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전략 #프로덕트 #트렌드
쿨하지 못한 OpenAI, 어딘지 낯설다

오늘의 세줄요약!

 

1. Gemini의 돌파에 OpenAI가 결국 ‘코드 레드’를 선포했어요.

2. 대응은 빨랐지만, 전략적으로 유효했는지는 아직 물음표예요.

3. 낯선 언더독의 자리에서 OpenAI는 다시 한번 증명이 필요한 순간이에요.

 


OpenAI, 처음 마주한 2위

 

지난 뉴스레터에서 AI 업계의 지각 변동에 이야기한 바 있습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구글이 있었는데요. 지난 11월에 공개된 Gemini 3 Pro는 주요 벤치마크에서 최상위권 성적을 보여주었고, 당연히 비교 대상에 오른 OpenAI의 최신 모델보다도 높은 평가를 받았습니다. 지난 3년간 견고했던 OpenAI의 독주 체제가 처음으로 균열을 낸 순간이었습니다.

 

이 변화는 단순한 성능 그래프의 역전 그 이상의 의미를 갖습니다. 생성형 AI 태동기 이후 처음으로 OpenAI가 '언더독(Underdog, 추격자)'의 위치에 놓였기 때문입니다. 바닥부터 산전수전을 겪으며 성장한 빅테크들과 달리, ChatGPT의 등장과 함께 곧바로 왕좌에 올랐던 OpenAI입니다. 한 번도 겪어보지 못한 2등의 위치에서 어쩌면 위기관리 경험의 부재가 드러나지는 않을까 우려했는데, 그 우려가 현실이 되고 있는 듯합니다.

 


담담한 척했지만, 결국 '코드 레드'

 

Gemini 3 Pro 출시 직후, OpenAI 내부 분위기가 심상치 않게 돌아가자 샘 올트먼 CEO는 먼저 진화에 나섰습니다. 사내 메시지를 통해 구글이 인상적인 성과를 냈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결국 최종 승자는 초지능(ASI)에 먼저 도달하는 곳이 될 것”이라며 직원들을 독려했습니다. 단기적인 충격일 뿐 장기 비전은 흔들리지 않는다는, 겉으로 보기엔 꽤 ‘쿨한’ 태도였습니다.

 

생성 : Nano Banana Pro > GPT-5.1

 

그러나 그 여유는 오래가지 못했습니다. 12월 1일, 올트먼은 결국 전사적으로 ‘코드 레드(Code Red)’를 선포합니다. 이번 상황을 회사의 존망이 걸린 중요한 전환점으로 규정하고, ChatGPT의 속도·안정성·개인화·질문 커버리지 확장에 모든 역량을 쏟아부을 것을 지시했는데요. 특히 멀티 트랙 확장 전략의 핵심 프로젝트들이었던 광고 프로젝트부터 헬스케어 및 쇼핑 에이전트, 영상 생성 모델인 SORA까지. 모두 즉시 중단되거나 후순위로 밀려났습니다.

 

흥미로운 점은 내부 메모에서 경쟁자인 ‘Gemini’의 이름이 직접 명시되었다는 사실입니다. 지난 3년간 경쟁사의 이름을 입에 올릴 필요조차 없었던, 더 그래서 고고해 보였던 OpenAI가 이제는 내부 직원들에게 “우리가 누구와 싸우고 있는지”를 설명해야 하는 방어적 위치에 섰음을 스스로 자인한 셈입니다.

 


해제까지 3년 걸린 구글, OpenAI는?

 

OpenAI가 '코드 레드'를 발령하게 만든 장본인은 구글입니다. 하지만 역사는 짓궂게도 정확히 3년 전의 상황을 데칼코마니처럼 비추고 있습니다. 2022년 말, 당시 AI 왕좌를 지키던 구글이 바로 OpenAI 때문에 '코드 레드'를 선언했었으니까요. 이제는 공수만 뒤바뀐 셈입니다.

 

당시 ChatGPT의 등장에 경악한 구글 경영진은 "검색의 패러다임이 송두리째 바뀔 수 있다"며 비상벨을 눌렀습니다. 창업자들까지 소환하며 전사적 대응에 나선 끝에 서둘러 내놓은 대항마가 바로 '바드(Bard)'였습니다.

 

출처 : Investing.com

 

하지만 결과는 참혹했습니다. 바드는 첫 시연 영상에서부터 오답을 내놓는 치명적인 실수를 저질렀고, 시장의 실망감은 구글의 주가 폭락으로 이어졌습니다. 누구도 무너뜨릴 수 없을 것 같던 '거대 공룡' 구글이, 혜성처럼 등장한 다윗(OpenAI)에게 다리를 걸려 비틀거리고, 급하게 일어나려다 자기 발에 걸려 다시 넘어지는 굴욕적인 모습으로 전락한 순간이었습니다.

 

그런데 3년이 지난 지금, 그때의 구글과 너무나 닮은 모습이 OpenAI에서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코드 레드'를 선언한 OpenAI가 내놓는 대응책들은 어딘가 모르게 성급해 보입니다. 마치 3년 전 당황했던 구글의 스텝이 꼬였던 것처럼 말이죠. 그 조짐은 두 가지 장면에서 뚜렷하게 드러납니다.

 


초조함의 근거, GPT-5.2 조기 등판설

 

첫 번째 징후는 바로 차기 모델의 출시 일정입니다. 최근 해외 유력 매체들을 통해 OpenAI가 GPT-5.2의 출시를 앞당길 것이라는 소식이 흘러나왔습니다.

 

이것이 유독 낯설게 느껴지는 이유는, 그동안 OpenAI가 고수해 온 "제품 출시의 타이밍은 우리가 결정한다"는 특유의 고집과 여유가 사라졌기 때문입니다. 지금까지 OpenAI는 시장의 요구보다 자신들의 기술적 로드맵과 안전성 기준을 최우선으로 두었습니다. 경쟁사가 무엇을 내놓아도 언제든 우리가 제칠 수 있다는 '자신감'과 '마이웨이'가 그들의 강력한 브랜딩이기도 했죠.

 

하지만 Gemini 3가 호평을 받은 직후, 예정에 없던 차기 모델 소식을 급하게 흘리는 모습은 전형적인 '반응형 전략'에 가깝습니다. 물론 정말로 기술적 준비가 완벽하게 끝났기 때문에 내놓는 것일 수도 있겠지만, 타이밍상 빼앗긴 시장의 스포트라이트를 되찾기 위해 무리하게 일정을 조정하고 있는 느낌을 지울 수 없습니다.

 

이는 3년 전 구글이 준비되지 않은 '바드'를 서둘러 무대에 올렸던 실수와 겹쳐 보입니다. "우리가 기준이다"라고 말하던 선도자가, 이제는 "우리도 그만큼 할 수 있다"라고 외치는 추격자의 화법을 쓰기 시작한 것입니다.  

 


논쟁을 부른 '생산성 리포트'

 

OpenAI의 조급함이 엿보이는 두 번째 장면은 뜬금없이 발표된 '기업 AI 현황(The state of enterprise AI)'입니다. "직장인의 업무 시간이 하루 평균 1시간 단축된다"는 이 발표는, 표면적으로는 최근 고개를 드는 'AI 거품론'을 반박하기 위한 데이터로 보입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이 보고서의 발표 시점과 내용의 빈약함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출처 : the-state-of-enterprise-ai_2025-report (of OpenAI)

 

우선, 이 조사는 철저히 '자기 보고(Self-report)'에 의존하고 있습니다. "생산성이 올랐다고 느낀다"는 주관적 응답은 "실제로 생산성이 올랐다"는 객관적 지표와는 거리가 멉니다. 특히 최근 학계에서는 AI가 만든 그럴듯하지만 부실한 결과물, 즉 '워크슬롭(Workslop)'을 수정하는 데 드는 보이지 않는 비용을 지적하고 있습니다. AI가 초안을 빨리 써줘서 1시간을 아꼈다고 답했지만, 그 초안을 팩트체크하고 수정하느라 2시간을 썼다면 실질 생산성은 오히려 마이너스일 수 있다는 맹점을 이 보고서는 간과하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경쟁사의 기술적 성과가 시장을 흔드는 시점에 굳이 이런 설익은 데이터를 꺼내 들었다는 점입니다. 이는 "우리의 기술은 여전히 유용하다"는 것을 필사적으로 증명해야 하는 방어 기제로 읽힐 여지가 다분합니다. 3년 전 구글이 검색 시장 방어를 위해 설득력 없는 논리를 폈던 때처럼 말이죠.

 


'뒷배' 없는 OpenAI

 

물론 OpenAI에게 '코드 레드'는 선택이 아닌 필수였을지 모릅니다. 검색, 유튜브, 안드로이드와 같은 든든한 '뒷배'가 있는 구글과 달리, OpenAI에게 AI 분야의 주도권 상실은 곧 존재 가치의 소멸을 의미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시장, 특히 투자자들이 기대하는 '압도적인 리더'의 모습과 지금 그들이 보여주는 허둥지둥한 모습 사이에는 괴리가 있는 것도 분명합니다.

 

지난 3년간 "AI의 미래 = OpenAI가 그리는 대로"라는 공식은 의심할 여지없는 진리였습니다. 그러나 지금 그 등식은 성립하지 않습니다. 오늘날의 AI 트렌드는 다수의 기업과 서비스가 얽혀 함께 만들어가고 있으며, OpenAI는 그 거대한 흐름 속 '하나의 플레이어(One of them)'가 되었습니다.

 

아마 창사 이래 처음 접하는 이 평범한 위치가 낯설고 당혹스러울 수 있습니다. 하지만 서두르면 체하는 법입니다. 3년 전 구글이 조급함에 넘어지며 뼈저리게 배웠던 교훈을, 지금의 OpenAI는 잊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위 글은 '테크잇슈' 뉴스레터에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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