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님 사진관의 최대 매출원은, 결국 사진이 아니었다.
추석이다. 명절이면 아무래도 가족 얘기를 하게 되는데, 오늘은 내 첫 사업 선생님이었던 부모님 얘기를 해보려 한다.
중학교 시절, 부모님은 남아공 타운십(아파르트헤이트 시절 만들어진 흑인 집단 거주지)에서도 사진관을 하셨다. 버스 정류장, 슈퍼마켓처럼 사람들이 자주 오가는 자리에 가게를 두셨는데, 주고객이던 전문 사진기사들뿐 아니라 그냥 지나가던 행인들에게까지 커피와 간식, 앉을 자리를 무료로 내주셨다. 방학이면 나도 가게에 나가 일을 거들었다.
1️⃣ 같은 사진종이를, 앉아 있던 손님에게 팔았다.
경제적으로 어려운 동네였는데도, 결혼식이나 졸업식 같은 날은 물론이고 평범한 날에도 사람들은 자기 모습을 남기고 싶어했는데, 커피 한 잔 받아 들고 앉은 손님들은 사진을 찾으러 왔다기보다 이야기를 나누고 서로의 기쁨과 슬픔을 나누러 왔다.
그렇게 앉아 있던 손님들이 어느 순간부터 서로 핸드폰 속 사진을 자랑하기 시작했다. 그래서 핸드폰 사진을 블루투스로 옮겨 뽑아주자고 제안했는데, 시작하자마자 대박이 났다.
숫자로 돌려보면, 일반 사진 한 장 2란드 (당시 200원). 블루투스로 옮겨 뽑는 사진 한 장 7란드.
종이원가가 큰 사진사업에서 똑같은 종이 한 장으로 마진이 3-4배 남았다.
이는 그냥 혼자 나온 아이디어가 아니었다. 손님이 오래 머무는 모습을 보다 눈에 걸린거다.
동네 전체가 드나드는 가게가 되니 팔 거리는 그 뒤로도 차고 넘쳤다.
· 지갑 속 미니 사진
· 핸드폰 키링 사진
· 개인 사진을 입힌 컵
· 핸드폰 사진 백업 서비스
2️⃣ 출근길 손님은 다른걸 원했다.
오전 8시와 오후 5시, 출퇴근 시간엔 또 다른 부류의 직장인들이 들어왔다. 사진 접수하던 직원에게 이력서를 뽑아달라, 이메일을 보내달라고 했다. 인터넷이 비싼 남아공에선 이메일도 팩스처럼 돈 받고 보내주는 서비스였다.
아버지께 컴퓨터를 한 대 더 들이자고 제안드리고, Xerox에서 복합기를 렌탈했다.
· 이력서 작성은 건당 20란드
· 복사는 2란드
· 이메일 발송은 10란드
사실 주 수입원이던 사진기사들에 대한 의존성이 우린 늘 불안했다. 경쟁업체가 현상 가격을 내리거나 사진기, 프린터 같은 공짜 제품을 뿌리는 행사를 할때마다, 수백만원어치 현상물이 그쪽으로 넘어가곤 했으니까. 그런데 이 프린트 사업이, 수년 뒤 사진 매출이 떨어졌을때 해당 가게의 가장 큰 매출원이 되어 있었다.
왜 그게 가능했을까? 사진기사만 보고 장사했으면 출근길 손님은 애초에 가게 문을 열고 들어올 일이 없었을거다. 초기 스타트업도 크게 다르지 않은데, 적어도 내가 보는 한국 초기 팀들 기준으론, 첫 ICP 하나만 보고 달리다가 다른 시간에 들어오는 손님을 그냥 돌려보내는 경우가 아직까진 좀더 많은듯 하다. 새로운 제품과 기능은 매일 새로운 손님을 관찰할때 산발적으로 찾아오고, 그래서 크로스셀링은 사실 우선순위를 파악하는것이라고도 볼수 있다.
정리.
· 오래 머문 손님을 보며, 같은 종이를 다른 가격에 팔수 있었다.
· 다른 시간대에 오는 손님들의 수요를 관찰했고, 이게 가게의 다음 핵심 매출원이 됐다.
20여년이 지나 한국과 실리콘벨리에서 창업가들을 만나는 지금도, 그 가게에서 몸으로 배운게 제일 자주 꺼내 쓰는 프레임워크다. 명절은 가족이 제일 오래 머무는 자리 아닌가. 오래 머물러야 보이는것들이 있다. 이번 연휴엔, 좀 오래 앉아 있어 보자.
모두 넉넉한 한가위 보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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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은 Nelspruit, South Africa.
· 실리콘벨리를 품는 창업가들을 위한 영어 뉴스레터 - https://lnkd.in/gK67Fw_u
· 나는 빈민가에서 비즈니스를 배웠다. https://lnkd.in/g5JXGRx3