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10월 23일 애플의 첫 폴더블폰 iPhone Duo가 출시되면서, 삼성, 화웨이, 애플 세 회사가 모두 안으로 접는 폴더블폰을 시장에 내놓게 되었다. 폴더블폰을 비교하는 기사는 대개 화면 주름과 커버 유리에서 시작한다. 필자는 이번 출시를 계기로 세 회사가 지난 10여 년 동안 출원하고 등록받은 힌지 특허를 출원 순서대로 다시 늘어놓아 보았다. 처음에는 제품마다 힌지가 어떻게 다른지 보려던 것이었는데, 따라가 보니 다른 그림이 나타났다. 세 회사 모두 같은 과제를 두고 한 가지 해법에 머물지 않았다. 여러 갈래의 구조를 시도해 권리로 남겼고, 그중 일부가 세대를 거듭하며 제품에 모습을 드러냈다. 그리고 그 갈래들을 가르는 기준은 대체로 하나로 모인다. 화면이 접히는 동안 회전축을 어디에 둘 것인가 하는 문제다.
과제 자체는 단순하다. 책장 한 장을 표지와 함께 접으면 안쪽 면은 줄어들고 바깥쪽 면은 늘어나야 한다. 폴더블폰의 화면도 여러 얇은 층으로 되어 있고, 그 층들은 접히는 동안 길이가 크게 바뀌는 것을 견디지 못한다. 그래서 접을 때는 화면이 꺾이지 않고 둥글게 휠 공간을 만들어야 하고, 펼칠 때는 그 부분이 처지지 않게 받쳐야 한다. 여기서 회전축의 위치가 중요해진다. 회전축이 화면 면에서 멀어질수록 접히는 동안 화면이 겪는 길이 변화가 커지고, 축이 화면 두께 안으로 들어올수록 그 변화는 줄어든다.
이 두 과제는 일찍부터 특허에 적혀 있었다. 필립스에서 분사한 네덜란드 Polymer Vision에서 나온 미국특허 9,235,239 「Flexible display with display support」는 2011년 7월 미국 가출원에 기초한다. 가출원은 정식 청구항 없이 출원일을 먼저 확보해 두는 미국의 간이 출원이다. 이 특허는 펼친 상태에서 추가 지지체가 화면 가운데를 받치는 구조를 독립항으로 삼고, 접을 때 화면 가운데가 빈 공간에서 원호 모양으로 휘는 구성은 종속항에 담았다. 회사가 문을 닫은 뒤 이 특허는 Creator Technology를 거쳐 2016년 삼성전자로 양도되었는데, 그 과정과 이후의 이야기는 다음 글에서 따로 다룬다. 이후의 경쟁은 이 두 과제를 어떤 기구로 동시에 풀 것인가로 옮겨 갔다.

삼성은 받치는 구조에서 움직이는 축으로 옮겨 왔다
삼성전자의 초기 국내 출원을 보면 같은 과제에 여러 답을 동시에 시험했다는 것이 드러난다. 2013년 출원한 등록특허 10-1663728은 여러 슬릿 부재로 된 힌지부가 화면 가운데를 받치게 했다. 접히면 화면 쪽을 향한 슬릿 끝들이 서로 가까워지면서 힌지부가 원호를 이룬다.

같은 해의 등록특허 10-2171118은 분절 부재들을 연결 부재로 이어, 접힐 때 이 분절 부재들이 화면을 받치는 만곡부를 이루게 했다. 펼친 상태에서는 분절 부재들이 한 줄로 늘어서 화면 아래를 평평하게 받치고, 접히면 분절 부재의 핀이 연결 부재의 가이드 슬롯을 따라 움직이면서 둥근 받침이 된다. 앞의 슬릿 구조가 화면 가운데를 받치는 데 무게를 두었다면, 이 구조는 접힌 모양을 부재들의 배열로 미리 정해 두었다. 청구항은 분절 부재를 안내하는 원호 가이드 슬롯의 중심을 화면 두께의 중립선 위에 두도록 한정했다. 회전의 중심을 화면 안에 두려는 착상이 이때 이미 권리로 적혀 있었다.

2014년 출원한 등록특허 10-1875855 「힌지장치 및 이를 구비하는 폴더블 디스플레이 장치」는 몸체에 피봇 결합된 지지대가 접을 때는 화면 곡률을 위한 수납공간을 만들고 펼칠 때는 접힘 부분을 받치도록 했다. 펼치면 지지대가 두 몸체 사이의 틈을 메우고, 접으면 몸체 쪽으로 물러나 화면이 휠 자리를 비워 준다. 앞에서 본 두 과제, 곧 휠 공간과 펼침 상태의 받침을 지지대 하나로 함께 풀려 한 구조다.

2015년에는 접근이 더 넓어졌다. 이해 출원한 등록특허 10-1776262는 화면이 접히면서 몸체 위를 미끄러지게 했다. 접히는 동안 생기는 길이 차이를 화면이 몸체 위에서 밀려 움직이며 받아 내게 하고, 둥글게 휜 부분이 들뜨지 않도록 잡아 주는 구성도 함께 담았다.

같은 해의 등록특허 10-1752708은 두 힌지축과 규제 슬롯을 두어, 몸체가 회전하면서 힌지축에서 멀어졌다 가까워지게 했다. 도면을 보면 몸체는 접히는 도중에 힌지축에서 가장 멀리 떨어졌다가, 다 접히면 다시 축 쪽으로 돌아온다. 축은 고정해 두고 몸체 쪽을 움직인 시도다.

출처: KIPRIS)
2013년부터 2015년까지 3년 사이에 분절, 지지대, 미끄러짐, 몸체 이동이라는 네 갈래가 나란히 출원되었다. 첫 폴더블 제품이 나오기 4년 전에 이미, 삼성은 가능한 길을 여러 갈래로 권리에 묶어 두었다.
갤럭시 폴드가 나온 뒤의 특허는 두 줄기로 정리된다. 하나는 받치는 구조다. 미국특허 11,625,073 「Foldable electronic device including hinge assembly」(2020년 2월 한국 출원을 우선권으로 함)는 힌지 안의 지지부재가 펼친 상태에서 양쪽 힌지 플레이트를 받치고 접힌 상태에서는 떨어지는 구조를 독립항으로 삼았다. 펼칠 때 지지부가 올라오고 접을 때 탄성부재의 힘으로 물러나는 동작은 종속항에서 더했다.

출처: USPTO)
다른 하나는 움직이는 축이다. 미국특허 12,578,755 「Electronic device including hinge device」(2022년 6월 한국 출원을 우선권으로 함, 2026년 3월 등록)는 힌지 브라켓 양쪽의 슬라이드 레일이 접고 펼 때 직선으로 움직이고, 그 위의 회전체 축이 함께 이동하는 구조를 청구항에 담았다. 축은 반쯤 접힌 상태에서 가장 멀리 옮겨 갔다가, 완전히 접히거나 펼치면 제자리로 돌아온다.

명세서는 고정된 축으로 접으면 펼친 상태에서 접힌 상태로 넘어가는 도중에 화면이 압축되어 눌려 휘는 좌굴이 생길 수 있다고 이유를 설명하고, 종속항에서 접힌 화면이 물방울 모양이 된다고 적었다. 축을 왜 움직여야 하는지를 명세서가 직접 밝혀 둔 것이어서, 받치는 구조에서 움직이는 축으로 무게가 옮겨 간 이유를 읽을 수 있는 문헌이기도 하다.

출처: USPTO)
제품 쪽 기록도 같은 방향을 가리킨다. 삼성전자 뉴스룸은 Z 폴드4의 힌지가 회전 운동을 직선 운동으로 바꿨다고 소개했고, 2023년 Z 폴드5의 플렉스 힌지는 구동축이 4개이고 부품이 이중 레일을 따라 움직이며 디스플레이가 물방울 형태로 힌지 안으로 말려 들어간다고 설명했다. 특허의 청구 구성이 제품에 그대로 쓰였다는 공식 확인은 없지만, 움직이는 축과 물방울이라는 방향에서는 특허와 제품이 겹친다.
화웨이는 휘는 마디에서 어긋난 축으로 옮겨 왔다
화웨이의 출발은 축이 아니라 마디였다. 2016년 중국 출원을 우선권으로 한 국내 등록특허 10-2063283(미국특허 10,310,566)은 화면을 향해 열린 V자 지지부재를 한 줄로 이어 붙인 연질 지지구조가 핵심 구성이다. 접으면 V자의 끝이 모이고, 펴면 끝이 벌어지면서 사이의 차단층이 틈을 덮는다. 여러 마디가 함께 휘는 구조다.

출처: USPTO)
2019년 2월 공개한 첫 폴더블 Mate X는 화면을 바깥으로 접는 방식이었고, 화웨이는 그 힌지를 Falcon Wing 힌지라고 불렀다. 바깥으로 접으면 화면이 기기 겉을 감싸므로, 안으로 접을 때처럼 힌지 안쪽에 화면이 휠 공간을 따로 마련하지 않아도 된다. 대신 접은 상태에서도 화면이 겉으로 드러난다.
방향이 바뀐 것은 2019년 무렵이다. 2019년 6월 중국 출원을 우선권으로 한 미국특허 12,081,686 「Hinge mechanism and foldable mobile terminal」은 일본 힌지 업체 Staf와 공동으로 보유한 특허로, 국내에서는 등록특허 10-2611811 「힌지 기구 및 폴더블 이동 단말기」로 등록되었다. 주축 양쪽의 스윙암이 서로 다른 축을 중심으로 돌고, 기어로 맞물린 동기화 암이 양쪽을 같은 각도로 움직인다.

명세서는 축을 어긋나게 둔 결과 스윙암이 도는 동안 화면을 담을 물방울형 수용공간이 생긴다고 설명한다. 삼성이 축 자체를 움직였다면, 화웨이는 움직이지 않는 두 축의 위치를 서로 비켜 놓아 비슷한 공간을 얻은 셈이다.

출처: USPTO)
같은 해 12월 중국 출원을 우선권으로 한 미국특허 12,332,703은 같은 쪽의 스윙암과 종동암을 서로 다른 축에 두고, 그 움직임의 차이를 지지판의 회전과 미끄럼으로 흡수하는 변형을 권리로 확보했다. 명세서는 기기를 접을수록 힌지의 길이가 늘어나 화면이 눌리지 않고, 양쪽 지지판과 힌지 몸체가 물방울 모양의 수용 공간을 만든다고 설명한다.

2021년 중국 출원을 우선권으로 한 국내 등록특허 10-2902097은 같은 쪽 두 스윙암을 동기식 기어로 이어 서로 다른 속도로 돌게 하는 구성을 독립항으로 삼았다. 종속항에서는 지지판에 원호 모양 암을 달아 스윙암의 원호 홈 안에서 움직이게 했다. 지지판이 곧은 미끄럼 대신 원호를 따라 움직이게 해서, 접히는 동안 지지판이 그리는 궤적을 힌지 쪽에서 정해 두었다.
제품의 변화도 같은 시기에 일어났다. 화웨이는 2021년 2월 Mate X2에서 안으로 접는 방식으로 바꾸면서, 새 힌지를 물방울 힌지로 소개하고 접힐 때 화면을 담는 물방울 모양의 공간을 만든다고 발표했다. 앞의 특허가 이 제품에 쓰였다는 1차 근거는 없으나, 휘는 마디에서 물방울 공간으로 넘어가는 흐름은 특허와 제품 양쪽에 남아 있다.
애플은 기어에서 링크로, 축을 화면 안으로 옮겨 왔다
애플은 가장 늦게 제품을 냈지만 특허는 일찍부터 쌓았다. 2015년 9월 미국 가출원에 기초한 미국특허 11,385,686 「Electronic devices with flexible displays and hinges」는 접는 축을 따라 휘는 화면과 하우징을 전제로, 기어 세 개로 양쪽 하우징을 돌리고 기어에 달린 핀이 하우징 슬롯 안을 미끄러지게 하는 구조를 독립항에 적었다. 명세서는 이 구조를 휴대전화에 한정하지 않고 노트북, 태블릿, 손목시계형 기기까지 접는 화면을 가진 기기 전반에 쓸 수 있다고 적고 있다.

2015년 미국 가출원에 기초한 기어 갈래를 보여 줌. 출처: USPTO)
2019년 6월 미국 가출원에 기초한 미국특허 10,955,880은 랙 부재에 양쪽 기어와 링크를 물린 힌지를 청구항으로 삼았다.
2021년 8월 미국 가출원에 기초한 미국특허 12,164,344 「Hinges for folding display devices」(2024년 12월 등록)는 같은 목표를 링크로 풀었다. 여러 링크를 사슬처럼 잇고, 이웃한 두 링크가 링크 바깥에 있는 회전축을 중심으로 돌게 했다.

출처: USPTO)
회전축을 링크 바깥으로 빼내는 것은 링크의 초승달 모양 슬롯과 핀이다. 이 둘이 회전축을 그 위에 놓인 화면 패널 안쪽으로 옮긴다. 명세서는 이렇게 하면 접을 때 늘어나지도 줄어들지도 않는 면을 화면의 민감한 층에 맞출 수 있다고 설명한다. 삼성이 2013년 출원에서 원호 슬롯으로 회전 중심을 화면의 중립선에 두려 한 것과 같은 목표를, 애플은 사슬형 링크와 초승달 슬롯으로 구현했다. 청구항에는 양쪽을 함께 돌리는 동기화 기어, 링크끼리 맞물려 각도를 붙잡는 마찰 클러치, 접는 방향으로 힘을 보태는 스프링 기구도 함께 들어 있다.

출처: USPTO)
iPhone Duo에는 이 링크 방식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출시 이틀 뒤 제품을 분해한 iFixit은 힌지가 각각 제한된 범위만 도는 금속 조인트를 사슬처럼 이은 구조이고, 곡선 가이드가 이 조인트들을 마치 피벗이 화면 안에 있는 것처럼 움직이게 한다고 설명하면서, 그 근거로 미국특허 12,164,344를 연결해 두었다. 분해에서 확인된 동기화 기어와 스프링도 이 특허의 청구항에 들어 있는 구성이다.
iFixit은 분해 영상과 CT 촬영에 이 특허를 더해 힌지의 3D 모델을 만들고, 일부 제품에서 보고된 화면 균열의 원인을 추정하는 데 썼다. 공개된 특허가 제품을 읽는 지도로 쓰인 셈이다.
여러 갈래는 권리로 남는다
세 회사의 궤적을 겹쳐 보면 공통점이 있다. 누구도 처음부터 하나의 정답을 들고 있지 않았다. 삼성은 분절, 지지대, 미끄러짐을 거쳐 움직이는 축으로 갔고, 화웨이는 휘는 마디에서 어긋난 축으로, 애플은 기어에서 화면 안의 가상 축으로 옮겨 갔다. 각 단계의 시도는 특허로 남았고, 그중 일부가 Z 폴드5, Mate X2, iPhone Duo 같은 제품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제품에 쓰이지 않은 갈래도 사라지지 않는다. 등록된 권리로 남아 경쟁사가 같은 길을 택하지 못하게 막고, 다음 세대 제품의 후보가 된다. 같은 발명이라도 나라마다 권리의 상태가 다르다는 점도 함께 봐야 한다. 삼성의 미국특허 12,578,755와 같은 우선권을 둔 국내 출원 10-2022-0081425는 아직 심사 중이고, 애플의 미국특허 12,164,344의 한국 대응 출원 10-2022-0098563은 거절결정 뒤 재심사가 진행 중이다. 미국에서 등록된 구조가 한국에서는 아직 권리로 확정되지 않았다.
그래서 폴더블 힌지를 설계하거나 부품을 공급하려는 기업은 경쟁사의 특허를 제품 한 세대와 맞대어 보는 것으로 끝내서는 안 된다. 한 회사가 같은 과제에 어떤 갈래들을 권리로 남겨 두었는지, 그중 무엇이 제품으로 나왔고 무엇이 아직 남아 있는지를 함께 봐야 설계의 자유 공간이 보인다. 반대로 자사의 시도는 제품에 쓰지 않은 것까지 등록해 두는 것이 다음 경쟁의 출발점이 된다. 폴더블 힌지의 경쟁은 한 번의 발명보다, 같은 과제에 대한 여러 갈래의 시도를 얼마나 촘촘히 권리로 묶어 두었는가에서 갈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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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 소개
정태균 파트너변리사는 BLT 전략본부장으로 스타트업들의 IP전략, BM전략, 시장진출(GTM) 전략 수립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필자는 연세대학교 전기전자공학과를 졸업하고, 2011년 48기 변리사 시험에 합격했으며, 현재 여러 분야의 스타트업의 IP(특허, 상표, 디자인)업무 뿐만 아니라 비즈니스에 참여하여 성장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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