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지난 4월 2일 제가 운영하는 뉴스레터 “AI 안테나”에 실린 기사입니다.
“모든 창업자 분들이 용기있다고 생각합니다. 저도 예전에는 창업에 대한 꿈과 열정이 있었지만, 사실 용기가 나지 않아서 못했었거든요. 그래서 모든 창업자 분들을 리스펙하는 마음을 항상 가지고 있습니다.”
AI 분야의 스타트업 예비창업자들과 초기 창업자들을 위한 귀한 조언들이 쏟아졌습니다. 지난 4월 1일 “2025 AI 트렌드와 스타트업”을 주제로 강남 취창업허브센이 주최한 포럼에서 마련한 자리였습니다. 우리나라에서 AI 투자를 가장 활발하게 하고 있는 투자 심사역 3명을 연사로 모시고 ‘요즘 AI 투자 시장’에 대한 이야기와 실제 이들이 투자하는 기업들에 관한 사례, 그리고 전망 등을 들어볼 수 있었습니다.
30여 분간 진행됐던 세션에서 어떤 이야기가 오갔는지 기사로 담았습니다. 사회는 카이스트청년창업투자지주 안준현 이사가 봤고, 3명의 심사역으로는 퓨처플레이 성윤모 수석심사역, 인터베스트 차민철 수석심사역, 플래티넘기술투자 강주석 팀장이 나와 인사이트를 전했습니다.
각 하우스마다 어떤 AI 회사에 투자를 했고, 어떤 점을 보고 투자를 결정하고 있을까요?
이러한 질문에 각 심사역들의 대답들을 모아서 정리했습니다. (실제 대화 원문이 궁금하신 분들은 저에게 메일이나 댓글로 따로 문의 주시면 전달해드리겠습니다.)
성윤모 심사역
돌고 돌아 어떤 데이터를 활용하고 얼마나 오랜 기간 숙련되게 만졌고 활용해보았는지,
결국 도메인 영역에 대한 전문성을 어느 때보다도 많이 보는 것 같습니다.
저는 퓨처플레이에어 왔습니다. 퓨처플레이는 엑셀러레이터에서 시작해서 지금은 VC 라이센스를 따 시드부터 끝까지 전 생애 주기에 걸쳐 투자를 집행합니다. 개인적으로 투자사에 오기 전에 8년 정도 공동 창업자로 스타트업을 했었고, 투자자로는 이제 3년 조금 넘겼습니다.
저희 회사는 기술 기반의 창업팀에 투자를 많이 하는데, 최근에 투자했던 팀 중에 AI를 활용하지 않은 팀은 거의 없는 것 같습니다. 예를 들어 반도체 검사와 관련된 솔루션을 만드는 회사나, 초음파를 기반으로 하는 의료기기를 기반으로 뇌에 어떤 자극을 줘서 약물 전달을 활발하게 하는 그런 회사들도 AI랑 아무런 상관이 없어 보이지만 실제로 코어 테크를 파고들면 AI를 활용하고 있거든요. 작년에도 20곳이 넘는 곳에 투자를 했지만 거의 3분의 2 가까운 프로젝트에서 AI를 활용해서 서비스가 진행됐습니다.
제가 2013년에 창업을 했거든요. 그때만 해도 흔히 이런 논리가 가능했습니다. “저희 팀 빨라요. 열심히 해요.” 그때까지만 해도 DX의 시대였고, 세상은 디지털 전환이 아직 많이 안됐기 때문에 그 논리가 먹혔어요. 대기업과 같은 기존 플레이어들이 DX를 하지 않을 때 누구든지 DX로 2~3년 먼저 플레이를 하고 시장이 되는 것 같다고 판단을 한 기존 기업이 경쟁하려 뛰어들면 어느 정도 기술적 해자를 만들어 놓을 수 있는 생태계였습니다. 그때나 지금이나 사람을 보고 투자하는 것은 시드 투자에서는 완전 동일하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요즘 AI 잘 하는 팀에 투자를 할거냐? 하면 아니라는 게 제 생각이에요. AI를 잘한다는 말은 너무 진부해요. AI 계층을 나누면 컴퓨팅, 모델, 데이터라고 말씀하셨는데 사실 데이터 활용 측면에서 창업자가 압도적으로 많을텐데, 이 범위에서 AI는 누구나 다 하는 거예요. AI를 잘 한다는 것은 누구에게나 열려 있고, 못하면 애초에 낄 수 없는 시장인거죠. 그래서 창업자를 볼 때 AI엔지니어로서 얼마나 대단한 역량을 갖추고 있느냐보다는 다시 돌고 돌아 어떤 데이터를 활용하는 분야의 창업이고, 그 모델과 관련된 데이터를 얼마나 오랜 기간에 숙련되게 만졌고, 활용해보았는지, 결국 그 도메인 영역에 대한 전문성을 어느 때보다도 많이 보는 것 같습니다.
세상에는 생각보다 많은 데이터들이 공개된 것 같아 보여도, 실제로는 그렇지 않습니다. 산업 하나하나 버티컬을 따지고 보면 해당 산업의 플레이어가 아니면 양질의 데이터를 수집하고 가지기가 어렵습니다. 그 데이터를 활용해서 유의미한 형태의 결론을 도출하거나 모델을 도출하는 게 사실 정말 어려운일이거든요. 아무리 LLM이 발전한 이 순간에도, 실제 유의미한 자기들만이 갖고 있는 독보적인 데이터가 있는가, 그 데이터를 기반으로 유의미한 결론을 도출할 수 있는지, 데이터를 만질 수 있는 힘이 있는가를 봐가면서 AI 투자를 지속할 것 같습니다.
차민철 심사역
AI를 가지고 어떻게 수익 창출을 할 것인지 고민을 많이 하고
가시성이 있는 기업이라면 투자 대상으로 삼고 있습니다.
안녕하세요 인터베스트 차민철입니다. 저는 개발을 하다가 이쪽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벤처 포탈 업계로 와서 기술 기반의 스타트업들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저희 회사도 초기 단계부터 많이 투자를 하기 때문에 여러 포트폴리오가 있는데요. AI로 음악을 사용하는 기업에 투자를 한 사례가 있어요. AI가 많이 보편화가 되고 있는데, 과거에 재미나 편의로 챗봇을 이용했다면 이제는 효용과 실용성을 테마로 사람들이 많이 쓰고 있거든요. 그런 테마에 맞는 포트폴리오들에 자유롭게 투자해왔던 것 같습니다.
또한 AI가 범위가 굉장히 큰데 저희는 서비스쪽에 많이 투자를 하고요. 모델이 이미 워낙 잘 나오고 비용이 싸지고 있는 추세이기 때문에 이러한 모델을 기반으로 실생활에 도움을 주는 여러 서비스들, 기존에 우리가 해왔던 사스(SaaS, Software as a Service 클라우드 기반의 소프트웨어 제공 모델) 개념에서 AI를 도입해 효율적이고 근본적인 변화를 일으킬 수 있는 서비스 기업에 투자하고자 합니다.
좀 더 구체적으로 보자면 수익 모델을 가지고 있는 회사를 우선시 볼 것 같습니다. 기존에는 AI를 통해 규모를 확장하거나 여러 효용을 주는 쪽으로만 탐색을 많이 했고, 실질적인 비즈니스 모델에 대해서는 고민을 많이 하지 않아서 수익 창출을 많이 하지는 못했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요즘은 AI 쪽의 투자 시장뿐만 아니라 모든 투자 쪽에서 그런 수익 창출에 대한 니즈가 많습니다. ‘AI가 많은 서비스 효용을 주긴 하지만 이걸 가지고 어떻게 수익 창출을 할 것인지’에 대해서 고민을 많이 하고 가시성이 있는 기업이라면 투자 대상으로 많이 삼고 있습니다.
강주석 팀장
창업자의 백그라운드와 도메인 지식,
그리고 AI를 위한 하드웨어를 설계적으로 풀어낼 곳
플래티넘기술투자에서 근무하고 있는 강주석이라 합니다. 저는 현대차 회사 엔지니어를 했었고 다음에 변리사 일을 하다가 왔기 때문에 산업계와 특허와 관련된 것들을 검증하면서 투자를 많이 진행하는 편입니다.
제가 작년에 투자한 기업 중 하나 떠오르는 게 산업 공정을 최적화하는 기업이 있습니다. 아마 이와 유사한 기업들이 많이 있을텐데, 제가 이 회사를 소개한 이유는 이 회사가 가지고 있는 고유의 도메인 지식이 있었기 때문인데요. 이 회사는 화학 공정 같은 블랙박스적인 부분에 대해 지식을 가지고 있었고 이를 AI에 활용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AI를 정말 잘 활용할 수 있는 회사인지, 그리고 AI가 잘 알지 못하는 자신만의 도메인 지식을 보유하고 있는지 두 가지 측면에서 중점적으로 판단을 하고 있습니다.
창업자의 백그라운드와 어떠한 도메인 지식을 가진 곳인가, 즉 어떤 데이터를 가지고 있는지가 투자를 결정하는 데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 외에 이제 AI를 위한 하드웨어를 많이 봤는데요. 온디바이스, MPU 칩이라고 하죠. 서버향이 있고 온디바이스향이 있는데, 아직 온디바이스 쪽은 뚜렷한 플레이어가 없어서 각각의 램과 롬 사이에 경험을 해결할 것이냐 아니면 캐시 메모리와 램 사이를 해결할 것이냐에 따라 아직 하드웨어적 설계적으로도 풀 문제가 많다고 생각합니다. 결론적으로, 어떤 데이터를 가진 뾰족함을 가진 기업이냐 또는 온디바이스AI 관련해서 하드웨어적 설계가 가능해서 MPU 세상을 선도할 수 있는 기업이냐에 초점을 맞춰서 탐색을 하고 있는 중입니다.
안준현 사회자
조금 덧붙이면 제 개인적으로는 어떤 창업팀을 판단할 때 제일 중요하게 보는 것 중 하나가 ‘우리의 사업이 타겟 고객으로부터 정의가 됐는가’를 굉장하게 중요히 보거든요. 기획 논리로서 작성이 된 것인지, 진짜 시장의 필요에 의해서 솔루션으로 보완이 된거냐는 굉장히 다른 문제거든요. 그리고 이제 기업들이랑 PoC를 한다고 모두 다 강조를 하지만, 중요한 것은 PoC가 끝나고 계약이 됐느냐 안 됐느냐 이제 이런 것들을 좀 중요하게 보는 편인 것 같습니다.
현장에서 나온 흥미로운 질문도 있었습니다.
“저는 AI나 데이터 활용해서 콘텐츠 업계에 관련된 지금 비즈니스를 하고 있습니다. 저의 제일 큰 고민인 부분은 실제로 AI가 굉장히 빠르게 이미지라든지 영상이라든지 음악이라든지 여러 가지 콘텐츠를 생성을 빠르게 하는데 이게 실제로 시장성이 어떻게 담보되는지에 대한 부분이 고민이거든요. 투자자 입장에서 봤을 때 콘텐츠 기업과 AI를 활용하는 것을 어떻게 시장성이 있다고 판단하거나 고려할 수 있는지가 궁금합니다.”
차민철: (시장성이 다라고 한다면) 결국에는 사용자가 콘텐츠를 많이 즐기고 사용을 해야 될 것 같아요. 이미지나 영상이나 텍스트 등 모든 방면으로 텍스트를 콘텐츠를 생성하거나 더 퀄리티 높은 콘텐츠를 생성할 수 있는지가 시장성의 중요한 요소가 될 것 같고요. 두 번째로는 그렇게 생성한 콘텐츠 자체가 또 어떻게 2차 창작 또는 활용이 되어 수익성을 담보할 수 있는지, 그 부분이 시장성을 판단할 수 있는 중요한 요소가 될 것 같습니다.
강주석: 질문이 아마 ‘이제 AI가 그림도 잘 만들고 영상도 잘 만들고 다 잘 만드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반적인 AI가 아니라 이제 내가 만든 어떤 툴로서 만드는 게 아직도 유의미한가?’ 이런 질문인 것 같습니다. 제가 그런 고민을 옛날에 똑같이 한 적이 있고요. 그때 어떤 기업을 보고 이런 점은 약간 유의할 수 있겠다라는 생각했던 곳이 있습니다.
그때가 딱 Sora가 나왔을 때였는데요. 그 회사도 영상을 만들어낸 거였어요. 더 보편적으로 쓸 수 있는 툴이 있는데, 당신이 만든 것은 어떤 의미가 있느냐고 묻는 질문에 해답이 뭐였냐면요. “우리가 학습한 데이터의 형태는 3D 모델링의 형태이고 나오는 데이터도 3D 모델링의 형태이다. Sora가 내보내는 정보는 영상 파일을 학습해서 영상 파일이 나오는 것이고, 인간이 수정하거나 후처리하기가 어렵다.” 이 경우처럼 최종적으로 나오는 정보도 중요하겠지만, 이 끝단의 정보가 중간에 어떤 식으로 형성되는지, 어떤 형태로 나올 수가 있는지, 그런 부분에서는 저는 여전히 의미가 될 수 있을 거라고 생각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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