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덕트 #마인드셋 #커리어
단 7년 만에 인턴에서 제품 총괄 디자인 디렉터까지, 무엇이 달랐을까요?

지라(Jira), 컨플루언스(Confluence), 트렐로(Trello), 룸(Loom)

IT 스타트업에 종사하고 계시다면 이 프로덕트들을 이미 사용중이시거나 적어도 한 번쯤은 들어보셨을 텐데요. 이는 모두 호주 기반의 글로벌 기업 아틀라시안(Atlassian)의 대표 제품들입니다. 

아틀라시안의 시가총액은 약 56조 원으로, 네이버와 카카오의 시가총액을 합산한 가치인 약 43조 원을 훌쩍 뛰어넘는 규모입니다. (*2024년 9월 1일 기준) 이러한 사실만으로도 아틀라시안의 규모와 영향력을 실감할 수 있죠.

이런 큰 기업의 실무자로서 가장 높은 직급의 디자인 디렉터와 매주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면 어떠실 것 같나요? 그런 행운이 지난 6개월간 제게 주어졌습니다. 

저는 EO스쿨의 PM, 김원석입니다. 앞서 6개월 간, 아틀라시안의 제품 디자인 총괄( Director of IC, Growth Design) 직책을 맡고 계신 이근배 디자이너님의 교육을 기획하고 제작했습니다. 

EO 인터뷰 : 이근배 디자이너

 

이근배 디자이너님은 단 7년 만에 페이스북 인턴에서 아틀라시안 제품 총괄 디렉터가 된, 디자이너로서 압도적인 커리어 성장을 이룬 분입니다.

반 년에 가까운 시간동안 글로벌 무대에서 인정받는 분과 협업하며 저는 매 순간 깊은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었는데요. 제게 너무 큰 행운으로 다가왔던 이 과정에서 얻게 된 배움을 최대한 많은 분들에게 공유하고 싶은 마음에 이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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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시작은 이메일 한 통

 

근배 님과의 인연은 이오스쿨의 새로운 연사를 찾던 24년 2월에 우연히 시작됐습니다.

스타트업에 ‘진심’인 많은 분들이 감사하게도 EO를 좋아해주고 계십니다. EO는 기업가정신을 널리 알리고 도전하는 분들에게 용기와 응원을 드렸다고 생각합니다. 이오스쿨에 합류하기 전, 저 역시도 용기를 받은 케이스 중 하나였죠. 

하지만 결국 구체적인 실행 단계에서 많은 분들이 어려움을 겪습니다. 벽에 부딪혀 포기하곤 합니다. 이 벽을 허무는 데 도움을 드리고자 22년도에 탄생한 서비스가 EO의 교육사업인 ‘이오스쿨’이었습니다.

(이오스쿨은 그간) EO 채널에 출연했던, 국내 뿐만 아니라 전세계에서 도전하고 증명하고 혁신을 일으키는 분들 중에 더 깊고 구체적인 이야기를 나누어주실 수 있는 분을 연사로 찾고 있었습니다. EO에 업로드된 거의 모든 영상을 다시 보다가 5년 전 이러한 인터뷰 영상이 있었다는 걸 발견했습니다.


 

5년 전  EO 인터뷰 : 이제 막 페이스북 정규직 전환이 되었던 이근배 디자이너

 

위 영상은 2018년, <리얼밸리> 시즌2의 초창기 영상이었습니다.  당시 막 페이스북 인턴에서 정규직 전환이 되었을 때였는데요. 물론 다른 훌륭한 분들이 너무 많았지만 모든 영상을 통틀어 이 사람의 ‘지금’이 가장 궁금했습니다.

 

누군가 디자인의 이유를 물어봤을 때, 대답을 꾸며내는 것이 아니라 분명한 근거와 논리를 통해 다른 사람을 설득할 수 있어야 정말 뛰어난 디자이너라고 생각을 해요. (중략) 기계공학, 심리학, 로스쿨까지 방황의 시간을 겪고서야 디자인을 시작했어요. 지금 이 길도 틀릴 수 있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그게 두렵지 않아요. 그래서 더 미래가 무척 기대돼요. 

 

영상 속 근배님은 아직 커리어를 시작한지 1년도 채 안됐지만 직무, 업에 대한 본인만의 뚜렷한 정의를 갖고 있었습니다. 언제든 다시 시작할 수 있다는 자신감과 지금의 내가 틀릴 수 있다는 겸손함이 동시에 느껴졌습니다. 

그래서 더더욱 5년이 지난 지금 이 사람은 무엇을 하고 있을지, 얼마나 변해있을지 너무 궁금했습니다. 그래서 무작정 링크드인에 들어가 근배님의 계정을 찾았고 이메일을 보냈습니다.

감사하게도 거의 하루 만에 회신을 받았습니다. 머지 않아 첫 커피챗 겸 미팅을 갖게 되었습니다. EO와 이오스쿨에 대해 설명을 드리니 스타트업 생태계에 기여할 수 있다면 교육도 같이 해보고 싶다고 말씀해주셨습니다.

이렇게 저는 매주 30분~1시간씩 근배님과 미팅을 진행하며 그의 지난 경험과 배움을 공유받는 값진 기회를 얻었습니다. 


 

1. '문제 해결’ 에만 집중하기

 

저의 커리어 7년을 돌아보면 직무/직책 등으로 스스로 한계를 규정 짓지 않았어요. 그것보다는 ‘지금 눈 앞의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 만 고민했던 것 같아요. 

 

배움을 한 줄로 요약하자면 딱 위 소제목으로 요약됩니다. 긴 시간 동안 이야기를 나누며 함께 제작한 이오스쿨 교육을 관통하는 메인 주제 중 하나이기도 합니다. 

이야기하며 느낀 것은 연차, 직무, 직책, 속한 팀 등으로 해결할 수 있는 범위를 규정짓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0에서 1까지 도달하는 것이 문제 해결 과정이라면 0에서 0.1까지는 어떻게 가야 할 지, 도달하지 못한다면 누구에게 도움을 받아야 하는지, 나의 부족한 점과 목표 달성  사이의 차이를 어떻게 메울 수 있을지를 항상 고민합니다. 이 과정에서 직급/직무에 얽매이지 않고 오직 ‘어떻게 하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 에만 집중합니다.

근배님과 진행한 어느 미팅에서 제가 ‘~~ 하는 건 못 하지 않을까요' 라는 뉘앙스로 말했던 순간이 있습니다. 그걸 듣자마자 근배님 눈빛이 바뀌시면서 ‘정말 못하는 걸까요?’ 라고 말씀하시더라고요. 바로 웃으시면서 ‘농담입니다' 라고 하셨지만 그 순간이 잊혀지지 않습니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무의식적으로 실행도 하지 않고 스스로 한계를 규정하고 있구나 라는 깨달음을 주었던 순간이었습니다. 

 

커리어 성장은 그냥 이루어지는 결과가 아니에요. 초기 스타트업에 들어가서 성장 과정을 함께한다고 저의 성장이 따라오지 않아요. 결국 내가 성장하기 위해서는 더 큰 문제를 해결하려고 노력하고 부딪혀야 합니다. 그 과정 속에서 커리어 성장은 따라오는 결과일 뿐이에요. 

 

세콰이어캐피탈로부터 투자 유치하며 성장한 Statsig의 초기 사진

우리나라에서는 특히 연차를 기준으로 커리어 성장 또는 직급을 판단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근배님과 이야기하며 느낀 것은 ‘커리어 성장’은 노력에 따라오는 결과에 불과하다는 것입니다. 중요한 것은 ‘어떻게 하면 승진할 수 있을까’ 가 아니라 ‘어떻게 하면 지금보다 더 넓은 범위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 를 고민해야 한다는 것을 배웠습니다.

그러한 맥락에서 근배님의 7년은 매순간 문제 해결의 범위를 넓히기 위해 도전하고 부딪히며 극복하는 과정이었습니다.
 

2. 프로젝트를 그냥 맡는 게 아니라 빌드업 해야 한다.

 

정말 잘하는 디자이너는 프로젝트를 정의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해요. 기회를 포착해서 프로젝트를 주도적으로 이끌어 나가는 것이 뛰어난 디자이너가 해야 될 역할이에요. 

 

문제 해결의 범위를 넓힌다는 것은 곧 어려운 문제에 도전한다는 의미입니다. 어려운 문제는 당연히 혼자 해결할 수 없고 동료/매니저 등의 도움이 필요합니다. 그러다 보니 많은 분들이 팀을 설득하는 초반 or 중간 과정에서 포기하곤 합니다.

하지만 근배님은 동료/매니저에게 1on1 을 신청하고 프로젝트에 대한 최종 의사결정권자가 누구인지 파악하며 프레젠테이션을 하는 등 커뮤니케이션의 과정을 미친듯이 했다고 해요. 물론 기존의 주어진 프로젝트도 해결하면서요..! 매일 잠도 못 자며 설득하고 실행하고 학습하는 시간의 연속이었다고 합니다.

이근배 디렉터의 주니어 시절, 직접 제안하고 주도한 <A/B테스트> 프로젝트 / 팀 수익의 600% 증가

 

동료들과 이야기를 하다보면 ‘이건 이렇게 수정해보면 좋을텐데’ 혹은 ‘이런 프로젝트 해보면 의미있을 것 같은데’ 라고 하는 것들이 생각보다 많아요, 근데 아무도 실행은 안하죠.

저는 그런 이야기를 듣거나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임팩트’와 ‘빠른 실행’ 에만 초점을 둬요. 제 실행의 결과가 좋으면 혹자는 이렇게 말해요. ‘아 저건 나도 예전에 생각했던거야’ 아니면 ‘저 정도 생각은 나도 할 수 있어’. 그 말이 맞아요, 누구나 아이디에이션은 할 수 있어요. 그걸 실행하는 사람이 극소수일 뿐이죠. 

 

도전에는 불편함이 따라옵니다. 특히 혼자만의 도전이 아닌 다른 구성원/매니저를 설득해야 한다면 심리적 허들이 더욱 높아지죠. 하지만 설득 과정 속에서도 실패와 성공을 경험하며 ‘내가 부족한 것이 무엇인지’를 배울 수 있는 중요한 성장의 기회였다고 합니다.

어떻게 보면 다른 분들보다 실패를 압도적으로 많이 경험한 사람이라는 생각도 듭니다. 실패를 많이 했다는 것은 스스로 역량을 벗어나는, 큰 도전을 더욱 많이 했다는 것이고, 이 과정 속에서 성장했다는 뜻이니까요.
 
 

3. ‘임팩트’를 기준으로 의사결정 하기

 

저는 페이스북(대기업), 스탯시그(스타트업) 그리고 아틀라시안(대기업)을 경험했잖아요. 근데 솔직히 제가 일하는 방식은 어디를 가든지 스타트업처럼 일하는 것 같아요. 프로젝트가 생기면 항상 최소한의 기간에 최대한의 결과를 만드는 방식을 고민하고 실행했어요.

- < 이오스쿨, 10x 성장을 이끄는 디자이너의 사고법>

 

근배님은 ‘임팩트’를 기준으로 모든 문제를 바라봅니다. 즉, 이 문제를 해결하면 ‘비즈니스에 어떤 결과를 야기할까 or 리소스 대비 결과의 크기' 라는 관점으로 문제를 인식하고 판단합니다. 해당 ‘프로젝트’ 에만 시야를 머물지 않고 전략적으로 문제 해결 과정을 그려보고 해결 이후의 결과까지 생각하는 거죠. 

주어지는 프로젝트를 해야 한다면 매니저에게 이 문제를 해결했을 때 비즈니스 관점에서 어떤 결과를 불러일으킬 것인지 묻고, 그 결과가 미미하다면 임팩트를 키울 수 있는 다른 방식을 제안했다고 합니다.

이근배 디렉터가 제안하고 처음부터 설계한 Statsig의 디자인 시스템

 

더욱 특별하게 느껴졌던 것은 임팩트 관점의 주체가 근배님, 개인으로 한정되어 있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때로는 조직 전체의 시선에서 ‘어떻게 하면 내가 겪은 시행착오를 다른 사람은 겪지 않게 할 수 있는지’ 를 고민했다고 해요. 나와 같은 시행착오를 하는 다른 구성원이 있다면 조직 차원에서 비효율적이니까요. 

그래서 프로젝트가 끝나면 배운점을 정리해 혼자 영상을 찍고 조직 커뮤니티에 자주 공유한다고 합니다. ‘나’의 배움을 ‘조직'의 배움으로 넓히기 위해서요!

EO 영상에 이와 같은 반응이 있었습니다. ‘아틀라시안 디자인 불편해요, 디자이너라면 알고 계시죠?’ 이제 임팩트 관점에서 근배님이 아틀라시안을 선택한 이유를 생각해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이직할 회사를 고민할 때 OpenAI / Stripe / META 등에서 기회들이 있었어요. 생각해 보면 메인스트림으로 엄청나게 재밌고 트렌드 있는 회사를 보통 가고 싶어 하잖아요. 저는 오히려 역할이 가진 중요성, 내가 기여할 수 있는 임팩트를 더 깨달았던 것 같아요. 

 

모두가 ‘디자인 별로에요’ 라고 말하며 지금 트렌디한 기업에서의 성장을 선택할 때, 누군가는 문제를 기회로 인식하고 ‘디자이너로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많겠다’고 생각하며 성장에 기여하고자 해요. 그게 임팩트 중심의, 도전하는 마인드셋이 아닐까 떠올렸습니다.

 

비즈니스에 기여하는 디자이너

 

UI/UX 디자인을 심미적으로 아름답게 만드는 것도 물론 중요해요. 하지만 저는 내 디자인이 이 회사에, 비즈니스에 어떤 부가 가치를 창출하고 있는지 또는 창출할 수 있는지를 더욱 중요하게 생각했던 것 같아요. 

 

경험을 공유받기 전, ‘디자이너’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는 심미적 요소에 치중하는 모습이었습니다. 하지만 이야기를 나누며 디자인, 자체에 대한 선입견이 사라졌습니다. 

디자이너이기에 다른 직무와 비교했을 때, 성장을 만들어 낼 수 있는 뾰족한 장점이 분명히 존재하고 조직의 비즈니스에 명확한 영향을 미치며 이를 측정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는 소중한 시간이었습니다.

이오스쿨 : 10x 성장을 이끄는 디자이너의 사고법

따라서 근배님과 함께 제작한 디자이너를 위한 교육에는 ‘심미적인 요소'를 알려드리지 않습니다. 모든 교육 영상에서 피그마를 비롯한 어떠한 디자인 툴을 실행하지도 않습니다.

그보다 디자이너로서 어떻게 하면 더 큰 문제 해결에 도전하고 비즈니스 성과에 분명한 기여를 할 수 있는지, 그 사고법을 고스란히 녹여냈습니다. 

 


 

근배님을 만난 뒤, 팀원들이 왜 이렇게 근배님에게 빠졌나고 할 정도로 입에 근배님 이야기를 달고 살았어요. 이 교육을 듣게 된 건 디자이너로서 범위와 개념을 확장시킬 수 있었던 너무 좋은 기회였어요.

- EO 프로덕트 디자이너 -

 

이오스쿨 : 10x 성장을 이끄는 디자이너의 사고법

 

이렇듯 디자이너로서 커리어 성장을 고민 중이시거나 비즈니스의 성장에 어떻게 기여할 수 있는지를 고민하고 있는 분이라면 이번 교육이 새로운 전환점이 되어주리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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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 6개월의 시간 동안, 근배님과 교육을 제작하며 이전에 보이지 못했던 것을 인지하게 되는 소중한 과정이었습니다. 솔직히 아티클을 작성하는 이 순간에도 ‘근배님을 통해 얻은 배움을 100% 이해하고 있냐’ 라고 묻는다면 그렇지 못한 것 같습니다. 저는 앞으로 공유해주신 배움을 내 것으로 만들기 위해 계속 도전하고 부딪혀 보려고 합니다. 여러분도 더 큰 문제에 도전하며 자신의 가능성을 확장해 나가는 사람이 되길 바랍니다. 함께 성장해요!

추가적으로 궁금한 내용이 있으시면 언제든 이메일로 연락주세요 :)
- 김원석 매니저 : ove@eoeoe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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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원석 이오스튜디오 · 서비스 기획자

EO ㅣ Project Manager

댓글 2
재미있게 잘읽었어요!
김원석 님의 아티클이 EO 뉴스레터에 실렸습니다. 이번 주 이오레터를 확인해보세요!

👉https://stib.ee/Jw9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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