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VP검증 #피봇 #마인드셋
AI가 판치는 시대에 본질 찾는 창업하기

 

현재 2026년 1월 30일 밤 11시 10분. 실리콘밸리에서 오늘도 “AI 붙인” 스타트업이 하나 더 태어났을 겁니다. AI 세일즈 에이전트, AI 데이팅앱, AI 이미지 생성, AI 변호사…

이제 AI가 없는 서비스가 더 낯선 지경이죠.

문제는 여기서부터입니다. 우리는 진짜와 가짜를 구별해야 합니다.

소위 말하는 AI bubble. 지금 보고 있는 ‘AI 붐’ 안에서 과연 몇 %가 진짜일까요?

 

ChatGPT에게 AI 버블에 대해 물어보다.

 

“AI 버블”, 기분 탓 아닙니다.

요즘 “AI bubble”이라는 키워드는 World Economic Forum의 Strategic Intelligence 피드에서도 눈에 띄게 늘고 있고, “AI bust”보다 더 자주, “AI reckoning”보단 덜 날카롭게 등장한다고 합니다.

그 말이 확 퍼지는 타이밍도 재밌습니다.

  • Baidu CEO가 2024년 10월 “닷컴 버블 같다”라고 말했을 때,
  • Ray Dalio가 2025년 1월 비슷한 우려를 던졌을 때,
  • 그리고 2025년 중반 이후 책/칼럼/발언들이 연달아 쌓이면서 “버블”이 거의 밈처럼 굳어졌죠.

즉, 버블이라는 말이 떠도는건 사람들이 실제로 불안해질 만한 신호들이 동시에 보이기 때문입니다.

 

요즘 시대의 창업은 종종 이렇게 거꾸로 갑니다.

페인 → 해결 → 제품

이 아니라

AI → 밸류에이션이 커 보이는 영역 → 그럴싸한 문제를 끼워맞추기

하버드 비즈니스 스쿨과 CB Insights가 수천 개의 스타트업 실패 사례를 분석한 연구에 따르면, 스타트업이 실패하는 가장 큰 이유 1위는 언제나 비슷합니다. “시장이 그 제품을 원하지 않았기 때문”이죠. 기술이 부족해서가 아닙니다. 실행력이 떨어져서도 아닙니다. 대부분은 실제로 존재하는 문제를 정확히 잡지 못했기 때문이죠. 시장의 니즈가 존재하지 않는 무인도에 혼자 땅파고, 물 나르고, 빌딩까지 세워서 홍보까지 한겁니다.

성공한 스타트업들은 대부분 창업자가 직접 겪은 불편함, 혹은 아주 가까운 사람들의 반복되는 문제에서 출발했습니다. 에어비앤비는 “빈 집을 활용한 플랫폼”을 만들려고 시작한 게 아니라, 집세를 낼 돈이 부족했던 창업자 본인의 문제에서 시작됐고, 슬랙 역시 “메신저를 만들겠다”가 아니라 팀 내부 커뮤니케이션이 너무 비효율적이라는 페인에서 출발했습니다. 이 방식은 린 스타트업, 디자인 씽킹, YC의 창업 가이드 등 거의 모든 현대 창업 프레임워크의 출발점이기도 합니다. 문제 정의(problem discovery)를 해결보다 먼저 하라고 강조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그런데 최근 몇 년 사이, 이 순서가 조금씩 뒤집히기 시작했습니다.

특히 AI 붐 이후에는 “어떤 문제를 풀까?”보다 “어떤 AI를 쓰면 가장 큰 밸류에이션을 받을 수 있을까?”가 출발점이 되는 경우를 자주 봅니다. 물론 만개 중 하나는 분명 실질적인 가치를 만들어낼 겁니다. 하지만 문제는, 문제보다 기술이 먼저 결정되는 시대인건 분명하다는 겁니다.

각종 기술서에 실린 여러 분석에서도, 현재 AI 시장의 위험 신호로 반복해서 언급되는 것이 바로 이 지점입니다. 기술의 가능성보다 기술을 둘러싼 기대와 밸류에이션 논리가 먼저 커졌다는 점이죠.

AI 자체가 나쁜 게 아닙니다. 오히려 AI는 지난 100년간 등장한 기술 중 가장 강력한 도구 중 하나일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기술이 먼저 오고, 그 다음에 “이걸 어디에 써먹을 수 있을까?”를 고민하는 방식은 문제를 해결하는 창업이라기보다, 이야기를 설계하는 창업에 가까워집니다.

어떤 방법이 더 낫다고 단정하긴 어렵습니다. 투자를 위해서는 후자가 나을 수도 있죠. 창업은 내가 잘 하는 것, 하고 싶은 것에 투자하는게 아니라 시장이 큰 곳에 올인하는게 맞다는 말들도 많으니까요. 다만 “AI를 먼저 고르고, 그 다음에 시장을 맞추는 방식”은 초반에 속도가 빠른 대신, 진심의 밀도가 떨어질 확률이 높더라고요.

저희도 이 과정을 직접 겪었습니다. 초기 글로다 팀 역시 AI 기술을 먼저 선택하고, 그 기술이 가장 잘 먹힐 것 같은 산업과 문제를 나중에 맞춰보려 했던 적이 있습니다. 하지만 창업자들이 몸으로 느껴본 적 없는 페인에는 분명한 한계가 있더군요.

 

 

AI가 판치는 시대에 본질 찾기

그렇다면 질문은 이걸로 귀결됩니다. AI가 판치는 이 시대에, 어떻게 ‘본질에서 출발하는 창업’을 할 수 있을까?

글로다 팀이 내린 결론은 의외로 단순했습니다. 가장 비효율적으로 보이는 방식으로 다시 돌아가자.

요즘 창업 생태계에서 가장 빠르게 사라지는 것은 “기술”이 아니라 문제를 충분히 고민하는 과정이라 생각합니다. AI는 너무 강력하고, 너무 많은 것을 가능하게 합니다. 그래서 많은 창업팀들이 자주 가능한 것과 필요한 것을 혼동하곤 하는 것 같습니다. 글로다 팀은 방향을 다시 잡기 위해 아주 기본적이지만, 핵심적인 질문 세 가지부터 다시 던졌습니다.

 

 

1. 이 문제에 정말 AI가 필요한가?

AI 디벨로퍼로서 가장 먼저 던져야 할 질문은 이것입니다. “이 문제는 AI가 아니면 풀 수 없는 문제인가?”

이 질문에 합당한 대답을 하는게 생각보다 어렵더군요. 왜냐하면 대부분의 문제는 AI 없이도 풀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풀 수 있다”와 “굳이 써야 한다”는 전혀 다른 이야기죠.

AI는 다음과 같은 경우에 의미를 가집니다.

  • 사람이 감당하기 어려운 규모(scale)가 있을 때
  • 규칙 기반 로직으로는 한계가 있는 복잡성(complexity)이 있을 때
  • 혹은 사용자 경험을 근본적으로 바꿀 수 있을 때

 

반대로,

  • 사용자 수가 적고
  • 문제의 구조가 단순하며
  • 결과의 정확성보다 신뢰와 맥락이 중요한 영역이라면

AI는 종종 문제를 해결하기보다, 문제를 가리게됩니다. AI를 쓰는 순간, 설명 가능성은 낮아지고, 디버깅은 어려워지며, 제품은 빠르게 ‘블랙박스’가 되니까요. 당신의 AI 프로덕트는 정말 AI가 없인 구현이 안되나요?

 

2. AI가 아닌 기술로도 충분히 디벨롭될 수 있는가?

AI 없이도 단순한 로직, 명확한 UX, 그리고 사람의 선택과 판단만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면, 그 방법이 오히려 더 정직한 제품일 수 있습니다.

당신의 프로덕트는 정말 AI가 없으면 성립되지 않나요? 아니면 단순한 룰 기반 필터링(rule-based filtering)으로도 충분히 해결 가능한 문제는 아닐까요? 혹은 통계적 모델(statistical model)이나 휴리스틱 로직(heuristics)만으로도 같은 가치를 만들 수 있지는 않나요?

지금 사용하고 있는 AI가

  • 대규모 언어 모델(LLM)인지,
  • 전통적인 머신러닝 모델(ML)인지,
  • 단순한 추천 알고리즘이나 규칙 기반 시스템인지

그 차이를 명확히 구분해 설명할 수 있나요? 그리고 더 중요한 질문이 있습니다. 

그 AI가 없어졌을 때, 당신의 제품은 본질적으로 무너질까요, 아니면 조금 불편해질 뿐일까요? AI를 쓴다는 사실보다 훨씬 중요한 것은 왜 그 형태의 AI여야만 하는지 설명할 수 있느냐입니다. 설명할 수 없는 AI는 기술이 아니라 장식에 가깝고, 장식은 언제나 제품보다 먼저 떨어져 나갑니다.

글로다는 반대로 가기로 했습니다. AI 없이도 충분히 돌아가는 구조를 먼저 만든 뒤, 정말 필요한 지점에만 AI를 얹는 방식입니다. 이 접근은 느립니다. 데모는 덜 화려하고, 투자자에게 설명하기도 어렵습니다. 

하지만 장점은 분명합니다.

  • 문제가 무엇인지 끝까지 보이게 만들고
  • 사용자가 왜 이 제품을 쓰는지 명확하게 하고
  • 기술이 아니라 경험이 중심이 됩니다.

 

3. 비용 구조는 실제로 말이 되는가?

AI 창업에서 가장 자주 간과되는 질문입니다. 그리고 가장 늦게 문제로 드러나는 질문이기도 합니다. AI는 기능이 아니라 원가 구조입니다.

  • 학습 비용
  • 추론 비용
  • 서버/GPU 비용
  • 스케일에 따른 변동 비용

특히 초기 스타트업에게 AI는 “성장할수록 적자가 커지는 구조”를 만들기 쉽습니다. 문제는 많은 팀들이 기능의 가능성으로 제품을 설계하고 비용의 현실성은 나중으로 미룬다는 점입니다.

닷컴 때 “전례 없음”은 주로 주가/밸류에이션 쪽에서 터졌다면, AI는 물리적인 지출에서 터집니다. 데이터센터, 전력, 반도체 장비, GPU… “AI가 돌아가기 위해 필요한 것”에 전례 없는 돈이 들어가죠. 그래서 AI 버블을 단순히 “과대평가된 주식 시장”으로만 보면 반쪽입니다. 이번엔 도시 하나급 전기 먹는 데이터센터 같은 것들이 진짜로 깔리고 있어요. 그럼 질문이 바뀝니다. “AI가 과대평가냐?”가 아니라 “이 인프라를 정당화할 만큼, 실제 수익과 생산성이 따라오냐?”

 

 

AI-first? People-first?

이 모든 선택은 솔직히 말해 비효율적입니다. AI를 붙이면 훨씬 빠르게 만들 수 있고, 훨씬 그럴듯하게 포장할 수도 있겠죠. 하지만 글로다는 “빠르게 커지는 서비스”보다 “본질에 집중하는 서비스”를 만들고 싶었습니다.

AI-first와 People-first 사이에서 많은 창업자들이 고민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이럴수록 한 발짝 뒤로 서서 AI가 왜 등장했는지, 누구를 위한 기술인지, 지금의 AI가 우리의 삶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를 차분히 생각해봐야 하지 않을까요. 글로다 팀에게 AI는 여전히 중요한 도구입니다. 다만 그 도구는 언제나 문제를 명확히 본 뒤 선택되어야 한다고 믿습니다. AI가 판치는 시대일수록, 우리는 더 자주 묻고, 더 느리게 결정하려 합니다. 그게 글로다가 생각하는 본질을 유지하는 창업의 방식입니다.

 

 

그래서, 글로다가 집중하고 싶은 본질이란

그럼 다시 본질에 대한 이야기로 돌아와볼까요.

여러분에게 가장 중요한 인생의 가치는 무엇인가요?

저에게는 연대와 사람 간의 만남입니다. 사람과 사람의 만남은 때로 모래사막 위에 불어오는 가장 큰 바람이 될 수 있다고 믿습니다. 창업을 시작했던 이유도 “세상을 바꾸고 싶다”는 거창한 야망보다는, 한 사람의 세계를 조금이라도 바꾸고 싶다는 아주 작은 낭만에 가까웠던 것 같습니다. 스쳐 지나가며 도운 사람, 도움을 주고 싶었지만 그러지 못했던 사람, 그리고 내 인생의 방향을 바꿔놓은 사람들. 돌아보면 지금의 저를 만든 건 기술이나 물질이 아니라 항상 사람이었습니다.

사람의 뇌를 확대해 보면 지구와 닮아 보인다는 이야기를 좋아합니다. 작은 선택 하나가 누군가의 세계를 뒤흔들 수 있다는 뜻 같아서요. 그래서 글로다는 사람을 연결하는 일을 아주 조심스럽게, 동시에 진지하게 대하려 합니다.

 

 

그럼 글로다는 아예 AI 없이 창업하나요?

아니요.

확실한건, 현재 글로다의 MVP에는 AI가 들어가 있지 않습니다. 엄청난 기술력도 동반되어있지 않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글로다가 AI를 배제하는 팀은 아닙니다. AI를 비판적으로, 그리고 필요한 지점에 맞춰 사용하는 것과 시대의 흐름에 떠밀려 의미 없는 선택을 하는 것은 분명히 다르다고 생각합니다. 글로다의 로드맵에는 분명하고, 검증 가능한 목적을 가진 유의미한 AI 활용 계획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글로다는 아직 10명도 되지 않는 아주 작은 팀이고, 세 개의 글로벌 지역에 팀원들이 흩어져 있는 분산된 팀이며, 무엇보다 빠른 검증과 반복(iteration)을 최우선으로 두는 팀입니다. 저는 팀원들에게 필요하다면, AI 스터디와 활용을 적극적으로 권장하고 있습니다.

다만, 이 단계에서 글로다에게 중요한 것은 “AI를 쓰고 있느냐”가 아니라, 지금 이 순간 가장 빠르게 본질을 검증할 수 있느냐였습니다. AI는 강력한 도구이지만, 초기 단계에서는 속도를 높이기보다 오히려 판단을 흐리고 복잡도를 키울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글로다는 의도적으로 AI 없이도 충분히 돌아가는 구조부터 먼저 만들기로 선택했습니다. 그 위에, 정말 필요해지는 지점이 왔을 때만 AI를 얹는 것이 더 건강한 방향이라고 판단했습니다.

 

 

글로다에게 AI는 목표가 아니라 수단입니다.

그리고 수단은 언제나, 문제가 충분히 이해된 뒤에 선택되어야 한다고 믿습니다. AI가 넘쳐나는 시대일수록, ‘무엇을 만들까’보다 ‘무엇을 남길까’를 먼저 고민하는게 더 많은 걸 말해주는 순간도 있으니까요. 다음 글에서는 글로다가 ‘본질을 찾는 MVP’를 만들기까지 어떤 질문들을 던졌는지, 그리고 글로다가 어떤 출발선에서 시작됐는지를 솔직하게 풀어보려 합니다.

 

 

 


 

💬 글로다 사업개발 팀 BAMBI (밤비)

오늘 제 글은 어떻게 읽으셨나요? 언제나 솔직하고, 담백한 이야기 속에 제 생각을 담으려 합니다. 물론 이 생각들 역시 하나의 가설이자, 어쩌면 허상일 수도 있겠습니다. 다양한 의견을 자유롭게 나눠주신다면 이 이야기는 더 입체적이고, 더 재미있어질 것이라 믿습니다.

끝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References

Butterfield, S. (2013). We don’t sell saddles here. Slack Founder Stewart Butterfield’s blog post. https://medium.com/@stewart/we-dont-sell-saddles-here-4c59524d6501

CB Insights. (2021). The Top 12 Reasons Startups Fail. CB Insights Research. https://www.cbinsights.com/research/report/startup-failure-reasons-top/

Chesky, B. (2017). How Airbnb started. Y Combinator Startup School Talk. https://www.ycombinator.com/library/4A-how-airbnb-started

Islam, F., & Smith, O. (2026). AI boom will produce victors and carnage, tech boss warns. BBC. https://www.bbc.com/news/articles/cr57p2ve8glo

John Cassidy. (2025). Is the A.I. Boom Turning Into an A.I. Bubble? The New Yorker. https://www.newyorker.com/news/the-financial-page/is-the-ai-boom-turning-into-an-ai-bubble

Nasir, H. (2024). Baidu CEO warns AI is just an inevitable bubble — 99% of AI companies are at risk of failing when the bubble bursts. Yahoo! Finance. https://finance.yahoo.com/news/baidu-ceo-warns-ai-just-162313926.html

Ries, E. (2011). The Lean Startup: How today’s entrepreneurs use continuous innovation to create radically successful businesses. Crown Business.

Sanghvi, P. (2025). Ray Dalio Warns of an AI-Driven Bubble Resembling the Dotcom Era. Financial Modeling Prep. https://site.financialmodelingprep.com/market-news/ray-dalio-warns-of-an-aidriven-bubble-resembling-the-dotcom-era?utm_source=chatgp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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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업 추구미는 가늘고 길게. People-first.

댓글 1
완전 공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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