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무엇이 그렇게 불안할까>
1. "하루 벌어서 하루 산다고 하면, 사람들이 그럼 불안하지 않냐, 그래도 안정적인 직장을 찾아야 하는 거 아니냐고 해요. 그런데 사실 요즘 거의 불안한 적이 없는 것 같아요. 지금 삶이 만족스럽거든요."
2. 씨리얼(43만) 채널의 <22살 관악산 지게꾼> 영상 속 이야기다. 45kg의 지게를 지고 관악산 정상에 오르는 청년의 이야기로, 영상은 조회수 521만, 좋아요 3.1만, 댓글 4,881개를 기록했으며, 인스타그램에서도 바이럴되고 있다.
3. "기력이 없어, 에너지도 없고 하고 싶은 게 없어. 제가 지금 그런 나이인 것 같아요. 왜 나는 쉬지 못할까, 뭐가 그렇게 불안한 걸까."
4. 남편의 런던 디자인 대학원 합격으로 함께 런던에 가기로 결심한 장윤주(22.9만)의 이야기다. 그동안 거대한 꿈보다는 주어진 일에 감사하며 살면 된다고 생각했지만, 이제는 "아직 젊다, 가족이 있으니 멀리 갈 수 있다, 다시 꿈을 찾자"고 다짐한다. 영상은 조회수 197만, 좋아요 1.5만, 댓글 1,489개를 기록했으며, 역시 인스타그램에서 바이럴되고 있다.
5. 두 영상의 공통 키워드는 '불안'이지만, 상황은 정반대다. 하루 벌어 하루 사는 22살 청년은 오히려 불안하지 않다고 말하고, 오랫동안 자신의 분야에서 성공한 장윤주는 무엇이 자신을 불안하게 만드는지 모르겠다고 이야기한다.
6. 댓글에서도 이러한 대비가 드러난다. 특히 22살 지게꾼 영상에서는 일자리와 돈, 노후 등 미래에 대한 불안을 이야기하는 직장인들이 많았다. “높이 올라갈수록 삶이 치사해진다"는 댓글도 있었고, 한 사람은 “나는 47세인데, 나이가 들면 불안이 줄어들 줄 알았는데, 오히려 더 커졌다"고 이야기 했다.
7. 장윤주 영상에서는 '40대가 동력을 잃는 나이'라는 댓글이 좋아요를 많이 받았다. 꿈꾸기에는 에너지가 부족하고, 해볼 만큼 해봐서 자신의 한계를 잘 알고, 밑바닥부터 다시 시작하기에는 이미 쥔 것을 내려놓기 어렵다는 것. 그렇다고 지금처럼 살기에는 아직 젊다는 생각도 든다.
8. 불안은 제대로 쉬지 못하는 모습으로도 나타난다. 장윤주가 본인 스스로에게 한 “나는 왜 쉬지 못할까"라는 질문과, "일을 해야만 쉴 자격이 생기는 것 같다"는 댓글이다. 한편 "업계 탑인 장윤주도 불안해하는데, 내가 불안한 건 당연한 거네"라는 댓글 역시 많은 공감을 얻었다. 성공한 사람도 불안하다는 사실 자체가 위로가 된 것.
9. 이처럼 불안의 원인이, 반드시 돈이나 직장처럼 명확한 것은 아니다. 장윤주가 "뭐가 그렇게 불안한 걸까"라고 이야기한 것처럼, 무엇이 불안한지 정확히 알지 못하면서도, 계속 무언가를 해야 할 것 같은 상태도 있다.
10. 결국 취업하고 경제적으로 자리를 잡는다고 불안이 반드시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지금과 같은 삶이 계속될까 봐 불안해하는 사람도 있다.
11. 경향신문의 <춘추정병시대 - 팽이처럼 의미 없이 돌기만 해. 저궤도 청년>에서는 성실히 밥벌이를 하면서도, 하고 싶은 일을 찾지 못한 채 무기력을 느끼는 청년의 이야기가 나온다. 10년 뒤 자신의 모습에 대해서도 “지금과 같은 생활이 반복되지 않을까"라고 답했다. 불확실한 미래뿐 아니라, 미래에도 지금의 삶이 달라지지 않을 수 있다는 불안이다.
12. 22살 지게꾼은 과거 큰돈을 벌기 위해 원양어선을 탔다가 공황 증상으로 쓰러졌고, 돈을 많이 벌던 시절에도 행복하지 않았다고 한다. 지금은 일당의 일부를 바로 저축하며 "하루에 조금씩 여러 번 행복하면 된다"고 이야기한다. 장윤주 역시 20대보다 꿈도 체력도 줄었지만 "지금이 아니면 못 가겠다"며 가족과 함께 새로운 삶을 선택했다.
13. 두 사람 모두 더 많은 돈이나 성취를 좇기보다, 지금 자신에게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돌아보고, 삶의 방향을 선택했다. 사회가 말하는 안정적인 삶과 자신이 실제로 만족하는 삶이 반드시 일치하는 것은 아니라는 이야기.
14. 탐스(TOMS) 창업자 블레이크 마이코스키도 최근 TED 강연에서 비슷한 문제를 이야기했다. 탐스를 세계적인 브랜드로 성장시키고 상상 이상의 부를 얻었지만, 정작 자신은 극심한 우울과 절망에 빠져 생을 마감할 계획까지 세웠다고 고백했다. 이후 자신의 상황을 가족에게 털어놓고, 도움을 받으며, 하루 하루 열심히 살며 충만함을 느끼는 과정을 이야기했다.
15. 물론 세 사람이 겪은 불안의 성격과 정도는 다르다. 다만 이들의 이야기는 '더 많은 돈을 벌고 성공하면 불안도 줄어들 것'이라는 통념을 다시 생각하게 한다. 경제적 성취가 마음의 안정을 보장하지는 않으며, 자리를 잡은 뒤에도 불안은 다른 모습으로 남을 수 있다는 것. 그래서 이들이 택한 방향도, 더 큰 성취보다 지금의 하루와 곁에 있는 사람에 집중하는 쪽이었다.
16. 시청자들은 '불안하지 않다'는 22살 청년의 말에 자신의 삶을 돌아보고, 장윤주의 불안에서는 '나만 그런 게 아니구나'라는 위로를 얻는다. 댓글엔, 시청자 각자가 경험과 고민을 털어놓는다.
17. 두 영상은 성공의 비결이나 불안을 극복하는 정답을 제시하지 않는다. 대신 각자의 고민과 선택을 솔직하게 보여줬고, 시청자들은 바로 그 지점에 공감했다. 불안을 없애는 방법보다, 불안을 안고 살아가는 모습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