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겨진 잠재력 발굴을 위한 로컬크리에이터 창업자 육성
매년 하반기, 전국 곳곳에서 다양한 창업 행사가 열린다. 광주창업페스티벌(10월 30~31일, 광주빛고을창업스테이션) 역시 그중 하나다. 행사에는 익숙한 지역 창업기업들이 참여해 IR 발표와 부스 운영을 진행한다. 그 자리에 서기까지 이들이 아이템 개발, 지원기관 연계, 투자 유치등에 기울인 노력을 생각하며 그들의 성공을 기원한다.
광주·전남 지역은 창업지원 인프라 확충과 공공 주도의 프로그램 운영으로 양적 성장을 이뤘지만, 성과는 일부 기업과 창업자에게 집중되고 있는 것으로 느껴진다는 목소리들이 있다. 이는 초기 단계에서 가시적 성과를 만들기 위한 과도기적 현상으로 볼 수 있지만, 결과적으로 신규 창업자의 진입장벽을 높이고 잠재력 있는 예비 창업자의 도전을 제약하는 역효과를 낳고 있는 부분도 있다. 또한 실제로는 지역 내에서 보기 힘든 ‘주소 이전형 기업’이 각종 지원 혜택을 받는 사례가 지적되면서, 현장의 불만도 커지고 있다.
이제는 ‘얼마나 많은 기업을 지원했는가’보다 ‘어떤 잠재력을 가진 창업자를 발굴하고 성장시켰는가’가 더 중요한 시점이다. 지원의 양과 질을 함께 고려한 구조적 균형이 필요하며, 이를 통해 지역 창업 생태계의 선순환을 만들어야 한다.
광주 송정역 시장의 ‘느린먹거리 부각마을’은 성공적인 로컬크리에이터 사례로 꼽힌다. 최근 대표와 통화하며 로컬크리에이터의 투자 접근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그는 맛 구현을 위한 아이템 개발, 대기업과의 스마트팩토리 구축, 디자인 전공자로서의 글로벌 감각, 유통채널 확보 등 여러 강점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투자자나 관련 기관이 요구하는 초기 트랙션 기준에는 부합하기 어려웠다고 말했다. 여전히 많은 로컬크리에이터가 ‘소상공인’ 범주로만 평가받으며 성장의 기회를 제한받을 수 있음을 실감했다.
다행히 최근 정부는 로컬크리에이터를 중심으로 한 지역 창업 활성화에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LIPS를 통한 소상공인 사업고도화를 위한 투자 확산, 글로컬 정책 지원, 로컬 산업 육성을 통한 지역 소멸 대응 등 제도적 기반이 빠르게 확장되고 있다. 이러한 변화의 흐름 속에서, 잠재력 있는 로컬 창업자를 발굴하고 육성할 수 있는 주체로서 지역 액셀셀러레이터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액셀러레이터는 단순한 정책자금 집행자나 투자기관이 아니다. 지역 산업의 흐름을 분석하고, 새로운 성장 구조를 설계하는 설계자이자 동반자여야 한다. 특히 로컬크리에이터의 성장을 위해서는 진입장벽을 낮출 수 있는 소액·전략적 매칭 투자, 단계별 목표에 따른 마일스톤 기반 지원체계, 그리고 지역성과 글로벌 시장을 연결하는 네트워크 구축이 필요하다. 다양한 액셀러레이팅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만난 농식품기업이나 LIPS 연계 기업들을 보면, 지역 내에도 충분한 성장 잠재력이 존재한다는 확신이 든다. 이미 역량을 갖춘 창업자에게는 확장성을, 아직 발굴되지 않은 창업자에게는 잠재력의 기회를 제공하는 체계가 자리 잡는다면, 지역 창업 생태계는 더욱 건강하게 순환할 것이다.
그동안 지역의 다양한 창업자와 투자자들을 만나며 “가능성 있는 새로운 기업이 있나요?”라는 질문을 자주 받았다. 그럴 때마다 지역 액셀러레이터로서의 역할과 책임을 다시 떠올리게 된다. 대표와 통화를 마무리하며 “요즘 지원사업이나 투자 프로그램에서 잘 안 보이시던데요?”라고 묻자, 그는 이렇게 답했다. “저도 많은 지원을 받았고, 지금 보이는 분들은 그 자리에 서기 위해 얼마나 많은 노력을 하셨을까요.”
전화를 마치며 생각했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꾸준히 도전하는 이들의 노력이 결국 지역의 새로운 가능성을 만들어간다. 그리고 맥주 안주로 로컬의 부각은 정말이지 좋은 궁합인거 같다.
와이앤아처 융합성장그룹 정금남 파트장
<본 콘텐츠는 25년 11월 발행된 ‘와이앤아처 뉴스레터 제17호’에 게시된 콘텐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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