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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스루는 왜 AI agent에 사활을 거는가? 1부: 보이스루의 경쟁사는 사실은 XX이었다

현재 보이스루는 확실히 많은 것을 이뤄냈다. 100명 안팎의 미디어 테크 스타트업으로서, 나는 우리의 성과에 당당하다.

  • 압도적인 생산성 향상: 불과 몇 년 전, 한 명의 프로젝트 매니저(PM)가 한 달에 처리하는 웹툰은 20여 개에 불과했다. 현재 보이스루의 PM은 월 200개의 작품을 거뜬히 관리한다. 단 한 명의 PM이 300명이 넘는 유튜버의 글로벌 콘텐츠 제작을 책임지기도 한다.
  • 굳건한 시장 1위: 우리의 '자메이크(JAMAKE)'는 수많은 크리에이터들이 신뢰하는 유튜브 번역 플랫폼 1위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고, 꽤나 흥미로운 새로운 기능들의 출시를 앞두고 있다.
  • 의미 있는 재무 성과: 웹툰 번역 시장의 20~30%를 담당하고 있으며, 작년 연말을 기점으로 손익분기점(BEP)을 달성했다.

2017년, 처음 “미디어 생산체인이 변한만큼, 미디어 번역도 변해야한다”에서 시작한 작은 씨앗이, 그래도 꽤나 의미있는 목적지까지 도달했다.

여기까지 온 우리는 자신감이 있었다. 우리가 만든 뛰어난 솔루션을 고객과 나누고, 함께 폭발적인 성장을 만들어가면 될 줄 알았다.

음… 하지만 결론부터 말하면, 이 전략은 몇몇 고객사를 제외하고는 실패했다.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제목에서 이미 밝혔듯 우리가 마주한 가장 거대한 벽은 다른게 아니라,

바로 엑셀과 스프레드시트였다.

현장의 업무 구조는 생각보다 훨씬 고도화되어 있고, 그만큼 비효율적인 부분이 많다. 누구나 반복적인 업무를 자동화하고 싶어 한다.

그리고, 그 모~든 자동화 이론은 간단하다.

  1. 모든 정보를 정해진 규칙에 따라 데이터베이스에 저장하고,
  2. 그 데이터를 기반으로 모든 업무 흐름을 자동화하며,
  3. 궁극적으로 개발 ROI와 효율화 ROI를 계산하며 성장한다.

RPA, PI, BPR... 어떤 용어로 부르든 목표는 같았다.

음..하지만 현실은 달랐다. 현실의 왕은 언제나 엑셀이었다.

왜일까? 엑셀은 ‘현장 사용자’에게 완벽에 가까운 툴이었기 때문이다.

  1. 압도적인 유연성: 업무 방식이나 관리 항목이 바뀌어도 개발자의 도움 없이 사용자가 즉시 구조를 바꿀 수 있다.
  2. 강력한 협업 및 관리: 실시간 공동 편집, 필터, 정렬, 피벗 테이블 등 즉각적인 데이터 가공과 공유가 너무나 쉽다.
  3. 초월적인 직관성: 엑셀은 단순한 2차원 표가 아니었다. 사용자들은 셀 색상, 굵기, 메모, 칸 병합 등을 조합해 오직 자신만이 직관적으로 해독할 수 있는 3~4차원의 데이터를 창조했다.

이것은 당장의 안락함과 편안함을 주는 ‘완성형’ 솔루션처럼 보였다. 하지만 시스템 관점에서 보면, 데이터로서의 가치를 상실한 정보의 무덤이었다.

웃긴건, 정신을 차리고 보니, 보이스루 내부에서조차 한 명당 10~15개의 엑셀 시트로 데이터를 관리하고 있었다. 데이터가 중앙 시스템 바깥에 흩어지면, 여지없이 끔찍한 악순환이 시작됐다.

  • 자동화의 실종: 데이터가 파편화되어 있으니, 자동화는 불가능에 가까웠다.
  • 휴먼 리스크의 폭증: 데이터의 자유도가 높다는 것은 곧 사람의 실수에 취약하다는 의미였다. 오타, 누락, 잘못된 복사/붙여넣기 등 휴먼 리스크가 곳곳에서 터져 나왔다.
  • 비효율의 심화: 이 휴먼 리스크를 관리하고 수습하기 위해 또 다른 인적 자원이 투입됐다. 결국 비효율을 막기 위해 더 큰 비효율이 발생하는 셈이었다.

 

엑셀은 편리한 불량식품을 넘어, 어찌보면 내 눈에는 끊을 수 없는 마약과도 같아 보였다.

 

그래서 다른 꿈을 꾸려한다.

솔루션 도입은 단순히 소프트웨어를 설치하는 일이 아니다. 프로세스, 조직, 데이터, IT 시스템, 그리고 일하는 문화가 동시에 바뀌어야 하는 거대한 변화다. 우리는 그간 고객들에게 마약과도 같은 편리함을 가진 엑셀을 버리고, 이 고통스러운 변화를 감수하라고 설득해야 했다.

보이스루 내부에서조차 완벽히 성공하지 못한 일을 고객에게 강요하는 것은 오만이었다.

그래서 우리는 이제 다른 꿈을 꾸려 한다.

더 이상 엑셀과 싸우지 않기로 했다. 세상의 모든 업무를 우리의 시스템으로 ‘전환(Innovation)’시키려는 계획 대신, 사용자의 기존 업무 방식을 그대로 존중하며 힘을 더하는 ‘프로세스 증강(Process Augmentation)’을 이야기하고자 한다.

엑셀을 쓰는 사람은 계속 엑셀을 쓰게 두고, 슬랙으로 소통하는 팀은 계속 슬랙을 쓰게 두면서, 그 과정에 보이스루의 AI가 자연스럽게 스며들어 사람이 하던 불편하고 반복적인 일을 대신 처리해주는 세상.

이것이 우리가 ‘AI Agent’에 사활을 거는 이유의 시작점이다.

우리의 진짜 경쟁자가 누구인지 깨달은 지금, 보이스루는 어떻게 이 문제를 해결하고 있을까? 왜 ‘프로세스 증강’의 핵심이 AI Agent가 될 것이라고 확신하게 됐을까?

그 구체적인 이야기는 2부에서 이어진다.


주요 독자를 위한 2-Level Deep Dive:

  • KPI 변화: PM의 생산성이 10배(10x) 향상된 배경에는 단순히 툴만 있는 것이 아니다. 태스크 분배, QA 과정, 정산 자동화 등 파편화된 업무를 토투스(TOTUS)라는 중앙 시스템으로 통합하려는 초기 시도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여전히 많은 예외처리와 커뮤니케이션 비용이 엑셀과 메신저에서 발생했고, 이것이 한계로 작용했다.
  • 기술적 과제: 엑셀의 '비정형적 정형 데이터' (unstructured-structured data)는 머신러닝 모델이 가장 다루기 힘든 문제다. (A1: "프로젝트 시작일", A2: "2025-07-26")과 같이 명확한 스키마가 아닌, 셀의 색깔('노란색' == 긴급)이나 특정 위치('C5셀' == 담당자 이름)에 암묵적인 의미가 부여된 데이터를 시스템이 이해하고 처리하게 만드는 것은 매우 어려운 기술적 도전 과제다. 이것이 바로 우리가 AI Agent를 통해 해결하려는 핵심 문제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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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헌 보이스루 · CE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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