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케팅 #사업전략 #트렌드
우리 회사 계정에 댓글 없는 이유 - 뉴미디어 플레이북

아래 글은 2026년 7월 28일, 위픽레터에 발행된 글입니다.


사람들은 왜 회사가 아니라 창업자에게 화를 낼까? a16z 창업자들의 대담 41분 정리

 

0. a16z

오픈AI에 투자한 a16z(앤드리슨 호로위츠)는 실리콘밸리의 벤처캐피털입니다.
넷스케이프 공동창업자 마크 앤드리슨(Marc Andreessen)과 벤 호로위츠(Ben Horowitz)가 2009년에 함께 설립했습니다.
페이스북, 에어비앤비, 코인베이스, 오픈AI에 투자했고 스타트업 업계에서 일하는 사람에겐 설명이 필요 없는 이름입니다.

이런 a16z가 요즘 미디어 회사처럼 움직이고 있습니다.
평일에 팟캐스트와 뉴스레터를 발행하고 2025년에는 팟캐스트 네트워크 터펜타인(Turpentine)을 인수해 창업자 에릭 토렌버그(Erik Torenberg)를 미디어 담당 제너럴 파트너로 영입했습니다.
투자회사가 왜 그렇게까지 하는지? a16z의 창업자 두 사람이 직접 설명한 영상이 있습니다.

1. 41분짜리 대담

영상 제목은 'The New Media Advantage'입니다.
a16z 행사 무대의 대담이고 마크 앤드리슨과 벤 호로위츠가 나란히 앉았습니다.
진행은 에릭 토렌버그와 뉴미디어 팀의 개비 골드버그(Gaby Goldberg)가 맡았습니다.
진행자의 소개에 따르면 호로위츠는 이날 NBA 파이널 6차전 플로어석 표를 포기하고 무대에 올랐다고 합니다. :)

Screenshot 2026-07-27 at 11.46.54 PM.pngThe New Media Advantage 대담 무대. 왼쪽부터 개비 골드버그,에릭 토렌버그, 벤 호로위츠, 마크 앤드리슨. 출처: a16z 유튜브

보는 내내 속이 시원했습니다.
저는 과장된 의전과 보여주기식 시상식, 뭐 좀 있어 보이게 조율된 언론 인터뷰를 보면 두드러기 날 정도로 싫어요.
이 인터뷰 팟캐스트를 보니 가려운 곳을 긁어주는 시원함이 느껴졌습니다.

2. 인터뷰어를 똑같은 모범답안으로 만드는 훈련

앤드리슨은 1990년대의 일반적이던 미디어 트레이닝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블로그도 유튜브도 없던 시절, 회사를 알리는 경로는 기성 언론뿐이었고 언론에 출연하려면 어떤 템플릿에 맞추는 훈련을 받아야 했습니다.

트레이닝 방식
그들은 인터뷰어를 카메라 앞에 앉힙니다. 한 시간 동안 모의 인터뷰를 합니다.
그리고 그 테이프를 처음부터 끝까지 다시 보게 합니다. 빨리 감기는 없습니다.
앤드리슨의 표현으로는 "사람에게 할 수 있는 가장 못된 짓" 이라고 합니다.

문제는 결과물입니다.
그 훈련을 통과해 TV에 나온 중요한 사람들은 하나같이 플라스틱처럼 보였다고 합니다.
당시 CEO들은 인터뷰의 성공 척도를 '아무 뉴스도 만들지 않았는가'로(모든 뉴스는 나쁜 소식이므로)측정했습니다.
무대에서 내려와 언론과 시청자가 거슬려 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는 사실에 만족하는 겁니다.

전환점은 60 Minutes 프로듀서 출신의 트레이너였습니다.
그는 상투적인 미디어 훈련을 전부 집어 치우고 한 가지만 요구했습니다.

"친구와 밥 먹으며 할 이야기를, 공개 석상에서 그대로 하게 만들겠습니다."

중요한 조건.
속속들이 알지 못하는 주제라면 애초에 나서지 말 것.
주제를 잘 아는 사람이 자기 언어로 이야기하면 콘텐츠는 흥미로워질 수밖에 없다는 겁니다.
앤드리슨은 그 뒤 30년 동안 말 잘하는 사람들을 지켜봤습니다.
팔머 러키(Palmer Luckey), 알렉스 카프(Alex Karp), 일론 머스크, 최근의 젠슨 황.
전부 정확히 이 조언대로 하고 있었습니다.

3. 2017년, 기성 언론과 결별한 이유

앤드리슨은 1994년부터 2017년까지 전통 매체와 수없이 인터뷰했고 90%는 좋은 경험이었다고 말합니다.
그리고 2017년을 경계로 상황이 변했다고 합니다.
기성 언론이 권력에게 진실을 말하는 게 아니라, 진실에게 권력을 휘두르는(power to truth) 언론이 되었다는,
하고 싶은 말을 못 하게 겁주는 방식이 됐다는 뜻입니다.

앤드리슨이 말합니다. A

"전통 매체를 통해서는, 당신 마음에 드는 기사 비슷한 것에도 이제 도달할 방법이 없습니다."

호로위츠가 거들어요. Z

이런 방식으로 "기사 한 건은 낼 수 있어도, 전략은 실행할 수 없습니다(You can land a story, but you can't run a strategy)."

거기서 나온 처방이 고 다이렉트(Go direct)입니다.
언론을 거치지 않고 자기 채널과 우리편 채널에 출연해서 직접 이야기를 전하는 전략입니다.
앤드리슨은 어린 시절을 떠올렸습니다.
똑똑한 사람들이 나누는 1시간짜리 대화를 보려면, 심야 인터뷰 프로그램의 진행자 찰리 로즈를 자정까지 기다리는 수밖에 없었습니다.
아날로그 비디오 레코더도 없던 시절입니다.
지금은 스마트폰만 켜면 3시간짜리 팟캐스트가 도처에 널려 있습니다.

4. 브랜드는 이제 사람입니다

브랜드가 회사에서 사람으로 옮겨간 이유를 두고 두 사람은 서로 다른 관점으로 답해요.

호로위츠의 관점은 구조에 대한 이야깁니다.
레거시 미디어는 제한된 채널에 제한된 포맷이었고 출연하는 브랜드는 회사였습니다.
뉴욕타임스와 인터뷰해도 돌아오는 건 인용문 한 줄, 그것도 내가 아니라 회사를 대표하는 한 줄입니다.
그러니 전략은 '흠집 안 나게 회사이름 알리기'가 되고 방어 태세로 임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뉴미디어는 정반대입니다.
무제한 포맷, 무제한 채널, 그리고 브랜드는 곧 특정 사람입니다.
미국 민주당 사람들이 스페이스 X를 비난할 때 그 대상은 브랜드가 아니라 일론머스크였습니다.
팔란티어인가, 알렉스 카프인가. 앤두릴인가, 팔머 러키인가.
그런데 조건이 있습니다. 그 사람은 조직에 계속 남아있을 사람이어야 합니다.
3년 근무하고 떠나는 마케팅 부사장이 나서면 절대 안 됩니다.
a16z의 경우 서류상 CEO는 호로위츠지만 미디어 노출은 앤드리슨이 훨씬 많이 합니다.
바깥에서는 아무도 그 차이를 모릅니다.

앤드리슨은 역사의 관점에서 이야기 합니다.
1930년대 이전의 회사에는 기업 브랜드라는 것이 없었습니다.
포드 모터 컴퍼니, 에디슨 일렉트릭. 사무실 문앞에 걸린 것은 사람 이름이자 회사이름 곧 브랜드 였습니다.
당시 미디어는 분산되어 있었습니다. 마을마다 신문이 15개씩 있던 시절입니다.
그러다 1930~40년대에 미디어가 중앙화됩니다. TV 채널 3개, 전국지 1면 3개.
앤드리슨은 이것을 '좁은 빨대'에 비유합니다.
하루는 24시간이고 채널은 3개인데, 우리 회사가 할당 받을 시간은 몇 분일까요?
그 좁은 빨대를 통과하려면 메시지를 원자 단위까지 압축해야 했고 그 압축의 결과가 IBM이나 GE 같은 추상적인 기업 브랜드였습니다.
모두 그걸 당연한 법칙이라 믿게 됐지만 실은 중앙화된 미디어라는 조건 위에서만 성립하는 법칙이었습니다.
지금 그 환경이 지금 무너지고 있습니다.

1e58e05f-305d-42dc-a003-5d56a626404f.png미디어 중앙화와 기업 브랜드의 탄생. 자료: a16z 'The New Media Advantage' · 그래픽: 위픽레터

새로운 기준점은 '조 로건'팟캐스트 입니다.
2024년 이전까지 대선 후보가 로건의 팟캐스트에 나가는 일은 절대 없었습니다.
한순간에 이 팟캐스트는 100% 출연해야만 채널이 되었습니다.
거기 나간다는 건 3시간 동안 어떤 질문이든 받겠다는 수락입니다.

5. 미움받지 않으면 흥미롭지 않은 겁니다

호로위츠가 꼽는 레거시 미디어의 첫번째 규칙은 이렇습니다.

"올드 미디어의 제1규칙은 '흥미롭지 마라(don't be interesting)'입니다. 흥미로워지는 게 최악이었으니까요."

뉴미디어의 규칙은 정반대입니다.
흥미롭지 않으면 묻히고 흥미로우면 반드시 미움을 삽니다.
호로위츠는 사랑과 미움을 둘 다 받아야 하며 미지근해서는 안 된다고 말합니다.
일정 규모가 되면 사람들은 당신을 미워하는데, 그건 좋은 일입니다.
뭔가를 해냈고 사람들이 당신의 일에 신경 쓴다는 뜻이니까요.

싸움에 대한 계산도 구체적입니다.
호로위츠는 a16z 브랜드의 상당 부분이 공격에 응수하는 과정에서 만들어졌다고 말합니다.
뉴욕타임스와 인스타그램 투자 건으로 부딪혔을 때 쓴 반박 글은 당시까지 그의 글 중 가장 많이 읽혔습니다.
모두가 싸움 구경을 좋아하기 때문입니다.
다만 상대는 골라야 합니다.
팔로워 50명짜리 계정에 일일이 답하는 건 오디언스 없는 상대를 키워주는 일입니다.
 

6. 세상에서 가장 재미없는 이야기

앤드리슨이 조롱하는 가장 흔한 스타트업 스토리는 이렇습니다.
"우리는 신생 회사고, 전직원이 의욕이 넘치고, 신제품이 나왔으니 써보시면 좋겠습니다."
그는 이런 이야기를 들으면 목을 찌르고 싶어진다고 합니다.
디테일 없는 자랑인 데다, 무엇보다 세상 모든 스타트업의 이야기와 구별되지 않습니다.

처방은 다른 시선으로 보는겁니다.

"당신과 당신 회사의 이야기 그 자체로는 흥미로운 이야기가 아닙니다. 그러나 당신 회사가 등장하는 흥미로운 이야기는 거의 확실히 존재합니다."

호로위츠가 "이 분야의 거대한 마법사(grand wizard)"라고 부른 인물이 팔란티어 CEO 알렉스 카프입니다.
카프는 인터뷰에서 팔란티어 이야기를 하지 않습니다.
회사에 대해 하는 말은 온톨로지와 오케스트레이션, 아무도 뜻을 모르는 두 단어뿐입니다.ㅋㅋㅋ
대신 미군의 미래와 초지능을 말하고 어떤 날은 ADHD를 말합니다.
그래서 그 주제로 무슨 일이 터지면 첫 전화가 그에게 갑니다.

hero-image.fill.size_1248x702.v1765234860.webp인터뷰 중인 알렉스 카프 팔란티어 CEO. 출처: Mashable

플렉스포트의 라이언 피터슨(Ryan Petersen)도 같은 계보입니다.
화물 운송 회사 대표 역할로 말하는 대신 "코로나로 글로벌 공급망이 무너지고 있고 우리 모두 굶게 된다"는 이야기를 했고 그 이야기를 해온 사람이라서 헬리콥터를 타고 60 Minutes에 출연했습니다.
회사 이름은 말할 필요도 없었습니다.
 

앤드리슨은 이 원리를 IR에까지 밀고 갑니다.
팔란티어의 S-1과 사업보고서를 읽은 투자자는 0.0001%.
유튜브에서 카프를 본 투자자는 100%.

골드버그는 창업자들이 흔히 저지르는 실수의 순서를 짚습니다.
메시지를 다듬기 전에 배포부터 고민하는 것.
다들 "어떻게 바이럴을 만드나요, 어떻게 하면 조 로건 팟캐스트에 나가나요"라고 묻지만 로건에 나가서 틀린 말을 하게 될수도 있습니다.
배포는 메시지를 키울 뿐, 바꾸지는 못합니다.
틀린 메시지를 잘 퍼뜨리면 틀린 메시지가 바이럴됩니다.
 

7. 클루리의 경우

이 규칙들을 가장 교과서적으로 실행한 사람이 있습니다.
2025년 봄, 컬럼비아대 학생 로이 리(Roy Lee)는 개발자 채용 면접을 볼때 AI로 컨닝하는 도구를 만들어 통과했고, 학교에서 정학당해 그 사실을 X에 올려 화제가 되자 아예 회사를 차렸습니다.
이름은 클루리(Cluely), 슬로건은 "모든 것을 컨닝하라(cheat on everything)".
마케팅은 분노를 유발하도록 설계된 영상의 연속이었습니다.
회사보다 창업자가 유명했고 미지근한 반응은 어디에도 없었습니다.
석 달 뒤 a16z가 1,500만 달러 시리즈 A를 리드했습니다.
담당 파트너 브라이언 김(Bryan Kim)은 리가 "관심을 유료 고객으로 전환하는 법을 알아냈다"며 이 회사를 AI 스타트업의 새로운 청사진이라고 불렀습니다.

images (11).jpeg크룰리의 CEO 로이 리 출처: 위키피디아

교훈
로이리는 2025년 여름 테크크런치 인터뷰에서 연 매출(ARR) 700만 달러를 말했고 2026년 3월 그 숫자가 거짓이었다고 X에서 자백했습니다.
실제로는 약 520만 달러였습니다.
클루리를 노이즈 마케팅의 성공 사례로 읽을 수도, 실패 사례로 이해할 수도 있습니다.
이 사례를 통해 기준이 분명해 졌습니다. 핵심은 노이즈-시끄러움이 아니라 진실-진정성 입니다.
뉴미디어 인터뷰 조언은 친구에게 할 이야기를 무대에서 하라는 것이었지, 무대를 위해 이야기를 지어내라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모든 것을 컨닝하라던 회사는 지금 AI 회의록 도구로 간판을 바꿨습니다.

한국에서 이 플레이북에 가장 가까운 회사는 토스입니다.
유튜브 채널 머니그라피는 구독자 50만을 넘겼고, 'B주류경제학'은 커피와 스니커즈의 산업 구조를 다루며 시즌 3까지 왔습니다.
금융 앱이 자기 이야기 대신 세상의 이야기를 하는 겁니다.
 

8.뉴미디어 플레이북

브랜드 메시지는 시스템, 채널, 사람 때문에 오염되곤 합니다.
축사와 의전이 본론보다 긴 행사,
답정너로 매끈하게 구성된 언론 인터뷰.
마침내 메시지는 사라지고, 고이 정성 들여 만든 답글 없는 회사 계정 콘텐츠가 완성됩니다.
 

진정성
모두 진정성을 말하지만 정작 솔직해지려는 브랜드는 드뭅니다.
'워싱'이라는 말이 자꾸 생깁니다. 진정성있어 보이게 연출하는 것입니다.
좁은 빨대의 시대에는 연출이 가능했습니다. 채널도 메시지도 하나였으니까요.
채널이 무제한인 시대에는 워싱은 즉시 드러납니다.



이재훈 — 위픽레터 디렉터, 위픽코퍼레이션 브랜딩팀 리드. AI와 브랜딩이 만나는 지점을 직접 부딪혀 보고 기록합니다. 전체 글 보기

링크 복사

위픽코퍼레이션 위픽코퍼레이션 · 마케터

마케터의 마케터, 위픽코퍼레이션

댓글 0
댓글이 없습니다.
추천 아티클
위픽코퍼레이션 위픽코퍼레이션 · 마케터

마케터의 마케터, 위픽코퍼레이션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