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비주류VC의 이상한 뉴스레터]에서 발행되었습니다.
이 뉴스레터를 통해 약간은 이상하고 솔직한 VC와 스타트업 세계를 소개해드립니다.
안녕하세요.
비주류VC (Non-mainstream VC / NMSVC) 입니다.
오늘은 월요일마다 발송드리는 "VC생활 10년만에 로맨틱한 사람이 냉소적인 사람이 된 이야기" 시리즈로 찾아뵙게 되었어요.
목요일에는 제가 관심있는 스타트업 산업의 인터뷰나 좋은 글들을 발송드리고 있사오니 많은 분들께 구독 주소를 뿌려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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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열 아홉번째 이야기를 들려드릴께요.
오늘은 한국 벤처캐피탈 하우스들이 일반적으로 진행하는 투자 프로세스에 대해서 설명해 드릴까 해요.
이전 글들에서 짧게나마 말씀을 드린 바 있는데 오늘은 좀 길고 체계적으로 설명해 볼까 해요.
일반적으로 VC들은 하우스별로 조금씩 상이한 투자 프로세스를 가지고 있어요. 하지만 가장 일반적으로는 아래와 같이 진행돼죠.
바로 시작할께요!
1. 탐색(Searching)
일단 투자하고 싶은 회사를 찾는 과정이예요.
가만히 앉아만 있어도 IR자료들이 들어오는 경우도 있고 다른 VC와 식사를 하다가 알게 되는 경우도 많죠. 혹은 본인이 관심있는 섹터를 직접 검색해서 회사를 찾아내는 경우도 자주 있어요.
저 같은 경우는 작년에 멘토링 프로그램을 통해서 알게 된 업체에 투자를 하게 되었어요. 일반적으로 멘토링은 그다지 깊은 대화를 할 수 없는 경우가 많은데 이 업체는 멘토링 중 제가 생각했던 많은 의문을 해결해 주었고 향후 성장성 또한 밝아보여서 투자를 진행하게 되었어요.
이전에는 다른 VC들이 투자할 때 같이 하겠느냐는 제안을 받아서 한 적도 많아요. 일반적으로 국내 VC들이 학연이나 인맥으로 클럽딜만 쫓아다닌다는 비난을 많이들 하는데 스타트업의 Risk 규모를 감안해 봤을 때 클럽딜은 서로에게 Win-win 하는 경우가 많아요.
스타트업 입장에서는 자금을 더 구할 수 있어서 좋고, VC들은 서로 리스크를 어느 정도 분담하는 형식으로 진행할 수 있죠. 그리고 초기 스타트업은 이래저래 많은 인맥이 동원되어야 해요. 특히 C레벨을 소개받기 위해서는 투자해 준 VC들에게 의존하는 경우가 종종있는데 이럴 때 인력수급을 위해서도 클럽딜이 순기능을 하는 것이지요.
2. 만남(Meeting)
투자심사를 전제로 한 만남이라기 보다는 가벼운 티타임에 가까워요.
일단 한 번 만나보고 회사가 뭘 하는지, 앞으로의 방향성은 어떠한지를 알아보는 것이지요.
그리고 각 하우스마다 소진해야 하는 펀드가 있다면 그 펀드의 주목적에 적합할지도 생각해보는 시간이예요. 심사역이 하고싶다고 해도 결국 하우스별 상황에 따라서 못 할 경우도 생기기 때문에 은근히 이 부분을 신경쓰게 되는 것이지요.
일전에 쓴 "연매출 100억원에 순이익률 34%인 회사가 VC 미팅조차 거부한 사연" 에피소드(https://eopla.net/magazines/24818)에 잘 나타나 있듯이, 이 단계의 성사율은 높은 편은 아니예요.
VC가 만나고 싶다고 다 만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반대로 스타트업 대표님들이 VC에게 미팅을 요청해도 성사가 잘 안될 수도 있어요.
VC입장에서는 자기가 투자할만 한 업체만 만나도 시간이 모자란 경우가 많거든요. 구지 만나도 서로 답이 안나오는 업체는 안 만나느니만 못하기 때문에 일단 연락이 오면 IR Deck부터 보내주시기를 요청하는 경우가 많아요.
서로를 위해서 맞지 않다면 구지 만나지 않는 게 나은 것이지요.
좌우지간 이 단계에서 시간이 가장 많이 소요된다고 보면 돼요.
일단 소개팅을 해야 연예를 해야 할 것 아니겠어요?
이 시간이 딱 그런 시기인 것이지요.
일단 첫 번째 미팅이 잘 된다면, 기본적으로 한 두 번은 더 만나보는게 정석이예요.
저 같은 경우는 가능하면 식사 한번쯤은 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고, 가능하다면 저녁자리에서 술도 한 잔 해보는 편이예요.
멀쩡할 때 이야기하는 것과 서로 취한 상태에서 얘기하는 것은 다를 수 있거든요. 최대한 대표이사를 파악하기 위해서 노력하는 편이예요.
3. IR(Investor Relations)
미팅한 회사도 괜찮아 보이고 하우스 내부심의도 통과할 수 있을 것 같다 싶으면 본격적으로 IR을 진행하게 돼요.
여기서부터는 공식적인 투심 절차라고 봐도 무방할 것 같아요.
어찌되었든 VC하우스 내부 인력들의 시간을 뺏어야 하는 과정이거든요.
회사의 대표님이 직접 VC하우스로 내방해서 약 1시간 동안 IR을 진행해요. 대략 30분 정도 발표를 하고 나머지 시간은 Q&A로 진행되는 경우가 많아요. IR 자체보다는 이 Q&A를 통해서 "진짜 심사"가 진행된다고 생각하면 돼죠.
발표는 정말 잘 했는데 이 Q&A에서 막히는 바람에 투자가 안 되는 경우도 생각보다 많이 발생해요. 사실상 IR을 통과하면 별 문제가 없을 시 투자까지 해보겠다는 의지로 보아도 무방하죠.
제가 일하는 하우스도 일반적으로 IR 후 서로의 의견을 교환하는 경우가 많고, 그 과정에서 자체적으로 Drop되는 경우도 많아요. IR을 신청한 투자심사역이 IR과 Q&A를 들어보고 스스로 Drop하는 경우도 비일비재하죠.
그만큼 IR을 통해서 얻을 수 있는 정보가 많다는 반증이기도 해요. 창업자분들이 이 IR에 많은 시간과 노력을 쏟는 이유를 알 수 있죠.
4. 예비투자심의위원회(Preliminary Investment Review Committee)
IR을 통과한 후 심사역이 본격적으로 예비투자심사보고서를 작성해서 하우스 내 모든 심사역들을 모아 놓고 설명을 하는 시간이예요.
이 시간을 통해 IR때 미쳐 알지 못했 던 사실들이나 이미 알고는 있지만 좀 더 명확하게 알아야 할 부분들에 대해서 논의해요.
특히 예상되는 향후 5개년 예상 손익계산서에서 많은 갈등이 생기는데 이 부분이 상당히 정교하고 설득력 있어야 Exit 시점의 기업가치 책정에도 이의가 없을거예요.
기업가치(밸류) 산정에 대해서는 일전에 쓴 "창업자라면 반드시 알아야 할 밸류 산정에 대한 3가지 진실" 에피소드에 잘 나와있으니 참고바래요. https://eopla.net/magazines/23382
만약 예비투자심사보고서의 내용이나 논리력이 부족하거나 심사역이 미쳐 다른 심사역들의 이의제기를 막아낼 만큼의 지식을 갖추지 못 했다면, 이 과정이 한 번 더 있을 수 있어요.
대부분의 하우스에서는 예비투자심의위원회를 상당히 빡세게(?) 진행하는 편이예요. 왜 냐면 이 다음 단계부터는 돈이 들어가기 때문이지요.
5. 리스크심의위원회(Risk Review Committee)
예비투자심의위원회를 통과했다면 이제는 회사에 대한 자산부채 평가 혹은 투자 전 실사를 진행할 차례예요.
용어는 혼용되기도 하는데 실제로는 회계법인 한 곳을 선정하여 투자하고자 하는 회사의 재무제표 및 손익계산서가 정확한지, 재고 자산은 정확히 기재가 되어 있는지, 회계 처리 방법은 문제가 없는지 등을 꼼꼼하게 검사하는 것이지요.
일반적으로 스타트업들은 자금사정으로 인해 세무법인에 기장을 맡기는 경우가 많아요. 세무법인은 아시다시피 회계 계정과목 처리에 대해서는 조금은 제너럴 하게 하는 경우가 많아요.
그래서 VC가 직접 회계사를 보내 재무실사를 진행하면 완전히 다른 재무제표가 나와버리는 경우도 왕왕 있어요. 매출액은 달라지기 어렵지만 원가를 인식하는 방법이나 재고자산에 대한 처리는 회계법인이 봤을 때 잘못 기장되는 경우가 자주 발생하거든요. 대게 수정 사항이 발생하는 편이고 심각한 경우에는 당기순이익이 굉장히 많이 깎여버리기도 해요.
이 리스크심의위원회는 예비투자심의위원회 때는 참석하지 않았던 "리스크관리담당자"가 참석하는데 투자건에 대한 성공 가능성 보다는 투자과정이나 법적인 문제점 등을 집중적으로 검토해요.
리스크관리담당자가 이 과정에서 아주 중요한 문서를 작성하고 승인을 내는데 바로 "준법사항체크리스트"라는 서류예요. 이 서류는 한국벤처투자의 자펀드 운용사라면 무조건 작성을 해야 돼요.
내용은 투자재원이 되는 자펀드의 규약과 이 투자건이 일치하는지에 대해서 체크를 하게 되어있는 일종의 큰 "표"라고 보면 돼요.
자세한 건 다음 기회에 다뤄보도록 할께요.
리스크심의위원회를 넘어갔다면 이제 8부능선은 넘어갔다고 봐도 무방해요.
6. 투자심의위원회(Investment Review Committee)
리스크심의위원회를 거치면 이제 남은 건 투자심의위원회 하나 뿐이예요.
하우스별로 이 부분에서 상이한데, 리스크심사와 투자심사를 동시에 하는 경우도 있어요. 어떤 곳은 예비투자심의위원회가 사실상의 투자심의위원회라고 하는 곳도 있더라구요.
좌우지간 대부분의 하우스들은 이 마지막 단계는 스킵하는 수준이예요.
리스크심의 때 거의 99% 의사결정을 하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투자심의위원회 당일에는 담당 심사역이 서류를 뽑아서 날인을 받으러 다니는 날이라고 봐도 무방하죠.
큰 문제가 없다면 투자심의위원회도 모두의 날인과 함께 무사히 마치게 돼요.
7. 계약서 날인(Sign the Contract)
투자심의위원회를 마치면 심사역들은 곧장 투자하고자 하는 회사에 연락을 취해서 계약서 날인 날짜를 잡는 편이예요.
대부분 최대한 빠른 날짜에 잡는 편인데, 사실 계약서도 리스크심의위원회 통과 이후부터는 활발하게 오가서 이 때쯤이면 거의 최종본이 나와있는 경우가 많아요.
일반적으로 예비투자심의회 때 결정 했던 투자조건들에서 큰 변화가 없어야 스무스하게 통과가 가능하기 때문에 이 단계에서는 계약서 날인이 빠를 수록 좋다고 봐도 무방하죠.
물론 계약서 날인 직전에 딜이 깨지는 경우도 종종 발생하는데 그건 거의 "사고"에 가까운 수준이라고 봐야돼요.
예전에는 투자심사역이 회사로 찾아가서 날인을 받아오거나, 회사가 VC하우스로 찾아오는 등 방문이 일반적이었는데, 코로나를 지나면서 이제는 그냥 퀵으로 모두 처리하는 시대가 되었어요.
정이 없어진 것인지, 세상이 좋아진 것인진 모르겠지만 암튼 그래요.
8. 납입(Capital Injection)
대게 납입 후 일주일 이내에는 납입하는 것이 관행이예요.
일반적으로 벤처투자조합은 모두 수탁사를 지정해 두고 있어요. 수탁사는 조합의 자산을 관리해주는 회사라고 보면 되고 일반적으로 은행이 맡게 돼죠. 수탁사에 납입하기 2일 전에는 납입 일정을 알려줘야 납입이 수월하게 돼요.
그래서 계약서 날인한 주의 마지막 영업일이라든가 아니면 날인한 다음주 월요일이라든가...아뭏든 계약서 날인하고 나면 납입은 빠르게 해주는 게 예의 같아요.
회사 입장에서도 납입되기 전까지는 절대 안심이 안되니까 계속 노심초사할 확률이 높거든요.
납입한 후에는 회사가 등기 과정을 거쳐서 등기부등본을 수정해야 하고, 수정 된 등기부등본을 VC하우스로 발송해 줘야 해요.
그리고 그 외에도 각종 잡다구레(?)한 서류를 좀 더 제출해야 하는데 이 때 원활한 소통을 위해서 계약서 날인 전에 일종의 Check List를 회사에 발송해 주는 게 관행이예요.
여기까지 끝났으면 이제 정말 결혼생활이 시작된다고 봐야돼요.
아름다운 결혼으로 끝날 수도, 좋지 않은 결말로 끝날 수도 있지만 이런 과정을 함께 겪은 회사와 심사역은 매우 친밀한 관계가 형성돼요.
이번 에피소드를 정리해 볼께요.
1. 일반적으로 한국 VC들은 탐색→만남→IR→예비투자심의위원회→리스크심의위원회→투자심의위원회→계약서 날인→납입의 순서로 투자를 진행해요.
2. 기간은 변수가 있을 경우 상이하지만 일반적으로 IR후 한달 이내에는 마무리 되는 것이 일반적이예요.
3. 각 하우스별로 상기 순서는 조금씩 다를 수 있어요. 몇 몇 과정이 통합 된다거나 아니면 없을 수도 있으니 미리 알려드리는 바예요.
4. 각 프로세스별로 중요 한 이슈들이 존재해요. 본문을 참조바래요.
* 별 것 아닌 것 같지만 이런 프로세스를 숙지해 두면 투자유치 시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해서 써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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