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에서 뭔가를 사야 하는 날을 떠올려 보세요. 먼저 이 물건을 파는 업체를 검색해 목록을 만듭니다. 같은 요청서를 서너 곳에 보내고, 답이 오기를 기다려요. 답이 오면 견적서를 하나씩 열어 엑셀에 옮겨 적고, 부가세가 들어간 값인지, 배송비는 따로인지를 맞춰 봅니다. 퇴근 무렵 보낸 요청은 다음 날 오전에야 답이 오고요.
이 하루를 돌아보면 이상한 점이 하나 있어요. 정작 '구매'라고 부를 만한 일, 그러니까 견적을 나란히 놓고 어디서 살지 고르는 일에 쓴 시간은 얼마 되지 않습니다. 나머지는 전부 그 결정을 하기 위한 준비였어요. 담당자는 하루 종일 바빴는데 물건은 아직 주문도 못 한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견적은 준비일 뿐인데, 하루가 다 간다
견적을 받는 건 구매를 하기 위한 과정이지 목적이 아니에요. 그런데 구매를 맡은 사람의 시간은 대부분 이 과정에 들어갑니다. 업체를 찾고, 요청을 보내고, 기다리고, 받은 것을 옮겨 적는 일에요.
바쁘게 움직였으니 일을 많이 한 것처럼 느껴져요. 하지만 그 가운데 회사에 실제로 필요했던 건 마지막에 내린 결정 하나였죠. 어느 업체에서, 얼마에, 언제까지 받기로 했는지요.
기다리는 시간은 성과가 될 수 있을까
준비 가운데 가장 긴 건 기다림이에요. 요청을 보내 놓고 답을 기다리는 동안 구매는 한 발도 나아가지 않습니다. 밤이나 주말에 보낸 요청은 다음 근무일까지 그대로 멈춰 있죠.
기다리는 쪽만 답답한 게 아니에요. 답을 줘야 하는 업체 담당자도 단가표를 열어 값을 찾고 견적서를 새로 만드는 일을 요청이 올 때마다 되풀이합니다. 구매 담당자는 기다리느라, 업체 담당자는 같은 일을 되풀이하느라 하루를 씁니다.
결국, 늘 거래하던 업체에 연락하는 악순환
견적 한 번에 품이 이만큼 들면 사람은 자연스럽게 길을 줄입니다. 새 업체를 찾아보는 대신 지난번에 샀던 곳, 전화하면 바로 받는 곳 몇 군데에만 견적을 부탁하게 되죠.
게을러서가 아니라 그게 합리적이기 때문이에요. 다만 그만큼 선택지가 좁아집니다. 더 좋은 조건을 줄 수 있는 업체가 있어도 만날 기회가 없고, 그 업체 입장에서도 팔 기회를 얻지 못하죠. 아는 업체가 늘지 않으니 다음 구매 때도 같은 곳에 연락하게 됩니다.
우리 회사 구매 업무, 네 칸으로 돌아보기
우리 회사는 어떤지 확인해 보는 방법은 간단해요. 이번 주에 처리한 구매 한 건을 골라, 들어간 시간을 네 칸에 나눠 적어 보세요.
- 업체를 찾는 데 쓴 시간
- 요청을 보내고 다시 설명하는 데 쓴 시간
- 답을 기다린 시간
- 견적을 비교하고 결정하는 데 쓴 시간
마지막 칸이 가장 작다면, 그 구매에서 실제로 '구매'에 쓴 시간이 가장 적었던 거예요. 그리고 앞의 세 칸 가운데 어디가 가장 큰지가, 먼저 줄여야 할 곳입니다.
견적 받는 게 일이 되면 안 되니까
세모는 구매 담당자가 업체를 찾아다니는 대신, 견적이 담당자를 찾아오게 하려고 만든 서비스예요. 사고 싶은 것을 한 번 올리면 그 품목을 다루는 공급사들에게 알림이 가고, 견적이 모입니다. 공급사가 단가를 미리 등록해 둔 품목은 견적서가 자동으로 나가서, 밤이나 주말에 올려도 다음 근무일까지 기다리지 않아도 되고요. 지금은 물품과 시약에서 가장 빨라요.
업체를 찾고 답을 기다리는 시간이 줄면, 어디서 살지 고르는 데 시간을 쓸 수 있습니다. 구매 담당자의 하루가 다시 구매로 채워졌으면 합니다. 세상모든견적, 세모는 이오플래닛에서 견적과 구매를 맡은 분들이 일하다 부딪히는 문제를 하나씩 들여다보려고 해요. 여러분의 네 칸 가운데 가장 큰 칸은 어디였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