고 있다면 이미 수치심입니다. 뒤 문장으로 되돌려야 다음 행동이 보입니다.

③ '왜'를 '어떻게'로 바꿉니다

같은 순간을 반복해서 되감는 일은 반성처럼 느껴지지만 대개 반추입니다.

왓킨스의 연구는 "왜 그랬을까"처럼 추상적으로 곱씹을수록 기분이 더 가라앉고, "그 순간 구체적으로 무슨 일이 있었고, 다음엔 어떻게 할까"로 생각할 때 더 도움이 된다는 것을 보여 줍니다(Watkins, 2008).

새벽에 떠오르는 질문이 계속 '왜'라면, 질문의 형태부터 바꿉니다.

④ 원망받을 자리를 남겨 둡니다

대표님들이 가장 많이 놓치는 부분입니다.

원망받지 않으려는 마음은 자주 과잉 지원, 잦은 연락, 해명으로 이어집니다. 그런데 그 사람에게 원망은 회복의 한 과정일 수 있습니다.

"재취업을 못 하면 어쩌나"라는 걱정도, 깊이 보면 그 사람을 스스로 다시 일어설 수 없는 사람으로 상상하는 시선이 섞여 있습니다.

해 줄 수 있는 지원은 정해서, 한 번 확실하게 합니다. 그다음 삶은 그 사람이 꾸려 갈 몫입니다. 나를 원망하는 마음도 내가 풀어 주려 애쓰지 않고, 그 사람이 지나갈 수 있게 둡니다.

⑤ 남은 사람들에게 말합니다

대표가 그 일을 입에 올리지 않으면, 남은 직원들은 침묵을 "다음은 나일 수 있다"로 읽습니다. 브록너의 생존자 연구가 반복해서 보여 주는 모습입니다(Brockner 외, 1987).

남은 사람들에게 결정의 이유와 앞으로의 방향을 말하는 일은 조직을 위한 일이고, 대표 자신에게도 정리가 됩니다. 말로 꺼낸 결정은 혼자 되감는 결정보다 덜 무겁습니다.

혼자 감당하기 어려운 선을 넘었다면, 그때 도움을 구합니다. 앞의 그 대표님이 받은 상담 3개월은 정확한 대응이었습니다.

죄책감을 다루는 5가지 — 충분히 느끼기, 죄책감과 수치심 구분, 왜를 어떻게로, 원망받을 자리 남기기, 남은 사람에게 말하기

오늘 할 일 하나

이번 주말 10분, 휴대폰을 내려놓고 이 문장을 종이에 적어 봅니다.

"이 결정에서 내가 아팠던 부분은 ○○이다. 다음에 다르게 할 것은 ○○이다."

'나는 어떤 대표인가'는 적지 않습니다. 한 일과 다음 행동만 적습니다.

정리

사람을 내보내는 일이 끝내 쉬워지지 않는 것. 그것도 대표가 지켜야 할 능력일지 모릅니다.

저희는 권고사직·갈등 직후 대표와 남은 팀이 함께 다시 서도록, 리더의 마음과 조직의 회복을 한 흐름으로 돕습니다.

이 글의 근거

  1. Grunberg, L., Moore, S., & Greenberg, E. S. (2006). Managers' reactions to implementing layoffs: Relationship to health problems and withdrawal behaviors. Human Resource Management, 45(2), 159–178. https://doi.org/10.1002/hrm.20102
  2. Folger, R., & Skarlicki, D. P. (1998). When tough times make tough bosses: Managerial distancing as a function of layoff blame. Academy of Management Journal, 41(1), 79–87. https://doi.org/10.2307/256899
  3. Wegner, D. M., Schneider, D. J., Carter, S. R., & White, T. L. (1987). Paradoxical effects of thought suppression. Journal of Personality and Social Psychology, 53(1), 5–13. https://doi.org/10.1037/0022-3514.53.1.5
  4. Tangney, J. P., Stuewig, J., & Mashek, D. J. (2007). Moral emotions and moral behavior. Annual Review of Psychology, 58, 345–372. https://doi.org/10.1146/annurev.psych.56.091103.070145
  5. Watkins, E. R. (2008). Constructive and unconstructive repetitive thought. Psychological Bulletin, 134(2), 163–206. https://doi.org/10.1037/0033-2909.134.2.163
  6. Brockner, J., Grover, S., Reed, T., DeWitt, R., & O'Malley, M. (1987). Survivors' reactions to layoffs: We get by with a little help for our friends. Administrative Science Quarterly, 32(4), 526–541. https://doi.org/10.2307/2392882

사진: Vic Lee / Pexel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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