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언대용신탁 6.6조·46% 급증, 은행이 상속·돌봄까지 뛰어든 이유
은행들이 예·적금과 자산관리(WM)를 넘어 상속·증여부터 요양·돌봄까지, 노후 생애 전반으로 사업 영역을 넓히고 있다. 5대 은행의 유언대용신탁 잔액은 7월 말 6조6163억원으로 지난해 말보다 46.95% 늘었다. 고령층에 인구뿐 아니라 자산까지 몰리면서, 시니어 시장이 은행의 새로운 성장 시장으로 떠오른 결과다.
핵심 요약
● 5대 은행 유언대용신탁 잔액은 7월 말 6조6163억원으로 지난해 말보다 46.95% 늘었다. 60세 이상 가구주 평균 자산은 6억95만원이다.
● 배경엔 판단능력 저하 이후에도 관리해야 하는 '치매머니'(2023년 154조원)가 있다. 은행들은 신탁에 법률·세무·기부까지 결합하고 있다.
● 경쟁은 금융 밖으로도 확장됐다. 신한금융은 프리미엄 요양시설 '쏠라체 홈 미사', 우리은행은 시니어 복합문화공간 '살롱 드 원더라이프'를 열었다.
01. 신탁이 6.6조, 1년 새 47% 늘었다
오피니언뉴스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5대 은행의 유언대용신탁 잔액은 7월 말 기준 6조6163억원이다. 지난해 말 4조5023억원에서 7개월 만에 2조1140억원이 불어난 규모다. 2020년 9446억원이던 잔액은 2022년 2조945억원, 2023년 3조1317억원, 2024년 3조5058억원으로 꾸준히 커져 왔다.
유언대용신탁이란 고객이 생전에 재산을 금융회사에 맡겨 관리하다가, 사망 이후 미리 정한 수익자에게 재산이 넘어가도록 설계하는 상품이다. 노후 자산관리와 사후 상속을 하나로 묶을 수 있어, 고령화가 빨라질수록 수요가 커지는 구조다.
02. '치매머니' 154조가 만든 배경
자산이 어디에 몰렸는지를 보면 흐름이 분명해진다. '2025 가계금융복지조사' 기준 60세 이상 가구주의 평균 자산보유액은 6억95만원, 은퇴를 앞둔 50대도 6억6205만원이다.
여기에 '치매머니'가 신탁 시장을 밀어 올린다.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연구에 따르면 치매 고령자가 보유한 자산은 2023년 기준 154조원으로 GDP의 6.4%에 이르고, 2050년에는 488조원까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판단능력이 떨어진 뒤에도 자산을 안정적으로 관리할 장치가 필요해진다는 뜻이다.
은행들은 신탁 상품 자체를 넘어 법률·세무·기부까지 엮고 있다. KB국민은행은 김앤장 법률사무소와 상속 금융 업무협약을 맺었고, 하나은행은 한국세무사회, 그리고 강동경희대병원과 손잡아 유산 기부 설계와 의료·간병 목적 자금관리까지 넓혔다. 신한은행은 홀트아동복지회와 협약해 유언대용신탁을 유산 기부에 활용한다. 상속을 넘어 후견과 기부까지 신탁의 쓰임이 벌어지는 모습이다.
03. 금융 밖으로 나온 은행들
경쟁의 범위는 금융상품 밖으로도 나왔다. KB국민은행은 KB스타뱅킹에 요양기관 검색부터 비용 계산, 전문상담까지 잇는 요양·돌봄 서비스를 붙였다. 아예 요양시설을 직접 운영하는 사례도 늘었다. 신한금융은 올해 1월 경기 하남에 전 객실을 1인실로 꾸민 프리미엄 요양시설 '쏠라체 홈 미사'를 열었고, 하나금융도 경기 고양에 프리미엄 요양시설 건설에 들어갔다. 우리은행은 서울 청담동에서 시니어 복합문화공간 '살롱 드 원더라이프'를 운영하며 보험·신탁·돌봄을 묶는 서비스를 구상하고 있다.
고객층도 넓어졌다. 고액자산가에 쏠렸던 시니어 금융이 포용금융으로도 향한다. 하나금융은 '행복드림버스'로 경로당·복지관·요양시설을 찾아가고, NH농협은행은 60세 이상 고객에게 키오스크·AI 활용법을 교육하며, 신한은행은 IPTV 채널 '신한홈뱅크'를 시니어용 금융·생활 콘텐츠 채널로 개편했다.
은행의 시니어 사업은 '노후자금을 어떻게 굴릴까'에서 '자산을 어떻게 관리·승계하고, 노후의 돌봄과 생활까지 어떻게 받칠까'로 옮겨가고 있다. 신탁이 축인 이유도 여기 있다. 생전 관리부터 사후 승계까지 오래 이어지는 데다, 상속 과정에서 배우자·자녀 등 다음 세대로 거래 관계가 넘어갈 여지가 크기 때문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앞으로 경쟁력이 금리·수익률보다 금융과 법률·세무·요양·돌봄을 얼마나 유기적으로 잇느냐에 갈릴 것으로 내다봤다. 금융과 돌봄의 경계가 흐려지는 지점에서, 다음 국면의 승부가 갈릴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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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오피니언뉴스(2026.09.03) 원문 http://www.opinion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14396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