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으로 창업하는 게 좋을까, 혼자 사업하는 게 좋을까.’
이 질문만큼 초기, 혹은 예비 창업가들의 눈길을 사로잡는 주제도 드물 겁니다. 정답은 없다지만, 막상 사업을 시작하는 모든 이들이 피할 수 없는 고민이니까요. 그만큼 사업은 고단하기에 팀으로 단단하게, 혹은 홀로 가뿐하게 시작해야 한다는 시각이 엇갈립니다. 팀으로 일하는 장점과 솔로프리너*의 장점이 워낙 명확하기 때문입니다.
*솔로프리너(Solopreneur) : 솔로(solo)와 기업가(entrepreneur)의 합성어로, 1인 기업가를 의미한다.
이번 글에서는 창업의 형태에 대한 최근 트렌드를 살펴봅니다. 더불어, 팀으로 초기 스타트업 창업에 나선 토스 출신 프로덕트 디자이너 강영화 님, 대기업에서 억대 연봉을 뿌리치고 1인 창업에 도전해 3가지 사업을 운영하는 조쉬 님의 이야기를 통해 창업가의 모양만큼 다양한 창업의 모양에 대해 알아보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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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바꾸는 임팩트를 만드는 ‘팀 창업’의 과정
실리콘밸리의 유명 액셀러레이터 와이콤비네이터(Y-combinator)는 공동창업자가 없는 팀에 잘 투자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정확히는, ‘기술력을 가진 창업자’가 속해있지 않은 초기 팀에는 투자하길 꺼리는 것인데요. 공식 유튜브 채널에서 YC의 대표였던 마이클 세이벨이 밝힌 이유와 창업자 폴 그레이엄의 블로그 글을 살펴보면 납득할 만합니다.
“탁월한 사업가형 창업자가 탁월한 테크니컬 코파운더를 영입합니다. 그렇게 하면 굉장한 사업가형 창업자 중에서도 경쟁 우위를 점할 수 있죠. 개발팀, 엔지니어를 채용하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강점입니다.” - 트위치 공동창업자 마이클 세이벨(Michael Seibel)
“스타트업을 시작하는 것은 한 사람에게 너무 어렵습니다. 모든 일을 스스로 할 수 있다 하더라도 함께 브레인스토밍하고, 어리석은 결정에 대해 이야기하고, 일이 잘못됐을 때 격려해 줄 동료가 필요합니다. 서로 지탱해줄 존재는 인간 본성의 가장 강력한 힘을 건드립니다.” - 와이콤비네이터 창업자 폴 그레이엄(Paul Graham)
벤처캐피탈(VC) First Round가 투자한 포트폴리오 회사를 분석한 결과, 기술 베이스의 공동 창업자가 한 명 이상 있는 IT 스타트업이 그렇지 않은 팀보다 230% 더 나은 성과를 냈다고 합니다. 투자 라운드를 돌 때도 다수의 공동창업자를 둔 창업 팀이 창업가 혼자인 팀에 비해 기업 가치 측면에서 22% 더 후한 평가를 받은 것으로 밝혀졌네요.
10년간 사이드 프로젝트를 무려 20개나 시도해봤던 영화 님 또한 1인에서 팀으로 자연스레 창업의 모양을 바꾼 케이스입니다.
영화 님은 스포카, 띵스플로우에서 일하다가 토스 최초의 프로덕트 디자이너(Tool)로 일했어요. 10년 넘게 프로덕트 디자이너로 일하며 ‘본업 천재’로 불리기도 했는데요. 사이드 프로젝트 또한 정말로 다양하게 시도해본 장본인이기도 합니다.
20번. 그야말로 온갖 제품과 서비스에 도전해보기 충분한 숫자입니다. 그렇게 영화 님은 오토바이 굿즈부터 빈티지 점프수트 제작, 모토캠핑 커뮤니티 운영까지 척척 해냈어요. 창업을 맛보면서 나 자신을 이해하고 ‘돈’에 대해서도 새로운 관점에서 바라볼 수 있었죠. 그러다가 2023년에는 토스에서 퇴사해 초기 팀을 꾸려 본격적인 창업가의 길을 걷게 됐습니다.
맨 처음에는 포토부스 창업을 동남아시아 기반으로 해보면 어떨까 떠올렸다고 해요. 베트남 치앙마이부터 태국 방콕,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까지 돌며 사업의 가능성을 셈하기 시작했고요. 물론 결과적으로 이 사업 아이템은 진행하지 않기로 했지만, 이 과정에서 만들어진 팀이 지금의 스타트업 창업으로 연결되는 결정적인 계기였다고 합니다.
(참고 - 11년차 디자이너가 토스 퇴사하고 하는 일)
‘팀으로 일하고 있다는 감각’은 생각보다 훨씬 강력했어요. 영화 님과 엔지니어, 디자이너가 함께 머리를 맞대고 초기 창업 아이템을 찾는 것이 마치 원피스 해적단의 모험을 방불케 했죠. 처음부터 스타트업 창업을 의도했던 건 아니지만 차차 최소기능제품(MVP)을 개발하고 피봇하는 과정을 반복하면서 영화 님의 창업 팀은 빠르게 스타트업의 여정으로 나아가기 시작했어요.
“보통 회사에 다닌다고 하면 거의 다 팀으로 일하잖아요. 근데 우리가 팀을 (처음부터) 만들어 가는 과정에서 팀을 어떻게 “잘” 만들어 갈지 생각을 되게 많이 하게 됐어요. 또한 팀을 리더 혼자 만들어 가는 게 아니라 같이 만들어 가는구나, 팀원분들의 기여와 동기가 정말 중요하구나 등등 배우고 느낀 바가 정말 많습니다. 소중한 경험들이 쌓여갔어요.” - 창업가 강영화 님
마음과 손발이 맞는 사람들과 초기 팀빌딩을 하면서 영화 님에게 꿈이 생겼어요. 창업을 통해 함께 일하는 팀원들이 10년간 돈 걱정 없이 살게 하는 것, 다 같이 몰입해서 세상을 바꾸는 성과를 내는 것, 그런 환경을 만드는 것. 여전히 고민은 많지만 지난 1년간 스타트업을 창업해 ‘함께 일하는 감각’을 찐하게 맛볼 수 있었다고 합니다. 창업가는 이렇게 성장하는구나 싶습니다.
“지금의 공동창업자들이 없었다면 지금의 팀을 이루기 쉽지 않았을 거예요. 그만큼 결정적인 사람들과 창업을 시작해야 하는구나 실감하는 요즘이에요. 10개 가까이 MVP를 만들어 테스트하고 방향을 찾아가는 결정을 하면서 합심해서 움직인다는 이 감각이 참 좋아요. 요즘에는 프로덕트 및 팀 관리를 어떻게 잘 할지 고민하고 있답니다.” - 창업가 강영화 님
삶을 나답게 하는 우선순위, ‘솔로프리너’의 진화
최근 들어서는 ‘1인 창업’도 각광받고 있습니다. 일례로, 한 조사에 따르면 2027년까지 미국 내 8650만 명이 프리랜서로 일하면서 전체 생산인구의 50.9%가 솔로프리너로 일한다는 전망이 나옵니다. 이는 전세계적인 트렌드로, IT 업계도 독립적으로 일하는 프리워커 혹은 개인사업자가 늘어나는 흐름 위에 서있습니다.
이러한 변화에는 여러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일단 불경기로 인해 취업도, 기업의 투자 유치도 쉽지 않습니다. 역설적으로 1인 창업이 현실적인 대안으로 떠올랐어요. 고정 인건비를 최소화하면서 빠르게 사업 아이템을 찾아 시도할 수 있는 형태. 창업의 모양도 환경에 적응한다고 볼 수 있죠. 여기에는 인공지능 기술과 서비스의 발전도 큰 영향을 미쳤습니다.
2023년 챗GPT가 등장한 이래 인공지능 기술과 서비스를 끊임없이 발전하고 있습니다. 오픈AI가 영상 생성형 AI ‘Sora’를 공개하며 한 번 더 주목을 받았고, 앤트로픽 AI는 챗GPT의 대항마로 등장했는데요. 여기에 로우코드, 노코드 같이 비개발자가 예전보다 수월하게 IT 프로덕트를 만들 수 있는 디지털 환경이 갖춰지면서 솔로프리너로 창업하는 사례가 늘고 있습니다.
(참고 - 실리콘밸리에 지각변동이 시작되었다)
‘스타트업은 팀 창업을 해야 한다’는 중론과 달리 1인 창업에 승산이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있습니다. 2018년 와튼스쿨은 3500여개 스타트업을 분석한 논문을 발표했는데요. 연구에 따르면 개인사업자가 운영하는 스타트업이 더 오래 생존하면서 더 높은 수익을 얻는 경향을 보였습니다. 성과 측면에서도 1인 창업과 팀 창업이 유의하게 다르지 않다는 첨언이 뒤따랐습니다.
실제로 솔로프리너들의 의견은 어떨까요? 한 조사에서 이들은 ‘자기 삶에 대한 권한을 갖기 위해’(More Control), ‘더 큰 경제적 보상을 위해’ 혹은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열정적으로 일하기 위해’ 개인사업자로 나섰다고 합니다. 29.5%의 응답자가 ‘제품 세일즈’로 고정 수익을 벌고 있으며, 2020년 설문 당시에는 76%가 자기 일에 만족한다고 답하기도 했습니다.
2023년 하반기부터 창업에 임한 조쉬 님은 3가지 사업을 운영하는 기업가로 거듭났습니다. 여러 스타트업에 파트타임으로 협업하는 디자인 스튜디오를 차렸고요. ‘조쉬의 프로덕트 레터’라는 뉴스레터를 시작해 이제는 ‘솔로프리너’라는 커뮤니티 비즈니스까지 전개하고 있습니다. 1년 만에 억대 연봉을 받는 직장인에서 독립적으로 일하는 1인 기업이 된 겁니다.
(참고 - 뉴스레터 3개월만에 월 1600만원 번 노하우 공개합니다.)
조쉬 님도 위 여론조사에서 나온 ‘솔로프리너를 선택한 이유’에 크게 공감했어요. 자율적으로 일하고 싶고, 내가 하고 싶은 다양한 일을 동시에 하고 싶고, 그러면서도 다각도로 수익을 낼 수 있다는 걸 (여러 테스트를 통해) 확인했습니다. 창업을 하지 않을 이유가 없었습니다. 크리에이터이자 1인 기업가로 독립해 지금은 다양한 창업의 형태를 몸소 경험하고 있습니다.
“제가 하고픈 일을 더 자유롭게 할 수 없을까 고민했어요. 인간에게는 여러가지 재능(탤런트)가 있고, 훨씬 다양한 일을 하며 더 많은 사람들을 도울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는 매일 다른 고객, 클라이언트와 일하는 것이 당연한 사회가 되지 않을까요? 1인 기업으로 여러 일을 동시에 하는 것이 더 합당한 근로 형태가 아닐까 합니다.” - 조쉬의 프로덕트 레터 발행인 조쉬 님
*대기업 퇴사 후 1인 기업으로 변신한 조쉬 님의 창업 이야기를 만나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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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연히 1인 창업에 도전하면서 조쉬 님도 새로운 물음표를 직면했습니다. 예를 들어 ‘퇴사 후 혼자 창업을 했으니 직장인 시절보다 더 많은 돈을 벌어야 하지 않을까?’라는 압박감을 느끼기도 했습니다. 이왕지사 대기업 자리를 내려놓고 야생에 나왔으니 여러 사업 계획을 세워 실행하면서 더 많은 돈, 더 많은 성장을 추구해야겠다고 다짐했죠. 노력에 노력이 더해졌습니다.
하지만 이랬다간 ‘솔로프리너를 선택한 이유’와 영영 멀어질 수도 있겠다는 예감이 들었습니다. 계획 속에 파묻혀 잠도 줄여가며 더 많은 돈, 더 많은 성장을 좇는 1인 기업이 되는 것, 그것이 내가 사업을 하는 이유였던가? 조쉬 님은 6개월 가량 허슬하면서 개인사업자의 장점과 한계까지 모두 피부로 느꼈죠. 그러면서 창업가로 나름의 균형을 잡는 방법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아침에 일어나며 생각했어요. 내가 원하는 삶은 무엇이지? 결국 가족을 돌보며 건강하게 살고 싶다는 게 제 결론이었어요. 미친듯이 일만 하는 것이 능사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장기적인 관점에서 내 삶의 우선순위를 바로 세워야 사업에 몰입해 임팩트를 키울 수 있지 않을까요? 해외의 수많은 1인 기업들이 그 증거입니다.” - 조쉬의 프로덕트 레터 발행인 조쉬 님
흥미롭게도 (앞서 소개해드린 여론조사에서는) 개인사업자들이 마주하는 어려움에 대해서도 거론됩니다. 가장 큰 난관은 ‘스트레스와 압도감’이라고 해요. ‘자금 문제’가 가장 클 줄 알았는데 그렇지 않았던 겁니다. ‘적합한 팀이 아니었음’(Not a Right Team)이 스타트업이 실패하는 주 원인인 것처럼 1인 기업의 창업 여정에는 또 다른 지혜와 단련이 필요한 셈입니다.
나에게 맞는 ‘창업의 모양’은 무엇일까?
창업은 한국에서도 더는 낯선 단어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국내에서 (1인 또는 5인 미만의 공동사업자가 상시근로자 없이 사업을 영위하는) 1인 창조기업의 수는 2020년 91.7만 개에 육박했어요. 2018년(42.7만 명)의 2배를 뛰어넘는 수치입니다. 시대의 변화로 인한 불가피한 선택이든, 나와 우리의 삶을 선택하려는 적극적인 결정이든 분명한 시그널이 보이는 듯합니다.
(참고 - 1인 창조기업 91.7만개…평균 매출액 2억9800만원)
즉, 창업은 커리어의 여러 갈래 중 하나의 길로 점차 우리 삶에 다가오고 있습니다. 누구든 한 번쯤 떠올리고 고민해봄 직한 화두가 됐다는 의미입니다. 하지만 창업에 대해 한 번이라도 고민해본 사람에게 풀리지 않는 질문이 쌓여만 갑니다.
나는 왜 창업을 하고 싶은 걸까.
내가 정말 이루고 싶은 목표는 무엇일까.
나에게 가장 적합한 창업의 형태는 어떤 걸까.
자아실현과 생존이라는 키워드과 한데 얽혀있는, 위와 같은 질문은 좀처럼 쉽게 해소되지 않습니다. 어디서도 쉽게 접할 수 없는 이야기, 누군가 먼저 그 험난한 길을 개척해 지도를 만들어야 하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창업가는 창업가를 만나야 합니다. 다른 창업가는 어떤 의사결정 과정과 시행착오를 거쳐 지금에 이르렀는지, 왜 스타트업 팀 혹은 1인 사업을 시작해 여기까지 성장했는지 생생한 스토리를 귀담아 들어야 합니다. 그래야 마음 속 갈증이 풀립니다. 결코 정답을 주워 섬길 순 없지만, 방향을 잡을 수 있는 힌트와 힘을 얻을 수 있습니다.
이오스쿨에서 <창업의 시작 : ‘스타트업’과 ‘1인 사업’>이라는 주제로 웨비나를 준비했습니다. 팀으로 고군분투하는 영화 님의 경험과 1인 기업으로 새로운 삶을 열어가는 조쉬 님의 관점을 들을 수 있는 자리로 마련했습니다. 창업의 형태와 여정, 이직이 아닌 다른 커리어를 고민하고 있다면 두 팔 벌려 환대합니다.
이번 웨비나에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