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 9,900원짜리 서비스를 보여주고
고객의 반응을 확인해봤습니다.
새로운 서비스 아이디어를 하나 준비했습니다. 월 9,900원을 내면 우리 동네 카페와 식당에서 상시 할인을 받을 수 있는 구독 서비스.
아이디어는 단순합니다. 평소 자주 가는 카페나 식당에서 할인받고, 한 달에 몇 번만 이용해도 구독료 이상의 혜택을 받는 구조입니다.
그런데 서비스를 기획하면서 가장 궁금했던 것은 하나였습니다.
“사람들이 할인을 받기 위해 매달 9,900원을 낼까?”
그래서 제 생각으로 판단하는 대신, 와로컬AI를 활용해 AI 고객 100명을 대상으로 10가지 질문을 물어봤습니다.
그런데 결과는 제가 예상했던 방향과 조금 달랐습니다. 고객들이 반복적으로 문제 삼은 것은 9,900원이라는 가격 자체가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이런 질문이 계속 등장했습니다.
“그래서 제가 자주 가는 가게도 있나요?”
고객은 가격보다 먼저 '쓸 수 있는가'를 확인했습니다.
9,900원이라는 가격을 보여줬을 때 생각보다 강한 가격 거부는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많은 AI 고객이 스스로 계산하기 시작했습니다.
“두세 번만 할인 받으면 본전 아닌가?”
검증 결과 고객들은 자신의 카페·식당 방문 횟수와 할인 혜택을 비교하며 자발적으로 손익분기점을 계산했고, 가격 자체는 대체로 수용 가능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그런데 곧바로 다른 문제가 등장했습니다. 본전을 뽑으려면 실제 사용할 곳이 있어야 합니다. 그래서 고객의 관심은 가격에서 가맹점으로 이동했습니다.
“우리 동네에 몇 개 있나요?”
“제가 자주 가는 카페도 있나요?”
“프랜차이즈 말고 동네 카페도 들어오나요?”
“가입하기 전에 가맹점부터 확인할 수 있나요?”
결국 고객이 판단하고 있던 것은 단순히 9,900원이 비싼가, 싼가가 아니었습니다.
“내가 9,900원의 가치를 실제로 회수할 수 있는가?”
더 중요한 건 '가맹점 수'도 아니었습니다.
그렇다면 가맹점을 많이 확보하면 문제가 해결될까요? 인터뷰를 자세히 들여다보니 그것도 조금 달랐습니다. 고객이 원했던 것은 단순히 “전국 가맹점 1,000개!” 같은 숫자가 아니었습니다.
더 중요한 질문은 이것이었습니다.
“그중에 내가 가는 곳이 있나요?”
검증 결과 가입 결정의 실질적 기준을 ‘내 단골 가게의 포함 여부’로 분석합니다. 프랜차이즈보다 로컬 독립 카페·식당에 대한 기대도 반복적으로 나타났습니다. 이 차이는 꽤 중요합니다. 전국에 가맹점이 1,000곳 있어도 내가 생활하는 지역에 사용할 곳이 없다면 고객에게는 별 의미가 없습니다.
반대로 전체 가맹점은 많지 않아도, 내가 매주 방문하는 카페와 식당이 포함되어 있다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그 순간 서비스의 KPI를 다시 생각하게 됐습니다.
전체 가맹점 수보다 고객의 생활반경 안에 얼마나 많은 ‘쓸 만한 가맹점’이 있는지가 더 중요하지 않을까?
고객이 원했던 첫 번째 기능도 달랐습니다.
저라면 처음 서비스를 만든다면 쿠폰, 추천, 리뷰, 적립, 개인화 같은 기능부터 고민했을지도 모릅니다. 그런데 AI 고객들은 훨씬 단순한 것을 원했습니다.
“가입하기 전에 가맹점부터 보여주세요.”
검증 결과 가입 전 위치 기반으로 주변 가맹점을 확인하는 기능이 핵심적인 전환 조건으로 반복적으로 등장했습니다. 생각해보면 당연합니다. 고객에게는 이미 구매 순서가 있었습니다.
① 우리 동네에 가맹점이 있는지 확인
② 내가 실제로 가는 곳인지 확인
③ 한 달에 얼마나 절약할지 계산
④ 9,900원보다 혜택이 크다고 판단
⑤ 가입
그런데 우리가 이 과정을 무시하고 가입 → 결제 → 가맹점 확인 순서로 서비스를 만든다면? 고객에게는 그것 자체가 위험입니다. 그래서 실제 제품을 만든다면 첫 화면부터 이렇게 시작해볼 것 같습니다.
우리 동네 가맹점 먼저 보기
그리고 위치를 선택하면, 내 주변 제휴매장 23곳, 내 이용패턴 기준 예상 절약금액 18,400원, 월 구독료 9,900원처럼 보여주는 겁니다. 실제로 검증 결과에서도 고객이 스스로 하던 ‘본전 계산’을 서비스가 대신 보여주는 개인화 절감액 시뮬레이터가 전환을 높일 수 있는 방안으로 제안됐습니다.
또 하나, 예상하지 못했던 가치가 있었습니다.
저는 이 서비스를 단순히 “돈을 아껴주는 서비스”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일부 AI 고객에게서는 조금 다른 반응이 나타났습니다. 특히 취준생이나 수입이 불안정한 페르소나에게는 할인금액 못지않게 가 중요한 가치로 나타났습니다.
“카페에 가도 된다는 심리적 허가”
카페를 자주 이용하면서도 결제할 때마다 지출에 부담을 느끼는 고객에게는 정액 구독이 단순한 할인을 넘어 소비를 정당화하는 심리적 장치로 작동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입니다. 이건 아이디어를 처음 생각했을 때 전혀 예상하지 못했습니다.
창업자는 ‘절약’을 팔려고 했는데, 어떤 고객은 ‘마음 편하게 소비할 이유’를 원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강한 Red Flag도 있었습니다.
긍정적인 반응만 있었던 것은 아닙니다. 과거 할인 앱이나 구독 서비스를 사용하면서 경험했던 불만이 새로운 서비스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지고 있었습니다. “막상 우리 동네에는 쓸 곳이 없었다.”, “가입하고 나니 사용할 곳이 별로 없었다.”, “구독해놓고 사용하지 않아 돈만 나갔다.” 그리고 고객들은 가맹점이 중간에 폐업하거나 서비스에서 이탈하는 상황까지 걱정했습니다.
검증 결과에서 모두 이러한 손실 회피 심리와 가맹점 변동에 대한 불안을 주요 장벽으로 분석합니다. 그래서 이 서비스가 해결해야 하는 것은 단순히 “얼마나 할인해줄 것인가?”만이 아닐 수 있습니다. “내가 돈을 내고도 손해 보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을 어떻게 줄 것인가?” 이 문제까지 해결해야 합니다.
그래서 이 아이디어는 검증됐을까요?
여기서 가장 중요한 이야기를 하고 싶습니다. 아직 아닙니다. AI 고객 100명의 반응이 좋다고 해서 이 사업이 성공한다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AI 고객 검증은 실제 구매 행동이나 매출을 증명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대신 이번 실험을 통해 다음에 무엇을 검증해야 하는지는 훨씬 선명해졌습니다.
처음 우리의 질문은 이것이었습니다.
“사람들이 월 9,900원을 낼까?”
하지만 100명의 AI 고객에게 물어본 뒤 질문이 바뀌었습니다.
“내 생활반경에 내가 실제로 가는 가맹점이 충분하다면, 월 9,900원을 실제로 결제할까?”
비슷해 보이지만 완전히 다른 질문입니다.
그렇다면 다음 실험은 AI가 아닙니다.
제가 실제로 이 사업을 시작한다면 서비스를 바로 개발하지 않을 겁니다. 지역 하나를 정하고, 실제 카페와 식당을 모집하고, 가맹점 지도를 만든 다음, 랜딩페이지에서 고객에게 보여줄 겁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묻겠습니다.
“월 9,900원에 지금 가입하시겠습니까?”
여기서 실제 사전예약이나 결제가 발생한다면, 그때 우리는 한 단계 더 강한 검증 신호를 얻을 수 있습니다. AI 고객 → 실제 고객 → 실제 행동 → 실제 결제 검증의 강도는 이렇게 높아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AI는 정답 대신 '다음 질문'을 알려줬습니다.
이번 실험에서 AI 고객은 “이 사업은 성공합니다.” 라고 말해주지 않았습니다. 대신 더 중요한 것을 알려줬습니다. 무엇을 실제 시장에서 검증해야 하는지. 저는 가격이 가장 중요한 문제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AI 고객은 반복해서 가맹점을 물었습니다. 창업자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과 고객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다를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제품을 만드는 것보다 먼저 해야 할 일이 있습니다.
고객에게 물어보는 것.
AI 고객 검증의 목적은 성공할 아이디어를 맞히는 것이 아니라, 실패하기 전에 무엇을 확인해야 하는지 발견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 질문을 발견했다면, 다음에는 실제 시장에서 확인해야 합니다.
당신의 아이디어는 무엇부터 검증해야 할까요?
제품을 만들기 전에 고객에게 먼저 물어보세요. 내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했던 문제가 고객에게는 전혀 중요하지 않을 수도 있으니까요. 이번 실험은 와로컬AI에서 AI 고객 100명을 대상으로 진행했습니다.
<와로컬AI FGI 시뮬레이션 참고 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