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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30대의 연애>

〈요즘 30대의 연애>

1. 30대가 과거에 비해 연애를 적극적으로 하지 않는 건 전 세계적인 현상이다. 그래서 이를 '관계 침체(relationship recession)'라고 부른다.

2. 연애 칼럼니스트 Amy Chan에 따르면, 연애를 하지 않는 가장 큰 이유는 '조건을 많이 따져서'라고 한다.

3. 이유는 세 가지인데, 첫 번째는 부정 편향이다. 동굴에 살던 시절엔 호랑이의 위협을 놓치면 목숨을 잃었기에, 뇌가 위험 신호에 먼저 반응하도록 설계됐다. 이게 연애 관점에선, 상대와 대화가 잘 흘러가더라도 상대의 사소한 단점이 보이면 그때부터 그것만 보이기 시작하며, ‘거를 조건’이 된다.

4. 두 번째는 SNS가 만든 문화다. 연애 썰이나 경험담 중에서도 부정적인 이야기가 조회수를 더 받아 널리 퍼지게 됐고, 이런 이야기를 볼수록 '이런 사람은 거르자'는 기준이 하나씩 늘어난다.

5. 세 번째는 데이팅 앱이다. 외모, 스펙, 재산 등 원하는 조건을 기반으로 필터링할 수 있다. 결국 이 세 가지가 합쳐져 과거보다 더 많이 조건을 따지게 됐다는 것.

6. 지식인사이드에 출연한 김상욱 교수도 사회학자들의 분석을 인용하며, “만날 기회가 많아진 게 오히려 독”이라고 말한다. 마음에 들지 않으면 '굳이 여기서?'라는 생각에 이번 만남은 그냥 넘기게 되고, SNS 때문에 상대방에 대한 기대치도 높아졌다는 것.

7. 반대로 조선 시대만 해도 동네 밖에서 새로운 사람을 만날 기회가 거의 없었으니, 서로 마음에 들지 않아도 맞춰서 살았다고 한다.

8. 이런 모습은 여러 콘텐츠에서도 드러난다. 쉬케치의 30대 소개팅 영상에서는 현실적으로 상대의 조건을 따질 수밖에 없는 모습이 나오고, 강유미의 '소개팅 고인물 브이로그'에서는 일정표에 맞춰 여러 소개팅이 빠르게 돌아간다. 상대방도 나에게 맞는지 금방 파악하고, 상처 주지 않고 거절하는 데도 능숙하다.

9. 그래서 작년부터 유행하는 것이 바로 '로테이션 소개팅'이다. 여럿이 어울리는 미팅과 달리 1:1 대화를 돌아가면서 하는 형태다.

10. 적게는 5:5, 많게는 12:12로 모여 2~3시간 동안 10분씩 상대를 바꿔가며 대화하고, 참가비는 3만~5만 원 정도다. 끝나면 마음에 드는 사람을 적어 내고, 서로가 서로를 선택했을 때만 매칭이 성사된다.

11. 유행 이유는, 같은 반경과 루틴을 반복하는 직장인들이 만날 기회 자체가 줄었고, 기존 만남 방식에도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12. 지인 소개팅은 소개받을 사람이 한정적이고, 잘못되면 주선자에게도 부담이 된다. 데이팅 앱은 프로필 사진의 신뢰도, 채팅 피로, 안전 문제가 있고, 결정사는 비용도 부담인 데다 결혼 전제라 무겁다. 로테이션 소개팅은 참가 전 신분증이나 재직증명서로 신원을 확인하는 곳이 많아, 참가자들이 조금 더 믿을 수 있다고 한다.

13. 무엇보다 효율 면에서 비교가 안 된다. 데이트 한 번에 5만~10만 원을 쓰는 상황에서, 같은 비용으로 로테이션 소개팅을 두 번 할 수 있다. 게다가 직장인, 90년생, 영화 취향처럼 콘셉트에 맞춰 고를 수도 있다.

14. 물론 10~15분이라는 짧은 시간 안에 볼 수 있는 건, 외모, 키, 나이, 직업 정도라, 결혼보다는 연애에 최적화된 소개팅이라는 평이 있다.

15. 부작용도 있다. 10:10이면 나중엔 누가 누군지 헷갈리고, 똑같은 자기소개를 10번 반복해야 한다. 짧은 시간 안에 나를 어필해야 해서 '면접 보는 것 같다'는 후기도 있다.

16. 표가 소수에게 몰리는 승자 독식 구조라, 0표를 받으면 허탈함과 함께 멘탈이 깨지고 자존감도 낮아진다는 반응이 많다. 그래서 로테이션 소개팅 후기, 잘하는 법, 패러디 콘텐츠까지 유행 중이다.

17. 결국 30대가 연애를 하지 않는 이유와 로테이션 소개팅의 유행은 같은 맥락이다. SNS와 데이팅 앱으로 더 많은 이성을 쉽게 비교할 수 있게 됐고, ‘이번이 아니어도 다음 기회가 있다’는 생각에 상대를 따지는 조건도 점점 늘었다.

18. 그 결과, 누군가는 연애 자체를 계속 미루고, 누군가는 데이팅 앱 피드를 넘기듯 로테이션 소개팅에서 여러 사람을 빠르게 비교한다. 언뜻 정반대처럼 보이지만, 결국 둘 다 ‘더 나은 선택지가 있을지 모른다’는 생각에서 출발한다.

(썸넬 출처 - LeoJ Makeup, 페스트펭귄 이선민/피식대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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