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 직장에서는 업무 소통을 거의 다 카카오톡으로 했다. 팀 단톡방, 저번주 미팅 때 만난 거래처 담당자와의1:1 채팅, 급하면 그냥전화. 익숙하고 빨랐다. 문제는 그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내 개인 번호가 돌아다닌다는 것이었다.
거래처, 지인 소개로 알게 된 사람들 — 결국엔 다 개인번호로 남는다
외부 미팅을 몇 번 하거나, 혹은 회사 팀장님이 “이 번호로 연락해보세요” 하고 소개해주면, 자연스럽게 서로 번호를 교환하게 된다. 그 번호는 당연히 내 개인 번호였다. 그렇게 쌓인 연락처가 시간이 지나면 카톡 목록에서 “이게 업무용 연락처인지 그냥 오래전 아는 사람이었는지” 구분이 안가고는 했었다.
지금 회사에서는 이런 상황 자체가 달라졌다. 고객사와 통화를 하든 문자를 보내든 전부 회사 번호로 연락을 주고받기 때문에, 상대방 연락처에 저장되는 것도 내 개인 번호가 아닌 업무용 번호다. 미팅 자리에서 번호를 주고 받거나 명함을 내밀 때에도 “나중에 사적으로도 연락 오는건 아니겠지?” 하는 깨름칙함이 없어졌다.
몇 년을 같은 팀이어도, 개인 번호를 모르는게 이상하지 않다
더 흥미로웠던 건 사내 문화 자체의 차이점이다. 이전 회사들에서는 같은 팀이면 자연스럽게 개인 번호를 알게됐다. 지금은 몇 년째 같은 부서에서 일한 동료나 선배조차도, 서로 개인 번호를 ‘일부러’ 교환하지 않는 이상 업무 연락은 전부 개인 또는 부서 회사 번호로만 오간다. 번호를 안다는 것과 친분이 있다는 것은 별개의 문제가 되었다. 개인 010번호를 모른다고 해서, 이 동료와 친하지 않다는 뜻이 아니게 된 셈이다. 이게 은근히 편했다. 사적으로 친해지고 싶거나 필요한 경우에만 번호를 알려주면 되고, 그냥 업무로서 얽힌 비지니스 관계나 굳이 퇴근 후에 사적으로 연락할 일이 없는 사이에는 개인 정보를 공유할 필요가 없어졌다.
개인 메신저 프로필도 마찬가지다. 예전 직장 동료 뿐 아니라 나 또한 회사 임직원 들에게 보여줄 프로필 사진과 사적인 프로필 사진을 구분하려고 ‘멀티프로필’을 따로 만들어 저장해두는게 흔했다. 지금은 그럴 필요가 아예 없다. 업무 연락 자체가 개인 카카오톡 메신저로 오지 않기 때문에, 회사 사람들에게 어떤 프로필 사진과 상태 메시지를 보여줄지 신경 쓸 일이 없어졌다.
업무 연락이라는게 명확해졌다
물론 주말이나 공휴일,휴가에도 정말 급한 업무 연락이 오는 날이 있다. 안그래도 불쾌한 이런 연락이 예전엔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오면 이게 업무 연락인지 원치 않는 사적인 연락인지 몰라서 순간 기분이 언짢고 불안해지는 경우도 있었다. 지금은 다르다. 업무 연락은 오로지 회사 번호로, 그리고 회사 사람들 모두가 사용하는 업무용 앱을 통해서만 오기 때문에 확인하는 순간 바로 “이건 업무 내용이구나”하고 인지할 수 있다. 확인하고 처리하는 데 걸리는 시간도 훨씬 짧아진 것을 체감했다.
실수로 잘못 보내 민망한 상황이 사라졌다
마지막으로 사소하지만 확실한 변화 하나가 있다. 업무용 메신저와 개인 메신저가 완전히 분리되다 보니, 가족이나 친구에게 보내려던 채팅이나 사진을 실수로 업무 대화방에 잘못 보내는 일 같은게 원천적으로 생기지 않는다. 보내기전에 다시한번 채팅방 이름과 채팅참여자 프로필을 확인할 필요가 없다. 하나의 메신저로 모든 걸 하게되면 은근히 신경 쓰였던 부분이지만, 지금은 그럴 일 자체가 구조적으로 불가능하다.
카카오톡이 나쁘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여전히 빠르고 편한 도구이며, 대한민국에서는 사용하지 않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개인적으로도 애용한다. 다만 회사 업무와 개인 생활이 뒤섞이지 않는다는 것, 그리고 그 경계가 굳이 신경 쓰지 않아도 아주 자연스럽게 지켜진다는것이 내가 겪어보니 얼마나 편한지 알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